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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관하여 - 이금희 소통 에세이
이금희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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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공감입니다. 우리는 공감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공감은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이 똑같이 느끼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슬픔에 잠겨 있으면 우리 또한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보통 이 정도면 공감 능력이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공감하는 과정에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공감하는데 부족하다는 말은 서로 반대인데요. 대부분의 공감을 정서적 공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서적 공감은 남의 감정에 대하여 자신의 감정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감 능력은 인지적 공감에 좌우됩니다.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이해를 통한 공감입니다.

이금희의 『공감에 관하여』는 말 그대로 ‘소통 에세이’입니다.이 책에서 저자는 “천 명의 사람에게는 천 개의 공감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인지적 공감을 이야기하는 데 있습니다. 정서적 공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감각입니다. 결과적으로 천 명의 사람에게 한 개의 공감만 필요합니다. 반면에 인지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개별적인 감각입니다. 우리가 소통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인지적 공감입니다.

이 책을 열면 정말로 저자 특유의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엄마는 양자역학’이라는 부분을 읽다 보면 엄마와 양자역학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과학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 깊숙이 소통과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엄마가 두서없이 말하는 모습이 마치 양자역학과 같다는 이야기에 놀랐습니다.

한편으로 제 자신에 대해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가끔씩 아내와 의견이 충돌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있는 말, 없는 말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짜증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보았더라면, 다시 말해서 아내의 말을 양자역학으로 소통했으면 서로 상처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자는 ‘자기 연민’에 대해서도 용기 있는 말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연민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문제는 자기 연민이라고 했을 때입니다. 연민의 대상이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데 있습니다. 세상만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마련입니다. “왜 나만 힘들까?” 하소연하며 자기연민이라는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게 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상처의 늪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일찍이 스위스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앙리프레데릭 아미엘은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연민을 버리고, 삶을 직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하루아침에 방송을 그만두었을 때 힘들었지만 자기 연민이 별로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녀에게 삶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었습니다. 지나간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 세상만사에 언제나 웃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는 버거운 삶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슬픔의 정서와 무게를 알게 됩니다. 우리에게 슬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더 중요한 일은 슬픔이 아니라 ‘이해’를 향한 노력입니다. 진정한 공감은 소통이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열린 마음입니다. “왜 저래” 말고 “왜 그럴까”라고 말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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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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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을 풍요롭게 하는 순우리말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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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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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하이데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소셀 네트워크 공간에서는 본명 보다는 필명, 즉 닉네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쉽게 말하면 별명(別名)이다. 나는 몇 번의 닉네임을 바꿔가면서 비로소 내 성격에 맞는 단어를 찾았다. 바로 오우아. 겉으로 보면 오우아는 모음의 연속이며 무엇보다도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우아는 사연이 있는 단어다. 오우아는 이덕무 선생이 쓰던 오우아거사(五友我居士)’를 줄여 쓴 말이다. 풀이하면 내가 나의 벗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말이 한국어라고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물론 정반대로 외국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요즘같이 신조어가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어에 대한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굳이 번거롭게 정체성을 따지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언어적 소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대방과 말하는 차원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 그렇다.

 


그런 면에서 신효원의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매우 반가운 책이다. 한국어를 전공한 저자는 자연스럽게 삶의 장면에서 순우리말을 발견했다. 순우리말은 100% 우리말이다. 다시 말하면 순우리말은 한자, 일본어, 영어 등 다른 언어가 섞이지 않았다. 내가 즐겨쓰는 오우아라는 닉네임은 비록 우리말이라고 하더라도 순우리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이금희 방송인의 말을 빌리자면 순우리말은 ‘AI가 쓸 수 없는 글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밑줄을 그어 가며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문장, 나를 움직인 문장에 밑줄 그어 가며 자신만의 역사를 영글(영글다: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열망하며 드레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 드레일까? 드레의 순우리말은 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를 뜻한다. 드레와 점잖은 무게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렇듯 저자는 잊지 못할 삶의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단어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특히 우리 입에 익지 못한 순우리말을 사랑하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랄까?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 흐무뭇함(매우 흡족하여 만족스럽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놀랍게도 내가 모르는 단어들은 대부분이 순우리말이었다.


책 구석구석에는 저자의 순우리말에 대한 마음새(마음을 쓰는 성질)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찾듯 숨겨진 단어를 찾는 것처럼 새삼스럽게 흥미로웠다. 또한 눈물, 웃음, 이야기 하나하나 새겨진 순우리말에 열중하는 한결같이(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꼭 같다)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이토록 곰살스러운(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에게 끌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가령, 걸음을 부르는 순우리말은 이렇다. 기운이 없어 비틀거리며 걸을 때는 허영허영하다’, 나쁜 소식을 듣거나 울적한 일이 생겼을 때 걸음에 힘이 빠져 쓰러질 듯한 걸음은 허전거리다’, ‘저춤거리다라고 한다. 반면에 힘없는 것과 관계없이 느릿느릿 걸음은 느실느실하다’, 아름다운 산책로를 걸을 때 한 걸음 한 걸음 꼭꼭 눌러 담아 천천히 걸음은 발밤발밤하다이다.

 

순우리말을 듣고 있으면 일상적인 말보다 더욱 실감 난다. 그만큼 삶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순우리말을 그러모아둔(흩어져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거두어 한 곳에 모으다)’ 단어집이 아니라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말과 글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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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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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로 재해석되는 고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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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사계
손정수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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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전(古典)에 대해 간단하면서 명쾌한 정의를 찾아보면,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왜 고전을 읽는가에 나오는 고전이란 독자들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궁한 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고전이라고 하면 읽지 않아도 마치 읽은 것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전 딜레마에 빠진 나머지 고전에 나오는 지식을 암기하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까닭도 고전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제대로 완독할 수 없었습니다. 젊은 청년이 가난 때문에 노파를 죽였다는 내용에는 뭔가 특별한 메시기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죄와 벌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청년이 왜 노인을 죽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한 나머지 다시 읽어보니 로쟈(소설의 주인공)이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생각했으며, 자신 또한 나폴레옹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영웅심으로 로쟈는 노파의 살해를 정당화합니다. 다시 말하면 가난이라는 운명에 복수하려고 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같은 맥락으로 읽었습니다. 83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늙은 어부가 운 좋게도 큰 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상어의 공격을 받게 되고 사투를 벌인다는 내용입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어부가 고기를 잡는 내용은 놀랍지 않습니다. 평생을 어부로 살았으니까요. 문제는 운이 끝났다고 비난을 받은 어부가 끝까지 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데 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어부의 운명이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운명이 아닌 다른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바로 사자 꿈입니다. 그래서 노인은 실패는 하더라도 패배는 할 수는 없다는 묵직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변의 가치를 지닌 위대한 작품인 고전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손정수의 비평 에세이 고전의 사계를 읽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타이틀은 비평입니다. 고전을 읽고 쓰는 리뷰는 한 편의 에세이입니다. 하지만 리뷰는 감상에 가깝습니다. 반면에 비평은 고전에 대한 안목입니다. 고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없이는 비평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저자는 고전의 창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 자신의 삶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작가 자신이 곧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문학작품의 주인공을 이해하기 위해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를 참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평의 해부를 살펴보면 역사비평에서 문학작품의 서사 양식를 신화, 로맨스, 상위모방, 하위모방, 아이러니로 구분합니다. 이에 따라 주인공은 신적 존재, 반인반신, 영웅, 보통사람, 인간이하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독창성인 부분은 원형 비평입니다. 원형 비평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극의 구성원리를 말하는 데 뮈토스(플롯)’을 시간적 원리로 놓고 디아노이아(테마)’를 공간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 뮈토스 시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이 희극, 로맨스, 비극, 아이러니라는 서술 패턴과 대응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이 왜 고전의 사계(四季)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비평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나름대로 사계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즉 희극의 뮈토스인 봄을 소설의 열린 결말과 인류의 미래로 해석합니다. 여기에 대한 작품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전개됩니다. 이러한 논리로 보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아이러니의 뮈토스로 겨울이며 인간의 고뇌로 빚은 시대의 초상으로 그려집니다. 반면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가을의 뮈토스로 가을이며 삶의 미궁과 이야기의 미로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름은 비극의 뮈토스이며 현실의 압력을 뚫고 나오는 환상의 힘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고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입니다. 요즈음은 AI가 작품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논리적인 맥락과 숙고하는 과정이 없다고 하면 고전에 대한 무궁무궁한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손정수의 비평 에세이를 읽으면서 고전이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평이라는 정교하고 논리적인 사고의 결에 따라 고전에 대한 안목이 훨씬 풍부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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