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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갖고 싶니? ㅣ 웅진 세계그림책 124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우리 집에는 여섯 살, 세 살 인 두 아이가 있습니다. 둘 다 이것저것 갖고 싶은 게 많습니다. 그래서 형이 놀고 있는 장난감을 동생이 달라고 떼쓰고 때로는 동생이 갖고 노는 장난감이 셈나서 형이 빼앗아 버립니다. 그럴 때마다 여섯 살 형에게 동생한테 잠깐 주라고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혼난다고 잔소리를 하면 형은 못 이긴 척 줍니다.
이런 소란스럽기 그지없는 일상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의『너도 갖고 싶니?』는 아이들이 갖고 싶은 속마음을 재치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독창적인 유머를 보는 재미도 가득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고슴도치 머리에 표정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을 한 샘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심술궂게 자랑하는 제레미가 나옵니다. 제레미는 자전거를 시작으로 하여 축구공, 막대사탕, 고릴라 가면, 해적놀이 용품까지 샘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샘에게 “너도 갖고 싶니?”라고 자랑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레미는 자신이 자랑하는 물건들 때문에 오히려 엉망이 되고 맙니다. 예를 들면 축구공을 자랑하는 제레미가 샘과 축구를 하는데 제레미는 잘 하지 못합니다. 화가 난 제레미가 샘을 걷어차 넘어지자 드디어 공을 차지하는가 싶더니... 그만 공원 관리 사무소의 유리창을 깨뜨리고 맙니다.
또한 숲에 있는 샘에게 해적 복장을 하고 나타난 제레미가 놀려 대지만 “아니, 천만에”하며 계속 길을 걸어갑니다. 그 사이 제레미는 숲에 있는 해적들에게 잡혀 물속으로 풍덩 빠집니다. 그러자 샘이 되돌아와서 제레미를 물속에서 꺼내주는데도 오히려 제레미가 짜증을 냅니다. 동물원에 가야 하니까, 빨리 하라고 합니다.
이 그림책을 보고 여섯 살 아이는 제레미가 나쁜 친구라고 합니다. 샘은 친구와 함께 놀아줍니다. 뿐만 아니라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레미는 친구에게 자랑만 하며 혼자 놀려고 합니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데도 정작 제레미에게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친구와 사이좋게 놀지 못하는 잘못된 마음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제레미의 해프닝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었습니다. 세 살 난 아이도 덩달아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너도 갖고 싶니?』는 정말이지 갖고 싶은 책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속마음을 간결한 글과 환상적인 그림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샘이 진짜로 갖고 싶었던 것은 이런저런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샘에게는 마음이 더 소중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자전거나 축구공 같은 물질적인 마음이 아니라 숲속에 숨어있는 동물을 볼 수 있는 동심이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을 억지로 바로 잡을 수 없습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이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그 보다는 아이들에게 남을 생각하게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 책을 사이에 두고 형과 동생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어느 새 형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습니다. 동생은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V자를 만들 것입니다. 내 마음에도 V자가 그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