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하우스 푸어, 경제학의 예측이 빗나갔다. 집을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고 바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뜬 구름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는 것과 사는 곳은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는 집을 사기 위해 숨 가쁘게 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집은 살기 위해 충분하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집은 살기 위해 꼭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혼돈은『거대한 전환』을 쓴 폴라니의 사유를 빌리자면 '묻어들어 있음(embededness)'이다. 이 책에서 폴라니는 19세기 이전의 인간의 경제는 사회에 묻어들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가 사회를 압도하면서 사회가 경제 안에 묻어들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오웰의『경제학 혁명』은 사회에 묻어들어 있지 않은 경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부제에 나와 있듯 '신화의 경제학'이다. 신화의 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인 시장중심이다. 시장중심은 경제적 성장을 우선시하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파레토의 법칙에 따르면 20%정도다. 그나마 이정도면 괜찮다. 지금은 '0.1%'를 위한 경제학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경제학은 어떤가?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학을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대신에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경제학은 이데올로기이며, 위조화폐라는 것이 해독제다.


저자의 '경제학 혁명'은 인간의 경제학에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주류 경제학의 10가지 오류를 과학의 힘으로 증명하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학은 ‘인간 행동의 수학적 표현’이다. 따라서 주류 경제학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 역시 그럴듯한 과학의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 말대로 과학의 위대한 힘은 ‘자기 교정’에 있다. 즉, 어떤 이론이 잘못되었다면 더 나은 것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혁명적인 주장들을 요약하면 먼저 주류 경제학은 뉴턴의 역학이다. 이것은 운동법칙이 입자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합리적인 역학으로 경제학에서는 ‘수요공급의 법칙’이 된다. 하지만 경제는 단순한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기상예측과 같다. 기상예측에서 관건은 구름에 있다. 구름의 형성과 흩어짐을 예측할 만한 방정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은 구름의 ‘창발적 속성(emergence attribute)’에 있다. 창발적 속성은 이전의 관습이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체계나 사고가 발생된 현상에 해당되는 특징을 말한다. 이로 인해 창발적 속성은 복잡계 특성을 가리킨다. 즉 일반적 체계로 구성된 지식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류 경제학은 ‘평균적 인간’에 있다. 평균적 인간이란 합리적 인간을 말하며 개인의 비합리성은 무작위적인 잡음과 같다고 여긴다. 효율적 시장 가설에 따라 시장은 다수의 합리적인 ‘이윤극대자’로 구성된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이나 신경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 전자가 일반 균형 모형이라면 후자는 행위자 기반 모형이다. 경제학을 보다 현실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경제인’이 아니라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무리수가 유리수보다 많고 곡선이 직선보다 그리는 방법이 많은데도 여전히 주류 경제학은 반대다.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라는 수학적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끝으로 주류 경제학은 ‘모두 필요한 자원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피크 오일(peak oil)에서 보듯 자원 고갈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류 경제학은 환경의 역습을 얼마든지 대체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로 새로운 에너지를 발명하면 된다. 이것은 자원의 진정한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오직 경제성장이라는 단기 효용에만 집중한 결과다. 반면에 생태경제학은 경제성장의 부정적인 영향이 그 어떤 혜택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가 불황의 연속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스피겔은 “경제적인 용어인 불황(depression)이 우울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depression)와 같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인간의 경제학은 ‘건강한 경제학’을 지향하고 있다. 주류경제학이 선호하는 GDP는 경제성장의 부정적인 효과를 무시한다. GDP의 대안으로 경제, 문화, 사회, 환경을 고려한 GNP(국가총행복), ISEW(지속 가능한 경제복지수), GPI(실질진보지수), HPI(국가별 행복지수)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낡은 신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석훈의 말대로 ‘비포 더 레인’이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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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uing -> buying / depresseion -> depression / ^^;;

오우아 2011-08-05 06:00   좋아요 0 | URL
탁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