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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소녀 카트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호밑밭 님의 잔잔한 리뷰 때문에 그리고 어두운 상점의 거리를 썼던 사람이 지었고, 장자크 상빼가 그림을 그렸다 하길래 이 책을 찾아 읽었다. 아~ 가끔은 그렇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과 스토리를 봐 주어야 마음이 예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특히 두껍고도 빡빡한 활자의 책들이 읽기 버거워지는 날.
나는 까뜨린의 아버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매일 아침이면 딸을 깨우며, “우리 두 사람에게 활기찬 삶을.”이라고 말하는 아빠. 발레 강습소에서 알게 된 까뜨린의 친구 오딜. 그 친구의 초대로 아빠와 둘이 갔던 파티에서도, 삐까뻔쩍 하고 반드르르하게 차려 입은 다른 초청객들 속에서 우중중한 갈색 줄무늬 양복을 다려 입고 온 아빠는 그 으리으리한 사람들 속에서 기가 죽으려 하면 할수록 호기롭고도 유쾌하게 사람들을 대하였다. 사람들이 응수를 안 해주어도 맘 상하는 티하나 내지 않고, 딸 카뜨린의 손을 꽉 쥐는 행동을 통해 스스로에게 기운을 불어넣으면서. 오딜네 파티에 자동차 없이 갔으면서도, 아래쪽 길모퉁이에 주차해 놓은 전륜구동차가 자신들(까뜨린과 아빠)의 차라고 눈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 치는 아빠의 모습, 다른 사람들의 한결같은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아빠의 모습 등은 사람을 참 짠했다. 자식에게 물려 줄 가진 것도 좋은 배경도 없지만, 정감 있고 유쾌하게 사는 까뜨린 아버지의 모습에 마음이 뭉글뭉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