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생물학
한혜연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기묘한 생물학이라니, 만화의 제목으로 너무 범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일단 호기심이 생겼고 올라와 있는 리뷰들을 읽어보니 나쁜 평이 거의 없기에 어쨌든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표지마저 전혀 만화책 표지 같지 않은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는데, 평소에 만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인 한혜연이라는 이름은 이 분야에선 꽤 알려진 만화가인 모양이다.
저자가 생물학과 출신이라지만 그간 펴낸 만화들이 모두 이 만화처럼 생물학과 관련된 것들은 아니다. 아무튼 여기 실린 일곱 개의 만화는 직접적, 간접적으로 조금씩은 생물학과 관련된 내용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 중 한쪽 성을 따라서 유전되는 현상을 말하는 '한성 유전'. 첫번 째 만화의 제목이다.  두번 째 이야기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 한다'. 이것은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론인데 그것은 원래 배 발생동안 일어나는 일이지만 여기서는 이미 성인이 된 한 개인에게서 일어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화학성분의 사료를 먹이며 키워지다가 비참하게 살해당한 동물들, 그 영향이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가 담긴 만화 '먹이 연쇄', 생물학적인 근거는 희박하지만 동물 행태상으로나마 드물게 보여지는 현상을 소재로 한 '동기 감응', 네번 째 만화 제목 '오페론의 유전자' 자체는 원핵 생물의 유전자 발현 기작을 설명하는 이론이 맞지만 여기서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의 주동자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을 자살로 이끈다는 이야기에 비유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완전 변태' . 여기서 변태는 곤충 등에서 보이는 탈바꿈을 의미하는 변태이다. 성적 도착 행위가 아니라. 마지막 만화 'Butterflies'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갈등, 경쟁, 복수를 그린 것으로서 일부 나비들이 다른 종류의 나비를 모방하여 의태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0 쪽이 겨우 넘는 얇은 만화책인데다가, 그것도 짧은 일곱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30분 여 만에 다 읽어버렸다. 제목처럼 기묘함을 느끼기엔 너무 짧고 얕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세 페이지에 담은 작가의 이야기는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고, 생물학을 전공하고 만화가로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작가에 대해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생물학을 전공한 만화가, 소설가, 화가, 디자이너 (현미경으로 보이는 패턴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답고 정교한지), 건축가 (생태 건축, 조경) 등등.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를 어떻게 읽었든 간에 이 작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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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1-01-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이 만화였어요? 표지는 아닌데...^^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표지는 무슨 대학 교재처럼 생겼지요? 이런걸 무슨 마케팅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어요.

양철나무꾼 2011-0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북이북스에서...대단한 모험을 감행했군요~^^

hnine 2011-01-13 18:01   좋아요 0 | URL
거북이북스를 잘 아시는군요 음...

감은빛 2011-01-14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 읽고 나니, 무지 땡기는데요.
마지막 말씀 무척 공감합니다.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hnine 2011-01-14 10:27   좋아요 0 | URL
저 책 평들이 좋아요. 알고 보니 저와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이 나지 않고 (왜 아주 젊은 작가일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어요.), 전공도 같고 해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다만 책의 별점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주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