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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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병 속의 따뜻한 녹차 한 잔, 새벽녘의 강가, 하염없이 달려보기.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흐린 날. 지금은 없는 사람의 부재를 아련하게 느끼며 그리워하기.”

(그리고 영혼의 부엌 님...)”


이것은 요시모토의 소설하면 떠오르는 심상들이다. 


마음이 너무 예민해져서 도무지 그 침잠의 불길이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날은 요시모토의 키친이 젤로 약발이 강하다.



밑줄 그은 부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능을 잘 살려 오랜 세월 손때가 묻도록 사용한 부엌이라면 더욱 좋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깨끗한 행주가 몇 장 걸려 있고 하얀 타월이 반짝반짝하게 빛난다.


구역질이 날 만큼 너저분한 부엌도 끔찍이 좋아한다. 바닥에 채소 부스러기가 널려 있고, 실내와 밑창이 새카매질 만큼 더러운 그곳은, 유난스럽게 넓어야 좋다. 한 겨울쯤 무난히 넘길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이 가득 채워진 거대한 냉장고가 우뚝 서 있고, 나는 그 은색 문에 기댄다. 튀긴 기름으로 눅진한 가스 레인지며 녹슨 부엌칼에서 문득 눈을 돌리면, 창 밖에서는 별이 쓸쓸하게 빛난다.”

“나와 부엌이 남는다. 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그나마 나은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진맥진 지쳤을 때, 나는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홀로 있어 추운 곳이든, 누군가 있어 따스한 곳이든, 나는 떨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싶다. 부엌이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 그 부엌에서. 나는 불에 데어도 칼에 베여도 두렵지 않았다. 철야도 힘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였다. 순서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만든 당근 케이크에는 내 혼의 단편이 들어 있었고, 수퍼마켓에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발견하면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언지를 알았고,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어둠 속,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을 아슬아슬 걸어 국도로 들어서서 후, 하고 안도한다. 이젠 질렸다고 생각하면서 올려다보는 달빛의, 마음으로 스미는 아름다움을 나는 알고 있다.”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싫은 일은 썩어날 정도로 많고, 길은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험하다... 고 생각되는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조차 모든 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황혼녘의 햇살을 받으며 가느다란 손으로 초목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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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kitchen 2004-08-2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깜짝 놀랐습니다. ^^a 저는 부엌, 하면 지금보다 많이 젊은 엄마가 한밤중에 부엌문 닫아 걸고 다라이에 물 퍼다 놓고 뒷물하실 때 나던, 쪼르르~쪼르르~뭔가 관능적이면서도 애처러운 그 소리가 먼저 생각나구요 (그 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오줌이 마렵던지..^^), 저보다 몇 살 많지도 않으면서 언니 노릇한답시고 연탄불 위에서 계란 후라이하다 연탄가스 마시고 부엌 바닥에 뻗어버린 큰언니가 생각납니다. 생각해보니, 그 시절 저희 부엌엔 먹을 게 없었어요....

superfrog 2004-08-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모토 바나나 좋아해요..^^ 저한테도 약발이 센편.

비로그인 2004-08-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키언니 코멘트도 추천하고 싶어요.ㅋㅋ
그래요...으흠..이런 책을..보관함에 쏘~오옥!^^

2004-08-2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8-2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솔키 님의 닉네임이 영혼의 부엌인 것이.... 요시모토의 키친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했어요~!
언제나....날것같은 님의 글...생생합니다...!

금붕어 님도 요시모토 팬? 와우~! 전 요시모토 작품이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좋아요...!!

폭스 님...그죠? 솔키 언니 님의 멘트는 저를 자주 놀라자빠뜨립니다...!!

superfrog 2004-08-2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님, 제 유일무이한 리뷰 당선작이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닙니까..ㅎㅎ

icaru 2004-08-2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에서야 읽었습니다. 아아....멋진 글이에요...퍼왔습니다. !!!

superfrog 2004-08-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hanicare님 코멘 덕에 퍼옴을 당했군요^^ 이 리뷰 덕에 hanicare님을 알게 됐다죠.ㅎㅎ

icaru 2004-08-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러셨구나...

비로그인 2004-08-2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깜딱 놀라서 왔어요. 쏠키를 대상으로 리뷰를..그럼 골룸에 대한 고찰, 뭐 그란 연구보고서인가, 허고요. 흐음..멋진 리뷰.,잘 봤어요, 복순 아짐.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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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작가와 작품의 정보에 대해 대체로 무지한 나는 전작의 아성에 기반해서 책을 골라 읽곤 한다. <마구스>의 흡인력 때문에 이 소설 또한 재미를 100% 믿을 수 있었고, 읽고보니,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말해도 될 법하다.


<마구스>가 자전적인 소설이었던 반면에, 이 소설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그 시대의 사회상과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일테면 주인공 신사 찰스와 그의 하인 샘과의 관계(결말 부분의 샘의 주인에 대한 배반은 그 시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포목상 집 딸(신흥 갑부)인 찰스의 약혼녀 어니스티나나, 신앙이라는 틀을 내세워 겉치레와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노부인 폴트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만으로는 자전적일 리 없는 작품임에도 이전에 읽었던 <마구스>에서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첫째, 주인공이 빠져들게 되는 중층 책략이 있다. 약혼을 앞둔 주인공 찰스. 작가는 그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과 심리를 쫒아가면서 또다른 주인공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사라의 심리는 그저 추측만 하게끔 한다. 사라의 정체에 대해서 사라가 하는 말들의 상징성에 대해서 독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영국이라는 도덕적이며 낡은 사회, 또 하나는 미국인데, 모든 걸 잊기 위해 막연한 동경과 약간의 거부감을 안고 찾은 신세계에서 오히려 활력과 자유를 찾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셋째, 막판 반전이 있다.

 

이 책의 뒤에 번역자 김석희의 글을 보면 이 소설에는 문학사를 형성해온 갖가지 소설론과 기법들이 등장하는데, 자뭇 고전적인 장치와 전위적인 기법들이 두루 장인의 솜씨 안에서 찰흙처럼 주물러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그야말로 읽어볼 가치가 큰 작품이라는 것을 압축해주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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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었군요. 오래 전 영화로 봤었는데. 그때 참 감동스럽게 봤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근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읽어보고 싶구랴. 지금 읽어야 할 책도 산더미 같이 많은데...일단 추천하고 가용!^^

hanicare 2004-08-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겹이 층층이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소리같은 소설이었지요.

icaru 2004-08-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아...영화로요~! 메릴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인공으로 나왔다던 그것 말인가요? 음...메릴스트립의 사라 연기가 어떠했을지... !!

하니케어 님... 정말.. 엄청 급한 일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도... 이 책의 끝페이지를 볼 때까지 저 끄떡도 하지 않았지요... 결말이 많이 궁금했거던요....

비로그인 2004-08-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거 케이비에쑤 명화극장에서 방영되었었는데 중간부터 봐서 뭔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확, 채널 돌려버렸었던 기억이..헴헴..ㅠ,.ㅠ

비로그인 2004-08-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 둘 걸...

2004-08-27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8-2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 흐...언젠가 또 해주겠죵??...명화극장이 아니면..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이런걸루...함께 기다려보아요!!

아...이안 님...! 전...님이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는 걸...어렴풋이 간파했었다지요... 님이 세월..그니까...영화 디아워스 말씀하실 때요...

저도...메릴 스트립의 분위기가 나는...중년이 되어간다면.. 늙는게 전혀 서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용^^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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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는 이 책을 사랑과 섹스와 결혼의 상관 관계 내지는 그 모순을 다룬 소설로 일목요연화시켰지만, 내게는 좀 다르게(아니 같은 건가,) 읽혔다.  남보기엔 부러울게 없는 30대 후반 남자의 뒤늦은 정체성 찾기의 스산스러움 뒤의 감회랄까.

30대 후반의 주인공 하지메는 자신 안에 결락이 있다고 느낀다. 그것은 치명적인 굶주림과 같은 허무이다. 왜 이런 결락이 생겼을까. 그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언제나 어떻게든 다른 인간이 되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늘 어딘가 새로운 장소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손에 넣고, 거기에서 새로운 인격을 갖추려고 해왔던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성장이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퍼스너의 교환 같은 것이었다. 8년을 지겹게 교과서 편집을 했지만, 유키코를 만나면서 튼실한 재력을 갖춘 장인까지 얻게 되었고, 독창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고 지겹기 짝이없던 그 일을 과감하게 접는다. 장인이 차려 준 가게를 늘리고 제법 규모있게 운영해가고,  딸아이 둘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때로는 장인으로부터 고급 증권 정보를 얻어듣고, 고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그의 결혼 생활은 그야 말로 아무 문제는 없고 평탄했고, 모든 것이 너무나 순조로웠다. 하지만 이게 문제였다.

20년전 어린시절 속에 각인된 여자 친구가 어느날 카페에 등장하는 것으로 차츰 정체성이 흔들린다.(아니 반대로 정체성 없이 살았던 것을 자각하고는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의 생활 속에 평안함은 있었지만, 열정이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20년전의 영원한 여인상 시마모토를 통한다면 빈 가슴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세상은 그런 게 아닌 것이다.)

 

홀연 시마모토도 떠나고, 하지메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본래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현실에 다시 충실하게 되기를 아내 앞에서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말을 한다. 다시 한번 당신(아내)에게 상처를 입히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겠노라고.


인생의 서른 후반이 되면 어떤 감정의 국면을 달리고 있을까. 그 즈음이 되면 독자 또한, 문득 이렇게 지금까지 꾸려온 것은 껍데기인 것만 같고, 느닷없이 나타난 누군가의 옆얼굴에 처자식(?)을 버려도 좋다는 생각을 먹을수도 있게 될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심심한 상상을 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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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004-07-2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은 자신 속에 감추어져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기회를 통해 주어지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열정이란 실제로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의 모습을 찬찬히 뒤돌아보면서...

icaru 2004-07-2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가끔...열정의 실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거든요...저야말로...열정이란 게 도무지 없다는 생각에...

열정이란 건...일견 사소하고도 가느다란 떨림 같은 것에서 시작하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들어요... 그 떨림이 후엔 굉장히 절실해지는 것이요.... 사소하고도 가느다란 떨림을 놓치지 말아얄텐데...후흠...


잉크냄새 2004-07-27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체성을 찾는다든지 자아를 찾는다든지 하는 문제가 반드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새로운 삶의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 보네요. 어쩌면 빛바랜 흑백사진을 뒤적여보듯 자기가 살아온 삶속에서 먼지 한번 툴 털고 그 모습을 살며시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차피 사람의 차이겠지만요.
이 책 삼십 후반이 되면 읽어봐야겠네요.아직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것 같아요.^^

호밀밭 2004-07-2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 후반의 인생, 어렸을 때는 정말 자식과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을 상상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가 정답이에요. 순조로운 인생이 문제가 되는 걸까요. 가끔 내 인생이 순조로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키의 소설 오랜만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메시지 2004-07-2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을 넘긴 선배가 마흔을 앞둔 선배에게 "마흔은 구렁텅이"라고 했다는 말을 제가 서른이 갓 넘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그런데 어쩌라구?"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떠오르네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선배가 미래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때 전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냥 흘려만 보내던 시간에게 조금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래도 난 아직 이라는 생각때문에 아직도 주어진 현실에 따라 흐르기만 하고있네요.

icaru 2004-07-2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네에...이 책을 읽기에 아직 어리신 듯 ^^ 으하하
노래에도 있잖아요~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길은 멀은데..가야 할 길은 더 멀은데.......자기만의 길을 간다는 것은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처럼...쉽지 않은 거 같아요.... 그러니까...되는 대로 두루뭉실하게 어울려 사는...하긴 이것도 쉽지 않더만요...

호밀밭 님~! 순조로운 인생이 문제가 되다니!! 열정이 빠진 인생은 아무리 순조로워도 김빠진 맥주와 같은가 봐요.... 하지만...저런 메세지를 통해, 순조롭지 않은 인생이나마 위로받는지도...모르겠어요... 내 인생은 순조로웠던가...저도 잘 모르겠네요... ^^

메시지 님...!! 그래도 주어진 생을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그것이 빛을 발할 날이 오리라고 저는 믿어요...! 열심히 잘 닦은 하루하루는 결코 삶을 배반하지 않는다니까는....

내가없는 이 안 2004-08-0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하의 단편에서 이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누구나 생활을 위해 자기 열정을 뒤로 물러앉힌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에 부딪히게 될 것 같아요... 여기서 방점을 찍는다면, '생활을 위해'겠지요. 헐헐...

tarsta 2004-08-31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지메 부인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대사도 묘사도 별로 없는 역이었지만, 남편이 자기를 배신했다고 하는데 침착하게 대응하던 부인. 그러면서도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여전한 여자.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보통은 남편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거나.. 그러는게 당연한거 아닐까 싶어서 말입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렇게 멋진 말만 하고.. 그건 아냐아냐..
부인의 반응이 너무나 이상적이라서 하지메와 시마모토의 이야기가 차라리 현실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음 그리고, 아이가 "아빠, 왜 거실에서 자?" 하고 물으니까 "응, 아빠가 코를 많이 골아서 엄마가 잠을 못자거든." 이라고 대답했던 대목, 웬지 웃음이 나왔습니다. ^^
어쨋거나, 이러나 저러나, 저는 하루키 팬이에요. ㅎㅎ.

icaru 2004-08-3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러네요.... 맞아요..!! 아내의 반응과 그 아량이 시마모토의 신비로움보다 더 울림을 주었지요....그 대화도 기억나요....

정말... 울 남편이 그랬다면 그래서 내가 그 부인처럼...차분히 천천히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지 싶었어요... !!

아...하루키 님 팬이시로구나..흐흐...전...아직 안 읽은 작품이 더 많아요... 최근에는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구해 놓았어요...맛난 음식 아껴 먹듯...재미있는 소설이 읽고 싶어질 때 찾아보려구요,.
 
발레소녀 카트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호밑밭 님의 잔잔한 리뷰 때문에 그리고 어두운 상점의 거리를 썼던 사람이 지었고, 장자크 상빼가 그림을 그렸다 하길래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아~ 가끔은 그렇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과 스토리를 봐 주어야 마음이 예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특히 두껍고도 빡빡한 활자의 책들이 읽기 버거워지는 날.

나는 까뜨린의 아버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매일 아침이면 딸을 깨우며, “우리 두 사람에게 활기찬 삶을.”이라고 말하는 아빠. 발레 강습소에서 알게 된 까뜨린의 친구 오딜. 그 친구의 초대로 아빠와 둘이 갔던 파티에서도, 삐까뻔쩍 하고 반드르르하게 차려 입은 다른 초청객들 속에서 우중중한 갈색 줄무늬 양복을 다려 입고 온 아빠는 그 으리으리한 사람들 속에서 기가 죽으려 하면 할수록 호기롭고도 유쾌하게 사람들을 대하였다. 사람들이 응수를 안 해주어도 맘 상하는 티하나 내지 않고, 딸 카뜨린의 손을 꽉 쥐는 행동을 통해 스스로에게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오딜네 파티에 자동차 없이 갔으면서도, 아래쪽 길모퉁이에 주차해 놓은 전륜구동차가 자신들(까뜨린과 아빠)의 차라고 눈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 치는 아빠의 모습, 다른 사람들의 한결같은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아빠의 모습 등은 사람을 참 짠했다. 자식에게 물려 줄 가진 것도 좋은 배경도 없지만, 정감 있고 유쾌하게 사는 까뜨린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뭉글뭉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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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7-2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림이 참 예쁘죠. 아빠와 카트린의 아기자기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요. 상뻬의 그림은 유쾌해서 좋아요. 가끔 아빠와 딸이 나오는 이야기를 볼 때면 이 이야기와 함께 <은행털이 아빠와 나>인가요? 그 영화가 생각이 나요. 딸을 끔찍하게 아끼는 어수룩한 은행털이가 나오는데 그 딸이 참 예뻤거든요. 카트린과 아빠의 모습도 좋아요. 친구같은 부녀지간이 사실 참 어렵잖아요. 그래서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책이에요.

icaru 2004-07-2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그림도 이야기도 아지가기하고 좋았더랬죠...

저도 아빠랑 그다지 다정한 사이가 아니었죠...그나마 아버지가 연세를 드시고...완고한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좀...애닮픈 마음이 들어...잘 해 드리자....하는데..

아아...근데...님...안면도는 안녕하던가요? 만리포였낭..에구구...

비로그인 2004-07-2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쌍뻬의 <사치와 평온과 쾌락>주문해서 받았어요.
날이 이리 더워 그런지...너도 예쁜 그림과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들을 찾게 돼요.
<발레 소녀 카트린> 보관함에 넣고 갑니당~ ^^

icaru 2004-07-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님의 이미지 사진을 보고 있으니...저도 단발머리 하고파요...저 그림과 같은 스타일을 연출하기야 대략 아주 어렵지 싶긴 하지만...

내가없는 이 안 2004-08-0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읽고 싶어지는, 아니 감상하고픈 이라고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보고 싶네요... 단, 이상하게도 상뻬 책은 번역이 너무 거칠어서 늘 불만스러워요. 옮긴이를 기억해두지 않았는데 이것도 이 번역자의 작품인지는 모르겠네요. 저만 그런 느낌인가요? 그래서 전 상뻬가 굳이 출판사에 윤색 없이 직역으로 넣어달라고 주문을 했나, 의심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참...
 
만남
쥐스틴 레비 / 민음사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소설가 베르나르 앙리-레비의 딸래미가 쓴 소설이다. 사실 이 소설이 나왔을 때 프랑스의 세인들에 이목을 끌었던 것은 이 소설의 작품성에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 유명한 철학자이자 프랑스 선두 지식인의 2세가 그것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소설로 냈다고 하는데, 후일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솔깃했을 터다. 나처럼...그리고 갓 스물 한살 먹은 여대생의 자전적 소설에서 크나큰 작품성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싶다. 엄마가 유명한 모델이었다고 해서 그런건지 사진을 그렇게 찍어서 그런건지 책날개 속의 작가는 도발적이게 예쁘다. 과연 소설은 어떨지 싶었다.


잘나가는 유명한 지휘자 아버지를 둔 주인공에겐, 한 인간이 얼마나 극단까지 방탕해질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주는 전직 일류 모델이었던 엄마가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자신의 엄마의 삶을 단편들을 조각조각 그리면서, 그녀의 엄마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 그리나 엄마를 결코 닮고 싶지 않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열여덟살 난 자신의 사랑에 대한 환상과 집착과 환멸을 조금은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보여 준다. 우리 나라 작가 전혜성의 <마요네즈>와 유사하게 엄마에 대한 환멸과 애증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공들여 읽기엔, 본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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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7-0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공들여 읽기엔, 본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끙.절묘한 표현이십니다.후일담은...깍쟁이 프랑스인도 어쩔 수 없이 솔깃한가봐요^^?

icaru 2004-07-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 같죠..? 예전에 까트린M이라는 프랑스 여자(미술 비평가라나 모라나 하는)가 자기의 성생활을 책으로 냈는데...그 책도 자국에서 아주 선풍적으로 팔렸다죠...

stella.K 2004-07-0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지런히 열심히 읽으시누만요.^^

icaru 2004-07-0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그게요..이번주 토욜부터...막노동 모드에 들어가서...근 2주 동안은 "책이 다 모야..." 하며 피폐한 생활에 들어간답니다...그래서..미리 저축하는 기분으로 읽어대고 있어요 요즘...

superfrog 2004-07-0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뜨린 엠의 성생활 읽다가 3분의 1쯤에서 포기.. 도대체 이 아줌마의 체력이 이해가 안되는 마당에 더구나 책 내용은 더 이해 불가능이었죠.. 흠.. ;;;

icaru 2004-07-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진짜...대단한 체력이죠.....뭐 일삼아 저럴 필요가 있을까 싶게요...그리고...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자기 엉덩이가..이쁘다고 은근히..자랑했던 거...생각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