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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사랑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슬픈 사랑이 더욱 애틋한지 모른다.『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줄 안다.
그러나『좁은 문』에 나오는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은 다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랑은 가볍지 않다. 청교도적인 규율에 따라 마음의 충동을 억누르며 사는데 어느 날 제롬은 알리사를 만나면서 사랑이 무엇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제롬에게 알리사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반면에 알리사에게 최고의 선물은 제롬이 아니었다. 바로 절대자(神)인 하나님이었다.
이들의 사랑에는 황홀한 로맨스는 없다. 대신에 그들은 사랑을 찾되 사랑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아야 하는 첫 번째 문제이다. 그리고 남녀의 사랑 없이도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법이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제롬은 ‘천국이라도 알리사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천국 같은 건 그만 둘테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리사는 ‘찬양이 도무지 순수하지 않구나.’ 라며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이렇듯 이 책이 들려주는 특별한 사랑은 이 책의 제목에 나와 있듯 좁은 문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좁은 문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드물다. 이와는 달리 넓은 문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으로 들어가는 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좁은 문 앞에서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면서도 자기와 하나님의 사이를 가로막는다고 여긴다. 그리고는 결국 하나님에게로 가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이럴 때 제롬의 마음은 어떨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알리사의 사랑에 반대하고 싶다. 즉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 사랑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가 아른거렸다.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이기 때문에 두 마리가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되어야 날 수 있다는 새다. 우리의 사랑이 비익조처럼 날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하는 것이다.
이럴 때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가『좁은 문』을 두드릴 필요가 충분하다. 다만 몇 번을 두드려야 하는지는 그 사람의 운명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