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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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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져 나오는 많은 책들 중에서 내 손에 들어오는 책은 극히 일부. 책을 골라서 손에 쥐는 기준은 여러 가지고 있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사람들이 이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골라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키라는 사람의 지명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 경우에. 하루키라는 작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작가의 이름 하나로 골라들게 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1Q84' 가 나왔을 때에도 그 분량을 보고 아예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신간평가단 지정도서이긴 하지만 내가 추천한 책이기도 한데 이 책을 추천했던 이유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의 수필집을 읽으며 느꼈던, 소설과는 또 다른 하루키 작품의 맛을 알았기 때문이다. 주황색 산뜻한 표지도 눈길을 잡아 끌지 않는가?

한번도 작가가 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하거나 결심을 한적 없다는 그를 작가의 세계로 이끈 것은 음악, 특히 재즈라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글에는 그런 '우연히 들어선' 길을 걸어서 나오는 것 같은 어떤 자유로움과 여유가 있다. 어디 한군데 매여서 휘몰아치는 열정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열정이라는 일종의 '얽매임'에서 스스로 발을 빼고 여기 저기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방랑자의 시원함, 그래서 가끔은 독자가 소설 속의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끼다가도 결코 일치할 수 없다는 독특함에 재미를 느끼게 한다. 어쨌든 작가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이상 독자를 신경쓰지 않을 리 없겠지만 그의 글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쓴 것 같은 느낌, 자기의 세계를 확실히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내세우지도, 숨기지도 않는 방식이 특히 그의 이런 잡문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아쉬웠던 것 하나. 그래도 500쪽이나 되는 분량의 책인데 하필 '잡문집'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이미 어딘가에 발표했던 글들을 '쓸어모았다'는 느낌을 더 강조할게 뭐냔 말이다.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부터 호감을 많이 깎아먹었는데 읽어본 결과 드는 생각은, 제목은 참 정직했다라는 것. 작가가 타계한 후,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작가의 작품을 아쉬워 하는 마음으로 이런 식의 책들이 기획되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각종 수상식의 수상 소감문에서부터, 음악 잡지에 투고한 글, 지인의 딸 결혼식 축사에 이르기까지 끌어모은 이런 책이 별로 반갑지는 않다. 실린 글은 어디에 발표했든, 무슨 목적의 글이든, 하루키 글에서 느껴오던 그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냥 그 뿐이었다.

읽으면서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놓은 부분은 500쪽 분량 중 딱 세 곳. 하나는 지인의 딸 결혼식 축사로 썼다는 다섯 줄의 짧은 글인데,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라고 썼다 (87쪽). 좋을 때는 아주 좋다라는 말이 얼마나 웃기던지. 하루키가 아마 직접 그 축사를 읽었다 하더라도 아마 그는 아무 표정 없이 무심하게 읽어내렸을 것이다. 결혼 생활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 좋을 때 아주 좋더라도 나쁠 땐 아주 나쁠 수도 있다는 뒷말을 삼키고 있는 것이 참 하루키답다.

두번째 포스트잇은 420쪽에 붙여져 있다. 평소에 하루키가 나라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나도 들었던 의문인데 '고국의 주류에 가담하지 않고' 일본 문단과 관련 없는 곳에서 활동해온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하루키의 답변이다. 그는 원래 조직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편이 정신적으로 더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했다. 그래도 대부분 일본인이 등장하는 소설을 일본어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가능한한 독립된 개인으로 존재하고 싶다고.

세번째 포스트잇이 붙은 곳은 모든 세상사를 유효한 문장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제시하는 것이 소설가에게 요구되는 작업이라는 말 (425쪽). 이 말 역시 하나의 유효한 문장이 되어 나에게 소설가란, 소설이란 무엇인가 라는 애매한 생각을 정리해준다. 그래서 그는 글쓰기 이외의 일, 즉 매스미디어에 자주 출연하여 주목을 받는 일을 중요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텔레비전에 나가고 싶다면 탈렌트가 되었을 것이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면 가수가 되었을 것이며 정치가 하고 싶다면 정치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지금 여기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재능'이 그에게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작가로서의 이유 말고 다른 일에 여기 저기 한눈을 팔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의 기질때문도 있지만 그런 확실한 재능때문이 아닐까. 여기 저기 한눈 팔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생각인데, 뭐, 한눈 팔며 사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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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1-24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 잘 지내셨어요?
새벽 일찍 즐거이 글 하나 띄우셨군요~

아이들 두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두 뵙지 못했지만,
한쪽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는
왕복 열일곱 시간은
참으로 길고 고되면서 즐거웠답니다... @.@

hnine 2012-01-24 09:21   좋아요 0 | URL
어제 도로가 얼마나 막히던지, 산소 가는 길이 평상시 1시간 반 되는 거리인데 어제는 5시간 걸렸답니다. 돌아오는데는 또 3시간 반 걸리고요 ㅠㅠ
하지만 왕복 열일곱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막히는 차 속에서 덕분에 저는 위의 책을 다 읽어치웠어요.

춤추는인생. 2012-01-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도 하루키의 잡문집에 어디서 긁어온듯한느낌의 글들이많아 아쉬었어요 .. 전 작지만확실한행복의. 식당칸열차이야기를 가장 사랑해요. ㅎ잡문집도 굴튀김이야기 때문에. 살짝 용서가 되구요 ~~ 하루키는 저에게 맛스러운 작가로 통한답니다^^. 나인님 새해에도 따뜻한글들 많아 써주시길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hnine 2012-01-25 06:28   좋아요 0 | URL
저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 '달리기를 말할 때...' 책이 더 좋았어요. 이 책은 책 내용이 아쉬웠다기보다는 이런 식의 기획이 아쉬웠던 것이지요.
저는 이제 매해 시작할때마다 뭔가를 꼭 이루자는 목표대신 하루를 여한없이, 재미있게 살자는 목표가 우선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춤추는 인생님 나이에는 목표가 뚜렷한 계획이 더 필요할 때인지도 몰라요. 건강하게 지내시고, 가끔씩이라도 소식 들려주어요.

2012-01-26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6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사진과 마지막 사진이 제일 마음 쓰인다.

"봄에 꼭 나올거지? 다시 파랗게 나올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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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1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21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1-2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 춥습니다.
오늘 밤부터 추위가 다시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 추위 지나고 나면 뭐 그리 추울까 싶기도 해요.
이번 명절에 어디 가시나요?
아무튼 명절 잘 지내십시오.^^

hnine 2012-01-21 20:18   좋아요 0 | URL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곳인데 사진이 진짜 추워보이죠?
이번 명절에 저희 집에서 차례 지내고 경기도 평택의 아버님 산소 다녀옵니다.
길 막히고 차례 준비하느라 힘들었을테네 오지 마라고 하셔서 덥석 그러겠다고 했네요. 두분만 계신 것 알면서 자식이라고 이래도 되는건지...
stella님, 작품 많이 쓰시고, 올 한해도 우리 한번 열심히 살아봅시다~ ^^

프레이야 2012-01-21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아래서 아마 봄이 움트고 있을 거에요.^^
나인님 설날 일하느라 몸살하지 마시고 슬슬 하세요.

hnine 2012-01-21 20:19   좋아요 0 | URL
와, 바로 댓글 나갑니다 ^^
슬슬 하는 티가 팍팍 나지요? 지금 이 시간에 저녁 설겆이도 안하고 책상에 앉아 있는거 봐요 ㅋㅋ 내일은 심지어 영화까지 보러 가려고요. 정초부터 막나가는 hnine입니다~ ^^

프레이야 2012-01-21 23:15   좋아요 0 | URL
히히~ 막나가보자구요.ㅎㅎ
저는 어제 '자전거 탄 소년' 보고 왔어요. 강추에요.
내일 영화 잘 보고 오세요. 그렇게 놀면서 일해야돼요. 슬슬~

꿈꾸는섬 2012-01-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운 겨울 잘 견뎌내겠죠.^^
설 잘 쇠셔요.^^

hnine 2012-01-22 06:0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꿈꾸는 섬님도 설 잘 쇠시고, 혹시 힘드셨던 것은 지내고 난 후 여기에 풀어놓고 서로 들어주기로 해요 ^^

무스탕 2012-01-2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사진 좋아요. 외롭지 않고 포근한 느낌이에요 :)
전 내일 새벽에 출발할 계획이에요. 설 다음날이 울 엄니 생신이라서 다음날 분명히 올라와야하죠 ^^; 근데 춥고 눈온대서 걱정이에요.
나인님도 포근한 설이 되시길 바랄게요~

hnine 2012-01-22 06:02   좋아요 0 | URL
두번째 사진에서 저 앞에 앞서 가는 사람이 남편, 그 뒤에 따라가는 아이가 다린이, 그리고 저는 맨 뒤에서 사진 찍으며 따라갔지요.
지금이 22일 오전 6시인데, 무스탕님 이미 출발하셨을까요?
잘 다녀오세요~

진주 2012-01-23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한 표!
구도도 좋고 느낌있는 사진이라 좋아요.
더구나 앞서가는 분들이 가족이라니
저는 두번째 사진이 무조건 무조건 좋아요!

hnine 2012-01-24 06:36   좋아요 0 | URL
잘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는 성질이 급해서 맨 앞에서 가거나, 이렇게 사진 찍느라 맨 뒤에서 갈 때가 많아요 ^^

마노아 2012-01-2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들을 보니 눈의 여왕이 떠올라요. 나니아 연대기에서 나왔던 틸다 스윈톤도 떠오르구요.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hnine 2012-01-22 06:04   좋아요 0 | URL
라플란트, 눈의 여왕! (나니아 연대기는 제가 영화를 안 봐서 아무것도 안 떠오르네요 ㅋㅋ)
요즘 마노아님 서재에서 풍기는 그 활기와 열기로 보아 2012년에 마노아님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팡팡 듭니다. 예감아, 맞아라! ^^ 복 많이 받으세요.

비로그인 2012-01-2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좋네요. 얼음 계곡...^^
내일이 구정이네요. 설 잘 쇠시고 알라딘에서 자주 뵈어요, hnine님!

hnine 2012-01-23 06:2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어요 수다쟁이님. 자주 뵈면 자주 뵈어 좋고, 자주 안 나타나시면 혼자 뭔가 열중해서 하고 계신가보다 생각이 들어 그것도 좋고 ^^
설 아침입니다. 시부모님 차례 모시고 산소에 가요. 말없는 수다쟁이님, 재미있으신 누님이랑, 부모님이랑, 오늘도 잘 보내시길 바랄께요. 새해, 목표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gimssim 2012-01-24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 풍경이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건, 봄을 기다리고있다는 뜻일까요?
사진이 많이 '고픈' 저도 조만간 겨울 사진을 한 번 찍으러 나서봐야겠습니다.

좋은 연휴 되고(?) 계시나요?

hnine 2012-01-24 09:18   좋아요 0 | URL
한번 출사나가셔서 멋진 사진 보여주세요. 겨울과 봄이 함께 담긴 사진, 부탁드려요 ^^
어제 차례지내고 산소 다녀오고, 탑처럼 쌓인 설거지도 다 끝내고나니 오늘이 정말 휴일이네요.

삶은 여행 2012-01-25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알라딘 서재 방문하는 재미들였었는데. 요즘은 밑줄 긋기나 서평만 주로 즐겨봐요
(근데 hnine 님 서평이 가끔 보여서 블로그를 보다가)
오늘 가봤던 곳과 비슷한 사진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산림욕장. 얼음판 얼린 그곳 아닌가요? 예전 글에 보니 금산 이야기도 있고 해서. 같은 동네인가 싶어서 반갑네요.

hnine 2012-01-25 06:31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대전에 사시나요? 저는 대전에 살기는 하지만 이곳은 처음 가봤답니다. 집에서 거리도 꽤 되고요. 산림욕장에 올라가지 못하고 사진의 얼음공원 구경만 하다와서 좀 아쉬웠어요. 얼마전 계족산성 올라갈때 아이가 하도 애를 먹어서 여기도 더 올라가보자고 하니까 고개를 설래설래 하더라고요. 금산도 몇번 갔었지요. 행복하삼님, 우리 어디서 마주칠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
 

 

초콜렛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이름은 헨리. 초콜렛 케익, 초콜렛 시리얼, 초콜렛 시럽, 초콜렛 우유, 초콜렛 쿠키등 이런 것들을 아침 식사로 먹는 아이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초콜렛을 달고 산다. 그럼 이가 많이 썩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뚱뚱할까?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약간 마르기까지 했다. 아무리 봐도 초콜렛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이상한 곳은 없어보인다. 그러니 식구들도 특별히 말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날도 초콜릿 범벅의 아침 식사를 잘 하고 학교엘 갔는데 몸의 여기 저기에 뭐가 나는 것이다. 초콜렛 색의 반점 같은 것이 불쑥불쑥 솟아나더니 점점 커져간다. 이른바 Chocolate fever 라고 말을 하면서도 의사 선생님도 이 증상에 대해 원인과 치료 방법을 몰라 이 검사 저 검사 해대느라 헨리는 병원에 갇힌 채 시달리기만 한다.  결국 병원을 탈출하는 헨리! 제2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헨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될까? Chocolate fever에서 회복될 수 있을까?

책이 얇기도 하고 내용이 재미있고 또 궁금증을 일게 해서 부담없이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CHOCOLATE FEVER written by Robert Kimmel Smith

 

 

 

 그 유명한 Roald Dahl의 이야기를 한권도 직접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아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집에 있는 그의 시리즈 중에서 이 책을 가져다준다. 이것부터 읽어보라고.

그가 이름 짓는데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이 책에서 Twit 은 흉칙한 외모 만큼이나 흉칙한 심보를 가진 부부의 이름이다. 남편 Mr. Twit은 온몸이 털로 덮여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입 주위의 수염에는 늘 음식 찌꺼기가 붙어 있어서 배고플땐 이것을 떼어 먹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번도 이 수염을 닦아본 적이 없다. 아내 Mrs. Twit은 Mr.Twit 처럼 온몸이 털로 덮인 것은 아니지만 얼굴이 흉칙하기 그지없다.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못생긴 얼굴이 아니었다는데 왜 이렇게 흉칙하게 바뀌었을까?  흉칙한 생각을 자꾸 하면 얼굴이 그렇게 바뀐단다. 좋은 생각을 늘 하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절대 얼굴이 그렇게 변하지 않는다고.

이들은 부부이지만 서로 원수처럼 싸워댄다. 서로 누가 더 괴롭히나 시합이라도 벌이듯이 온갖 술수를 다써서 상대방을 못살게 군다. 그 괴롭히는 방법들이 읽는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깔깔거리기도 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엽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예전에 서커스단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Twit부부는 여전히 원숭이 가족을 한집에 데리고 살며 늘 거꾸로 서는 물구나무를 시켜댄다. 그것이 너무나 힘이 들었던 원숭이들은 역시 Twit부부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새들과 지혜와 힘을 모아 이 부부를 무너뜨리는데,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들에게 영원히 돌이키지 못할 복수를 할까? 웬만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방법이다.

이 책 뒤에 작가에 대한 얘기가 몇 쪽에 걸쳐 부록처럼 실려 있는데 이 사람, 상당히 재미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모두 노르웨이 출신인데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 실제로 아버지 얼굴도 기억못하고 자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들과 화목한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그 역시 다섯명의 자녀를 두었다. 그의 집필실이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 소개도 재미있다.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출퇴근하듯이 매일 규칙적으로 집필 시간을 가졌던 그는 늘 쓰는 연필 종류가 있었고 여섯 자루의 연필을 깎아 놓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매일 글을 쓰던 이 오두막집은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그가 한 말중에, 사람은 어른이 되면 대부분 어렸을 때 일을 잊지만 자기는 여전히 어렸을 때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음 속에 '유머'를 가지고 있다면 누구든지 어린이를 위한 무슨 글이든 쓸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동화 작가가 되는데 꼭 필요한 두가지 점을 짚은 말이 아닌가 한다. 그가 그 본보기!

 

THE TWITS written by Roald Dahl

 

 

아이가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내미는 책은 되도록 읽어보려고 한다. 당장 못 읽더라도 언젠가는. 아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다 읽은 후 아이에게 네가 읽어보라고 한 책 다 읽었다고 하면 아이가 참 좋아한다. 그런데 아무리 아이가 한번 읽어보라고 해도 못읽고 있는 책도 있다. 해리 포터가 그 대표적인 예. 나는 확실히 환타지 체질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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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데이지 2012-01-1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병원에서 탈출하는 헨리가 ....어~궁금해요!
저 이번기회에 원서 한번 읽어볼까요?

ㅋㅋ 근데 진짜 해리포터 안읽히세요?
진짜 재미있는데.....ㅋㅋ

hnine 2012-01-14 04:38   좋아요 0 | URL
궁금하시죠?? 저도 다 쓰고 싶었는데 그러면 안 읽으신 분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ㅋㅋ
블루데이지님은 해리포터 읽으셨구나...저도 시도는 몇번 해봤는데 그 두꺼운 책이 저는 별로 재미가 없는거예요, 다음 장면이 궁금하지도 않고 ㅠㅠ

울보 2012-01-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랑 동갑이라고 알고있는데 ,,정말 빠른건가요, 류가 느린건가요, 좋아하는 책은 재미있게 읽으면서 영어책도 편식을 하는편 이책도 사달라고 해서 사주기는 했는데 한번 쓱보더니 열심히 보는것 같지는 않던데,,ㅎㅎ
그래도 가끔 뒤적이기는 하더라구요,
저도 시간이 걸려도 읽어봐야겠어요 원서로,,ㅎㅎ

2012-01-14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yself 2012-01-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두권의 책을 다 읽었는데 아주 재밌던데요?

hnine 2012-01-17 19:13   좋아요 0 | URL
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CHOPIN같은 MOZART다.

그런데 중반 이후에 영낙없이 '나 MOZART곡 맞아'라고 말하는 듯한 부분이 나온다.

 

오늘 날씨, 오늘 기분과 싱크로율 90%.

 

(혹시 모짜르트 피아노교본을 가지고 있으신 분, MOZART 3권의 13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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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1-1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에이치나인님 오늘 기분 좋으셨군요.^^

hnine 2012-01-13 20:49   좋아요 0 | URL
여기는 오늘 날씨가 계속 흐렸어요. 기분도 그랬었는데 코드가 맞는 음악을 어쩌다 듣고 나니 동조가 일어나 오히려 기분이 좀 더 '업'되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나봐요 ^^
저 음악, 사실 장조 아니고 단조랍니다.

프레이야 2012-01-13 22:39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단조!
흐린날은 단조가 제격이죠.
슬플 땐 오히려 슬픈 곡조가 저도 마음에 울리더라구요.
흠뻑 젖으면 '업'되지요.^^

hnine 2012-01-14 04:46   좋아요 0 | URL
예, 그렇지요. 어정쩡하게 말고'흠뻑' 젖고 나면 업되는거요.
프레이야님 댁에도 피아노 잘 치는 따님이 있으시니 집에서 피아노 소리 자주 들을 수 있겠지요.^^

진주 2012-01-1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쇼팽같은 분위기예요.
시적이고 아름답고 서정적이잖아요^^
그러다가 4분44초부터는 모짜르트의 익숙한 색깔이로군요~ㅎㅎ
덕분에 간만에 피아노곡에 귀 기울여 봅니다^^

진주 2012-01-1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음악 어디서 돈내고 사와요?
저도 함께 감상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
번거러울까봐 유료로는 한번도 사본적이 없다는...^^;;;;;

hnine 2012-01-14 21:47   좋아요 0 | URL
진주님, www.youtube.com 이라는 무료 음악, 동영상 감상 사이트가 있어요. 위의 곡도 거기서 퍼왔지요. 함께 감상하고 싶은 곡이 뭘까 궁금하네요. 올려주세요~ ^^
 

 

 

화암사 가는 길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

당신은 물었지

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

벗겨진 치장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르지

그 무심한

나무 기둥으로

휘어질 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수백년 버티고 서 있는

그 마음 얻으러 간다오

 

 

 

 

 

 

 

블루데이지님 서재에서 오랜만에 화암사를 다시 보고

몇년 전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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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찰로 가는 길
    from Value Investing 2012-01-14 02:29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당신은 물었지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hnine님께서 올려주신 '화암사 가는 길'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이다.나이를 차츰 먹을수록 (일상생활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슨 풍경을 찍을라치면) 주위로부터 '그기 뭐 볼끼 있다고' 라는 말을 좀 더 자주 듣다 보니, 저 짧은 시구절이 참으로 나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과 하루하루의 풍경들이 어쩌면
 
 
파란놀 2012-01-13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안부인사 같은 말로
"뭐 볼끼 있다고" 하며 여쭈시지들 않으랴 싶어요..

hnine 2012-01-13 05:2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안부 인사 하는 방법이 참 여러가지이지요.

블루데이지 2012-01-1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hnine님 정말...딱이예요~~
화암사 가는길을 더이상 잘 표현할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마음 저도 얻어 왔다고 하면 건방질까요?ㅋ

hnine 2012-01-13 05:28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덕분에 가물가물 잊고 있던 기억을 붙잡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예전엔 혼자 갔지만 이번엔 가족과 함께 가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