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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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그것은 이 책에 나오는 지문의 심정과 같았다. 연암이 누구인가?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다. 그러니 그분에게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멋진 인생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가 쓴 책들이 하나같이 금서(禁書)에 속한다. 이유인즉 정치적으로 험난한 탓도 있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의 글쓰기가 문제였다. 바로 문체반정(文體反正)을 파격적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가령, 연암은 우리에게 적오(赤烏) 즉 붉은 까마귀에 대해 아는 바를 써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한 까마귀는 검다. 그런데도 굳이 붉은 까마귀를 고집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것을 유몽인의『어우야담』에 나오는 제비와 개구리에 비유할 수 있다. 놀랍게도 제비는『논어』를 일고 개구리는『맹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비는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知之謂知知 不知謂不知 是知也)라고 지저귀며 개구리는 ‘독락악여중락악숙락’(獨樂樂與衆樂樂孰樂)이라고 운다는 것이다.

연암이 말한 붉은 까마귀라는 것도 실상 이렇다. 그는『연암집』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까마귀를 보라. 세상에 그 깃털보다 더 검은 것은 없다. 그러나 홀연히 유금(乳金)빛이 번지기도 하고 다시 녹색 빛을 반짝거리기도 하고, 더욱이 해가 비추면 자주빛이 튀어 올라 번득이다가 비취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내가 그 새를 두고 푸른 까마귀라 해도 좋을 것이고, 붉은 까마귀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라는 것이다.

이처럼 연암의 비판적 글쓰기는 새롭다. 하지만 새롭다고 해서 언제나 파격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암은 이를 경계하고자 글쓰기의 세 단계를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법고(法古)의 원리이다. 책을 정밀하게 객관적 입장에서 관찰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원리이다. 옛 것을 따르는 것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조하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사이의 원리이다. 이는 법고와 창신의 대립을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연암의 사상을 현실감있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호인다운 인간적인 면도 느낄 수 있다. 이 모두가 ‘인문실용소설’이라는 독서를 위한 쉽게 풀어 쓴 덕택이다. 이로 인해 옛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까이 하기가 어려웠던 연암이 오늘날 우리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와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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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0-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아님, 연암이 요새 너무 많이 팔리고 있는 것 같아요. 꾸욱^^

오우아 2007-10-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반갑습니다. 연암의 글쓰기는 남다르지요. 개성만점이라고 해야 하나....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최재천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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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멀리하는 내가 마음먹고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있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왕국>내지 <환경스페셜>같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즐겨한다. 생소하면서도 매우 흥미로운 생명들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으면 절로 경이로움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모순들을 굳이 조목조목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특히 요즘같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코 이 문제를 생략하거나 회피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생명은 아픈 마음을 치료해준다. 동시에 우리의 건강함을 되찾게 해준다. 한마디로 다양한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은 우리 시대의 최고의 웰빙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는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읽은 덕분이다. 바로 최재천의『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앞서 말한 환경의 오염에 따른 다양한 생명들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 그는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과 습성에 대해 아주 정감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래들의 따뜻한 동료애도 있고, 가시고기 아빠의 사랑이 있고, 갈매기의 이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원앙은 과연 잉꼬부부인가? 라고 하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오해를 말끔하게 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뭘까? 다시금 묻는다.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이 먹이 사슬이라는 생태계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반면에 인간은 자기 종족끼리 칼을 들이대고 싸운다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다른 동물들을 학대해오며 만족해왔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는 거꾸로 환경의 역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일찍이 침팬지와 함께 한 제인 구달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타잔을 읽으면서 타잔의 애인이 제인보다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희망의 이유』의 서문에 “환경 파괴와 인간 고통에 직면해서도 어떻게 낙관적인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나는 바로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라고 적고 있다.

최재천의 이 책 또한 같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그는 다양한 생물들이 멸종되는 위기를 안타까워하며 동물과 인간은 하나라고 한다. 그러면서 희망의 이유를 ‘알면 사랑한다.’라는 것이다. 즉 생명을 알기 위해서는 좀 더 그들에게 가까이 가야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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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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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를 읽었다. 문학동네 작가상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솔깃했다. 더구나 아픔을 부드럽게 감싸는 긍정, 가볍게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통쾌함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찬사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달의 바다라는 제목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파피용』를 연상하게 했다. 그런데 정작 내용은 밋밋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에서 작은 대답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생은 그런 게 아니라’는 식이다. 우리에게 현재와 미래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은미의 고모는 누가 봐도 우주 비행사라고 말할 수 있다. 고모의 편지에는 우주 비행사의 이야기들이 매우 그럴 듯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모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모는 나사 소속 우주 비행사가 아니라 우주 테마 파트의 샌드위치 매점 직원일 뿐이었다.

이것이 앞서 말했던 아픔이다. 그리고 거짓말을 통해서 삶을 더욱 긍정하게 하는 반전이 돋보인다. 이 책에서는 두 개의 거짓말이 삶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하나는 은미가 어렸을 때 했던 매너 없는 거짓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즐거움을 주는 가르침’이다. 결국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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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한길그레이트북스 57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한길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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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대단한 책을 읽었다. 20년에 걸쳐 명상을 했고 3년에 걸쳐 작업을 했다. 정확하기로 소문난 칸트마저 시간을 잊은 체 독서에 빠지게 했으며 괴테의 호주머니에는『호메로스』가 있었다면 그의 머리에는 이 책에 대한 기억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바로 루소의『에밀』이었다. 어느 착한 어머니의 요청과 권유에서 시작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미덕은 교육에 있다. 그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인간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했다. 유소년에서부터 스무 살에서 결혼까지 과정을 5단계로 구분하여 요구가 아닌 필요에 의한 교육을 통찰력있게 고백하고 있다.

가령, 사람은 세 종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말하는 목소리, 노래하는 목소리 그리고 감동적인 목소리이다.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세 종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는 어른처럼 세 목소리를 조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감정적인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 방법이다. 그보다는 부르기 쉽고 단순한 멜로디를 부르라고 했다.

이밖에도 루소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 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체 어른이 된 후의 문제만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만약 열 살 먹은 아이에게 판단력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루소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아이에게 150cm 키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을 때 단지 교육의 문제만을 염두에 두고 읽을 까닭은 없다. 이 책에는 인생을 어떻게 해야 잘 사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몽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도움들이 가득 있다.

오늘날 과도한 입시 경쟁에 몰린 학생들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어쩌면 이 모두가 교육의 문제에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의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망스러움을 당연하게 보아왔던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독창적인 교육 사상이 지금에 와서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한 천재의 이기적인 생각이 담겨있는 이 책은 분명 살아있는 교육 교과서이자 인생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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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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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슬픈 사랑이 더욱 애틋한지 모른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줄 안다.

그러나『좁은 문』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다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가볍지 않다. 청교도적인 규율에 따라 마음의 충동을 억누르며 사는데 어느 날 제롬은 알리사를 만나면서 사랑이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제롬에게 알리사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반면에 알리사에게 최고의 선물은 제롬이 아니었다. 바로 절대자(神)인 하나님이었다.

이들의 사랑에는 황홀한 로맨스는 없다. 대신에 그들은 사랑을 찾되 사랑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아야 하는 첫 번째 문제이다. 그리고 남녀의 사랑 없이도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법이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제롬은 ‘천국이라도 알리사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천국 같은 건 그만 둘테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사는 ‘찬양이 도무지 순수하지 않구나.’ 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듯 이 책이 들려주는 특별한 사랑은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드물다. 이와는 달리 넓은 문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들어가는 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좁은 문 앞에서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자기와 하나님의 사이를 가로막는다고 여긴다. 그리고는 결국 하나님에게로 가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이럴 때 제롬의 마음은 어떨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알리사의 사랑에 반대하고 싶다. 즉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가 아른거렸다.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이기 때문에 두 마리가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되어야 날 수 있다는 새다. 우리의 사랑이 비익조처럼 날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이다.

이럴 때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좁은 문』을 두드릴 필요가 충분하다. 다만 몇 번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그 사람의 운명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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