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계가 건반을 누르자, 인간은 한계를 넓혔다|동아일보


19세기 카메라가 처음 등장하자, 화가들은 깊은 절망에 빠졌지만
인물화보다 추상 미술 갈고 닦아
자동 피아노-AI 등 기술 발전이 예술을 새로운 범주로 확장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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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상자 시론(詩論)


종이 상자가 납작하게 접혀 있다

종이 상자는 물건을 담기 전

자신의 모습을 내세우지 않는다


종이 상자에도 글씨가 있다

종이 상자를 나타내지 않고

내용물을 대변한다


주로 흔한 재생 종이로 만든다지만

파도 모양 골판질로 음양의 힘을 깨치며

중심에 어께 맞댄 비움의 뼈대를 촘촘히 세운다


종이 상자는

나란히 연대하고

차곡차곡 공간을 절제한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세상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시가 더 깊은 시라면)


종이 상자는

과묵한 시집이다

나무처럼 우직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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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늘한 날에

서늘한 대화를 읽네

오직 정재승만이 가능한 이야기

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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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배봉산 근린공원

에 갔지 사는 게 바빠 지척에 두고도 십년 동안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그곳 상수리나무라는 직립의 고독을 만나러

갔지 고독인지 낙엽인지 죽음인지 삶인지 오래 묵은 냄새

가 푸근했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죽음이

다음이어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배봉산 근린공원에 갔지

바퀴 달린 신발을 신은 아이는 바퀴를 돌리며 혼자 놀고 있

었지 어차피 잠시 동안만 그렇게 함께 있는 거지 백년 후에

는 아이도 나도 없지 상수리나무만 홀로 남아 오래전 먼저

저를 안아버렸던 여자의 젖가슴을 기억해줄 테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날 그것에 갔지 직립의 고독을

만나러 갔지 죽음이 다음이어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 상수

리나무를 만나러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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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문, 그리고 마주 보는 다정함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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