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에게 사준 기니픽 두마리. 이름은 브라우니 (Brownie)펏지 (Fudge)라고, 달콤한 디저트 이름 따라서 내가 지어주었다.
기니픽을 사주고부터 그전부터 아이팟 사달라고 조르던 것이 쏙 들어갔다. 축구 얘기도 예전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대신 관심은 온통 기니픽. 기니픽에 대해 자세하게 나와있는 책이 우리나라 책 중에선 검색이 안되어 원서까지 어제 주문해놓은 상태이다. 앞으로 기니픽을 더 많이 키워 나중에 기니픽만 전문적으로, 종류별로 많이 키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단다. Pet Museum같은 것 말하냐고 하면서 우리 나라에 아직은 그런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으니 좋은 생각 같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아이도 좋아한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온 기니픽 두마리중 브라우니는 집에 온지 며칠 안 되어 바로 죽고 말았다. 눈에 눈꼽이 낀 것을 아이가 발견하고 엄마, 브라우니가 이상해요 하고 말한 그날 오후에 바로 죽었다. 아이의 상심은 말할 것도 없다. 남은 한 마리가 외로울까봐 며칠 동안 인근 마트를 다 뒤져 한마리를 더 사다가 케이지에 넣어주고 이름도 또 브라우니라고 지어주었다. 하지만 죽은 브라우니가 계속 생각나는 아이는 어제까지도 밤에 자려고 누우면 죽은 브라우니를 떠올리고 꼭 한번씩 눈물을 찔끔거리다가 잠이 들곤 했다.  

며칠 전부터 두마리가 또 좀 이상했다. 특히 펏지가 숨을 이상하게 쉰다고 해서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감기라고 주사 맞고 약까지 처방받아 왔다. 한번 기니픽을 잃어본 아이는 더욱 더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마루에 나와보니 숨을 쉬는 것이 꼭 천식 환자들 힘겹게 숨을 쉬듯이, 몸까지 들썩거리는 폼이 불길했다. 조금 후에 아이가 일어나서 나와보더니 펏지가 누워서 잔다고 한다. 그럴리가 없는데, 동물들은 누워서 자는 법이 없는데, 불길한 느낌이 더해갔지만 아이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을 다 먹고 학교에 가려고 준비하던 아이가 설겆이 하는 나를 부른다.
"엄...마..."
그리고는 곧 엉엉 울기 시작한다.
"펏지 죽었어요..."
불길한 예감대로 펏지는 눈을 반쯤 뜬 상태로 죽어있었다.
눈물울 뚝뚝 흘리며 죽은 펏지를 꺼내서 털을 쓰다듬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나도 마음이 안좋았다.
학교 갈 시간이 되어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어깨가 축 쳐저서 집을 나섰다. 아직 밖이 환해지기도 전, 어둑하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울면서 집을 나선 아이때문에, 죽은 펏지 때문에, 나도 이렇게 아침부터 끄적거리고 있다. 

펏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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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1-01-1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5학년 때 집에서 키우던 검은 고양이가 죽었어요.
며칠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초로 죽음을 가까이 했던 기억이 아닌가 해요.
아이의 슬픔이 느껴지네요._()_

hnine 2011-01-1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키우던 고양이 죽은 후로 일기장 이름을 그 고양이 이름으로 짓고는 매일 얘기하듯이 일기를 쓰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잘만 키우면 정서적으로도 참 좋을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죽는 것을 보면 그게 꼭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금 남아있는 한마리도 별로 상태가 좋지 않은데...

sangmee 2011-01-1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린이 맘이 많이 아팠겠다......
이별을 겪기엔 아직 참 어리지.
뭔가 기르다 죽고 참 안좋더라.우리집은 햄스터랑 사슴벌레 이후 스톱이다.

hnine 2011-01-11 12: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죽음을 앞에 놓고는 조금도 담담해지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 특히 자기가 직접 키우던 동물이 죽는 것을 보면 더 할거야.
얼마나 이뻐했는지 위에도 썼지만 아이팟 얘기를 기니픽 들어온 이후로 한번도 안꺼낼 정도였는데...

무해한모리군 2011-01-11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글을 읽는 제가 다 속이 상하네요.
파신분이 너무 약한 아이들을 파셨나봐요. 나빠라.

hnine 2011-01-11 12:45   좋아요 0 | URL
기니픽이 원래 중남미에서 자라는 야생종이래요.
이렇게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 부터가 얘네들한테는 스트레스였을거예요. 그래서 저도 사오는 것을 반대했었는데 아이가 혼자이다보니 이런 살아있는 동물 옆에 두고 키워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제 위주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허락을 했더니만...
기니픽도 불쌍하고 슬퍼하는 아이보는 심정도 안타깝고, 그렇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1-12 08:55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어렸을때 쥐약을 먹고 죽은 우리집 세퍼드가 생각나요.
타고도 다니고 그랬는데..

이번에 온 녀석은 튼튼했으면 좋겠네요.. 휴.

hnine 2011-01-12 17:15   좋아요 0 | URL
어휴, 맞아요. 예전에는 집 곳곳에 쥐약도 놓고 쥐덫도 놓고,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세퍼드 타고 다니는 휘모리님을 상상~ ^^

세실 2011-01-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다린이 많이 속상하겠어요 토닥토닥!
저두 그래서 동물 키우고 싶지 않은데 아이들은 참 좋아해요.
고슴도치는 다행히 생명력이 길어요.
아직도 불안하긴 하지만요...

hnine 2011-01-11 12:46   좋아요 0 | URL
아, 고슴도치는 생명력이 길군요.
기니픽 파는 곳에서 고슴도치도 팔던데, 나중에 다린이에게 한번 얘기해봐야겠어요.

책가방 2011-01-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우던 화초가 죽어도 마음이 아픈데.. 살아서 꼼지락거리던 녀석이 어느 순간 그렇게 되면 그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hnine 2011-01-11 12:4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움직이지 않는 화초가 죽어가는 모습 보며 드는 죄책감도 만만치 않은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케이지 속에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던 것이 한순간 누워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이에게는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이왕 받은 충격이니 극복도 잘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요.

깐따삐야 2011-01-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안타까워요. 어릴적에 저도 이뻐하던 발바리가 죽었을 때 한참 그리워하고 슬퍼했었어요. 그 후로 무슨 의리 지킨답시고 다른 개들을 안 이뻐하는 척 하고 그랬었는데 말이죠. 다린이가 빨리 다른 것에 정을 붙이면 좋겠어요.

hnine 2011-01-11 12:5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발바리에 대한 의리까지 지키려는 노력을 하셨군요. ^^
아이니까 금방 괜찮아지지 않을까, 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남아있는 한마리나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는데 불안 불안해요.

BRINY 2011-01-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앞으로도 얼마나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날까요...
이 아이들, 작아서 작은 변화에도 약해요. 원래 수명도 짧고, 먼지, 기온저하, 스트레스에도 쉽게 기침을 하고 호흡곤란이 되고 그래요. 그리고 작아서 손쓸 틈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리고 말죠. 그래도 님의 가족들이 쏟아준 정성을 알거에요. 한마리 남은 거지요? 그 아이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면 좋겠네요.

hnine 2011-01-11 12:52   좋아요 0 | URL
시간이 지났어도 자려고 누우면 꼭 한번씩 생각이 나나봐요. 등 돌리고 훌쩍거려요. 오늘부터 또 한동안 그럴 것 같네요. 동물병원에서 안그래도 스트레스 얘기를 하더라고요. 스트레스 안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Briny님께서도 동물 많이 키워보셨나봐요.

울보 2011-01-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딸도매일고양이강아지노래를 하는데솔직히겁이나요 동물을 기른다는것이런 뜻하지 않은이별앞에서는 아이가.많이 속상하고슬퍼하는마음이 여기까지 전해지네요. 얼른기운차려야할텐데. 않이위르해주세요

hnine 2011-01-11 12:54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도 고양이, 개 키우는 것 참 좋아해요. 집이 워낙 좁고 아파트이다보니 참고 있는 중이지요. 특히 형제 없이 혼자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좋을 것 같은데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이별한 후 상심이 참 크지요. 저는 결혼 전에 키우던 개가 죽은 후에 얼마나 오래동안 마음이 안좋던지, 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보곤 했어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요. 정말 잘 키울 자신이 있은 후에 사줘야 하는건가, 오늘은 그런 생각도 드네요.

무스탕 2011-01-1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가 학교도 들어가기 전 무슨 일에서였는지 동물이 죽으면 어디로 가냐고 묻더라구요. 동물은 사람같이 나쁜짓을 하지 않기에 물고기는 물고기천국으로 가고 나비는 나비천국으로 가고 그런다고 말해 줬더니 순진했던 시절이라 믿더라구요.

저도 어려서 강아지 고양이 많이 키웠는데 몇 마리는 죽어서 내보내기도 했지요. 그때 이뻐해주고 그렇게 헤어진거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안좋아요.
동물을 너무도 좋아하는 친정아버지는 마지막 강아지가 죽어서 헤어지게 된 후로는 다시는 안키우시겠대요. 마지막이 너무 힘들다고요.

다린이도 며칠, 아니 오랫동안 생각나고 속상해 하겠지만 곧 맘 정리 잘 할거에요.
남은 브라우니가 잘 커줬으면 좋겠네요.

hnine 2011-01-11 21:52   좋아요 0 | URL
애완동물은 정말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가족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 같아요. 안보면 보고 싶고, 이별할 때 무척 힘들고요.
정성이는 그때 무슨 생각에 그런 질문을 했을까요? 동물은 사람같이 나쁜 짓을 하지 않기에 라는 무스탕님 대답도 참 인상적이네요.
아까 남편이랑 다린이랑 나가서 펏지 묻어주고 왔어요...

마노아 2011-01-1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우리 다린이 어떡해요. 죽은 친구들도 안타깝고 상처받은 다린이 마음도 안쓰럽고, 엄마 마음도 안쓰러워요. 어제 둘째 조카가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얘기하던데 이게 충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ㅜ.ㅜ

hnine 2011-01-12 17:18   좋아요 0 | URL
키울 공간만 있으면 오히려 강아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강아지는 그래도 집안에서 잘 적응을 하는 것 같고, 동물 병원에서도 강아지에 대해서는 잘 알아서 조언도 해주고 적절한 치료도 받을 수 있는 반면에 기니픽은 원래가 야생종이기도 하고 위의 Briny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얘네들이 미세한 조건에도 매우 민감하다고 그러시네요. 애완동물 키우는 것 자체는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로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같은하늘 2011-0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가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죽음의 이별을 겪기에는 아이들 마음이 너무 여리잖아요.ㅜㅜ

hnine 2011-01-13 18:04   좋아요 0 | URL
어른인 저도 마음이 안 좋은데 아이들은 더 하겠지요.
남은 한마리도 오늘 제가 집에서 지켜보니 썩 좋아보이지 않아서 조금아까 아이에게 말해주었더니 그 얘기 듣자 마자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네요. 브라우니를 건강하게 잘 크게 해달라고, 그래서 새끼도 낳고 오래 오래 살게 해달라고요 (어제 브라우니가 새끼를 낳는 꿈을 꾸었다고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