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독설 2 - 흔들리는 30대를 위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아기를 낳고 휴직했다가 이제 아기가 돌 겨우 지나 복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있다. 지금 그 복잡한 머리 속이 보이는 듯 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일하면서 아이 키우면서 살림하기' 프로젝트에 대해 전화로 암담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읽을만한 책을 권해달란다. 예전에 읽은<엄마 학교> 와 최근에 읽은 <언니의 독설> 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내용의 책인것 같지만 읽어보면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내가 '언니의 독설 1권'을 읽었을 때 2권은 책 정보에 뜨기만 하고 출간은 되기 전이었다. 이제 2권도 나왔을테니 너는 2권도 함께 읽어보라고 했더니 내게도 2권을 보내왔다. (고마와, 친구야) 

제발 시어머니 될 사람 좀 보고 시집 가.(64쪽)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결혼은 당사자 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저자가 여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애를 봐주는지 아닌지를 보라는 것이다. 이 단도직입성이란. 살아보니 일하는 여자한테는 시어머니가 '굉장히' 중요하더라는 말은, 일하는 여자에게는 지원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 (남편 말고)이다. 그리고 그 지원군은 애보기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일하는 아줌마를 써도 마음을 턱 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하다 말고 뛰어와야 하는 상황이 꼭 발생한다. 그때 대신 뛰어가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겪어본 사람은 안다. 시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다 맡기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지원군을 옆에 두고 있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없으면? 인생 고달프다. 아이도 엄마도.

임신에도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94쪽)

이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로 부족하여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으니 바로 이 대목이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지 못해 일터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셋 낳아 키운 저자의 조언은, 승진 직전에는 애 갖지 마라, 애 낳고 오면 두세 배는 더 열심히 일할 거라는 각오로 자신 있게 배 내밀면서 직장 다녀라, 두살 터울로 낳으면 거의 모든 물건을 물려 쓸 수 있기 때문에 낭비가 없다라는 실질적인 조언까지, 거침이 없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은 이제 집어치우라고. 사회라는 건 구성원들의 배려와 도움 없이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맞출 수 있다면 최대한 맞춰주는게 옳다.

머물지 말고 전진할 것. 산후조리중 몸조리가 아니라 정신조리를 하라.(112쪽)

몸조리한답시고 집 안에서 살만 찌우지 말고,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은 잘 차려입고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갈 것이며, 책을 많이 읽어 정신이 한군데 정체되어 있지 않도록 할것이며, 동영상 편집을 배운다든지 블로그를 만들어서 글을 쓰면서라도 세상과의 소통을 계속함으로써 재미있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라고 한다.

애 낳아보고 얘기해라 (x)
길러보고 얘기해라 (O)

 아이 키우는게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아이는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제일이라면면서 여자에게 모든 걸 일임하는 분위기에서 여자들은 몸 상하고 마음 상해간다. 낳은 사람이 키우는게 좋다는 말은 낳은 사람만 죽도록 고생하라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육아는 본능이 아니라 훈련, 남편의 육아 나이를 키우라고 한다. 무조건 남자도 육아에 참여해야 하고 그건 일하는 여자나 그렇지 않은 여자나 마찬가지라고.
남편과 월급 조금 갖다 주는 걸로 싸우지 말고, 이런 것 가지고 싸워서라도 알려야 한다고.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대신 아이가 엄마의 일을 사랑하도록, 일하는 엄마를 존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135쪽)

 "엄마가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 "엄마가 출장을 가야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가? 그런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가? 저자의 말대로 해보자. "엄마가 회사에서 일을 잘해서 4박 5일로 발리에 보내준대. 엄마가 일을 잘 못했으면 못 갔을 텐데 일을 너무 잘해서 회사에서 상 받은 거야. 오는 길에 선물 사올게." 이렇게 말만 하지 말고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 여자들은 뭐 그렇게 미안한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부모에게.

계획된 자만이 떠날 수 있는 게 바로 여행 (189쪽)

돈 있고 여유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우는 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  가끔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로 여행을 떠나는데, 가족여행도 좋지만 저자는 30대 여성들에게 제발 혼자 떠나라고 권유한다. 여행을 떠나려면 '시스템'부터 가동시켜야 하는데 이 시스템 가동이란 미리 정보 수집하고 돈 모으기 시작하고 여행가는 즐거움을 미리 맛보며 에너지를 높이는 기간을 말한다. 돌아올 때 남편 선물은 필수. 

왜 여자들에게는 이런 '독설'이 필요한 것일까? 역할이 한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나 혼자 발 벗고 뛰어 해결되지 않는 장벽을 계속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략 없인 못 해낸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절대 누가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이런 책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다 쓸데 없는 얘기라고 할 수 있는 여성들이 나올 수 있는 시대였으면 좋겠고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다. 요원하다. 이 책은 그래서 절실하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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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8-0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학회나 보수교육 말고는 혼자 여행 가본적 없어요.
그리고 혼자 여행을 충전이 아니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저도 이런 책이 필요없는 시대가 오기를 학수고대해요~^^

hnine 2011-08-04 05:22   좋아요 0 | URL
학회나 보수교육 때문에 가는 것도 여행으로 보기엔 너무 무리이겠지요?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대로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지요. 일상의 스트레스가 그보다 더 클 경우를 제외하면요.
훌훌 털고 가는 혼자만의 여행을 전 늘 꿈꿔요. 이 책에서 보면 말만 하지 말고 '시스템'을 작동시켜 적어도 1년 후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그러는데...

순오기 2011-08-03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여자의 지원군도 여자군요.^^
난 우리 애들 시집 장가가서 손주 안겨주면 아주 잘 키워줄려고 맘먹고 있어요.
물론 제 엄마가 키우면 그 이상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언니의 독설~ 님 리뷰를 보면서 젊은 여성들이 꼭 읽고 단단히 준비하면 좋겠어요.

hnine 2011-08-04 05:25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지원군도 여자.
제 엄마가 키우면 그 이상 좋은게 없다고 할지라도 엄마 혼자 키우기에 너무 벅찬 일 아닌가 해요. 처음 해보는 일이니까요.
이 책, 저는 120% 공감하며 읽었답니다.

무스탕 2011-08-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일나가는 사무실에 여직원 한 명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모두 마치고 15개월만에 사무실에 나왔을때 애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답니다. 운좋게(?) 남편도 공무원이거든요. 그래서 남편이 5개월동안 돌지난 딸애를 키웠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사무실 언니들은 '나중에 네 남편, 딸래미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을 보낼까?' 그랬어요.
아빠들도 애들 귀저기 갈아주고 죽 끓여서 먹이고 같이 유아교실 놀러가서 놀아주고 그래봐야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아이를 키운다는게 어떤건지 안다니까요.
지금 그 아기 아빠는 복직했고 아기는 인사발령으로 본사로 들어간 엄마 회사의 육아보육시설에 다녀서 엄마랑 같이 출퇴근하고 있어요. 잘 풀린 케이스죠?

근데요, 전 나중에 지성정성이 '애 좀 봐줘..' 그러면 '못해! 엄마도 놀러다닐거야!' 그러고 안 봐줄 생각인데 이러다 우리애들 장가 못가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hnine 2011-08-04 20:03   좋아요 0 | URL
그때도 드럼도 배우러 다니시고, 서예도 배우러 다니시면서 하루 24시간 바쁘게 사세요. 며느리보다 더 바쁘게 사시는거예요 ㅋㅋ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아이보는 사람에게 돈은 돈대로 쓰고 불안해하고 비상시엔 집으로 뛰어가야하고,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같은 돈을 시어머니에게 드리고 부탁드리라고 하더군요.
위에 말씀하신 여직원분의 경우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출산율 감소 문제, 걱정 안해도 될텐데 말이지요.

stella.K 2011-08-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자 TV 나와서 말은 잘 하던데
그도 자꾸 들으니까 거기서 거긴 것 같더라구요.
책은 재미있으려나요?
하긴 이런 책도 읽어주고 해야하는데 30대라서 어떨까 모르겠어요.

hnine 2011-08-04 20:06   좋아요 0 | URL
책도 TV에 나와서 말하는 것이랑 똑같습니다 ㅋㅋ 그러니 stella님 이 책 읽지 마세요.
전 워낙 제목의 20대,30대, 40대, 50대 가리지 않고 읽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고보니 며칠 전엔 50대를 겨냥하고 쓴 책을 읽었네요 ^^

마녀고양이 2011-08-0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요, 앞의 '시어머니' 부분은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져요.
저는 바로 얼마 전에 시사인인가 한겨레에서, 자녀 학교 보내느라, 취업 안 하는 자녀 뒷바라지 하느라, 결혼한 자녀의 아이 키워주느라 내내 힘든 여자 (이런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읽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찡하더라구요.

어쩌면 저희는 엄마를 너무나 부려먹는 존재로 생각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시어머니도 엄마가 맞았나봐여, 부려먹을 존재로 취급되는게... ^^. 저는 그런 시어머니 되기 싫거든요. ㅎㅎ

hnine 2011-08-07 05: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기적인 면이 있지요?
일단 일하는 엄마 상태를 유지하려면 전투적이어야 하고, 독해야 하고, 때로 이기적이어야 하고. 당위성을 떠나서, 그렇지 않고서는 오래 못가는게 현실이지않나 싶어요.
제 경우엔 마녀고양이님 말씀대로 그렇게 이기적으로 엄마를 부려먹으려다가 엄마의 거부로 수포로 돌아갔어요. 다행일까요 불행일까요...

마녀고양이 2011-08-07 10:42   좋아요 0 | URL
잘 모르겠어요...
여하간 이러나 저러나, 참 힘든 현실이다 싶어요.
아이 맡기고 일하는 것,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렇다해도
그런 사유로 일을 포기하는 것 역시 너무 슬퍼요.

우리는 정말 힘든 사회를 살고 있는듯 해요. ^^
 
번데기 프로젝트 - 2010 제4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7
이제미 지음 / 비룡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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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인보다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할 때 더 신선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남몰래 상상해 왔다. (작가후기 중)

나 역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작가의 이 말이 반갑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
별일 아닌 일에 울고 웃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자아 정체성에 골머리를 앓는 시기가 청소년기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니, 이들이 울고 웃는 일이 정말 '별일' 아니란 말인가? 또한,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자아 정체성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이때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지 이 시기에만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룡소에서 주최하는 2010년 제4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다. 이제미 작가는 책 속의 주인공처럼 고등학생 때부터 소설 쓰기를 좋아하여 각종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 문학 특기자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긴 머리, 큰 키, 정말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만들어낼 것 같은 유쾌한 인상의 그녀.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인상처럼 읽힌다. 코믹하고 발랄하고 꿋꿋하고 뜻대로 안되어도 금방 포기할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이 악물고 피눈물 뚝뚝 흘리며 두 주먹 불끈쥐는 독기를 품는 타입은 아니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하면 되지 뭐' 할 타입, 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제목이 '번데기 프로젝트'인 것은 주인공이 참가한 백일장 주제가 '번데기'였던 것과도 관련이 있고, 나비 한살이에서 번데기 시기가 나타내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도 보여진다.

좋았던 점:
1. 위에 말했듯이 주인공 정 수선의 캐릭터는 이 시대 보통 고등학생의 모습에서 아주 벗어나 있지도 않으면서 (대학은 가고 봐야해, 이왕이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면 좋겠어) 그 어느 누구와도 구별되는 점 또한 가지고 있다 (소설이 내 인생의 제1 목표, 부모의 대우에 어느 정도 초연함,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낙천성). 이 소설을 살리는 점 중 하나는 주인공 외의 다른 인물들도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 누구도 그저그런, 행인 1, 행인 2가 없다. 제자를 밀어주려는 허무식 선생, 이상한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 모르고 살아온 추지행, 주인공의 롤모델이자 흠모해마지 않는 작가 이 보험. 이들은 모두 실제 인물들이며 약간의 변형만 했을 뿐이라고 작가후기에서 밝히고있다. 장편이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에 이런 인물들이 한 몫 하고 있다.  

2. 참신한 플롯이다. 많은 부분에 자신의 경험이 섞여 들어가 있을 것 같은, 공모전을 준비하는 여고생의 이야기이다. 수업 끝나고 식당 알바까지 해가면서 앞치마 주머니에 노트와 연필을 넣고서 시간 날때마다 벽에 대고도 쓰고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쓰고,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도 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작가의 모습에서 톡 튀어나보인다. 

3. 의미를 듬뿍 담아 심각한 소설을 쓰자는 대신, 재미있는 소설을 쓰자는 마음으로 썼지 않을까 싶게 유쾌하다. 주인공 정수선이 내 바로 옆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있는 것 처럼 대사도 행동도 생생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런 내공을 미처 느끼지 못하고 끝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자연스럽게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이 쉬웠을까? 

아쉬웠던 점:
1. 군더더기 인물, 군더더기 묘사
이야기 첫장을 장식하는 진수 오빠 이야기는 그 이후의 다른 사건들과 특별한 연관도 없고 그 이후로 다시 거론되지 않아, 없어도 이상할 것 없는 대목이었으며, 43쪽의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람처럼 헤벌쭉하고 있었다'라는 표현은 본문중에 작가가 '헤벌쭉'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것은 둘째 치고 정확한 비유인지 의문스럽다. 

2. 소설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사못 다르다. 전반부는 그야말로 명랑, 유쾌한 분투기 느낌이었다가 후반부에 가서 주인공의 작품이 저작권 문제에 걸리는 부분에서 결말까지는 예상못하던 긴장감 모드로 돌변한다. 반전은 좋지만 어딘지 반전이라는 느낌보다는 돌변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진정한 왕따가 되는 법과 진정한 작가가 되는 법은 어쩌면 이리도 비슷한지.
그래도, 아무리 세상이 내게 등을 돌리고 때론 내가 등을 돌려도, 난 계속 글을 쓰 거였다.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 지음으로써 주인공의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온 것은 다행이었다.

하루에 100매 쓰기를 몇 달간 강행하고, 작가 지망생이기 보다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하는 열혈 과학도에 가까왔으며, 소설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감동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 후기처럼, 앞으로도 재미있고 발랄한 작품을 많이 많이 써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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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8-0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이 책 재밌겠는걸요.
하루 원고지 100매란 말이죠.
전 100매는 고사하고 매일 일기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ㅠ.ㅠ

hnine 2011-08-04 05:27   좋아요 0 | URL
하루 원고지 100매씩 쓰다가 시력도 떨어지고 몸에 무리가 많이 왔었다는군요.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일정 시간 투자한다는 것. 그건 예외가 없나봐요.
양철나무꾼님은 매일은 아니라도 여기 서재에 며칠에 한번씩 주옥같은 글들을 올리시잖아요 ^^

하늘바람 2011-08-0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책 첨 나왔을 때 재미나겠다 했었던 책이었어요. 리뷰보니 더 그럴거같아요.
님의 리뷰보며 제가 왜 안되나 했어요 전 그냥 재미나게 읽고 말거든요. 풀롯같은거 생각도 안하고요.

hnine 2011-08-04 20:06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찜 해놓고 이제서 읽었어요.
재미있긴 한데 좀 산만해요. 하늘바람님이 작정하고 읽으시면 더 쪽집게 같이 집어내실 곳이 많을거예요.
 

기차가 서울을 떠났을 때서야 비로소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혼자서 떠나는 취재여행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정말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혹 때문이었다.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는 늘 불안해 보인다는 염려를 받았다. 발작적인 신경질과 괴상스런 침묵, 그리고 무모한 발랄함. 글을 쓰기 위해 그 모든 것을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을이 다 가도록 나는 글 한 줄 쓸 수 없었고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계약금을 끌어다 쓴 출판사 담당자의 협박어린 충고도 나를 움직이지는 못했다.
대전에서 십오분간 쉬었다가 기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 구내에서 뜨거운 우동을 먹던 사람들이 기차에 올라타서 자기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니 자리를 찾아야지.”
농촌여성을 취재하는 르뽀를 써달라는 부탁을 하러 전화를 한 선배가 용건 끝에 따지는 듯한 음성으로 덧붙였던 것이 지난달이었다.
“찾아야지."
“말은 잘한다.”
“미안해, 언니. 나 아주 잘 있어. 단지, 글을 쓸 수가 없어. 써봤자 모두 인간에 대한 절망만으로 가득 차게 될 것 같아.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
“………”
“………”
“그래, 절망하는 김에 밑바닥까지 가봐라. 그것도 괜찮지…… 밑바닥까지 갔을 때 그때 전화해.”
선배는 툭 뱉듯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뭇사람들이 그러했듯 어줍잖은 말로 나를 위로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놓은 많은 반박들이 마음속에서 갑자기 꼬리를 감추어버렸다. 이상으런 오기까지 생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면 다시 전화를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서 보고 느끼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모두들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개찰구에서 가방을 넘겨주며 선배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나는 선배가 건네준 쪽지를 펴보았다.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창덕리 순안마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내가 농촌을 읽어낼 수 있을까. 그것도 단 며칠 만에. 하지만 기차는 어쨌든 달리고 있었고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
돌아간다 해도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될 거야.”
나를 울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둘뿐이었다. 나의 어머니와 그리고 나의 딸.
나는 핏줄로 이어진 두 사람의 여성 중 한 사람 앞에서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 니가 알아서 해라. 이젠 나도 지쳤다…… 그래, 엄마 세대와는 다르지. 나도 너보고 이 에미가 그랬듯 꾹 참고 살라고는 말 안해.”
어머니는 울지 않았다. 내가 천진스런 딸아이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도 윗입술을 지그시 누르고 계셨다.
“이혼할 용기가 있는 년이 울긴 왜 울어! 다시 시작해. 기죽지 말고.”
추수가 끝난 논에는 젓빛 갈대와 마른바람 그리고 황량함이 가득 차있었다. 이젠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다.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순안까지 가는 버스를 타러 순창터미널로 갔을 때는 이미 어두운 저녁이었다. 그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어느새 나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서둘러 와버린 어둠 때문이었고 낯선 거리의 낯선 말투들 때문이었다.
터미널로 갔지만 순안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면 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차가 다니는 간격이 두 시간 반, 더구나 다음 버스가 막차였다.
나는 가방을 메고 거리를 걸었다. 배도 몹시 고팠고 추웠다.
정육점에 들어가 고기를 사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제과점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줄 과자도 조금 사고 나서 우유로 빈속을 때웠다. 제과점 한구석에 있는 어항 속에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난 당신한테 사육당하는 게 아냐!
당신이 당신 일을 소중히 하는 만큼 나한테도 일이 소중해.”
“여민이가 있잖아. 난 저 아이가 당신이 밤늦게 들어오도록 파출부 아주머니 눈치만 보고 있는 걸 참을 수 없어.”
“제말 이러지 마. 아이는 다 제게 주어진 방식에 적응하면서 사는거야. 내가 놀러다니는 거야, 춤바람 나서 카바레 다니는 거냐구! 날 용서할 수 없는 건 여민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그 알량한 봉건의식 아냐?”
“내가 당신이 늦으면 얼마나 애를 태우는지 알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당신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잖아.”
“당신이 날 믿는다면 설사 내가 밤에 떼강도에게 윤간을 당한다 해도 문제가 안돼! 왜 솔직하지 못하지? 여편네가 일한답시고 다른 남자들이랑 어울리는 게 싫은 거 아냐! 집에 오면 남들처럼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도 없고 썰렁한 방에 들어오기 싫다는 게 이유 아니야? 당신 우리 배고픈 시절에는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여민이 때문이잖아, 여민이!”
“아니야, 여민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떼강도는 있었고 그때도 난 밤늦게까지 취재를 다니곤 했어. 내가 싫은 건 당신이 좀더 당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거야!”
싸우던 것은 오히려 애정이 있을 때였다. 점차로 집안에서는 말소리가 줄어갔고 아이를 매개로 한 대화 이외엔 우리는 그저 서걱거리는 얼굴로 마주쳤을 뿐, 서로의 문을 굳게 걸어잠갔다.
버스 시간이 대략 이십분 남은 걸 보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어 살 된 아이가 엄마에게 안겨 제과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에 커다란 팥빵을 쥐어주면서 흐뭇한 얼굴을 했다.
나는 돈을 치르고 제과점 문을 열었다. 내가 무심히 지나쳐온 낯선 많은 간이역들처럼 나도 여민이를 잊게 될까. 나는 대합실로 들어섰다.
이상하게도 대합실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귀퉁이 의자에 앉았다.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았지만 시간은 몹시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군인 하나와 젊은 남자 둘이 들어섰다. 군인이 내 오른쪽에, 갈색 잠바의 청년이 내 왼쪽에, 그리고 나머지 이마에 흉터가 있는 젊은이가 내 앞자리에 와서 나를 돌아보았다. 영락없이 포위당한 꼴이었다.
“이곳 분은 아니신 거 같은디…… 여자 혼자서 뭔 일이시오? 학생이오?”
그들의 입에서는 독한 술내가 풍겨왔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었지만 비로소 실감이 왔다. 그렇다. 이곳은 대한민국.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나의 조국.
“좀 비켜주세요.”
나는 그들을 빠져나와 무작정 승강장 쪽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그들은 더 따라오지 않았다.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승강장에서 우글거리고 있었다. 몇 달째 사람들을 기피하고 지내던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순안이라는 팻말이 씌어진 줄 뒤에 섰다. 하교하는 고등학생들과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기집애 대학 보내서 뭘 혀. 고등학교까지만도 감지덕지제.”
앞니가 뻐드러지고 키가 훌쩍 큰 여자가 여고생들과 말을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순임인 공부를 잘하잖아요.”
그 여자의 입에서 긴 한숨이 나왔다.
“에미가 미꾸라지 팔아서 겨우 밥먹는디 대학은 무슨 대학.”
버스가 왔고 나는 그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앞니가 뻐드러진 순임이 엄마가 내 옆에 앉았다. 버스는 읍내를 빠져나가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덜컹이고 기우뚱거리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어, 순안마을에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나요?”
“아이고, 내가 그 마을에 사는디, 누구 집에 가는가?”
“저, 현이네 집에……”
“현이네는 왜?”
“취재왔어요.”
여자는 반색을 했다.
“농촌 취재 나왔다니께 우리 집에도 다녀가요. 전에도 뭣이냐, 글을 쓴다는 사램이 우리 집에서 이틀이나 자믄서 나랑 이야기허고 갔어. 헌데 소설은 안 나오등만.”
여자는 왠지 신이 나 있는 것 같았다 순안마을에서 내려 마중 나온 현이 어머니의 안내를 받아 가는 내 등뒤에 대고 그 여자는 또 소리쳤다.
“꼭 와야 혀. 모레는 일 안 나가니께.”
하늘엔 별빛 하나 보이지 않았고 기온이 몹시 찼다. 어둠에 낯선 눈으로 나는 더듬듯이 현이네 집으로 들어섰다. 으레 그랬듯이 이방인을 향해 개들이 미친 듯이 짖었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가족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서울 잡지사에서 연락을 받고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두 평 반이나 될까, 텔레비전 한대와 경대가 놓인 간소한 방이었다. 중학교 이학년인 현이는 방바닥에 도화지를 펴놓고 미술숙제를 하고 있었고, 그 동생들은 이 낯선 서울여자 앞에서 부끄럼을 타는지 윗언니가 숙제하는 데만 눈길을 주고 있었다.
나는 현이 아버지인 김만석씨에게 인사를 드리면서 직감적으로 이댁 식구들이 나를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며칠이나 머물 거냐는 물음에 계획과는 달리 사흘 정도라고 우물우물 대답해버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린 사실 아홉시 전에 자요.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지요. 그럴 수 있겠소?”
김만석씨가 물었다. 나는 사실 밤에 글을 쓰고 아침엔 잠이 좀 많은 편이었다.
“그래야지요.”
“그럼 내일 뵙시다.”
김만석씨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아주 뚝뚝한 말씨였다. 나는 큰딸 현이와 함꼐 작은방으로 들어섰다. 한 평 반쯤 되는 정갈한 방이었다. 이미 불을 때두었는지 방바닥이 따뜻했다. 의외로 잠이 쏟아졌다. 아침에 집을 나선 것이 아홉시 반이었으므로 천리도 못 되는 길을 근 열 두 시간이나 헤매어 찾아온 꼴이었다.

비가 퍼붓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열두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해 봄과 여름 사이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리고 또 내렸다. 나는 우산을 펴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도 가장자리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댔지만 택시들은 흙탕물만 튀기고는 나를 지나쳐버렸다. 그래서 겨우 택시가 잡혔을 때 나는 무조건 올라타고 애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서울 근교의 한 읍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데는 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운전사는 머리가 희끗희끗 오십이 넘어 보였는데 눈살을 좀 찌푸리더니 차를 출발시켰다. 비는 폭우에 가까울 정도로 퍼붓고 있었고 불광동을 지났을 때는 거의 다릴는 차가 보이지 않았다. 운전사는 차를 몰다가 자주 나를 돌아보았다.
“허어, 이거 이런 날에는 여자를 태우지 말랬는데. 흰옷 입은 여자는……”
운전사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여러 번 말을 되풀이할 때까지 나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구파발을 지나 차가 논길에 들어섰을 때 그는 또 말을 꺼냈다.
“요즘 세상이 아무리 개명했다고 하지만 이런 날은 왠지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요. ……내 친구 중에 하나는 글쎄 비오는 날 머리가 길고 하얀 옷을 입을 여자를 태웠는데……”
운전사는 말을 계속했다. 여자가 가자는 대로 험한 산골 앞에 차를 세우고 돈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렸지만 여자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들어가보니 그곳에 그런 여자는 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운전사가 분명히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자 문을 열어준 여인이 한숨 쉬며 말하기를 오늘이 바로 내 딸의 제삿날이유, 했다는 흔한 이야기였다.
“아가씨, 좀 잘 앉아보슈. 백미러로 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나는 그제서야 내 몰골을 돌아보았다. 흰 남방셔츠에 흰 모시재킷, 그리고 긴 생머리. 물론 밑에야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지만 나는 그가 정말로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이 그런 걸 믿고 있다는데 웃을 수도 없었고 저는 귀신이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더 이상했다. 나는 백미러에 내 얼굴이 잘 비치도록 앉아 그에게 자꾸 말을 걸었다. 하지만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이건 삶이 아니야. 어쩌면 여기 앉아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정말 유령인지도 몰라. 아침 여섯시부터 밤 열두시까지 지치도록 일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남편과의 부딪침.
차는 느릿느릿 달렸고 나는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파란 만원짜리 지폐를 그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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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따라 쓰다 (2/2)
    from 내 인생은 진행중 2011-08-08 15:21 
    비가 퍼붓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열두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해 봄과 여름 사이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리고 또 내렸다. 나는 우산을 펴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차도 가장자리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어댔지만 택시들은 흙탕물만 튀기고는 나를 지나쳐버렸다. 그래서 겨우 택시가 잡혔을 때 나는 무조건 올라타고 애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서울 근교의 한 읍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데는 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운전사는 머리가 희끗희
 
 
2011-08-03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03 08:24   좋아요 0 | URL
우울하고 절망하는 것도 여유가 있는 사람의 사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어요. 그런 내용의 글이 처음은 아니었을텐데 이 글을 읽으면서 왜 그리 강렬하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보리라 해놓고 이제서 다시 읽네요. 십 오년 만에...

2011-08-03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8-03 14:48   좋아요 0 | URL
어제 늦게 주무셨군요 ^^ 오늘도 무더운 날씨입니다.

저 책을 가지고 계신가봐요. 오래 전에 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빌려읽고 이번에 겨우 중고책 구입을 했답니다.이건 계속 소장하고 있을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1-08-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혹시 손으로 베껴 쓰셨을까요? 얼마 전에 비가 많이 올 때 창문 너머 비가 많이 와 방에 두었던 편지들이 잔뜩 젖어 말린 기억이 납니다. 참 많이도 쓰고, 많이도 받고 했었더라고요. 그렇게 손으로 쓴 글, 그리고 그것을 컴퓨터로 옮겨 적은 글. 사뭇 다른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냥 hnine님 서재에 들르니 막 그런 생각이 드네요 ^^

hnine 2011-08-07 05:36   좋아요 0 | URL
이번엔 손이 아니라 컴퓨터로 바로 옮겨 써 보았어요. 기계적으로 따라쓸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꼭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판에 이미 많이 익숙해져있나봐요. 손으로 베껴쓰는 것보다 속도감이 붙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더군요.
편지를 많이 쓰고 많이 받으셨군요. 저도 그랬는데 ^^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받은 편지들. 한때는 그것들이 나의 재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래 끌어안고 있는 것이 스스로 맘에 안들때도 있어요. 저는 변덕쟁이예요 ^^
 

내 자식도 나같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까?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생각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으니까. 

결혼 계획이 아직 없을 때 생각에도 나는 만약 자식을 낳는다면 나와 반대의 성격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니, 지금보다 예전에 더 나는 자존감이 그리 높지 않은 인간이었나보다. 

얼마 전, 남편 직장에서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성격, 적성 검사를 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MBTI검사에 몇가지 검사를 더 한 것 같은데 MBTI검사는 부모도 함께 받아서 제출해야한다고 해서 나와 남편도 따로 작성해서 검사자에게 제출했다. 

결과가 나왔으니 상담을 받으러 오라고 해서 갔다. 

MBTI검사 결과, 나는 INTJ형, 아이는 ENFP형.
두번째 항목만 같고 다 다르다.
상담자가 그런다. 엄마가 많이 힘드실 수도 있겠다고.
그렇다. 모두 엄마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면 지금보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러지 않겠다고 작정하길 잘한것 같다. 

그나저나, 나와 아주 다른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나의 생각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정작 검사를 받고 나와서 아이가 제일 궁금해한 것은,
"엄마, 나 커서 축구 선수 하면 잘 할 것 같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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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7-3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성격을 인정하고 마음대로 하려고 안 하신 거 참 현명하세요.
다린인 축구선수가 꿈이군요.^^
성격검사 저런 거 받아보면 서로 도움이 되겠네요.
좀더 알고 인정하고 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hnine 2011-08-01 06:3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마음 먹은 대로 안하고 있을 때도 많아요. 아이를 막 다그치다보면 이건 아이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화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거든요.
성격검사, 적성검사 같은 검사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좋은 것 같아요. 나 혼자 짐작하고 있던 것이 객관적인 검사 결과로도 확인되면 그건 믿을만 하니까요. 아이 검사 하면서 남편과 제 검사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서 재미있었고요.

하늘바람 2011-07-3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린이 남자아이라서 축구 선수 하고 싶어하는군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정말 제가 님께 배울게 많아요

hnine 2011-08-01 06:36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들은 자라면서 한때 다 한번씩 가져보는 꿈이 아닐까해요. 제가 보기엔 축구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지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꼭 찾아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함께 지켜봐줘야지요.

마노아 2011-07-3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한결같군요. 형제 자매들에게 검사를 해도 다 다르게 나올 것 같아요.^^

hnine 2011-08-01 06:3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러고 보니 서재 지인들의 성격이 문득 궁금 ^^
아마 한 사람이 한 가지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테니 (다중인격!!) 사람의 성격은 정말 많은 종류가 있겠지요.

울보 2011-07-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아이도 나랑 너무 다른 성격에 요즘. 참 힘든데. 저고리에. 나랑 다른 딸을 인정하고. 가능한 딸이 좋아하는거,, 딸의 생각을 많이존중하려고요...저도 남에게. 많이 배웁니다...

hnine 2011-08-01 06:40   좋아요 0 | URL
엄마가 힘들어할땐 분명히 아이도 힘들어하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제 생각을 많이 내려놓는다고 하는데도 아이에게 물어보면 엄마 맘대로 한다고 하는걸요.
완벽하게 지혜로운 엄마 다음으로 제일 좋은 엄마는 완전 방임형 엄마라고, 우스개 소리인지 들은 적이 있던데 그만큼 간섭과 통제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그게 쉬워야 말이지요 휴~
우리 같이 노력해요 ^^

마녀고양이 2011-07-3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BTI는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해서 시기 별로 변화하더라구요.
그런데 언니나 다린이나 중간에 'N'이 나온게 부러워요.
직감이 강하고, 나무보다 숲을 보는 스탈이신거잖아요, 저는 저번에 S가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TCI 검사라고, 기질과 성격 검사를 했는데 요즘은 직감이나 영성초월 쪽이 더 강해졌나보더라구요. 아마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가봐요. 다린이는 EJFP라니
이것저것 따지기 보다는, 마음이 가는대로 열정적으로 행하는 스탈인가 보네요. ^^

hnine 2011-08-01 06:43   좋아요 0 | URL
TCI검사라는 것도 있군요.
제가 직감에 많이 의존하는 것 맞는데 그래서 가끔 선무당이 될때가 있어요. 자제하고 있지요 ^^
다린이는 집에 가만히 있으면 병나는 아이래요. 좋고 싫은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 몰입 정도가 '너무나' 분명하고요. 모범생 스타일은 절대 아니라는거죠 ㅋㅋ

세실 2011-07-3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 더 나은 아이로 키우고 싶죠. 성격도, 직업도.....모두요.
다린이 잘 크고 있잖아요. 예의바르고, 배려심 많고, 님도 다린이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주고. 잘하고 계세요.

hnine 2011-08-01 06:46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저는 저의 이 속으로 끙끙 앓는 성격, 한번 마음 상하면 오래 가는 성격, 완벽하게 못할 거면 시도하기도 두려워하는 성격, 이런 것들이 싫었어요. 그래서 아이는 좀 털털하고, 표현도 잘하고, 못해도 한번 해보려고 하고, 이런 성격의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잘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격려해주신다 생각하고 오늘도 또 노력하렵니다. 좋은 휴가 되시게 오늘 비가 좀 그쳤으면 좋겠네요.

꿈꾸는섬 2011-07-3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랑은 다른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hnine 2011-08-01 06:48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그러시군요?
나의 결점은 닮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엄마들 마음엔 있는 모양이어요.
생각보다 행동하기를 더 즐기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했더니, 그 원은 풀었네요. 행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으면 못견뎌할 성격이래요 ㅋㅋ

진주 2011-08-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보다가 알았어요.
나인님 아이 이름이 다린이란 걸.^^

hnine 2011-08-01 19:18   좋아요 0 | URL
이름을 말하면 듣는 사람들은 '달인'인줄 알아요 ㅋㅋ
그래서 끊어서 또박또박 '다', '린' 이라고 말해주어야 하지요 ^^
고심하면서 이름 짓던 때가 엊그제 같네요.
외자로 쓰시던 진주님 아들 이름, 저도 기억나네요.

순오기 2011-08-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다른 아이로 키우고 싶지만, 어떤 땐 붕어빵이구나~~~느껴질 때가 많아요.^^
다린이는 엄마와 다른 아이로 자라고 있는거군요.^^

hnine 2011-08-01 19:2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DNA가 어디로 갔겠어요 ㅋㅋ
성격이 저랑 달라서 원하던대로 되었구나 싶은 반면, 그래서 앞으로도 더 신경을 쓰고 주의해야겠구나 긴장도 되네요. 특히 사춘기때...

하양물감 2011-08-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한솔이키우면서 별로 안힘든거보면 많이 비슷한거 같아요 잘하는것도 내가 잘하는것과 비슷하거든요 한번쯤 검사받아보고싶네요.

hnine 2011-08-01 19:21   좋아요 0 | URL
한솔이와 성격이 비슷하시기도 하고, 또 포용을 잘 해주시기 때문 아닐까요?
한솔이도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고 호기심도 많아서 엄마가 부지런해야 할 것 같은데, 하양물감님 잘 하고 계신거예요. 저는 늘 허덕허덕 거리는데 ㅠㅠ

2011-08-01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1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1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1 1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8-0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밀렸던 댓글 막 달고 있는데. 저도 INTJ입니다 ~ ㅎ
오늘 hnine님 서재 테러 수준인데 이거 보니 막 더 반가워서 이 댓글을 안남길 수가 없네요~

hnine 2011-08-07 05:38   좋아요 0 | URL
비슷하지 않을까 했지만 똑같을 줄이야! ㅋㅋ
반갑습니다. 우리의 이 심각진지모드 성격을 위하여 건배라도~ ^^

휴... 2011-09-2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모-자식간의 성격차이 그거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저는 23살인 대학생입니다만,
어머니와의 성격차이로 하루하루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답니다.
저는 흘러흘러 들어와서 자제분 나이라던가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아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심지어 유아교육전공자라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ㅜㅜ
에고 몇시간 전부터도 어머니랑 성격차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ㅠㅠ

hnine 2011-09-22 16:30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저의 어머니와 그리 성격이 비슷한 편이 아니라서 결혼 전에 갈등이 참 많았답니다. 결국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해야하는데 자식이 부모를 먼저 인정하기 보다, 더 어른인 부모가 자식을 받아들이고 내 뜻대로 끌고 가려는 집착을 놓아야할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보다 가족간의 갈등, 특히 부모와의 갈등은 잘 풀어나가지 않으면 참 오래 가고 상처로 남기도 하는 것 같아요.
 
Jumping the Scratch (Paperback)
사라 윅스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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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 깊숙이 감춰져 있는 돌덩이를 꺼내어 놓기 까지의 여정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에 글을 끄적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해소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응어리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심리 말이다.
이 책에는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열 한 살 남자 아이 Jamie 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사고가 일어난 후의 일은 하루 밖에 기억을 못하는 이모 Sapphy, 두 인물이 축을 이루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매일 아침으로 먹는 시리얼처럼 변화 없이 되풀이 되는, 지루하지만 평범한 일상 (normal-as- cornflakes life). 그 정도 유지하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마저도 못되는 날들이 닥친다. Jamie에게는 가족과 다름 없는 고양이가 죽고, 아버지가 엄마 아닌 그 누군가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고, 체리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이모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내 인생에 이제 나쁜 일은 여기까지라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며 엄마, 이모와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오지만 그곳에서는 더한 일이 벌어지고 Jamie는 그 충격으로 인해 남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지내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이런 성장 소설이라면 당연히 결말은 희망적인 쪽으로 맺어지는 법.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닌데 Jamie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소통하게 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Jamie가 다니는 학교에 초청 작가로 방문한 Arthur, 그리고 Jamie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같은 반 친구 Audrey이다.
어린이 책 작가인 Arthur는 담임인 Miller선생님과 여러 가지로 달랐다.

   
 

밀러 선생님은 나를 보고 계셨고 그때 나는 옷장 앞에 있었다. 선생님은 Arthur 에게 몸을 돌려 속삭이듯 말했지만 여전히 반대편에 있는 내게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결손 가정이지요. 아버지가 없답니다.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지요.”
“예, 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Arthur가 대답했다.
“말 다 한 거지요, 안 그래요?” 
 
나는 옷걸이의 옷을 가지고 그곳을 나왔다. (99쪽)

 
   
Jamie의 내면을 읽을 줄 모르고 그의 행동을 야단치는 것이 전부였던 Miller선생님과 달리 Arthur는 말이 없는 아이를 대답하지 않는다고 야단치는 대신 그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다. 그 아이도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낸 백지 노트에 대해서도 게으르다거나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다고 야단치는 대신, 그리고 또 Jamie의 행동을 그의 과거, 그의 가족 환경과 연관시켜 단정 짓는 대신, 아직은 드러나지 않지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뜻한다고 반 아이들 있는데서 칭찬을 해주었다.
우연히 Jamie와 버스를 같이 타게 된 날 그는 Jamie에게 말해준다.
“내가 글쓰기에 대해 한가지 말해줄까? 글을 쓰면 말이야, 어떤 사물에 대해 느끼는 방식이 바뀌게 된단다.”
늘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길가 상점의 간판 제목까지 적어 놓는 모습, 어떤 것을 묘사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쓰지 말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 촉감, 냄새, 이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써보라고 가르쳐주는  등, Jamie는 Arthur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Jamie에게 무슨 걱정이나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여 도와주고 싶어 접근하는Audrey 역시 하고 다니는 복장부터 관심사, 가족 상황 등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여자들에게 관심 없어하며 따돌리기만 하던 Jamie는 최면술을 이용해서 마음 속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는 Audrey의 끈질긴 제안에 응하게 되고, 결국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던 나쁜 기억을 다 털어놓게 된다. 그 날밤 그 나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Sapphy 이모에게 역시 다 털어 놓으면서 은폐되었던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고, 그 날 이후로 이모는 기억을 되찾게 된다.
제목의 Jumping the scratch는 마치 어느 한군데 흠집 (scratch)이 가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레코드 판이 그것을 뛰어 넘어 다시 진행이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마음의 scratch를 우리는 어떻게 jumping할 수 있을까? Arthur선생님이 말한 글쓰기가 힌트가 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한번 흠집은 영원한 흠집이 아니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희망?
책의 뒤에는 저자인 Sarah Weeks의 작가 노트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시켰는지, 등장 인물 설정에는 어떤 배경과 경험이 담겨 있는지.
So B. It 에 이서 두 권째 읽은 저자의 책이다. 또 없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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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7-3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을 찾아 읽으셔요?
사물에 대해 느끼는 방식이 바뀌게 되는 것, 와 그런 듯해요 정말요

hnine 2011-07-30 15:12   좋아요 0 | URL
이 저자의 So B. It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다락방님께서 이 책도 있다고 알려주셨고요. 이세상을 관찰하는 깊이와 방법이 달라지는 것, 근사하지요? ^^

노이에자이트 2011-07-3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지는 서러움 사랑이 스쳐간 가슴 아픈 이 상처~' 이렇게 끝나는 노래가 있었어요.노래 제목이 '사랑이 스쳐간 상처'였지요.

제목을 통해서 영어 이디엄 하나 배우네요.

hnine 2011-07-30 17:55   좋아요 0 | URL
'사랑이 스쳐간 상처' 어떤 노래인가 검색해보러 갑니다~ 저도 노래에 관심 많아요 ^^

hnine 2011-07-30 17:57   좋아요 0 | URL
ㅋㅋ 남진 노래군요 ^^

노이에자이트 2011-07-30 20:50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남진 씨가 제대한 직후 부른 노래인데...40년이 넘었죠 흐흐흐...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더 시원하게 뽑아제끼고 하나는 좀 느릿하게 편곡을 했더군요.
그런데 이런 장르의 노래도 좋아하시려나 모르겠어요.

다락방 2011-08-0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다가 작가와 선생님의 너무도 다른 반응에-둘다 어른이었잖아요- 꽤 속상해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모가 아이의 말을 듣게 되면서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말해줄때, 그때 울었던 기억도요.

hnine 2011-08-08 15:16   좋아요 0 | URL
예전에 다락방님이 So B. It에 그렇게 댓글 다셨던 것 기억해요.
그래서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 대목을 읽으시며 우셨군요. 책 읽으며 눈물 짓는 사람,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