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 질병의 역습과 인체의 반란
이은희 지음 / 해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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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책은 나오는 대로 다 구해서 읽는다. 지금까지 나온 책 중 안 읽은 것은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이 한권. 내가 미드를 본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생활과 요원한 과학이 아니고 바로 우리가 느끼고 숨쉬듯이 가까이 있는 과학. 주로 인체, 질병, 유전 등에 관한 생물학적 지식을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능력에 대해서는 다른 책 리뷰에서도 여러 번 감탄하며 언급한 적 있다.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즐겨 보는 인터넷 과학 신문 사이언스 타임즈를 운영하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또다른 인터넷 사이트 '사이언스올'에 기고한 칼럼들을 모았다는데 인체 생리, 질병, 유전, 의약 관련 상식을 일반인으로서 필요한 만큼 잘도 요약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혹, 이쪽 계통을 전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음 물음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빨리, 책장을 휙휙 넘기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 사람에게 을 일으키는 세가지 주범은 무엇인가?
2. 말라리아가 아프리카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병이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3. 환경호르몬은 진짜 '호르몬'인가?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4. 광우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은 뇌, 척수 속에 분포하는 단백질이다. 먹은 것은 위, 소장, 대장 등의 소화 기관을 거쳐갈텐데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사람이 이 병에 걸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5. CJD와 vCJD의 차이는 무엇일까?
6. 바이러스는 암을 '일으키는' 쪽인가, '치료하는' 쪽인가?
7. 인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신경 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한가?
8.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은 혈액내 포도당 레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 내 포도당 레벨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가?
9. 아토피 피부염, 천식, 비염, 류머티즘의 공통점은? (실제로 내 아이가 아기였을 때 아토피때문에 한의원을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천식이 생기고, 비염도 생길 것이라고.)
10. 항체에 의한 면역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활성화된 세균이나 바이러스 전체가 다 필요한가?
11. 가끔 예방 접종때문에 병원에 가면 '생백신'. 혹은 '사백신' 하는 말을 듣게 된다. 백신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12. 소독멸균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보통 상처 소독에 쓰이는 '빨간약'은 포비돈-요오드 용액이다. 요오드가 어떻게 상처 소독에 관여하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것이 궁금한 적이 있어 의약 계통에 종사하는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는데 아무에게도 답을 듣지 못했다.)
13. 해열제로 가장 흔히 쓰이는 약 삼총사, 아스피린, 타이레놀, 부루펜은 모두 같은 종류의 약일까? 다르면 어떻게 다르고 어떤 사람들이 주의해야 하는가? (영국에 가서 타이레놀 얘기를 했더니 타이레놀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마지막 장의 '유전자 치료의 의미와 과정'에서도 얘기하고 있지만 유전자 치료라든지 줄기 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해 긍정적인 쪽으로 몰아서 얘기하지도 않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얘기하지도 않는다. 현실적인 필요성, 그 분야의 치료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그럴 때 있을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예시를 든다. 내가 이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는, 적절한 비유를 참으로 잘 찾아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호르몬과 호르몬 분비 기관, 작용 기관을 휴대폰의 문자, 문자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에 비유한 것, 이때 환경호르몬은 불법스팸문자에 비유한 것이라든지, 미토콘드리아를 에너지 충전소, ATP를 휴대폰 밧데리로 비유한 것 등, 이런 것들이 이 글을 쓰면서 그냥 저절로 생각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책에는 특히 각 장마다 화가들의 그림으로 시작을 하고 있는데 케테 콜비츠의 <어린이병원 방문>, 윌리엄 블레이크의 <이집트의 재앙: 역병>, 반 고흐의 <아를시의 병원> 등을 이런 책에서 만나는 느낌이 색달랐다.
의학이 발전되어 가면 갈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과 예상 못하던 문제점이 드러나고, 그것이 특히 더 심각하게 생각되는 것은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을 무시하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과학을 하는 사람의 묵묵한 철학이 아닐까.
소설보다, 아니 소설만큼이나 재미있게, 그리고 뿌듯하게 읽은 과학책이었다. 저자의 다음책이 또 기다려진다고, 전혀 과장 없이 말할 수 있겠다. 

* 1. 표지와 제목이 저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은 좀 아쉽다.  
* 2. 154쪽, 184쪽, 210쪽의 오자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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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려요.^^* 잘 지내시지요?
아이들이 방학중이니 서재놀이도 거의 불가능해요.
이젠 너무 늦어서 새해인사도 못하겠어요.ㅎㅎ
저도 하리하라~~~ 몇 권 보았는데, 이 책도 보고싶어지네요.

hnine 2011-01-13 17:5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아이들이 우선이지요. 서재놀이는 그 다음~ ^^
아이들과 무슨 책 읽으셨는지, 어떤 맛있는 것을 해주셨는지, 어딜 놀러가셨었는지, 사진 많이 찍어놓으셨다가 나중에 시간 날때 차근차근 풀어놓아주세요. 기다릴 수 있어요. ^^
제가 워낙 하리하라 왕팬이라서요. ^^ 같은 하늘님도 이 책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sslmo 2011-01-1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라하라 시리즈 사봐야겠어요.
님이 이렇게 칭찬을 하시니...왠지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들어서 말예요~^^

hnine 2011-01-13 18:00   좋아요 0 | URL
이 사람보다 더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과학 관련 책 저술가는 많지만 저는 이 사람 만큼 제대로 잘 알면서 동시에 쉽게 쓰는 사람을 아직 못 보았어요. 제가 워낙 골고루 여러 사람의 책들을 못 읽어본 탓도 있겠지만요. 양철나무꾼님은 누구 좋아하시나요?

반딧불이 2011-01-1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바로 올려주셨네요. 저 많은 질문에 한가지도 제대로 답을 못하겠어요.꼭 읽어봐야겠는걸요. 정보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19   좋아요 0 | URL
저 질문에 자신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요? ^^
아는 것을 부풀려 쓰려고한 흔적이 없고,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시키려 과장한 흔적이 없어서 좋아요. 다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더 쉽게 설명하는 것, 그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보여서 저는 좋더군요.

비로그인 2011-01-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요새 좀 자주 보이는 표지의 책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군요.
이시간쯤 되면 약간 머리가 멍해서 다양한 리뷰글들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 때가 많은데,,

이렇게 요약, 물음으로 정리해주시니 재미도 있고 쉽게 다가오네요. ㅎ
올리신 리뷰를 읽다 생각난건데요. 성인이 되고, 자기의 일에 몰두하며 살게 되면 특정 분야에 대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사지 않더라도 올리신 글에 대한 답은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hnine님~

hnine 2011-01-14 10:21   좋아요 0 | URL
저는 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하도 빨리 잊어버려서요 ㅠㅠ) 최소한 지금은 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제일 궁금하신지요? 찾기 귀찮으면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어요~ ^^

꿈꾸는섬 2011-01-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리뷰 읽으니 하라하라 시리즈 저도 기억해두어야겠어요.^^ 예전에 생물학까페, 한권 읽어봤는데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hnine 2011-01-14 10:23   좋아요 0 | URL
생물학 까페도 재미있었지요. 그동안 저자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고, 그래서 이후의 책들엔 그런 얘기도 간간이 나오더군요. 아무튼 저 책도 재미있어요. 표지도 좀 더 멋지게 만들고 제목도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건 아마 내용이 그만큼 마음에 들기 때문이겠지요.

감은빛 2011-01-14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눈에 띄었던 책인데,
여기서 만나네요.
필독서로 분류해두겠습니다.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나온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서점에서도 신간 코너에 있을 것 같네요.
자신있게 추천해드릴 수 있습니다 ^^

turnleft 2011-01-14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을 것 같아요. 찜!

hnine 2011-01-14 10:24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습니다. ^^
 
기묘한 생물학
한혜연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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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생물학이라니, 만화의 제목으로 너무 범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호기심이 생겼고 올라와 있는 리뷰들을 읽어보니 나쁜 평이 거의 없기에 어쨌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표지마저 전혀 만화책 표지 같지 않은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는데,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인 한혜연이라는 이름은 이 분야에선 꽤 알려진 만화가인 모양이다.
저자가 생물학과 출신이라지만 그간 펴낸 만화들이 모두 이 만화처럼 생물학과 관련된 것들은 아니다. 아무튼 여기 실린 일곱 개의 만화는 직접적, 간접적으로 조금씩은 생물학과 관련된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 중 한쪽 성을 따라서 유전되는 현상을 말하는 '한성 유전'. 첫번 째 만화의 제목이다.  두번 째 이야기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 한다'. 이것은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론인데 그것은 원래 배 발생동안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이미 성인이 된 한 개인에게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화학성분의 사료를 먹이며 키워지다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동물들, 그 영향이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담긴 만화 '먹이 연쇄', 생물학적인 근거는 희박하지만 동물 행태상으로나마 드물게 보여지는 현상을 소재로 한 '동기 감응', 네번 째 만화 제목 '오페론의 유전자' 자체는 원핵 생물의 유전자 발현 기작을 설명하는 이론이 맞지만 여기서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의 주동자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다는 이야기에 비유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완전 변태' . 여기서 변태는 곤충 등에서 보이는 탈바꿈을 의미하는 변태이다. 성적 도착 행위가 아니라. 마지막 만화 'Butterflies'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갈등, 경쟁, 복수를 그린 것으로서 일부 나비들이 다른 종류의 나비를 모방하여 의태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0 쪽이 겨우 넘는 얇은 만화책인데다가, 그것도 짧은 일곱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30분 여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제목처럼 기묘함을 느끼기엔 너무 짧고 얕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세 페이지에 담은 작가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생물학을 전공하고 만화가로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작가에 대해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물학을 전공한 만화가, 소설가, 화가, 디자이너 (현미경으로 보이는 패턴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교한지), 건축가 (생태 건축, 조경) 등등.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를 어떻게 읽었든 간에 이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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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이 만화였어요? 표지는 아닌데...^^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표지는 무슨 대학 교재처럼 생겼지요? 이런걸 무슨 마케팅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어요.

sslmo 2011-0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북이북스에서...대단한 모험을 감행했군요~^^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거북이북스를 잘 아시는군요 음...

감은빛 2011-01-1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고 나니, 무지 땡기는데요.
마지막 말씀 무척 공감합니다.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27   좋아요 0 | URL
저 책 평들이 좋아요. 알고 보니 저와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왜 아주 젊은 작가일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전공도 같고 해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다만 책의 별점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주었지요. ^^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에게 사준 기니픽 두마리. 이름은 브라우니 (Brownie)펏지 (Fudge)라고, 달콤한 디저트 이름 따라서 내가 지어주었다.
기니픽을 사주고부터 그전부터 아이팟 사달라고 조르던 것이 쏙 들어갔다. 축구 얘기도 예전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대신 관심은 온통 기니픽. 기니픽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있는 책이 우리나라 책 중에선 검색이 안되어 원서까지 어제 주문해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기니픽을 더 많이 키워 나중에 기니픽만 전문적으로, 종류별로 많이 키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단다. Pet Museum같은 것 말하냐고 하면서 우리 나라에 아직은 그런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으니 좋은 생각 같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아이도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기니픽 두마리중 브라우니는 집에 온지 며칠 안 되어 바로 죽고 말았다. 눈에 눈꼽이 낀 것을 아이가 발견하고 엄마, 브라우니가 이상해요 하고 말한 그날 오후에 바로 죽었다. 아이의 상심은 말할 것도 없다. 남은 한 마리가 외로울까봐 며칠 동안 인근 마트를 다 뒤져 한마리를 더 사다가 케이지에 넣어주고 이름도 또 브라우니라고 지어주었다. 하지만 죽은 브라우니가 계속 생각나는 아이는 어제까지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죽은 브라우니를 떠올리고 꼭 한번씩 눈물을 찔끔거리다가 잠이 들곤 했다.  

며칠 전부터 두마리가 또 좀 이상했다. 특히 펏지가 숨을 이상하게 쉰다고 해서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감기라고 주사 맞고 약까지 처방받아 왔다. 한번 기니픽을 잃어본 아이는 더욱 더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마루에 나와보니 숨을 쉬는 것이 꼭 천식 환자들 힘겹게 숨을 쉬듯이, 몸까지 들썩거리는 폼이 불길했다. 조금 후에 아이가 일어나서 나와보더니 펏지가 누워서 잔다고 한다. 그럴리가 없는데, 동물들은 누워서 자는 법이 없는데, 불길한 느낌이 더해갔지만 아이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을 다 먹고 학교에 가려고 준비하던 아이가 설겆이 하는 나를 부른다.
"엄...마..."
그리고는 곧 엉엉 울기 시작한다.
"펏지 죽었어요..."
불길한 예감대로 펏지는 눈을 반쯤 뜬 상태로 죽어있었다.
눈물울 뚝뚝 흘리며 죽은 펏지를 꺼내서 털을 쓰다듬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
학교 갈 시간이 되어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어깨가 축 쳐저서 집을 나섰다. 아직 밖이 환해지기도 전, 어둑하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면서 집을 나선 아이때문에, 죽은 펏지 때문에, 나도 이렇게 아침부터 끄적거리고 있다. 

펏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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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1-01-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5학년 때 집에서 키우던 검은 고양이가 죽었어요.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초로 죽음을 가까이 했던 기억이 아닌가 해요.
아이의 슬픔이 느껴지네요._()_

hnine 2011-01-1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키우던 고양이 죽은 후로 일기장 이름을 그 고양이 이름으로 짓고는 매일 얘기하듯이 일기를 쓰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잘만 키우면 정서적으로도 참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죽는 것을 보면 그게 꼭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금 남아있는 한마리도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

sangmee 2011-01-1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 맘이 많이 아팠겠다......
이별을 겪기엔 아직 참 어리지.
뭔가 기르다 죽고 참 안좋더라.우리집은 햄스터랑 사슴벌레 이후 스톱이다.

hnine 2011-01-11 12: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죽음을 앞에 놓고는 조금도 담담해지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 특히 자기가 직접 키우던 동물이 죽는 것을 보면 더 할거야.
얼마나 이뻐했는지 위에도 썼지만 아이팟 얘기를 기니픽 들어온 이후로 한번도 안꺼낼 정도였는데...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글을 읽는 제가 다 속이 상하네요.
파신분이 너무 약한 아이들을 파셨나봐요. 나빠라.

hnine 2011-01-11 12:45   좋아요 0 | URL
기니픽이 원래 중남미에서 자라는 야생종이래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 부터가 얘네들한테는 스트레스였을거예요. 그래서 저도 사오는 것을 반대했었는데 아이가 혼자이다보니 이런 살아있는 동물 옆에 두고 키워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제 위주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허락을 했더니만...
기니픽도 불쌍하고 슬퍼하는 아이보는 심정도 안타깝고, 그렇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2 08:5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어렸을때 쥐약을 먹고 죽은 우리집 세퍼드가 생각나요.
타고도 다니고 그랬는데..

이번에 온 녀석은 튼튼했으면 좋겠네요.. 휴.

hnine 2011-01-12 17:15   좋아요 0 | URL
어휴, 맞아요. 예전에는 집 곳곳에 쥐약도 놓고 쥐덫도 놓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세퍼드 타고 다니는 휘모리님을 상상~ ^^

세실 2011-01-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린이 많이 속상하겠어요 토닥토닥!
저두 그래서 동물 키우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은 참 좋아해요.
고슴도치는 다행히 생명력이 길어요.
아직도 불안하긴 하지만요...

hnine 2011-01-11 12:46   좋아요 0 | URL
아, 고슴도치는 생명력이 길군요.
기니픽 파는 곳에서 고슴도치도 팔던데, 나중에 다린이에게 한번 얘기해봐야겠어요.

책가방 2011-01-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우던 화초가 죽어도 마음이 아픈데.. 살아서 꼼지락거리던 녀석이 어느 순간 그렇게 되면 그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hnine 2011-01-11 12: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움직이지 않는 화초가 죽어가는 모습 보며 드는 죄책감도 만만치 않은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케이지 속에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던 것이 한순간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이에게는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이왕 받은 충격이니 극복도 잘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깐따삐야 2011-01-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안타까워요. 어릴적에 저도 이뻐하던 발바리가 죽었을 때 한참 그리워하고 슬퍼했었어요. 그 후로 무슨 의리 지킨답시고 다른 개들을 안 이뻐하는 척 하고 그랬었는데 말이죠. 다린이가 빨리 다른 것에 정을 붙이면 좋겠어요.

hnine 2011-01-11 12:5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발바리에 대한 의리까지 지키려는 노력을 하셨군요. ^^
아이니까 금방 괜찮아지지 않을까,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남아있는 한마리나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는데 불안 불안해요.

BRINY 2011-01-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앞으로도 얼마나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날까요...
이 아이들, 작아서 작은 변화에도 약해요. 원래 수명도 짧고, 먼지, 기온저하, 스트레스에도 쉽게 기침을 하고 호흡곤란이 되고 그래요. 그리고 작아서 손쓸 틈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말죠. 그래도 님의 가족들이 쏟아준 정성을 알거에요. 한마리 남은 거지요? 그 아이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면 좋겠네요.

hnine 2011-01-11 12:52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났어도 자려고 누우면 꼭 한번씩 생각이 나나봐요. 등 돌리고 훌쩍거려요. 오늘부터 또 한동안 그럴 것 같네요. 동물병원에서 안그래도 스트레스 얘기를 하더라고요. 스트레스 안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Briny님께서도 동물 많이 키워보셨나봐요.

울보 2011-01-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딸도매일고양이강아지노래를 하는데솔직히겁이나요 동물을 기른다는것이런 뜻하지 않은이별앞에서는 아이가.많이 속상하고슬퍼하는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얼른기운차려야할텐데. 않이위르해주세요

hnine 2011-01-11 12:54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도 고양이, 개 키우는 것 참 좋아해요. 집이 워낙 좁고 아파트이다보니 참고 있는 중이지요. 특히 형제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좋을 것 같은데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이별한 후 상심이 참 크지요. 저는 결혼 전에 키우던 개가 죽은 후에 얼마나 오래동안 마음이 안좋던지, 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곤 했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요. 정말 잘 키울 자신이 있은 후에 사줘야 하는건가, 오늘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무스탕 2011-01-1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가 학교도 들어가기 전 무슨 일에서였는지 동물이 죽으면 어디로 가냐고 묻더라구요. 동물은 사람같이 나쁜짓을 하지 않기에 물고기는 물고기천국으로 가고 나비는 나비천국으로 가고 그런다고 말해 줬더니 순진했던 시절이라 믿더라구요.

저도 어려서 강아지 고양이 많이 키웠는데 몇 마리는 죽어서 내보내기도 했지요. 그때 이뻐해주고 그렇게 헤어진거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안좋아요.
동물을 너무도 좋아하는 친정아버지는 마지막 강아지가 죽어서 헤어지게 된 후로는 다시는 안키우시겠대요. 마지막이 너무 힘들다고요.

다린이도 며칠, 아니 오랫동안 생각나고 속상해 하겠지만 곧 맘 정리 잘 할거에요.
남은 브라우니가 잘 커줬으면 좋겠네요.

hnine 2011-01-11 21:52   좋아요 0 | URL
애완동물은 정말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가족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 같아요. 안보면 보고 싶고, 이별할 때 무척 힘들고요.
정성이는 그때 무슨 생각에 그런 질문을 했을까요? 동물은 사람같이 나쁜 짓을 하지 않기에 라는 무스탕님 대답도 참 인상적이네요.
아까 남편이랑 다린이랑 나가서 펏지 묻어주고 왔어요...

마노아 2011-01-1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우리 다린이 어떡해요. 죽은 친구들도 안타깝고 상처받은 다린이 마음도 안쓰럽고, 엄마 마음도 안쓰러워요. 어제 둘째 조카가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얘기하던데 이게 충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ㅜ.ㅜ

hnine 2011-01-12 17:18   좋아요 0 | URL
키울 공간만 있으면 오히려 강아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강아지는 그래도 집안에서 잘 적응을 하는 것 같고, 동물 병원에서도 강아지에 대해서는 잘 알아서 조언도 해주고 적절한 치료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기니픽은 원래가 야생종이기도 하고 위의 Briny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얘네들이 미세한 조건에도 매우 민감하다고 그러시네요. 애완동물 키우는 것 자체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로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같은하늘 2011-0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죽음의 이별을 겪기에는 아이들 마음이 너무 여리잖아요.ㅜㅜ

hnine 2011-01-13 18:04   좋아요 0 | URL
어른인 저도 마음이 안 좋은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요.
남은 한마리도 오늘 제가 집에서 지켜보니 썩 좋아보이지 않아서 조금아까 아이에게 말해주었더니 그 얘기 듣자 마자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네요. 브라우니를 건강하게 잘 크게 해달라고, 그래서 새끼도 낳고 오래 오래 살게 해달라고요 (어제 브라우니가 새끼를 낳는 꿈을 꾸었다고 했거든요.).
 
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1. 스웨덴에 대한 나의 기억 

예전에 즐겨보았던 '세계의 어린이들'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본 스웨덴은 깨끗하고, 눈으로 덮여 있는, 맑고 투명한 세상이었다. 영국에 있을 때, 하이스트릿 한 골목길에, 영어는 아닌 것 같은 제목의 간판을 단 조그만 가게가 있었는데 (ORDIN- 어쩌구 하는) 가방, 문구류, 카드, 노트, 필기도구 등을 파는 곳이었다. 디자인도, 색상도 복잡하지 않으면서 세련되었고, 모던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져 탐나는 것들이 많았는데 가격을 보면 그야말로 허걱할 지경. 단순한 디자인의, 그리 크지 않은 가방이 약 십오년 전에 200파운드 (당시 우리 돈으로 약 40만원?)가 좀 넘었으니까 그 당시 내 형편으로는 구경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나중에 스웨덴에서 온 아이에게 그 가게 이름과 그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의 상표명을 대니 금방 알아들으며 스웨덴에서는 꽤 알아주는 디자인 회사라고. 그래서 그때 알게 되었다.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디자인 강국이라는 것을.
'오써' 라는 이름의, 위에 말한 그 스웨덴에서 온 아이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학생이었는데 하얀 피부에 금발 머리, 마른 몸매의 다소 차가운 인상이었고, 멋을 대놓고 내지 않아도 그녀 특유의 멋이 우러나는, 북구 미인이었다.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말을 할줄 모르는 것은 아니어서 누가 말을 시키면 말을 잘 하지만 먼저 나서서 말을 하는 타입은 아닌 것은, 영국 사람들과 비슷하나 그 수준이 한수 위였다. 외톨이는 아니지만 혼자서 하는 것을 즐겼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배어있는 듯. 네덜란드, 독일 출신들 만큼이나 영어를 잘했고, 그래서 그런지 은근히 사람 차별하는 영국 아이들이 만만히 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2.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1997년에 등단하여 이미 두 편의 소설을 출간한 엄연한 작가. 그럼에도 문장에 기교가 넘치거나 문학적인 표현들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느라 애쓴 흔적이 없다. 오히려 절제되어 있고, 주관적인 생각보다 객관적인 사실들을 연관시켜 생각하는 흔적이 보인다. 역사적 배경, 민족적 특성, 철학적 근거 등. 학자의 자세랄까?
이화여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가 그만 두고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 굳이 나이가 궁금하다면 84학번. 나보다 무려 1년 연배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었고 2006년, 마흔이 넘은 나이에 홀연히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 역사학과 석사 과정으로 유학길에 오른다. 스웨덴으로 떠나기 몇년 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 없고 반가와 하는 이도 없는 완전한 익명성, 그 새로운 존재 방식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좀 덜 알려져 있고 덜 화려하고 들뜬 곳, 차분한 곳을 생각하다가 스웨덴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스웨덴 공항에 처음 도착해서 무거운 짐가방을 질질 끌고 가는 동안, 이런 광경을 그냥 두고 못보고 얼른 도움을 자청하는 런던의 경험과 달리 아무도 나서서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을 보고, 그렇게 겨우 빠져 나온 공항에서 아래 위 검은 옷을 입고 목도리를 휘날리며 혼자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금발의 스웨덴 여자를 보며 새로운 눈이 트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결혼, 나이, 전공, 이런 것으로부터의 구속보다 그녀의 자유 의지가 더 컸기에 가능한 삶. 역사학 공부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단편 소설 몇편을 완결시키기 위해 늘 책상위에 노트를 두고 있었다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두고 있어야겠다. 

3. 이 책에 대해서 

저자가 간소하고 품위있는 나라라고 말한 스웨덴. 저자가 주로 지낸 곳은 웁살라대학이 있는 웁살라임에도 제목에 스톡홀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 아마 웁살라보다는 스톡홀름이 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곳이어서 그런가? 식물의 명명법을 제창한 식물학자 린네가 다닌 대학이 웁살라 대학, 그래서 내게는 웁살라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은데 남편에게도 물어보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이라는 제목에서 오후 두시는 겨울에 스웨덴에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저자가 그렇게도 좋아한다는 미스틱한 어두움의 시각을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 답게 쿤델라를 비롯해서 문학가, 문학작품 얘기가 종종 나온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철학자와 그의 사상 얘기도 자주 나온다. 유럽의 어느 나라에 있든지 전범국으로서 독일에 대한 얘기는 늘 끊이지 않는 이슈인 것 같다. 그에 따른 정치 이야기, 역사 이야기 등, 저자는 함께 공부하는 여러 국가 출신의 학생들의 이야기 틈틈이 유럽 전반에 걸친 사회 현상과 역사에 대해,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 나라의 문제, 아시아의 주변 상황들에 대한 자기 생각, 그 생각의 근거들을 여기 저기 피력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그녀의 이력이 그렇듯이 생각이 어느 한군데 고여 있지 않은 것 같아 읽으면서 느낌이 좋았고,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절제력있고 담담한 어조로 조금씩 풀어놓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스웨덴은 사회민주주의라는 방식을 택한 나라.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혼합형태라고 보면 될까? 빈부차가 적고 권위로 해결하려 들지 않는 나라. 우리가 말하는 소위 의사, 판사, 정치인 등의 부유층과 수입면으로 최하위층인 노동자 층의 수입 차이가 세배 정도 밖에 나지 않는 것은, 많이 버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세금을 견뎌내지 못하고 외국으로 이민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물론이고, 저자가 공부할때만 해도 비유럽권 유학생에게까지도 학비 혜택을 주었었다니, 돈 없어서 하고 싶은 공부 못할 수는 없는 나라이다. 남녀에 대한 차별 의식이 없어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부당한 대우도 없고 여자의 외모, 미모를 중시하는 사회도 아니라고 한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 앵커가 버젓이 TV 뉴스에서 일기예보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는 저자는 스웨덴에서는 오히려 남자가 내성적이고 온순해보이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여자라고 해서 짐을 들어준다던가, 별로 힘이 들지 않은 일도 남자들이 달려들어 도와주려고 한다든가, 그런 일도 없단다. '차가운 등'이라고 표현한 이런 습성은 남녀의 역할과 상하를 구분짓지 않는 그들의 사고 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함께 공부하며 마음껏 우정을 나눈 친구들. 마음껏 누린 스웨덴의 낯선 공기가 익숙해질 무렵, 3년 만에 그곳을 떠나면서 아쉬움과 그리움을 얘기하는 대신 이런 여러 가지를 누릴 수 있어서 내 생활이 풍요로왔고 행복했다고, 그래서 스웨덴을 떠나면서도 슬프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책 중에서 그녀가 인용했던 다음 구절처럼.

고향을 감미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허약한 미숙아이다. 모든 곳을 고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힘을 갖춘 사람이다. 그러나 전 세계를 타향이라고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완벽한 인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중에서-

그녀가 좋아한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협을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다시 들어보고 싶고, 그녀가 자란 곳 춘천에서 부모님과 함께 즐겨 갔다는 까페 '헤븐'에도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
스웨덴? 스웨덴에도 가보면 좋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웨덴에 가보고 안가보고, 거기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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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1-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웨덴에서는 못 살것 같아요.
지금도 살짝 날리는 눈발 때문에 심란해 어쩌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우울증 걸리기 딱 적절한 인자인 것 같단 말이죠~

85학번 이시군요~
근데 사진 상으론 꽤 많이 영거해 보이시던데...ㅋ~.

hnine 2011-01-08 18:38   좋아요 0 | URL
책에도 나오지만 스웨덴이 자살율 1위 국가라잖아요.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스웨덴 사람들의 표정은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더라는 내용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앞으로는 우울증 증상 전혀 없는 사람은 아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야 할지도 몰라요 ㅋㅋ
예, 빼도 박도 못하는 85학번, 올해 나이 마흔 여섯! 우후훗!!ㅋㅋ

비로그인 2011-01-08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5학번이라고 해도 믿으실듯 하던데요 ^^

북유럽.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디자인을 하는 곳으로 여전히.. 아마 디자인사(스칸디나비아..로요)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스웨덴 하면 아바 가 제일 먼저 떠오르던데요~ ㅎ

주말 전기현님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없어진다 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평일 12시로 옮기셨더라고요. 지금 다시 듣기로 줄창 듣고 있는데 역시 마음이 꽤나 편해집니다. hnine님 편안한 토요일 밤 되세요!!

hnine 2011-01-09 06:02   좋아요 0 | URL
스칸디나비아라는 단어를 발음을 할때의 느낌도 참 좋지요. 군더더기 없다는 것, 그것이 스웨덴의 디자인 특징이기도 하고 국민성의 일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지나친 간섭, 지나친 관여, 지나친 친절은 삼가하는...우리 나라 정서에는 좀 심심할 수도 있겠지요?
KBS프로그램이 대폭 개편되었더라고요. 한사람이 오래하는 프로그램들만 찾아서 들을까, 잠시 혼자 투정도 해보았습니다. 들으면서 정이 드는 것을 그 프로그램 뿐 아니라 진행자에게도 마찬가지인가봐요. 저도 전기현씨의 그 조용조용하고 맑은 목소리, 좋아했었는데 말이지요. 안그래도 요즘 다시듣기로 듣는 것이 많아지고 있어요.
 

 차를 타고 가다보면 이렇게 창 밖으로 자작나무가 보일 때가 있다. 흰색 수피때문에 눈에 금방 띈다.
이 정도면 자작나무 숲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저 군락 정도인데, 자작나무가 숲을 이룬 모습이 신문에 난 것을 보니 (강원도 만해 마을) 정말 장관이었다.

 

 

 

 

 

 

 

 

 

 

 

 

 

 

 

 

 

 

 

 

 

 

 

 

 

 

 

 

 

 

 

 

 

 

 

다음은 영월에서 찍어온 겨울나무.
잎 하나 달지 않고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곧 저 앙상한 줄기에서 새 잎이 돋아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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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작나무 너무 좋아해요. 특히
어스름 지는 무렵의 자작나무는 어릴 때 애지중지한 엽서 그림이 생각나서...
마음이 포근해져버려요~ ^^

좋은 하루되셔요!

hnine 2011-01-07 06:43   좋아요 0 | URL
언어 구사력의 부족함이 아쉬워지는 순간이지요. 자작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그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차좋아 2011-01-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작나무라는 게 우리나라에 있는거군요. 필란드에나 있는줄 알았어요 ㅎㅎㅎ 잘 봐뒀다가 다음에 만나면 반가워해야겠어요^^

hnine 2011-01-07 06:44   좋아요 0 | URL
나무 도감에 나와있기로는 우리 나라 전역에 분포한다고 해요. 그런데 외국 시에 많이 등장해서 그런지 왠지 우리 나라에선 보기 드물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

sangmee 2011-01-0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기분 좋당.ㅎㅎㅎ

hnine 2011-01-07 06:44   좋아요 0 | URL
^^ 다시 한번 고마와~

무스탕 2011-01-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작나무는 나무 이름만으로도 귀족스럽게 느껴져요. 공작, 백작, 남작 하는 자작이요 ^^
얼마전에 티비에서 봤는데 어디더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이 정말 숨을 멈추게 만들더라구요. 자연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줄때가 많아요♡

hnine 2011-01-07 06: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작위 중에 '자작'이 있지요, 우리 어릴 때 동화책에 무슨 무슨 자작, 남작, 공작, 이런 이름 많이 봤어요 ^^
저도 자작나무 숲 사진으로 봤는데 어디 외국인줄 알았다니까요. 알고보니 우리 나라 더라고요. 언젠가 꼭 가봐야지 생각했어요.

순오기 2011-01-06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본 자작나무를 헤이리에서 발견하고 혼자 감동했었어요.
아~ 우리나라에서도 자작나무가 살 수 있구나 했는데, 영월에서도 볼 수 있군요.
겨 울 나 무, 한 자 한 자 띄어 쓴 제목에서부터 엄습하는 감동~~ ^^

hnine 2011-01-07 06:47   좋아요 0 | URL
저는 나무 사진 찍는 것이 좋아요. 여름의 무성한 나무도 좋지만 저렇게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겨울나무도 좋더라고요. 저 안에서는 지금 봅에 새로 싹을 틔우기 위한 무서운 노력의 과정이 진행중이잖아요? 꼿꼿하고 처연한 외모와는 다르게요.

세실 2011-01-0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속으로 들어가면 환타지 세계가 펼쳐질듯한 느낌이예요. 멋져요!
자작나무구나...

hnine 2011-01-07 06:48   좋아요 0 | URL
환타지 세계를 들어가는 입구 같은 느낌, 와~ 멋진 표현인데요? 잘 기억해둬야지~~ ^^

섬사이 2011-01-0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나무다운 풍모를 지닌 나무네요.
나목으로의 모습이 잎을 달고 서있을 때보다 더 아름다울 것 같고
저 사이로 눈이라도 흩날린다면 정말 홀리지 않고는 못배길 것 같아요.

hnine 2011-01-07 17:58   좋아요 0 | URL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표현이 제 사진보다 훨씬 멋집니다. 정말 겨울나무는 '풍모'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꼿꼿이 선채로 흩날리는 눈발을 그대로 다 맞고 있는 나무를 보면 정말 가슴이 찡 할것 같네요.
저 그래서 동요 중에 겨울나무란 노래도 지금까지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비로그인 2011-01-08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깜깜한 밤인데, 올려 주신 사진 보니 심심하지 않네요.

크으 기분도 상쾌합니다^^

hnine 2011-01-08 06:48   좋아요 0 | URL
예, 좀 돌아다녔더니 흔직이 쌓였습니다.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면 가벼운 스케치라도 하고 싶은 풍경이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