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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 - 앨리스 닐, 도리스 레싱, 어슐러 르 귄, 오드리 로드, 앨리스 워커, 앤절라 카터… 돌보는 사람들의 창조성에 관하여
줄리 필립스 지음, 박재연 외 옮김 / 돌고래 / 2023년 6월
평점 :
115쪽
“창의성과 예술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동시에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들이기도 하다. 앨리스의 모성이 그녀의 예술을 더 훌륭하게 만들었나? 많은 창작자 엄마들은 아이들과의 관계가 그들의 감수성을 심화시키고 한계를 넓히며 어슐러 르 귄의 표현대로 아이들과 “뼛속까지 더 가까워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
117쪽
“예술의 실천에는 영웅적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외롭고 위험하며 무자비한 작업이다. 모든 예술가에게는 도덕적 지지나 연대, 인정이 필요하다.” -어슐러 르 귄
180쪽
“엘리스와 마찬가지로, 도리스 (레싱) 역시 페미니스트로서가 아닌 사회주의적 통찰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기 바랐다. 그녀는 페미니즘의 교조적 측면과 감정적으로 진실을 말하는 방식을 경계했다.
297쪽
“그녀(오드리 로드)는 숨고 싶은 유혹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평생 용감하게 그에 맞서 싸웠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목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거짓말에 속으면서도, 자기 자신에 관해 진실을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혼자라고 느끼면서도 자기 주변에 조력자들을 두었고, 자기 삶에서 기쁨을 느끼는 걸 잊지 않았다. 그녀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평에 썼듯이 "스스로 나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들 속으로 짓이겨져 산 채로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
도리스 레싱은 인간의 모순과 사회 문제를 깊이 파헤쳤고, 수전 손택은 예술과 정치, 문화를 넘나들며 사유의 지평을 확장한 비평가, 어슐러 K. 르 귄은 과학소설을 통해 성별과 사회,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펼쳤다. 이외에 오드리 로드(Audre Lorde, 1934~1992)
흑인 시인이자 활동가. 스스로를 “흑인, 여성, 레즈비언, 시인, 전사”라 칭하며, 차별과 억압에 맞선 글쓰기를 실천. 그녀의 시와 에세이는 분노와 사랑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시적 무기’로 변환시킨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 1944~ ) 『컬러 퍼플』의 저자. 흑인 여성의 목소리를 문학의 중심에 세운 인물. 여성, 특히 흑인 여성의 삶과 고통, 그리고 그 회복력을 소설과 에세이 속에 깊이 담아냄. 그녀는 또한 ‘여성적 글쓰기(feminist writing)’의 전형을 제시한 작가.
앤절라 카터(Angela Carter, 1940~1992) 영국의 소설가로, 기이하고 매혹적인 상상력으로 잘 알려짐. 『피의 방(The Bloody Chamber)』 같은 작품에서 옛날이야기와 신화를 새롭게 비틀어, 여성의 욕망과 권력, 억압을 환상적으로 드러냄. 기존 질서를 전복하는 카터의 서사는 페미니즘 문학의 중요한 지점으로 평가.
앨리스 닐(Alice Neel, 1900~1984) 화가. 현대미술에서 보기 드문 ‘인물화의 대가’. 사회적 약자, 소외된 이들, 예술가와 지식인의 초상을 솔직하게 그려냄. 그녀의 초상화는 단순한 얼굴 묘사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증언하는 기록이기도 함.
위의 작가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의 글쓰기와 삶 속에 늘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는 현실이 개입해 있었다는 점에 주목.
아이는 이들에게 시간을 빼앗고, 창작을 방해하는 존재, 동시에 아이는 새로운 사유와 감각을 열어 주는 존재이기도 하며, 모성(母性)과 창작의 긴장 관계를 탐구한다.
“여성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회가 부과한 왜곡되고 비인간적인 모성상을 자신의 내면에서 걷어내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일에 필수적인 지식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엄마가 되거나 되지 않길 선택한 여성, 여성을 존중하는 삶을 모색 중인 남성, 출산과 양육이 사회가 정한 규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이들 모두가 반드시 거쳐야 할 책이다. -정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