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비타 악티바 : 개념사 20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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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資本)이 뭘까? 자본이라는 말은 아주 익숙하게 들리지만 자본이 뭘까? 라는 질문은 아주 오랜 만에 듣는다. 자본이 곧 돈이라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우리가 짐작하고 있듯 자본이라는 단어는 그리 간단한 개념은 아니다. 홍기빈이『자본주의』에서 지적하고 있듯 자본은 하나의 수수께끼며 모호한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본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굳이 알려고 하더라도 개념이 다양하고 방대한 탓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식자층이 아니라면 일반인들이 자본을 운운하는 것은 자칫 반사회적인 다툼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홍기빈은『자본주의』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마땅한 이론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론을 무리하게 내세우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를 세 가지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생산, 화폐, 권력이다. 이것을 다시 생산, 화폐를 경제적인 측면으로, 권력을 정신적으로 측면으로 구분하고 있다. 즉 생산, 화폐가 순수 경제 논리인 반면에 권력은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라는 것이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세 가지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주의가 나타나게 된 역사적 원인과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자본주의 이행’이다. 자본주의 이행은 중세의 장원(莊園)에서 시작되었다. 장원은 폐쇄적인 자급자족의 경제단위이며 노동 분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중세 유럽문명은 11~16세기 말에 이르는 기간 완전히 새로운 문명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의 하나가 다름 아닌 ‘시장 혹은 화폐 경제’다. 그러나 금전에 욕구만으로 근대적 자본주의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저자가 16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울타리치기(Enclosures)’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화폐를 척도로 하는 생산성의 향상’이 전면적으로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산성의 향상은 화폐적 이윤이 좌우했다. 가령, 오늘날 개선이라는 improvement의 어원은 ‘이윤을 낳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다’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 말이 19세기를 통과하면서 ‘더 좋게 만들다(make better)’라는 의미로 확장되는 데 이것은 곧 ‘더 많은 이윤을 낼 수 있게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이윤이 농업에서 산업으로 확대되면서 이윤의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 산업에서는 다양한 생산 투입물들이 소비재가 아니라 다시 투입하기 위해 저축하여 쌓아놓은 ‘자재(stock)’이다. 그래서 이윤이 노동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자재의 생산성에 나온 대가’가 되었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전을 대략적으로 소개하면서 ‘고전적 자본주의 이론들’을 앞서 말한 생산, 화폐, 권력의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생산으로서의 저본은 리카도와 마르크스의 견해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하여 기계라는 자본은 생산과정의 주요한 주역이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 사회적 관계는 모두 돈만 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동원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칼 폴라니가 말한 ‘허구적 상품’의 개념이다. 이에 대해 리카도는 ‘불변자본’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생산이라는 사회적 관계’로 파악했다.

둘째, 화폐로서의 자본에서는 좀바르트와 베버의 견해다. 좀바르트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더 많은 화폐를 얻기 위한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정신적인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 조직’과 ‘경제 체제’를 구별할 것을 주장했다. 그의 계산적 합리성은 단지 몇몇 직종이나 경제 조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성원들에게서 그리고 체제 전체의 조직 및 작동 원리에 서 발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베버 또한 자본주의가 단순한 화폐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고 했다. 베버는 ‘합리적인 이윤 추구’를 주장했다.

셋째, 권력으로서의 자본에서는 브로델과 베블런의 견해다. 브로델은 문명의 경제생활을 유명한 ‘삼층 구조’로 파악했다. 1층은 물질생활, 2층은 시장과 교환의 질서 그리고 3층은 자본주의다. 그는 자본을 시장 경제에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독점하거나 뜻대로 바꾸어 그것으로 큰 액수의 화폐를 벌어들일 수 있는 권력으로 봤다. 그런가 하면 베블런은 ‘투자의 자연적 권리’를 주장하면서 공동체 전체의 생산력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유형, 무형의 계기들을 자산으로 만들어 소유하는 권력으로 봤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았다. 일찍이 브로델은 “사건은 먼지”라고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너무 많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변화해 왔다. 그만큼 자본주의의 개념은 먼지처럼 불투명하다. 투명하기 위해서는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자본주의』라는 개념사를 통해 먼지가 가라앉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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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타 악비타 시리즈,, 사회과학 시리즈치고는 개념에 대한 내용도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이 책 참 좋은거 같에요. <자본주의>편도 한 번 읽고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