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가는 길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

당신은 물었지

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


hnine님께서 올려주신 '화암사 가는 길'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이다.


나이를 차츰 먹을수록 (일상생활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들고 무슨 풍경을 찍을라치면) 주위로부터 '그기 뭐 볼끼 있다고' 라는 말을 좀 더 자주 듣다 보니, 저 짧은 시구절이 참으로 나에게는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과 하루하루의 풍경들이 어쩌면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순간'처럼 소중하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 어떨 땐 괜히 나 혼자만 (너무 일찍 앞서서) 그런 생각들을 하는가 싶은 의심마저 들 때가 있기도 하다.


나는 평소에 이런저런 모임에 참가하거나 혹은 등산이나 여행을 나설 때에는 무슨 '습관처럼' 카메라를 챙겨 다닌다. 아직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진 촬영기술을 어떡하든 조금이나마 연마해 보고 싶은 욕심도 물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스쳐 지나가는 '삶의 궤적들'을 어딘가에 좀 남겨두고 싶다는 욕심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덕분에 그동안 마구잡이로나마 찍은 사진들이 어느새 제법 쌓인 것 같다. 그런데 마침 hnine님께서 올려주신 '화암사 가는 길'이라는 글을 읽고 나니, 그동안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면서 마주친 '사찰 풍경들'이 떠올라 이번 기회에 한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기 뭐 볼끼 있다고' 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걸까?

 

최근에 (책을 통해) 무척이나 자주 만나는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는다.


 

인간의 모든 관찰과 행위와 체험 등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희박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충분한 자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청년시절뿐이며, 노년기가 되면 의식적인 생활의 절반은 잃어버린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생존의식은 나이를 먹을수록 희미해진다. 마치 아무리 훌륭한 미술품이라도 몇천 번이나 보는 동안에 감흥이 점점 없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모든 사물은 차츰 의식의 표면을 스쳐갈 뿐 별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다만 눈앞에 닥친 필요에 따라 움직일 뿐 나중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모르게 된다. 따라서 의식이 감퇴함에 따라 세월도 빨리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유년시절에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물과 사건이 신기하기만 하여 모조리 의식 속에 떠오르므로, 하루가 매우 길게 생각된다. 이와 비슷한 일을 여행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난 후 한 달 동안은 가정생활의 넉달 동안보다 더 길게 생각되지만, 같은 사물을 몇 번씩 자주 대하는 동안에 차츰 지적인 능력이 둔해지므로 모든 사물들이 머릿속에 별로 인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가며, 생활도 점점 무의미하게 되고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흔히 노인들의 하루가 아이들의 한 시간보다도 더 짧게 생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벗겨진 치장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을지 모르지

그 무심한

나무 기둥으로

휘어질 지언정

부러지지 않고

수백년 버티고 서 있는

그 마음 얻으러 간다오

이 시를 쓴 시인은 화암사의 '그 무심한 나무 기둥'으로 적어도 수백년을 넉넉히 버티고 서 있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콕 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걸' 얻고 싶어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한참이나 생각해 봐도 그저 막연하기만 하고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나는 천년 혹은 천오백년 이상 버텨온 전국의 온갖 사찰들을 스쳐 지나다니며 과연 무슨 '마음'을 얻으러 다녔던 걸까? 그러고 보니 정작 내가 그동안 보아 온 것들은 너무나 '피상적인 겉모습'에만 머물렀던 게 아니었던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기 뭐 볼끼 있다고'

언제 기회가 되면 나도 꼭 화암사에 가보고 싶고, '그 마음'이 무엇인지도 직접 알아보고 싶다.


 * * * 

 

2008년에는 신록이 무르익던 5월에 소금강을 거쳐 설악산 신흥사에 들렀고, 그 해 가을엔 '미증유'의 혹독한 금융위기 덕분에 감당키 어려웠던 마음의 짐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싶어 (마침 사춘기에 접어든 두 아이들을 키우느라 지치고 힘겨워 하던 아내와 함께) 템플스테이도 체험할 겸 영월에 있는 법흥사를 다녀왔고, 그 해 11월엔 오대산 상원사와 일산에서 가까운 서해 앞다바의 석모도와 보문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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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악산 신흥사 가는 길 (신라 진덕여왕 6년인 서기65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2:45:01


2. 신흥사의 5월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2:58:00


3. 신흥사 돌담장 사이로 산책나온 다람쥐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3:06:08


4. 고교 수학여행(1979년) 이후 29년만에 다시 올라가본 '흔들바위'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3:53:14


5. 강원도 주문진 부근 광나루 앞바다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7:16:01


6. 바닷가에서 오월의 저녁을 즐기는 동네꼬마 녀석들

Shooting Date/Time 2008-05-10 오후 7:26:59


7. 눈부신 5월의 어촌 풍경(광나루)

Shooting Date/Time 2008-05-11 오전 10:51:25


8. 그림같은 풍경의 주문진 광나루 앞바다

Shooting Date/Time 2008-05-11 오전 11:06:07


9. 템플스테이를 위해 찾아간 영월 법흥사(난생 처음 108배도 올리고... 절에서 먹고 자고....)

Shooting Date/Time 2008-10-18 오후 4:18:01


10. 산사의 가을밤을 수놓은 야외 콘서트

Shooting Date/Time 2008-10-18 오후 7:44:17


11. 밤늦도록 이어진 템플스테이 행사


Shooting Date/Time 2008-10-18 오후 9:32:40



12. 법흥사 일주문(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08-10-19 오후 1:10:09


13. 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신라 선덕여왕 14년인 64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짐)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전 10:06:20


14.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전 10:17:44



15. 적멸보궁 올라가는 길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전 10:52:24



16. 산사의 늦가을 풍경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전 10:56:58



17. 상원사 동종(신라 성덕여왕 25년인 725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후 4:32:13



18. 오대산 월정사(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


Shooting Date/Time 2008-11-01 오후 5:12:57



19. 석모도 보문사와 눈썹바위(신라 선덕여왕 4년인 635년에 회정()이 창건)

Shooting Date/Time 2008-12-13 오후 4:52:19


20. 보문사 눈썹바위 아래 마애석불좌상

Shooting Date/Time 2008-12-13 오후 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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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한겨울에 북한산을 오르기 위해 도선사를 거쳐 백운대에 올랐고, 무더운 여름엔 북한산의 계곡을 찾아 삼천사와 진관사를 지나다녔다. 그리고 봄이 오는 길목엔 전북 진안에 있는 마이산의 탑사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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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북한산 백운대의 상고대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09:48


22. 백운대에서 바라본 북한산 능선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14:07


23. 북한산 인수봉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18:14



24. 겨울안개에 묻힌 북한산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25:55


25. 북한산 위문을 거쳐 백운대로 오르는 등산객들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26:52



26. 지평선 끝까지 가득찬 안개와 구름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36:00



27. 백운대의 상고대


Shooting Date/Time 2009-02-14 오전 11:43:56



28. 진안 마이산의 탑사


Shooting Date/Time 2009-04-25 오후 2:35:12

 

 

29. 탑사의 돌탑(1885년 이갑용이 마이산에 들어와 수도하다가 1900년 무렵부터 탑을 쌓기 시작)

 



Shooting Date/Time 2009-04-25 오후 2:44:44



30. 북한산 삼천사(신라 문무왕 1년인 661년에 원효대사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09-10-25 오전 10:46:04



31. 시원한 계곡물이 쏟아지는 삼천사 계곡(동행한 친구의 모습, 2011년 8월)


Shooting Date/Time 2011-08-06 오전 11:55:02



32. 매끄러운 천연바위를 이용해서 공짜로 '워터 슬라이드'를 즐길 수 있는 삼천사 계곡


Shooting Date/Time 2011-08-06 오후 2: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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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이른 봄에 지리산에 있는 화엄사와 쌍계사, 늦가을엔 덕유산의 백련사를 스치듯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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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지리산 화엄사 입구 (백제 성왕 22년이던 544년에 인도 승려인 연기조사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0:17

  

34. 템플스테이 수련원(다시 한번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 싶은 곳)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3:31

 

 

 

35. 화엄사의 석등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6:38

 

  

36. 눈쌓인 노고단과 봄기운이 감도는 화엄사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8:09

 

 

 

 37. 눈덮인 지리산 능선(노고단)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9:07

  

 

38. 눈덮인 노고단과 화엄사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39:22

 

  

39. 각황전 앞 석등(국보 제12호, 전체 높이 6.4m로 한국에서 가장 커다란 규모)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42:20

  

 

40. 화엄사 각황전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44:22

 

  

41. 각황전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46:48

 

 

 42. 범종각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47:28

 

 

43. 목어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50:04

 

 

44. 석등의 빛깔과 닮은 옷을 입은 처녀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50:45

 

 

45. 푸른 빛깔을 고이 간직한 채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소나무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전 11:51:58

 

 

46. 단청이 몹시 아름다운 쌍계사 일주문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후 1:17:12

 

 

47. 쌍계사 석탑(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3년인 723년에 의상(義湘)의 제자인 삼법(三法)이 창건)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후 1:24:10

 

 

 

48. 쌍계사의 대나무 

Shooting Date/Time 2010-03-13 오후 1:43:56

 

 

49. 덕유산 백련사 가는 길(무주구천동 계곡의 하늘)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0:25:14

 

 

50. 백련사 가는 길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0:36:44

 

 

51. 덕유산 백련사(신라 신문왕 때 백련이 초암을 짓고 수도하던 중 이 절을 창건)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0:51:33

 

 

52. 백련사 경내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1:05:18

 

  

53. 백련사의 가을 풍경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1:08:31

 

 

54. 백련사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1:28:12

 

  

55. 백련사를 지나 덕유산 능선에서 바라본 하늘 

Shooting Date/Time 2010-10-30 오전 1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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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계룡산의 갑사와 남매탑을 거쳐 춘천의 오봉산 자락에 있는 청평사와 대구의 동화사 등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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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계룡산 갑사 가는 길
(백제 구이신왕1년인 420년에 고구려에서 온 승려 아도()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전 9:35:41

 

  

57. 가을단풍에 물든 남매탑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후 2:44:30

 

 

58. 갑사에 오르는 친구들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후 4:38:37

 

 

59. 갑사와 계룡산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후 4:47:35

  

60. 계룡갑사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후 4:48:13

 

 

61. 갑사를 떠나며...... 

Shooting Date/Time 2011-10-15 오후 4:52:33

 

 

62. 춘천 오봉산 입구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12:32:07

 

 

63. 오봉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청평사(고려 광종 24년인 973년에 영현선사(永賢禪師)가 창건)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1:48:38

 

  

64. 청평호의 가을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1:58:59

 

 

 65. 청평사를 찾은 연인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4:21:19

 

  

66. 막배는 5시에 떠나네...... 

Shooting Date/Time 2011-10-22 오후 5:03:48

 

  

67. 대구 팔공산 북지장사의 붉은 단풍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2:42:10

 

 

 68. 북지장사의 한 조각 붉은 잎새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2:43:51

 

  

69.북지장사의 늦가을 오후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2:55:34

 

 

70. 북지장사를 떠나며.....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한 고향의 친구들)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3:11:43

 

 

 71. 팔공산 갓바위(관봉약사여래불)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5:01:52

  

 

72. 해가 저물도록 촛불을 밝히고 기도드리는 사람들  

Shooting Date/Time 2011-11-12 오후 5:09:28

 

  

73. 유서깊은 동화사(신라 소지왕 15년인 493년에 극달(極達)이 창건)

Shooting Date/Time 2011-11-13 오전 9:28:14

 

 

74. 석축이 아름다운 가람~  

Shooting Date/Time 2011-11-13 오전 9:42:11

 

  

75. 가을 햇살과 코스모스가 어울리는 동화사  

Shooting Date/Time 2011-11-13 오전 9:42:51

 

 

 76. 팔공산 품에 안긴 동화사 

Shooting Date/Time 2011-11-13 오전 10:15:20

 

 

 77. 겨울에 오동나무꽃이 상서롭게 피어났다는 동화사 

Shooting Date/Time 2011-11-13 오전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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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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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1-14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데이지님 글을 보고 hnine이 몇줄 끄적거리고, 제가 몇줄 끄적거린 것을 읽어주신 후 oren님이 이런 정성 가득한 페이퍼를 올려주시고 ^^
사진 찾아서 올리시고 글을 쓰시느라 늦게 주무셨겠군요.
참 많은 절을 다니셨네요. 저는 결혼하기 전에 주로 많이 다녔고 지금은 집에서 가까운 동학사와 갑사만 종종 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절 밥은 먹어봤어도 잠은 안 자봤는데 템플 스테이도 해보시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셨으니 들려주실 이야기도 많으리라 생각되어요 ^^
진안 마이산은 올라가기가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나고, 강화도에서 들렀던 절이 보문사였는지, 전등사였는지 가물가물하고요.
사진도 참 좋아요. 배경을 꽉 차게 잡고 인물을 두어명만, 아주 작게 들어가게 찍으니 그것도 멋진데요.
올려주신 쇼펜하우어의 말은 끄덕끄덕하면서도 섬뜩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2012년에는 어떤 산을 다녀오시게 될까, 카메라는 꼭 가지고 가셔야지요? ^^

oren 2012-01-14 13:30   좋아요 0 | URL
hnine님께서는 동학사와 갑사를 자주 가시는군요. 저는 작년 가을에 계룡산을 처음 가봤답니다. 갑사도 좋았지만 저는 남매탑이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거기에 얽힌 전설과 '갑사로 가는 길'이라는 수필도 떠오르고요.

템플스테이는 꼭 한번 체험해 볼 만한 멋진 경험이었답니다.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한 깊은 산속 절에서 잠을 자보는 것만 해도 정말 특별한 느낌이었고, 스님들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산에도 올라보고 음식도 함께 나눠 먹고... 특히나 정말 잘생긴 젊은 총각스님(?)이 깊은 산속의 어둠 속에서 홀로 통키타를 치며 멋지게 불러주던 '귀거래사'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만큼 '감동'을 안겨주더군요(그걸 동영상으로 담지 못한 게 정말 너무너무 아쉬웠답니다).

저는 평소에 일부러 사찰을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등산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사찰에도 들르게 되는데, 올핸 전남 영암의 월출산과 그 인근의 도갑사와 무위사, 그리고 전남 해남의 두륜산 대흥사와 충렬사 등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두 곳 모두 한두번씩 가본 곳인데, '대흥사 가는 길'도 정말 아름답더군요. 올 가을에 다녀오게 되면 '사진'을 꼭 남기겠습니다. ㅎㅎ

stella.K 2012-01-14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오렌님의 사진은 언제봐도 멋집니다.
특히 계곡에서 물 맞는 친구분의 모습은...!ㅋㅋㅋ
지금 보기엔 추운데요?
사신 잘 찍는 사람 보면 참 부럽더라구요.
잘 봤습니다.^^

oren 2012-01-14 13:40   좋아요 0 | URL
계곡에서 물 맞는 저 친구는 '백두산'에도 함께 갔던 친구인데, 정말 '산과 절'을 좋아하는 녀석이랍니다. 저 친구는 젊어서 한때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서울을 떠나 지리산 실상사 근처에서 '귀농생활'을 시도해 보기도 했던 경험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귀농'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요. 그런데 저 친구는 아직도 늘상 '귀농'을 꿈꾸고 있답니다.

지금은 비록 한겨울이라 계절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지난해 가장 무더웠던 어느 여름 한낮에 담아온 '북한산 삼천사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배달해 봅니다. ㅎㅎ


stella.K 2012-01-16 11:38   좋아요 0 | URL
ㅎㅎ 별찜해놨다 여름되면 다시 볼랍니다.
지금은 넘 추워요.ㅠㅠ

숲노래 2012-01-1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마실과
좋은 나날
누리셔요~

oren 2012-01-15 17: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된장님도 늘 좋은 나날 되세요~

블루데이지 2012-01-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답사꾼이신데요..앞으로 가끔 생각나게 할 것같은 글과 사진이 너무 멋집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꼭 절을 갈때마다
지리산 화엄사와 쌍계사는 가을에 ..
갑사나 마이산은 여름에...
설악산은 겨울에만 가게되는것 같아요..다른계절에 반짝반짝 빛나는 절과 산을 보니 더 새롭고 예쁘네요..
감사히 잘봤습니다..자주 올께요!! 매력적인 oren님의 서재십니다.
화암사 꼭 가보세요..다른절들과는 스케일 자체가 비교도 안되게 소박하지만...볼게 없어서 더 다행인 절입니다.

oren 2012-01-15 17:07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께서 절을 찾으시는 계절은 어쩌면 저와는 계절이 두셋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이른 봄에 지리산 방향으로 움직이구요(구례 산수유와 광양의 매화도 볼겸). 설악산은 여름과 가을에 주로 간답니다(어떤 해에는 물론 사시사철 구분없이 자주 가기도).

화암사는 블루데이지님과 hnine님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볼께요~

페크pek0501 2012-01-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사진 - 역시 거대한 자연을 나타내는 데엔 사람이 한두 명 있어 줘야 되고...
13번 사진 - 이 길을 걸으며 자연 속에 안겨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고...
61번 사진 - 그 푸르름에 취하고 싶고...
64번 사진 - 풍경 보면서 명상에 잠길 것 같고...

'그기 뭐 볼끼 있다고' - 저는 이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집에만 있느라고 저런 멋진 풍경들을 못 보고 사는 구나, 싶어서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멀리 가려 하면 귀찮은 생각이 들죠.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이 행복도 더 많이 누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런 건 추천 20개쯤 날려 줘야 하는 건데(기술로 보나, 정성으로 보나, 아름다움으로 보나)... 안타깝게도 한 번만 누르고 갑니다. ㅋㅋ

oren 2012-01-15 17:18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말 사람마다 각양각색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두발로 걸어다녀야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는 건 아닐껍니다. '세상을 음미하는 기술'은 정말 다양할 테니까 말입니다.

pek님께서 여러 장의 사진들에 대해 일일이 감성이 넘치는 댓글을 남겨 주신 것만 보더라도, pek님께서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는 데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blanca 2012-01-1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너무 좋아요. 자녀분들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도 그렇고요. 초보 수준이 아니신데요. 이 사진들을 보니 빨리 봄이 와서 저도 저곳들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집니다. 월정사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입구까지 갔었는데 너무 차가 많아(아예 움직이지도 않더라고요) 돌아섰던 아쉬운 기억도 납니다. 쇼펜하우어의 저 얘기 들으니 너무 공감가요. 정말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어렸을 때는 어떻게나 시간이 안가던지. 다 저런 이유였군요.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oren 2012-01-16 13:18   좋아요 0 | URL
설악산 신흥사를 거쳐 주문진으로 다녀올 땐 아마도 제 아이들은 집에서 마음껏 컴퓨터를 두들기며 놀았지 싶습니다. 그때(2008년 5월)는 제 아이들이 둘 다 중학생이었는데, 때마침 중간고사를 끝낸 터였고 친구들과도 약속들이 있다고 해서 (신나게 놀라고 내버려두고) 옆지기와 단촐하게 여행을 갔었답니다. ㅎㅎ

월정사 가는 길도 정말 좋은데, 때맞춰(?) 가게 되면 엄청난 혼잡을 피하기 어려운 곳이지요. 무더운 한여름에 월정사 입구의 맑고 시원한 강물에 발도 담그고 아이들과 피래미를 잡고 놀다보면 정말 더위가 싹 가시는 곳이지요. 강물을 따라 쭉 이어진 울창한 숲길도 산책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구요.

쇼펜하우어가 '나이에 대하여' 써놓은 얘기들은 아무래도 blanca님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제가 훨썬 더 크게 공감을 느끼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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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입장에서 보면 인생이란 하나의 끝없이 긴 미래로 보이며,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극히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모든 사물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아 보인다. 청년시절에는 그처럼 크게 보이던 인생이 꿈과 같이 덧없고, 다만 급격한 현상의 무의미한 교체로 생각되어 허무와 무상이 뚜렷이 들여다보이고 또 마음에 스며든다.

청년시절에는 시간이 가는 것이 무척 더디다. 그러므로 일생의 4분의 1은 행복한 시기고 또 가장 길게 생각되는 부분이며, 그 동안에 기억하는 일들은 어느 시기의 기억보다 훨씬 많다. 자기의 생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 누구나 그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그 밖의 4분의 3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기간은 계절에 있어서 봄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해가 너무 길어 지루하게 생각될 정도지만,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면 낮이 무척 짧아지는 대신에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노년기에는 왜 과거의 생애가 그처럼 짧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조금도 소중할 것 없는 대부분의 불쾌한 일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극히 작은 부분만 남아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빈약해지고 길이도 짧아지는 데서 오는 것이다.(이하 생략)

blanca 2012-01-16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ren님, 쇼펜하우어의 저 나이에 대한 글은 어디에 있나요? 찾아 읽어 보고 싶어요.

oren 2012-01-16 23:00   좋아요 0 | URL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책에서는『삶의 예지』라는 책의 6장(464쪽∼482쪽)에 나와 있습니다. (이 책 속에는『세상을 보는 지혜』,『인생을 생각한다』,『삶의 예지』,『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등 총 4권의 책이 들어 있으며 총 1023쪽의 꽤나 두꺼운 책입니다) 쇼펜하우어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매일같이 책을 읽거나 그렇지 않으면 '개와 함께' 산책을 하며 '생각'에만 몰두한 나머지 '나이에 대해서'도 정말 할 말이 많았는지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한가득 풀어놓은 것 같더군요. 끝으로 '나이'를 '자기 자본'에 비유한 대목도 아주 재미있는데 여기에 덧붙여 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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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즉 체력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36세까지는 그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과 같아서 오늘 소모한 체력은 내일이면 회복된다. 그러나 이 무렵을 고비로 그 후로는 자기 자본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자본가가 된다. 처음에는 사태의 변화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아 지출의 대부분은 자연히 원상복구가 되어 이 무렵의 손실은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손실이 점점 늘어가면 눈에 띄게 된다. 그것은 날마다 팽창하여 점점 뿌리를 깊이 박고, 오늘이라는 하루가 돌아올 때마다 어제보다 가난해진다. 그 동안에 그 감퇴는 물체의 낙하처럼 더욱 속도를 내고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이처럼 생명력과 재산이 날로 줄어든다면 그보다 더 딱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유에 대하여 애착을 가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성년에 도달하고 나서 몇 해까지는 생명력에 관해 말하자면 이자 중에서 얼마간은 자본에 보태는 사람과 같다. 그렇게 하면 지출한 금액이 다시 자연히 충당될 뿐더러 자본도 늘어간다. 오, 행복한 청춘! 오, 서글픈 늙은이······. 어쨌든 인간은 청춘의 힘을 소중히 간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