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의 인생론 - 성장을 위한 철학 에세이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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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생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열일곱 살의 인생이 소중한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겪어야 할 인생과업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련 때문에 그럴 것이다. 흔히 청소년을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미성숙한 존재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열일곱 살의 현실은 서럽다. 오직 공부해야만 학생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작 그들의 불안한 심적 고통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다.


그런 면에서 안광복의『열일곱 살의 인생론』은 좋은 멘토였다. 나이 마흔 살에 열일곱 살 청소년들을 위해 그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15가지 주제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질문을 통해 그는 마흔 살의 교사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에 아팠던 열일곱 살 학생으로서 아이들과 만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열일곱 살의 고민에 대한 그의 철학적인 성찰은 ‘성장통을 넘어서는 데 도움을 주는 지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열일곱 살의 영혼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통해 열일곱 살의 겪는 문제를 몇 가지 살펴보면 하나,「의미-내가 바라는 것 뭘까?」라는 것이다. 열일곱 살이면 어른들로부터 공부만 잘하면 뭐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잔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어야 한다. 열일곱 살에게 공부는 인생 역전을 꿈꾸는 로또와 같다. 그러나 저자는 공부만 해서는 삶을 이끌지 못하며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부만을 맹목적으로 쫒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삶의 성장 과업에 있어 공부만 생각한 나머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고민 자체를 놓아버리게 된다. 이런 사람을 니체는 ‘낙타형 인간’이라고 했다.


둘,「짝사랑-사랑은 인생의 구원인가?」라는 것이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면 아마도 고흐의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흐는 성냥을 켜서 손가락을 불 속에 집어넣고는 사랑하는 그녀의 부모에게 “제발, 제 손가락이 성냥불에 타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그녀를 만나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하게 요구했다. 사랑이 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이라고 해도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플라톤이 ‘사랑은 영원을 향해 가는 사다리’라고 했듯이 플라토닉 사랑(platonic love) 즉 정신적 사랑이어야 한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을 쫒는 사랑은 온전할 수 없다. 짝사랑은 환상일 뿐이다. 에리히 프롬이『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하려면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셋,「인생 진도표-삶의 낙오자는 언제 결정될까?」라는 것이다. 사춘기(思春期)가 청소년기를 말한다면 사추기(思秋期)는 40대를 말한다. 공자는 40대를 불혹(不惑)이라고 했지만 오늘날은 구본형 말대로 ‘불혹이 아닌 유혹의 시기’로 봐야 적절하다. 한편 생물학자 최재천은 50대를 전후로 하여 “인생은 이모작하라.”고 권했다. 미국 의학 협회에 따르면 노인을 다음과 같이 기준으로 정했다. 첫째, 스스로 늙었다고 느낀다. 둘째, 자신이 배울 만큼 배웠다고 여긴다. 셋째, 이 나이에 그런 일을 뭐 하러 해, 라며 투정 부린다. 넷째, 자신에게 미래는 없다고 느낀다. 다섯째, 젊은 층의 활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여섯째, 듣기보다 말하기를 즐긴다. 일곱째,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이제 인생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저자 말대로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인생의 낙오자란 없는 세상이다.


넷,「변화-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면?」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엄청난 힘을 가진 고릴라이지만 힘없는 어린 아이 같은 인간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동물학자 클라이브 브롬흘은 ‘인간은 야수에 맞서 어린아이가 되는 전략’ 때문이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고릴라보다는 ‘착한 어린아이’가 되어야 잘 할 수 있다. 학교의 목적은 다름 닌 착한 어린아이를 길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착한 어린아이의 비극이라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저자는 기회를 바꿀 수 있는 담대함이라는 답을 들려주었다.


다섯,「애도-죽은 뒤에도 삶은 이어지는가?」라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베레나 카스트는 삶이 치유되는 과정을 5단계로 정리했다. 즉 마주하지 않으려는 시기, 분노와 노여움의 시기, 죄책감에 시달린 시기, 탐색과 분리의 시기, 새롭게 자신과 세계와 관계를 맺는 시기다. 이러한 과정을 프로이트는 ‘슬픔 노동’이라고 했다. 슬픔을 이겨내는데 노동하듯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상실의 고통이 그냥 고통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보다는 카르페 디엠(carpe deim),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여야 한다. 지금을 즐기며 죽음을 기억해야 삶이 그만큼 소중하며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 T.S. 엘리엣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개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안광복은『열일곱 살의 인생론』에서 열일곱 살과 열린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절절한 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씨름하는 열일곱 살에게 이런저런 멘토를 들려주는 책보다 잠 한 숨 편히 자는 것이 더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열일곱 살이 알았더라면 좋았을 15가지들이 있다. 저자의 바람과 같이 우리의 영혼을 맑게 해주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용기와 희망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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