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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외국의 작가와 작품의 정보에 대해 대체로 무지한 나는 전작의 아성에 기반해서 책을 골라 읽곤 한다. <마구스>의 흡인력 때문에 이 소설 또한 재미를 100% 믿을 수 있었고, 읽고보니,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말해도 될 법하다.
<마구스>가 자전적인 소설이었던 반면에, 이 소설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그 시대의 사회상과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일테면 주인공 신사 찰스와 그의 하인 샘과의 관계(결말 부분의 샘의 주인에 대한 배반은 그 시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포목상 집 딸(신흥 갑부)인 찰스의 약혼녀 어니스티나나, 신앙이라는 틀을 내세워 겉치레와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노부인 폴트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만으로는 자전적일 리 없는 작품임에도 이전에 읽었던 <마구스>에서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첫째, 주인공이 빠져들게 되는 중층 책략이 있다. 약혼을 앞둔 주인공 찰스. 작가는 그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과 심리를 쫒아가면서 또다른 주인공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사라의 심리는 그저 추측만 하게끔 한다. 사라의 정체에 대해서 사라가 하는 말들의 상징성에 대해서 독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영국이라는 도덕적이며 낡은 사회, 또 하나는 미국인데, 모든 걸 잊기 위해 막연한 동경과 약간의 거부감을 안고 찾은 신세계에서 오히려 활력과 자유를 찾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셋째, 막판 반전이 있다.
이 책의 뒤에 번역자 김석희의 글을 보면 이 소설에는 문학사를 형성해온 갖가지 소설론과 기법들이 등장하는데, 자뭇 고전적인 장치와 전위적인 기법들이 두루 장인의 솜씨 안에서 찰흙처럼 주물러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그야말로 읽어볼 가치가 큰 작품이라는 것을 압축해주는 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