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홀릭 - 유쾌한 런더너 박지영의 런던, 런더너, 런던 라이프
박지영 지음 / 푸르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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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끝에 들어간 언론사에서 10년 동안 버텨온 기자직을 내놓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옮겨간 터전인 런던. 그 중에서도 저자가 사는 곳을 보니 런던에서로 부촌이라고 할만한 동네이다. 물론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이 부자는 아니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은 극히 평범한 주택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엠마 톰슨을 이웃으로 두고 있어 극장 화면이 아닌 평상시 그녀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니 그만하면 선택받은 환경 아닌가.
기자라는 직업정신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런던'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겉모습만 보여주려 하지 않고, 영국에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현상의 배경이 되는 영국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하고 분석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충분한 노력이었는지 내가 판단할 자격은 못되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자는 영국의 제반 제도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 모든 속터짐과 답답함, 희망없음에도 불구하고 런던 홀릭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리뷰의 마무리용으로 남겨두어야겠다. 

Never run for a bus, never skip tea.
 버스가 떠날 것 같다고 뛰어갈건 없지만 오후의 티는 건너뛸 수 없다는 것.
습관은 무섭다. 아침에 출근하면 점심 시간까지 어쨌든 형식상으로는 업무에 집중하여햐 하는 미국인들과 사뭇 다른 풍경이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경이면 영국 어디서나 펼쳐지는 것이다.
비꼬기식 말투
소위 영국식 유머라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무표정하게, 자기는 웃지 않으면서 던지는 비꼬기 한판으로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그러니 이 유머를 잘 못알아듣는 외국인의 경우 둘다 무표정 상태로 몇 초간 견뎌야 하는 어색함은 어쩌란 말인가. 유머를 던지는 사람이 먼저 웃기라도 하면 못 알아들어도 웃기는 말을 하는 구나 짐작이나 할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은 평상시 말하는 것 처럼, 아니, 오히려 딴청을 부리며 자기는 전혀 웃기려고 하는 말은 아니라는 식으로 유머를 던지니 이럴 땐 듣는 사람이 '반드시' 알아듣고 웃어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못알아 듣는 유머에 거짓으로 웃을 수도 없고 영어에 익숙하지 못하면 이래 저래 고역이다.  
과거의 유물이 미래의 기술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영국에도 어얼리 어댑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국 사람들은 지금도 쓸만한데 왜 새걸 사?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 있다. 과거의 유물이 많은 나라니까 그런 것인지.
얼마나 오래 된 물건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영국 사람들에게 나름 부의 기준인 것 처럼 보일 때가 있다. 
불쌍한 남자들, 까칠한 여자들
영국 여자들은 씩씩하고 꿋꿋하다. 외모야 어떻게 꾸미고 있던 간에 그들은 억척스런 엄마이고 여성들이라는 인상을 여러 번 받았다. 여왕이 있는 나라라서? 여자 수상이 있던 나라라서? 머리에 금방 떠오르는 그런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고, 여자라서 참고 산다든지, 여자라서 포기한다 등의 말은 영국 여자들 사전엔 없다. 반면 영국 남자들은 우리 기준으로 볼때 다소 여성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매우 가정적이다. 아내 혼자 식사 준비를 하게 두지 않는다. 아내 혼자 아이들 뒤치닥거리 하게 두지 않는다. 거리에서 아내의 손은 빈손으로 가도 남편들은 짐가방에 아이까지 안고 업고 가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을 별로 쑥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내가 있던 곳에서도 남편이 두 아이는 앞세우고 걷지 못하는 아기는 가슴에 안고 퇴근 시간의 아내를 데리러 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누구도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모두들 한마디씩 던졌을 것이다.
우리 한국 여자들의 눈은 그런데에 익숙하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도 영국 남자들에게는 '머슴유전자'라도 있는 걸까 라고 했지만 그 속에 감춰진 부러움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을 판단하는 세가지 기준은 출신국가, 직업, 부의 정도
개인적으로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자면 어떤 영어를 구사하느냐를 꼽고 싶다. 아무리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영어의 수준은 곧 그 사람의 교육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보기 때문에 영어를 버벅거리면 그만큼 배운 게 없다고 보는, 억울한 평가를 받는 수가 많다.
영국인과 친해지려면 하지 말아야 할 제1원칙은 잘난 체하지 않는 것
이건 우리 나라도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그러니 지나친 겸손의 말도 해야 하고, 안그런척 표정 관리도 잘 해야 한다. 자기가 잘 하는 것을 마음 놓고 드러내고 그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 미국인들과 다른 점 중의 하나이다.  

박스 안의 문장은 이 책의 본문 중에서 인용했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거의 나의 생각들이다. 나는 겨우 3년 반을 살다 돌아왔고 저자는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으니 저자 만큼 자세히 알지 못하겠고 개인적인 시각의 차이도 있겠지만 나에게 영국은 참으로 생소한 나라였다. 그곳을 조금씩 알아갈 때 쯤 그곳을 떠나오게 되었다지만 누구나 그곳을 떠나올 때가 그곳을 제일 잘 아는 때 아니겠는가?
3년 반동안 주말마다 부지런히 다닌다고 다녔는데도 여전히 가보고 싶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나라, 여전히 보지 못한, 그리고 한번 더 보고 싶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던 나라, 또래의 여자 아이들을 사귀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나라, 언뜻 볼때 수줍음 많아 보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그들의 강인함, 외국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배타성은 그나마 그들이 예의와 관리된 표정 속에 감추어 주어서 다행이었던 나라.

어쩔 수 없이 이 책에 대한 리뷰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많이 담게 되었다. 저자는 영국에 살면서 좋은 점보다는 이것 저것 불편한 점, 문제점들을 드러내놓고, 꼬집어 보고, 비판을 해놓았다. 그러면서 왜 영국에서 사느냐 한국으로 돌아오지 라는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고 한다. 그런 소소한 이유로 이곳을 떠나기에 런던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도시라고. 이 모든 역경을 공원과, 모든 슬픔은 미술관과, 모든 불리함을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와 맞바꿀 수 있다고. 그뿐인가? 매일 저녁 일곱시면 집에 돌아와 요리도 도와주고 아이와 실컷 놀아주는 100점 짜리 남편도 있고, 루이뷔통 가방이 없다고 나를 우습게 보는 백화점 직원도 없고 나를 툭 치고도 뻔뻔하게 지나가는 행인도 없다고.
그것은 아마도 저자가 가족과 함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족 없이 혼자 지내야 했던 나는 좀 더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장소를 잠시 방문해보는 것과 살아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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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mee 2011-08-20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영국 한 번도 안 가 본 나는 사는건 왠지 겁나고, 놀러가보고 싶다...

hnine 2011-08-20 12:08   좋아요 0 | URL
내 나라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번 살아보면 배우는게 많지. 그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나라에 대해서. 그런데 그만한 댓가를 치르고 배우는 것 같아.

stella.K 2011-08-2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리뷰군요.
영국은 흐린 날이 많다고 해서 조금은 꺼려져요.
물론 흐린 날도 나름 운치있고 나쁘지 않지만 매일 그러면 그도 참 안 좋더라구요.
전에 자식을 영국에 유학 보낸 아줌마 한 분에게 어떠냐고 했더니 뭐라 말할 수
없이 묘하다고 하더군요.
어얼리 어댑터가 있을까 싶을 정도라니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네요.
울나라는 이거에 대한 자부심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잖아요.
글치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전화 오는데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기존의 핸드폰이 단종이 되고
저의 핸드폰이 그 기능을 상실할 때까지 버텨 볼 생각입니다.ㅎ

hnine 2011-08-20 12:54   좋아요 0 | URL
ㅋㅋ stella님, 어얼리 어댑터가 아닌 제가 스스로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레이지(lazy) 어댑터라고 ^^
수퍼마켓에서 물건 싸준 비닐 봉투도 그냥 버리지 않고 물에 헹궈서 다시 써요. 클리넥스 한장 가지고 코를 닦는데 거의 하루 종일 한장 가지고 쓰는 것도 봤어요. 제가 있던 곳의 실험기기들이 한국보다 훨씬 오래된 모델들임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도 결과만 잘 내더군요.
흐린 날이 많기도 하지만 날씨가 무척 변덕스럽답니다. 제가 영국에서 좀 더 오래 지내다왔다면 발견 못한 또 다른 점을 발견하고 왔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또 다른 말로 표현할지도 모르고요.
핸드폰, 저도 몇달 전까지 세자리 국번으로 버티던 사람 중의 하나랍니다. stella님도 세자리로 꽤 오래 버티시지 않았나요? ㅋㅋ

stella.K 2011-08-20 13:39   좋아요 0 | URL
ㅎㅎ 비교적 그런 셈이었죠.
그런데 4자리로 바꾼지 이제는 꽤 되었어요.
핸드폰 공짜로 준다기에 혹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기본 요금도 비싸고,
가면 갈수록 기계 놀리는 걸 못하겠더군요.
바꾸면 적응기가 필요하다는데.
아직 쓸 일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도 않구요.

근데 나인님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런던 사람들이 왠지 친근감있게
느껴져요. 내가 좋아해도 될 것만 같은...ㅋㅋ

hnine 2011-08-21 07:37   좋아요 0 | URL
여기에 다 담지 못한 많~~은 얘기들이 있답니다 ^^

pjy 2011-08-2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퍼마켓에서 물건 싸준 비닐 봉투도 그냥 버리지 않고 물에 헹궈서 다시 쓰는데욧! 저도 런던 사람해도 되나요^^; 내용중에 젤 부러운건요~ '매일 저녁 일곱시면 집에 돌아오는 ...남편도 있고'

hnine 2011-08-21 20:27   좋아요 0 | URL
와,pjy님도 그러시군요. 저는 물에 헹궈서까진 안써봤거든요. 좋습니다. pjy 님도 이제부터 런더너~ (제 맘대로 ㅋㅋ)
매일 저녁 일곱시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놀아주는 남편, 이건 우리 나라에선 정말 흔치 않지요. 일주일에 한번도 아니고 '매일'이라잖아요? ^^

마녀고양이 2011-08-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어 때문에, 결코 타인의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
으흐흐,,, 잘난척 대마왕인 제가 잘난척을 못 하잖아요. 아하하.
(그래도 온다 리쿠의 에세이 이후로, 영국 여행은 가보고 싶어졌어요.)

hnine 2011-08-22 15:25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마녀고양이님 잘난척 대마왕 아닌데, 아닌데...
온다 리쿠가 뭐라고 꼬드겼기에요?? ㅋㅋ
여행은 어디든 OK이지요. 저도 다른 나라가서 살라고 하면 이젠 싫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 보고는 꼭 한번 해볼만 하다고 막 권해요. ㅋㅋ

yamoo 2011-08-2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영국서 살다 오셨군요...이 책이 좀더 가까이 다가왔을거 같네요~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이 책을 대하는 느낌은 아주 클 것 같습니다^^

잘난척이라...근데, 영국인들도 잘 난척 꽤 하지 않나요??ㅎ

hnine 2011-08-23 14:04   좋아요 0 | URL
경험이 있으면 있어서 재미있고 없으면 없어서 재미있고, 이런 책들이 그래서 계속 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영국사람들은 잘난 '척'이라기 보다 진짜로 자기들이 많이 잘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ㅋㅋ
 
런던 아이 미스터리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2
시본 도우드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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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밀레니엄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 런던 테임즈 강가에 거대한 바퀴 모양의 탈 것이 만들어 세워지고 그 이름을 '런던 아이'라 한다고 했다. 2000년이면 내가 영국을 떠나오던 해. 지나면서 보기만 했지 타보진 못했다. 자기가 탄 캡슐이 맨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아래를 내려다보면 얼마나 아찔할까 상상만 해보았을 뿐.
이 책의 이야기는 바로 그 런던아이에서 아이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와 함께 뉴욕으로 이주하는 길에 런던의 사촌집에 들른 아이는 런던아이를 타보고 싶다고 하고, 사촌들이 보는 앞에서 분명히 런던아이에 탑승을 하는데 30분 후 하차하여 내리는 사람들 중엔 그 아이가 없다. 시작이 읽는 사람을 끌어들인다. 도대체 상공에서 아이가 어디로 간단말인가? 제목처럼 그야말로 미스테리이다.
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 추측을 말해보기도 했다. 나는 이 아이가 탑승하는 척 했지만 사실은 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내 아이는 이 책 표지에 비행기 그림이 있는 것으로 봐서 비행기에 납치되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그 밖에 이런 저런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여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책 속의 화자는 사라진 아이의 사촌 중 하나인 테드. 고기능성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이름도 어려운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도 하는데 이 책에도 그려져 있지만 우리는 참 가지가지 증후군을 복잡한 이름을 붙여 가며 규정지어 놓고 있구나 싶었다. 지능은 보통 뛰어난 경우가 있지만 한 가지 분야에만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과도 별로 소통이 없는 테드의 꿈은 기상학자가 되는 것. 적극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누나 캣과 함께 미스테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의 재미는 궁금증으로 시작하여 아이들의 힘으로 문제가 해결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는데에도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화자인 테드는 자폐증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도 독특한 성격을 가진 아이이다. 혼자서 진지하고 생각도 많고, 남들이 한다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지 않는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확실하게 알고 있으면서 거짓말 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 남들이 지나치는 것을 유심히 보고 나름대로의 추리를 펴나가는 이 아이의 그 특별한, 그래서 장애라고 이름붙여지기도 한 그 '뇌' 덕분에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나가고 위기 탈출을 가능하게 한다.
테드의 누나 캐릭터도 재미있다. 여아자이이지만 테드와 달리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성격. 궁금한 걸 못참는다. 동생인 테드와 늘 아웅다웅하지만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합쳐질 때 그 환상의 조합이란. 
이야기를 쓸때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야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테드 사촌인 실종된 아이의 심리, 가정 환경 문제 등, 이런 저런 요소들을 삽입하여 글의 플롯을 보강하였다.
'흥미진진'까지는 아니어도 그런대로 읽어가기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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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mee 2011-08-20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읽어보고 싶은걸~~~
다린이랑 너랑 누구 말이 맞은거야?? 둘 다 아닐 것도 같고...ㅎ

hnine 2011-08-20 06:34   좋아요 0 | URL
ㅋㅋ 둘다 틀렸어 ^^
일찍 일어났구나 토요일인데.
 

 

-어둠부스러기 

-그림자조각 

-갓구운 달빛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 

-나는 원래 속죄의 전문가 

-나이 어린 신(神)의 어리광처럼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앉히고,
어제 몇 페이지 남기고 잠든 이 책을 마저 다 읽었다.
재미있다. 

그리고서, 

 

 

 

  

 

 

주문 당일 배송되어 온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의 말 사냥은 바로 여기에서 이루어진 것. 

어둠 + 부스러기 --> 어둠부스러기
그림자 + 조각 --> 그림자조각
갓구운 + 달빛 -->갓구운 달빛
빛 + 붓질 --> 빛의 붓질 

관계 없어 보이는 두 낱말이 모여 새로운 조합의 시어가 탄생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낱말을, 글을, 꼭 판에 박힌 용법으로 써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몇 페이지나 넘겼던가. 밥솥의 추가 딸각거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아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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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1-08-1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보선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너무 절절하게 읽은 저로서는 그의 새시집이 너무나 반가워요. 시인은요 태어날때부터 시인인것 같아요. 오늘 오래전에 나인님이 쓰신 글귀덕분에 위로받던걸 생각하면서 나인님은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올리시구 댓글도 남기네요 오랜만이예요 나인님^^

hnine 2011-08-18 22:54   좋아요 0 | URL
이 시집도 <슬픔이 없는 십오초>만큼 좋아요.
전 지금부터 한 두 시간 홀가분한 자유를 좀 누리다 자려고요.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고, 밀린 리뷰를 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Gilmore girls 라는 드라마 DVD를 볼지도 모르겠어요 ^^
춤추는 인생님 이렇게 잊지 않고 가끔 들러주시니 제 마음이 출렁거려요. 고맙습니다.

달사르 2011-08-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구운 달빛 조각을 먹어보고 싶어요.
빗의 붓질에 간지럼을 타고 싶어요.
아..좋아요..
hnine님의 말사냥 덕분에 시인에 대한, 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어요. ^^

hnine 2011-08-18 22:57   좋아요 0 | URL
시 좋아하시는 달사르님,
시인은 무엇보다도 언어를 찾아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쓰는 사람들 같지 않나요? 말 사냥이기도 하고 숨은 보석 찾기 같기도 하고요. 재미나요 ^^
 

 

 

 

 

 

 

 

 

 

 

 

 

 

책임져줄 수 있겠지? 
2011년 나의 가을을.  

백지 노트도 새로 마련해놓고
연필도 깎아놓고 

기다려야지 

 

 

 

 

왼 --> 오
현재 관심가는 순.  

시집을 한꺼번에 주문하고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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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8-1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신간알리미 문자 받고 이 페이퍼를 봤는데
이장욱의 시집이었군요 :) 아. 반가워라.

hnine 2011-08-17 15:02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도 이장욱 시인 좋아하시는군요.
생각보다 나와있는 시집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눈이 번쩍!했나봐요 ^^

담쟁이 2011-08-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티비에서 김용택 시인을 봤어요. 평소 좋아하는 분인지라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그동안 몰랐던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어 좋았죠. 이제 가을이 오니 <섬진강> <맑은 날> 시집을 다시 읽어야겠다 생각했어요.

hnine 2011-08-17 15:13   좋아요 0 | URL
아하, 철이 바뀌면 다시 한번 읽어줘야 하는 시집들이 있겠군요. 좋은 시들은 그냥 눈으로 읽는 것 가지고는 성에 안찰때가 있어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시를 외우고 다녔나봐요. 외우지는 못해도 저는 한번 손으로도 읽어보려고요 ^^

아참, 저는 영국 남서부에 있었어요. 런던보다 조금 아래쪽, 기차로 40분쯤 가는 곳이요.

하늘바람 2011-08-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지노트와 연필
멋져요

하늘바람 2011-08-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을을 준비하시는군요
전 아직 여름에 머물러요
안 가길 바라면서
시간 참 빨라요
그냥 이렇게 놀면서
시간이 가네여

hnine 2011-08-17 15:0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은 여름 좋아하시잖아요. 더위 많이 타는 저는 워낙 여름을 힘들게 보내거든요. 그래도 막상 선선해지면 서운할테지만 오늘 위의 시집들을 주문하면서 행복했어요.

비로그인 2011-08-1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은 연필깎이로 깎으세요, 아니면 칼로 깎으세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연필심을 부러뜨려 오면 엄마가 칼로 깎아놓으시곤 했는데, 저는 아무리 깎아도 그 실력이 안 되더라구요. 저는 언제쯤 시집에게 책임지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려나요. 아직 저의 사랑은 시집에게까지 가닿지 못하나봐요 ㅎㅎ

hnine 2011-08-17 20:10   좋아요 0 | URL
전 성격이 급해서 연필깎이로 드르륵 깎아요 ^^
칼로 깎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그건 아주 가끔이고요.
저 세권, 오늘 오후에 벌써 왔어요. 가을까지 못기다리고 그냥 읽어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8-1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옮겨적기 하시려구요?
시를 옮겨적기, 저도 한번 따라해볼까요?
소리내어 읽는 것도 좋던데, 따라적기까지 하면... 더욱 마음에 다가올거 같아요.

hnine 2011-08-17 20:11   좋아요 0 | URL
저는 소리내어 읽는 것이 잘 안되더라고요. 아무도 듣는 사람 없는데도 괜히 쑥쓰럽고요. 대신 누가 읽어주는 것 듣는 것은 참 좋아요. 가끔 시 낭송 하는 것 들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어요.

꿈꾸는섬 2011-08-1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져요. 제가 찜해둔 시집이랑 겹쳤어요.ㅎㅎ

hnine 2011-08-18 06:00   좋아요 0 | URL
'눈 앞에 없는 사람'이요? 아니면 박 정대 시인의 시집일까요?
저도 한권만 고르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렇게 안되어서 다 사버렸어요 ^^

꿈꾸는섬 2011-08-18 12:43   좋아요 0 | URL
세권 모두요.^^

카스피 2011-08-1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넘 멋지시네요.근데 전 영 시만 읽으면 잘 마음에 와닿질 않아요.마음이 메말라선가봐요
ㅜ.ㅜ

hnine 2011-08-18 22:51   좋아요 0 | URL
저도 모든 시가 그렇진 않아요. 그래서 특별히 마음에 들어오는 시들은 보석을 발견한 듯 소중하게 생각되는가봐요.
 

 

물 음

  

 

 

 

엄마, 눈은 듣는 거 못해?

-눈은 보는거야

귀가 볼 수는 없을까?


-귀로는 듣는거라니까.

입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입은 말하라고 있는 거지.

왜 그래 엄마? 왜 그렇게 정해졌어?

-얘야,

한가지씩 맡아서 잘 하라는거야
그래서 그렇게 정해진걸거야


엄마,
엄마보고 한가지를 맡아서 잘 하라면  

뭘 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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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8-1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꼭 선택해야 하는건가요? ㅡㅡ;;;

hnine 2011-08-16 18:16   좋아요 0 | URL
아이가 그러라네요~ ㅋㅋ

프레이야 2011-08-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린이는 정말 똑똑해요.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요.
나라면 뭘 택할까? 오늘 '블라인드'를 봤는데
감각의 속임수, 감각의 신뢰성에 대한 생각이 들더군요.

hnine 2011-08-16 21:18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제가 위의 마녀고양이님 댓글에 농담으로 '아이가 그러라네요'했더니 다린이랑 저랑 실제로 나눈 대화로 오해하시게 만들었네요.죄송합니다 꾸벅~ 제가 그냥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대화랍니다.

'블라인드' 보셨군요. 김하늘 나오는 영화 맞죠?

프레이야 2011-08-17 01: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렇군요.
아무렴 어때요. 다린인 정말 똑똑하잖아요.
블라인드, 재미나요. 보실만해요.
김하늘 연기도 아주 좋아졌구요.

hnine 2011-08-17 07:14   좋아요 0 | URL
김하늘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만 연상이 되는데 어떻게 연기변신을 했을지 궁금해져요. 이번주 정신없는 일들 끝난 후 다음주 월요일 조조로 볼까봐요 ^^

무스탕 2011-08-1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다린이~♡
정성이가 만약 저한테 뭘 잘할거냐 물으면 전 손바닥 뒤집기라 대답할텐데..;;;

hnine 2011-08-16 21:19   좋아요 0 | URL
손바닥뒤집기 ㅋㅋ
저라면 아마 "제발 한가지만 잘하라고 그랬으면 엄마도 좋겠다!" 이러고 달려들것 같아요 ㅋㅋㅋ

달사르 2011-08-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시'인 줄 알았어요.
hnine님의 글은 너무 깔끔해서 가끔 '시'같은 느낌이에요. ^^

hnine 2011-08-17 07: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달사르님,
'시'로 써보자고 시작했었어요 ㅠㅠ

stella.K 2011-08-1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정말 아이들이란...!
저는 물음이라고 해서 뭘 물어보시려나 보다 했더니.ㅋ
진짜 h님은 뭘 잘하시나요?^^

hnine 2011-08-17 15:0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것들은 있는 것 같은데 잘 하는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은 주로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하는 것들이지요. 읽고 쓰고 듣고 얘기하고...뭐 그런거요 ^^

하늘바람 2011-08-1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듣고 귀가 보고
시같은 아름다운 물음이네여

hnine 2011-08-17 15:09   좋아요 0 | URL
태은이가 저렇게 물어볼지 몰라요 ^^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의심해보는 것, 어떻게 보면 과학도 그런 의문에서 출발하는 것이겠지요? 물음을 던질수 있다는 것은 아직 성장의 여지가 있다는 뜻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면 궁금하고 알고 싶은게 자꾸 줄어들잖아요.

꿈꾸는섬 2011-08-1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이 쓰신 시죠?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얻어진 이야기가 멋진 시가 되었네요.

hnine 2011-08-18 06:02   좋아요 0 | URL
사실 아이와 이런 비슷한 대화도 나눈 적이 없어요. 그냥 제 머리속에서 지어내었지요.
제 마음 속 어딘가에도 아이같은 구석이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