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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인생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은 세 가지다. 재생적 즐거움, 육체적 즐거움 마지막으로 정신적 즐거움이다. 그리고는 사람마다 즐거움의 무게 중심이 다르다고 하면서 사람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평범한 사람은 무게 중심이 바깥에 있다. 둘째, 정신적인 수준이 보통인 사람은 무게 중심이 밖과 안에 걸쳐 있다. 셋째, 정신적인 능력이 탁월한 사람은 무게 중심이 완전히 자신 안에 있다. 철학자를 생각해보면 정신적인 즐거움을 누리며 정신적인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다.
탁석산은 우리 시대의 철학자이다. 이번에 신간 『탁석산의 서양 철학사』를 통해 ‘가장 쉽고 폭넓은 서양 철학사’를 편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사 없이,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말한 지혜는 실용적인 지식과는 다르다. 가령, 운전학원에서 배우는 운전법은 철학이 아니라 지식이다. 반면에 철학은 행복이나 욕망을 지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그보다는 논리적이며 이성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우리가 한눈에 철학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학사를 통해 철학의 흐름을 깨닫을 수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철학에 대한 지식을 정립할 수 있다. 문제는 철학 지식을 단순히 지식의 차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철학함’을 가르쳐야 한다. 철학함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철학적 딜레마에 대한 물음이며 생각의 즐거움이다.
저자가 철학사를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는 방법은 ‘긴장감’이다. 저자의 긴장감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이 책의 긴장감이, 주장 각각이 제대로 발언하도록 내버려두는 데 있다고 여깁니다. 즉, 필자가 자신의 해석을 내세우지 않고, 원저작자의 주장을 제대로 소개한다면, 그리고 사상사에 등장하는 수준의 주장이라면, 주장들을 나열만 해도, 긴장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p7).
긴장감은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해 앞선 철학자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만약에 철학사에 이런 긴장감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비판의 목소리가 없으니 철학은 발전할 수 없다.
이런 긴장감은 러셀이 지은 『러셀 서양 철학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러셀은 서양 철학사를 시대별, 주제별로 설명하면서 앞선 철학자들을 분석적 방법을 사용하여 비판하였다. 이 과정에서 러셀 자신의 방대한 지식이며 주관적 견해가 반영되어 나타났다.
철학은 어려운 사상이며 이론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서양 철학사를 이야기하듯 쉽게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설을 읽듯이 철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어느 순간 드러난다. 지금 세상은 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다르게 참 많이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다. 바로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정신적인 즐거음을 찾고자 한다면 삶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철학이 아니라 철학함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