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대단한 책을 읽었다. 20년에 걸쳐 명상을 했고 3년에 걸쳐 작업을 했다. 정확하기로 소문난 칸트마저 시간을 잊은 체 독서에 빠지게 했으며 괴테의 호주머니에는『호메로스』가 있었다면 그의 머리에는 이 책에 대한 기억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바로 루소의『에밀』이었다. 어느 착한 어머니의 요청과 권유에서 시작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미덕은 교육에 있다. 그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인간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했다. 유소년에서부터 스무 살에서 결혼까지 과정을 5단계로 구분하여 요구가 아닌 필요에 의한 교육을 통찰력있게 고백하고 있다. 가령, 사람은 세 종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말하는 목소리, 노래하는 목소리 그리고 감동적인 목소리이다.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세 종류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이는 어른처럼 세 목소리를 조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에게 감정적인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잘못된 교육 방법이다. 그보다는 부르기 쉽고 단순한 멜로디를 부르라고 했다. 이밖에도 루소는 어린이가 어른이 되기 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체 어른이 된 후의 문제만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만약 열 살 먹은 아이에게 판단력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루소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아이에게 150cm 키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을 때 단지 교육의 문제만을 염두에 두고 읽을 까닭은 없다. 이 책에는 인생을 어떻게 해야 잘 사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몽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도움들이 가득 있다. 오늘날 과도한 입시 경쟁에 몰린 학생들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어쩌면 이 모두가 교육의 문제에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의 현실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망스러움을 당연하게 보아왔던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독창적인 교육 사상이 지금에 와서 얼마나 주목을 받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한 천재의 이기적인 생각이 담겨있는 이 책은 분명 살아있는 교육 교과서이자 인생 교과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