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부스러기 

-그림자조각 

-갓구운 달빛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 

-나는 원래 속죄의 전문가 

-나이 어린 신(神)의 어리광처럼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밥을 앉히고,
어제 몇 페이지 남기고 잠든 이 책을 마저 다 읽었다.
재미있다. 

그리고서, 

 

 

 

  

 

 

주문 당일 배송되어 온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의 말 사냥은 바로 여기에서 이루어진 것. 

어둠 + 부스러기 --> 어둠부스러기
그림자 + 조각 --> 그림자조각
갓구운 + 달빛 -->갓구운 달빛
빛 + 붓질 --> 빛의 붓질 

관계 없어 보이는 두 낱말이 모여 새로운 조합의 시어가 탄생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낱말을, 글을, 꼭 판에 박힌 용법으로 써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몇 페이지나 넘겼던가. 밥솥의 추가 딸각거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아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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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인생. 2011-08-18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보선시인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를 너무 절절하게 읽은 저로서는 그의 새시집이 너무나 반가워요. 시인은요 태어날때부터 시인인것 같아요. 오늘 오래전에 나인님이 쓰신 글귀덕분에 위로받던걸 생각하면서 나인님은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올리시구 댓글도 남기네요 오랜만이예요 나인님^^

hnine 2011-08-18 22:54   좋아요 0 | URL
이 시집도 <슬픔이 없는 십오초>만큼 좋아요.
전 지금부터 한 두 시간 홀가분한 자유를 좀 누리다 자려고요.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고, 밀린 리뷰를 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Gilmore girls 라는 드라마 DVD를 볼지도 모르겠어요 ^^
춤추는 인생님 이렇게 잊지 않고 가끔 들러주시니 제 마음이 출렁거려요. 고맙습니다.

달사르 2011-08-18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구운 달빛 조각을 먹어보고 싶어요.
빗의 붓질에 간지럼을 타고 싶어요.
아..좋아요..
hnine님의 말사냥 덕분에 시인에 대한, 시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어요. ^^

hnine 2011-08-18 22:57   좋아요 0 | URL
시 좋아하시는 달사르님,
시인은 무엇보다도 언어를 찾아쓰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쓰는 사람들 같지 않나요? 말 사냥이기도 하고 숨은 보석 찾기 같기도 하고요. 재미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