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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ing the Scratch (Paperback)
사라 윅스 지음 / Harpercollins Childrens Books / 2007년 12월
평점 :
어쩌면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내면 깊숙이 감춰져 있는 돌덩이를 꺼내어 놓기 까지의 여정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에 글을 끄적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해소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응어리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심리 말이다.
이 책에는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는 열 한 살 남자 아이 Jamie 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사고가 일어난 후의 일은 하루 밖에 기억을 못하는 이모 Sapphy, 두 인물이 축을 이루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매일 아침으로 먹는 시리얼처럼 변화 없이 되풀이 되는, 지루하지만 평범한 일상 (normal-as- cornflakes life). 그 정도 유지하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마저도 못되는 날들이 닥친다. Jamie에게는 가족과 다름 없는 고양이가 죽고, 아버지가 엄마 아닌 그 누군가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고, 체리 가공 공장에서 일하던 이모가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내 인생에 이제 나쁜 일은 여기까지라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며 엄마, 이모와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오지만 그곳에서는 더한 일이 벌어지고 Jamie는 그 충격으로 인해 남들과 소통을 하지 못하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지내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이런 성장 소설이라면 당연히 결말은 희망적인 쪽으로 맺어지는 법. 이 책 역시 예외가 아닌데 Jamie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소통하게 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Jamie가 다니는 학교에 초청 작가로 방문한 Arthur, 그리고 Jamie가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같은 반 친구 Audrey이다.
어린이 책 작가인 Arthur는 담임인 Miller선생님과 여러 가지로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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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러 선생님은 나를 보고 계셨고 그때 나는 옷장 앞에 있었다. 선생님은 Arthur 에게 몸을 돌려 속삭이듯 말했지만 여전히 반대편에 있는 내게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결손 가정이지요. 아버지가 없답니다.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지요.”
“예, 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Arthur가 대답했다.
“말 다 한 거지요, 안 그래요?”
나는 옷걸이의 옷을 가지고 그곳을 나왔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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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e의 내면을 읽을 줄 모르고 그의 행동을 야단치는 것이 전부였던 Miller선생님과 달리 Arthur는 말이 없는 아이를 대답하지 않는다고 야단치는 대신 그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다. 그 아이도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단 한 줄도 쓰지 않고 낸 백지 노트에 대해서도 게으르다거나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다고 야단치는 대신, 그리고 또 Jamie의 행동을 그의 과거, 그의 가족 환경과 연관시켜 단정 짓는 대신, 아직은 드러나지 않지만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뜻한다고 반 아이들 있는데서 칭찬을 해주었다.
우연히 Jamie와 버스를 같이 타게 된 날 그는 Jamie에게 말해준다.
“내가 글쓰기에 대해 한가지 말해줄까?
글을 쓰면 말이야, 어떤 사물에 대해 느끼는 방식이 바뀌게 된단다.”
늘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길가 상점의 간판 제목까지 적어 놓는 모습, 어떤 것을 묘사할 때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쓰지 말고,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 촉감, 냄새, 이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써보라고 가르쳐주는 등, Jamie는 Arthur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Jamie에게 무슨 걱정이나 고민이 있는 것 같아 보여 도와주고 싶어 접근하는Audrey 역시 하고 다니는 복장부터 관심사, 가족 상황 등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여자들에게 관심 없어하며 따돌리기만 하던 Jamie는 최면술을 이용해서 마음 속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어지게 할 수 있다는 Audrey의 끈질긴 제안에 응하게 되고, 결국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던 나쁜 기억을 다 털어놓게 된다. 그 날밤 그 나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Sapphy 이모에게 역시 다 털어 놓으면서 은폐되었던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고, 그 날 이후로 이모는 기억을 되찾게 된다.
제목의 Jumping the scratch는 마치 어느 한군데 흠집 (scratch)이 가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레코드 판이 그것을 뛰어 넘어 다시 진행이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마음의 scratch를 우리는 어떻게 jumping할 수 있을까? Arthur선생님이 말한
글쓰기가 힌트가 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한번 흠집은 영원한 흠집이 아니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희망?
책의 뒤에는 저자인 Sarah Weeks의 작가 노트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시켰는지, 등장 인물 설정에는 어떤 배경과 경험이 담겨 있는지.
So B. It 에 이서 두 권째 읽은 저자의 책이다. 또 없나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