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
감기는 대개 일주일이면 회복이 되지만, 이 세상에 일주일 가는 우울증은 없다.
감기보다 더 지독한 우울증... 


네이버 Zizel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 zizel.net/6010326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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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1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을증을 참 무서운 병이죠.남들이 쉽게 알아 챌수도 없고 본인만 속으로 곪으니까요.근데 이거 해결하는 약이 있는데 프로작이라고 하던가요.이원복 교수의 만화에서 본것같은데 아무튼 이 약을 먹으면 약 기운이 있는 동안은 우울한 생각이 싹 달아난다고 하네요^^

hnine 2010-03-11 10:10   좋아요 0 | URL
항우울제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 약이 프로작이 아닐까 싶어요. 이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10-03-1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3-12 12:34   좋아요 0 | URL
그런 얘기들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 위의 카툰에서도 나왔듯이 단순히 마음이 여린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예민한 감성, 높은 도덕성, 높은 기대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취약하다고 하니 참...

그건 그렇고,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진 에펠탑 사진, 아무리 봐도 정말 근사하다. 누가 찍었는지.

잔느맘 2010-03-11 10:22   좋아요 0 | URL
병규가 찍었을지도 몰라.
우리 애들은 5년전 로마랑 빠리 간게 유일한 외국여행이었는데,
그게 참 좋았나봐.
2012년 1월 경은이입시 마무리 되면 그 때나 갈수있을까 싶다.

hnine 2010-03-11 17:37   좋아요 0 | URL
경은이 입시 마무리 되고 갈 계획이라면, 그리 먼 훗날은 아닌걸? ^^

하늘바람 2010-03-1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제스탈 병같네요. ^^ 전 님이 우울하신 거 아닌가 해서 잽싸게 달려왔어요

hnine 2010-03-11 18:1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우울증에 대해 자신있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이 카툰은 특히 아이 키우는 주부들의 얘기라서 특히 공감이 가길래 담아왔답니다.
남들 다 하는 일이니까 어려움이 없으리란 법 없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 특히 가족이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참 힘들지요.
(제목만 보고도 달려오셨다는 말씀에 마음이 녹녹해집니다...)

울보 2010-03-1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류가 어릴적에는 지금보다 더우울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그런데 류가 학교에가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우울함이 많아 진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한달에 일주일은 우울한것 같아요,,ㅎㅎ
잘 극복해야지요,
난 스스로 잘 극복하려고 노력중입니다,,,

hnine 2010-03-11 17:41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에는 그래도 조금 우울할 때에는 극복해보고자 하는 의지도 생기는데 많이 우울할 때에는 그런 의지도 잘 안 생기더라고요. 울보님께 한수 배워야겠어요.

꿈꾸는섬 2010-03-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말 공감해요. 기대치를 낮게 가져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스트레스 덜 받도록 하구요. 나인님 우울한줄 알고 조금 긴장했는데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마워요.^^

hnine 2010-03-12 12:35   좋아요 0 | URL
자신에 대해 큰 기대치를 걸지 않는 것, 그것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터득되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주위의 어떤 결정적인 자극이 올라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곤 한답니다. 그러고 나면 또 어느만큼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려야 다시 평정이 오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참 힘들더라고요.

라로 2010-03-1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창 우울증인데,,,,육아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거군요,,,
잘해주지는 못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바보에요,,,에휴

그나저나 님!!!!

서재지수 : 58210점

* 마이리뷰: 444편 TOP3
* 마이리스트: 19편
* 마이페이퍼: 722편 TOP3
* 오늘 70, 총 59995 방문

60000방문이 코앞이네요!!!축하해요~.^^

hnine 2010-03-11 17:48   좋아요 0 | URL
위의 카툰에서 그 부분이 저도 참 공감이 가더라고요. 내가 되고 싶은 엄마와 실제 내가 보이고 있는 모습에 너무나 큰 갭이 있는 것을 매일 매일 확인하면서 우울해질 때가 많다는 것이요. 물론 저는 그 외에도 수십 가지 이유로 우울해하지만요 ^^
오늘은 낮에 시간이 나서 모처럼 영화를 보려고 했더니 왜 보고 싶은 영화는 이미 끝났거나 상영하는 곳이 없는 것인지. 그냥 제일 심각해보이지 않는 영화를 골라서 보고 왔습니다.

꿈꾸는섬 2010-03-1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 : 58210점
마이리뷰: 444편
마이리스트: 19편
마이페이퍼: 722편
오늘 111, 총 60036 방문
나비님 댓글보고 저도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오늘 111번째 방문자네요.^^

hnine 2010-03-12 12:36   좋아요 0 | URL
전 아직도 어떻게 캡쳐하는지 몰라요 ㅋㅋ
고맙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니 감사하고 또 부끄럽고, 그렇네요 ^^

같은하늘 2010-03-12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hnine님이 우울하신가 하고 걱정했네요.^^
근데 카툰을 쭉 읽어 내려오니 바로 제 얘기네요. -.-;;;
올바른 육아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해요. 제일 가까이 있는 남편이 알아줘야 하는데 그럴 기미도 보이지 않고... 엄마한테 당하는(?) 아이들만 불쌍하지요.^^

hnine 2010-03-12 05:53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내려오다가 어느 대목에서 특히 팍 찔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줄 알고 자기의 이상을 수정할 줄 아는 것이 우울증을 진전시키지 않기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요.

마노아 2010-03-1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내용이에요! 주부도 아니고 키울 아이도 없지만 제가 막 위로받는 기분이에요.(>_<) 별찜!!

hnine 2010-03-12 10:41   좋아요 0 | URL
마지막 두 줄도 저는 공감한답니다.
친구나 동료의 공감과 위로도 도움이 되지만 가족이 이해를 해주면 우울증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커텐을 걷고 밖을 내다 보다.
 

눈이 제법 왔다.

 



 

 

 

 

 

 

 

 

 

 

 

 

 

아이는 오늘 축구 못한다고 투덜거리고,
남편은 오늘 서울 갈 일이 있는데 고속도로 안 막힐 시간에 가야겠다고 하고,
아침 내주고 나는 창문에 붙어서 사진 찍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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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10-03-10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3월의 눈으로는 꽤 많이 내렸네요...

hnine 2010-03-10 18:05   좋아요 0 | URL
그리고 또 쌀쌀했어요. 잘 챙겨입는다고 입고 나갔는데도 버스 기다리면서 온 몸에 힘이 절로 들어가더군요. 지금은 길이 녹은 눈때문에 질퍽질퍽해졌습니다.

순오기 2010-03-10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에 내리는 눈은 춘설인가요?
페이퍼 보고 거실 창을 열었더니 광주는 엄청 내렸네요.
인증샷은 나중에...^^

hnine 2010-03-10 18:06   좋아요 0 | URL
3월에 이렇게 눈이 오고 추우면 외부에 일이 있을 때 옷을 어떻게 입고 나가야 할지 참 망설여져요.
털 모자 달린 겨울 파카를 입고 나갈 수도 없고요. 덕분에 오늘 아주 제대로 떨다 들어왔네요.

무스탕 2010-03-1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만큼이나 많이 왔네요!
정성이는 운동장에서 눈갖고 논다고 조금 일찍 나갔어요 ^^

hnine 2010-03-10 18:08   좋아요 0 | URL
여긴 또 눈 뭉쳐서 놀 정도는 안되더라고요.
오면서 녹아 그런지.
정성이처럼 노는 것도 부지런해야 제대로 놀아요 ^^

하늘바람 2010-03-1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경은 참 예뻣어요

hnine 2010-03-10 18:11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눈이 온 것을 알고 아이나 남편이나 저나, 이거 언제까지 오려나 반갑지 않은 내색을 했으니 눈이 알면 서운했겠지요.
눈 덮인 도로보다는 역시 눈 덮인 나무들이 보기에 좋더군요.

2010-03-10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0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0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3-10 18:21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 날은 집 안에 가만히 앉아서 눈구경 하고 있으면 좋았을텐데 밖으로 돌아다니다가 오들오들 떨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봄에 추우면 겨울 추위에 비해 전 왜 더 참을성이 없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카스피 2010-03-10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눈 많이 내렸어요.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라는데 올해는 풍년이겠지요^^

hnine 2010-03-10 18:22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좋겠어요.
지금은 오는 듯 안 오는 듯 눈발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10-03-1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하늘 위의 어떤분이 제 소원을 너무 잘 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눈이 그만 오셔도 좋을 것 같다는 끄적임을 남겨야겠습니다. 변덕쟁이라 하실지 모르겠지만요~

변덕쟁이라고 뭐라 하지 못하게 좀 차분하고 애원하듯 남겨야 할까요 ? ㅎ

가만 보면 hnine 님 은근히 사진 많이 찍으시는 것 같은데요. 사진 좋아하시나봐요 ^^

hnine 2010-03-11 01:11   좋아요 0 | URL
눈을 기원하셨었군요.
오늘은 기분이 좀 괜찮으신가요?
전 옷서랍 엉망으로 해놓았다고 아이를 야단쳐서 재워놓고는 지금 반성모드랍니다. 언제 좀 철들지 모르겠어요. 아이가 아니고 저 말이에요 에효...

꿈꾸는섬 2010-03-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이 눈보다 더 많이 쌓였어요.

hnine 2010-03-11 17:53   좋아요 0 | URL
눈이 오면 제일 운전하시는 분들 생각이 나던데요...
오늘 낮에 나가면서 보니까 눈이 녹아서 여기 저기 똑똑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더군요.

같은하늘 2010-03-1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사진을 찍어 두셨군요. 저도 찍어두었는데 그러길 잘한것 같아요. 오늘보니 눈이 다 녹고 없더라구요.^^

hnine 2010-03-12 05:56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하늘님 사진 보고왔어요. 높은 층에 사시나봐요. 1층에서 보는 것과 또 다른 풍경이네요. 저 사진은 저희 집 베란다 창문에 카메라를 대고 찍은 것이거든요.
 
<위풍당당개청춘>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에 읽은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라는, 카피라이터 최 인아의 책을 떠올렸다. 그 당시 카피라이터는 새로이 떠오르고 있던 직종 중의 하나였고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방송국인지 아니면 신문사 시험 준비에 몇 년을 고군분투하다가 결국은 광고 회사에 취직이 되고, 거기서 겪는 여러 가지 사회 경험과, 20대 여성으로서 결혼, 직장 등의 문제를 자기는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나도 곧 닥칠 일이라 생각이 되어 그랬는지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여기 또 한 사람의 20대 대한민국 여성이 있다. 언론사 시험 공부에 맹렬히 돌입, 2년 연속 낙방하고 3년의 백수 생활을 거쳐 언론사가 아닌 다른 공사에 취업을 한다.
뻔한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가 적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저자의 글 솜씨가 나름 흡인력이 있기 때문인가, 이 책 역시 재미있게 금방 읽었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듯이 '대한민국 20대 사회 초년병'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나의 20대를 돌이켜 볼때 많이 성숙된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 그녀를 보고 역시 생물학적인 나이에 따라 철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취업이 안되고 있는 동안에는 스스로 '백수'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괴로와 하고, 막상 취업이 되고 나면 나 자신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는 것만 같은 회의감에 괴로와 하는 우리. 그녀 말에 의하면 쇼펜하우어가 그랬단다.

인간의 감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뇌.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 인간은 괴로워한다. 다른 하나는 권태다. 원하던 걸 가지면 인간은 지루해한다.(43쪽)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때는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며 어서 그 상황을 벗어나기를 갈망하다가도, 막상 어딘가에 소속되고 나면 어떻게 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한다. 과연 인간은 소속을 원하는 것인지,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저자가 던지는 말,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건 없다, 그러니 너무 장렬히 고민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이다. 아니, 이십대 사회 초년생이라면서 이런 결론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릴 수 있는것인가? 사십대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을. 
말도 잘하고 고집도 센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들은 나 같은 거랑 대화하면 쉽게 진실을 선점해버린다. 징그러울 정도로 탄탄한 논리로 거짓을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대화를 하고 나면 심신이 지친다. 언어같은 매개체 없이 진심이 직접 진심과 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나, 하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74쪽)

이렇게 자신의 어리숙한 면을 감추려 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성격도 작용하겠지만 그녀의 숙련된 글 쓰기 기술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취직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쏟아붓는 그 시간과 노력을, 자기만의 뭔가를 구축해보는데 투자해보면 취직이라는 결과물 대신 다른 어떤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안될까? 결국 어딘가 소속되기 위해 기를 쓰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의 부족을 대신하려는 발버둥일까?
결혼을 하여 처음으로 설을 쇠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 같으면 같은 경험을 해도 이렇게 명쾌하게 언어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책의 제목과 표지가 조금 달랐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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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의 살림집 -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
노익상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가난한 이의 살림집>이라는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라고 쓰여 있다. 왕이 살던 궁, 조선 시대 양반들이 살던 멋진 한옥 등을 소개한 책들은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서민들, 혹은 그나마 서민층에도 끼지 못하던 사람들이 살던 주거 형태를 소개한 책은 많지 않다. 그렇게 이 책에 실린 집들은 멋이나 풍류 대신 헐벗음과 한 (恨)이 느껴지는 그런 집들이다.
직접 발품 팔아 우리 땅을 돌아다니며, 기록이 될만한 사진들을 찍고 그에 대한 글을 칼럼 형식으로 쓰는 일을 해오던 저자는 지난 20여년에 걸쳐 여러 월간지와 사외보에 실었던 글과 사진 들 중 평소 관심이 있던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이라는 주제에 대한 것들을 모아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한 두해가 아닌 20여년에 걸친 노고의 댓가로 탄생된 책임에도 책의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사진들이나 글의 느낌이 참 소박하고 조용했다.  

1.외주물집
외주물집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았다. 한마디로 '노변가옥', 즉 마당이 없고 길 밖에서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보잘 것 없는 집을 말한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사는 군락에 함께 집을 짓고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길 가까이 집을 짓고 살았다는데, 가족 구성원의 생활 모습이 외부에서 한꺼번에 쉽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집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능도 보장되지 않은 취약한 형태의 주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마을에서 살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어서 외부 이주를 고려중인 이들이거나, 아니면 장애를 안고 있는 가구가 정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하는데 유랑으로 가는 직전 단계라고 볼수 있다고 한다. 

2.외딴집
외주물집과 마찬가지로 마을에서 떨어져 나와, 즉 전통적 주류에서 떨어져 나와 돌투성이 황무지에 가까운 곳이나 짠물 스미는 갯가, 날짐승 천지인 산간으로 들어가 지어진 외딴 가옥 형태를 말한다. 도회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가혹한' 외로움이 느껴졌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 속우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궁핍한 살림이 바깥 고을과의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하고, 이것이 해마다 되풀이 되면서 결국 회복 불가능한 고립감으로 굳어져가는 일생을 보내고 있는 노부부의 집. 가난도 서러운데 가혹한 외로움과 회복 불가능한 고립감이라니. 

3. 독가촌
전통 마을과 터무니 없는 거리를 두고 지어진 소수 군락을 말한다. 마을을 이루기에는 몹시 춥고 척박한 곳에 덩그러니 지어진 이런 집들은 대개 과거 화전민으로 살던 이들의 집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비 침투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던 시절, 화전에 대한 정리 사업이 공포되고, 산골짜기에 흩어져 있던 외딴집들이 본격 소탕되면서 독가촌으로 집단화 되었다고 한다. 논에 쌀농사를 짓는 것은 꿈결로나 들리는 말이고 옥수수나 감자, 콩 따위의 밭농사를 지어 먹는 생활에 쌀뜨물도 예사로 안보인다는 사람들. 저자가 1996년에 찾아간 전북 장수의 한 독가촌 사람들은 그곳을 뜰 수 없다는 체념이 짙은 분위기임에도 낯선 객에게 베푸는 인심이 남달랐다고.

4. 분교
세계에서 그 유래가 드물다는 우리 나라의 분교.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배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지막 희망의 상징일까. 깊은 산간이나 섬 지역까지 이렇게 낱낱이 기초교육기관이 설치되어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가 독보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본능에 가까운 배움의 욕구로 세워진 분교는 본교로부터 일체의 운영지침을 내려 받아 가르침과 동시에 산간 벽지 감시 예찰 기능이 보태졌고 '가정 방문'이란 그것의 대표적인 예라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그렇게 감시 하고 예찰하는 것이 강조되던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 전이 아니라는 것에 더욱 더. 

5. 간이역
많지 않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누가 들고 나는지 숨길 수가 없다는 간이역. 그런 만큼 소설이나 드라마의 사연처럼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서려 있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어린애나 처녀들이 아예 밭에서 일하던 채로 열차를 타러 오기도 했고 아버지에게 이르지 말아달라고 역무원에게 사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분교와 마찬가지로 간이역 역시 일정한 관찰 보고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치안과 행정력이 곳곳에 미치지 못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던 시절에는 그만큼 주민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고 지금처럼 자동차 여행이 발달하지 않았고 철도가 주요 이동 수단이었던 시대였던 만큼 여행자에 대한 유입과 동태에 대한 관찰이 수월할 수 있는 곳으로 간이역이 제격임은 당연한 사실이었을 것이다 . 

6. 차부집
기차는 철로가 있는 제한된 지역을 다닐 뿐이었다면 더 구석구석까지 사람들을 실어 오고 실어다 주는 교통 수단으로 버스가 있었다. 간이 버스 정류장이라 할 수 있을 차부집은 그렇게 들고 나는 사람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고 떠남을 계획하는 아픈 맘들을 수렴해내던 훌륭한 조절자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손글씨로 적혀 있는 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는 차부를 지키고 있는 것은 살림집 아낙. 하루 네번 읍내와 마을을 잇는 버스가 있다고 알려주는 목소리가 남자 목소리 같았다는 그 풍경이 그려지는 듯 하다. 지금은 화려한 고속 도로, 휴게소, 버스 터미널에 가려 존재감이 흐려 가고 있지만 차부가 생겨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에 신작로가 뚫리면서였고, 신작로는 그 당시 신문물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한 곳에 정착하면 좀처럼 이동하는 법이 없던 농경 문화권의 우리 나라의 관습이 무너지고 새로운 근대 질서가 물밀듯 밀려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던, 그런 역사의 한 과정을 겪어낸 그곳이 지금은 차부집인지 외부인이 보면 표시조차 나지 않는 쓰러져 가는 한 점방에 불과한 흔적화되어 가고 있으니 과연 몇년 후이면 역사 속의 한 장소로 사라지고 말지 모르겠다. 

7. 여인숙
여관과 여인숙은 처음 생겨날 때 모두 나라에서 운영하던 곳이었지만 '여관'이 공무 집행자를 위한 숙박 시설이었다면 본디 '원'에서 시작했다는 여인숙은 그것보다 하급 숙박 시설이었다고 한다. 즉 더 서민적인 숙박 업소라는 뜻이다. 여행중 잠시 머무는 곳으로서의 기능 외에도 살던 곳을 떠나 이동한 이들에게 초기 정착을 위한 임시 거처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위생이나 시설은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는 곳. 역시 지금은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곳이다. 

8. 막살이집
외주물집으로도 불릴 수 있지만 길가가 아니라 길 위에 집을 지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주거 형태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막살이집이다. '막 살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이.
한 평도 채 안되는 방에 반 평 정도 되는 부엌이 딸려 있는 1999년 인천에서 찍은 막살이집 사진 속에서 푸른 셔츠를 입은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물고 빈 리어커를 끌고 있다. 집인지 창고인지 금방 구분이 안되는, 아니 형태로 보면 영락없는 박스의 형태이다. 흔히 '판자집'이라고 부르던 집이 바로 이 막살이집을 일컫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 곳에서도 사람들은 끼니를 지어 먹고 잠을 자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1960년대에만 해도 흔했던 이런 막살이집들이 자유당 정부의 정착지 사업과 군사정부의 미관화 사업등으로 철거 이주 사업의 바람을 맞게 되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이 시도되지만 워낙 생계 형태가 행상, 노점, 막노동인 그들이 그 새로운 건설 바람에 쉽게 편승되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생계 수단 박탈, 가족 해체, 사회적 격리라는, 막살이집 시절보다 더한 시련를 겪어 나가야 했던 것이다.

막살이촌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다. 재개발이 이뤄지고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막살이촌은 새로운 현대식 가옥으로 바뀌었다. 그곳에 살던 이들이 어디로 갔건, 일단 새집이 들어서고 길이 뚫린 것을 두고 잘살게 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낙담하여 기약 없이 길거리로 나선 이도 있었고, 속절없이 병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까지 그 양상은 자못 슬프기까지 한 것이었다. (279쪽)

9. 미관 주택
내가 초등학생일 때에만 해도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동사무소에서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라는 새마을 운동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는 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시절을 살았다는 것이 우습기만 한데, 이런 새마을 운동의 바람을 타고 생겨난 것이 '미관 주택'이고, 노래 가사보다 더 웃긴 것은, 반드시 '서구풍의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모든 창문은 고속 도로에서 시속10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주택의 창문이 시원스레 보일 정도로 커야 하며, 주택의 방향에 관계없이 무조건 고속 도로나 철도변을 정면으로 하여 지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살기 위한 집이라기 보다 보이기 위해 지어진 집. 우리는 무엇을 그리 서둘러 보이려 했던 것일까. 누구에게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희극은 이렇게 우리 삶 속에 있었다. 

10. 시민아파트
군사 정부 들어 철거민 집단 이주 정책에 따라 모색된 또 하나의 방안이 바로 1950년대 후반 부터 시작된 시민 아파트 건립이었다. 요즘처럼 내장 공사를 말끔하게 마무리 하여 바로 입주하여 살 수 있게 지어진 아파트가 아니라 집 형태만 지어 줄테니 당신들이 알아서 문도 달고 부엌도 들이며 난방 공사를 하라는 식으로 지어졌다는 이 아파트가 얼마나 견고하게 지어졌을지는 안봐도 뻔하다. 결국 와우 아파트 붕괴 사건으로 찬물을 뒤집어 쓴 정부에서는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제대로 구색을 갖춘 아파트를 반포 등지에 짓기 시작한다. 아파트는 반포나 여의도에 지어진 아파트가 우리 나라 아파트의 시작인 줄 알고 있던 나는 그런 시행 착오를 거쳐 아파트가 지금의 일반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아파트의 등장은 신작로와 함께 근대를 끌어가는 또 다른 축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던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 구조에서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데 있다. 좌식에서 입식 문화로 변화해가는 계기가 되었고 여태 가려져있던 개인이라는 존재를 발견하고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형태의 주거 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초기 시민아파트의 쪽방과 다름없는 생활은 이렇게 두얼굴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바꿔 놓게 된다. 

11. 문화주택
196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집장사들이 지은 '문화주택'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겉보기에 양식 가옥의 형태를 갖추면서 우리 전통 가옥의 특징을 아주 버리지는 않은, 우리 체질에 잘 맞춰새로 개조된 형태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는 콘크리트로 하고 빨간 벽돌로 벽을 쌓고 지붕은 왜기와를 올린, 바로 내가 어릴 때 살던 집이 바로 이 문화주택에 해당하는 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기억에 그 당시 우리 동네 대부분의 집들이 이런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대문 바로 옆에 변소를 배치하고 그 지붕 위에 장독대가 있다는 설명은 바로 내가 어릴 때 살던 집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아 잠시 옛날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대문 옆에 '초인종'을 단 집을 신식 주택이라고 여기던 때, 문 밖에서 부르면 사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초인종을 눌러야 들어갈 수 있었던 집들. 그런데 이런 문화 주택의 준공 검사에서 중요하게 따졌던 부분 중의 하나가 집안에 방공호의 설치 여부였다니, 그러니까 어딘가에는 지금도 집안에 방공호가 남아 있는 개인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이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그래서 조금만 더 버티면 손에 잡을 수도 있었던 '현실적 가능주택'이 바로 문화주택이었다는데, 우리의 전통 가옥의 형태와 양식 가옥 구조를 합쳐 놓은, 어떻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원형을 잃어버린 집이라고 폄하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말한다. 이것 저것 섞었지만 결국 우리 서민들과 함께 했던 문화주택과 같은 주택형이 바로 진정함에 가까운 원형이 아닐까 한다고. '원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잘 지어진 집을 찾아 나서는 대신 이렇게 점차 그 존재가 사라져 가는 집들을 찾아 나선 저자의 마음과, 어떤 집에 대해서든 순기능에 대해서만, 또는 역기능에 대해서만 강조하지 않는, 치우치지 않는 그의 관점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다.
헐벗음으로 빚어진 슬픔과 아픔을 이슬로 내리게 해 가난한 살림집을 밝힌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저자의 말이, 단 두줄이지만 이 책의 의도에 대해 충분한 의미로 전달이 된다.
지금의 집의 형태는 시대를 따라 또 어떤 모습으로 달라져 갈 것인지. 무엇이 그것을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가게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또, 그동안 집을 크기나 부가 가치 위주로만 생각을 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도 한다. 집은 이 세상 사람들의 삶의 궤적 만큼이나 다양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함께 집도 달라져 왔고 사연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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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9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9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9 1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3-0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사를 앞두고, 낯선 하늘의 새 지붕을 맞이하려는 요즘. 비록, 값싼 지붕일지라도 세심히 살피려 하는 저인데요. 계절을 그리 잘 맞이해주었던 손바닥만한 마당이 있는 곳을 떠나기가 왠지 아쉬워집니다. "원형" 원어로 말하면 "프로토타잎" 일까요?.. 물론 hnine 님께서 언급하신 그 단어는 훨씬 더 많은 내용을 갖고 있겠지만요.

집과 사람. 원형.. 많은 생각이 드네요. ^^

hnine 2010-03-10 05:07   좋아요 0 | URL
마당 있는 집, 좋지요.
저는 그래서 잘 키우지도 못하면서 이것 저것 화분을 베란다에, 그리고 집 안에 갖다 놓고 만족하고 있지요.
사시는 곳에 정이 많이 드셨나봐요. 아마 새로 이사 가시는 곳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카스피 2010-03-10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이야 제 한몸 가눌곳이면 족하거늘 사람들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것이 탈이지요^^

hnine 2010-03-10 18:23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서 안그래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변변한 집 한칸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내가 만약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요리를 열심히 배울 것 같다
동네 아줌마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일을 할지도 몰라 

아니면,
유치원 선생님도 좋다
자기 생각과 느낌 그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원석 같은 아이들
나름대로 상처가 있는 아이들
그들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유치원 아니라 어린이집도 좋다
그런데 유치원의 원장선생님은 싫다
내 적성에 안 맞으니까
체력이 받쳐 줄 때까지
난 그냥 아이들과 함께 몸으로 부딪히는
선생님이 좋겠다

아마 내가 최초로 신나서 배우던 것,
음악을 계속 공부할 수도 있겠다
그런 다음엔
역시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피아노 선생님이 될 것이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보다는
이 편이 내 적성에 훨씬 더 잘 맞는다

하지만 난 이것도 안다
어떤 직업을 선택했던
지금의 내 나이쯤 되어서는
아마 또 이런 비슷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내가 만약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이라는 제목의 

무슨 일을 하든
가지못한 길은 있는 법 

내가 거쳐온 길
그래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역시 소중한 것
그리고 길은 아직도 계속 되는 것
지금 딛고 있는 발에 힘을 실어보자고
새삼 결심하며 시작하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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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느맘 2010-03-06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만화책 보는 맛에 피아노집 다녔어.ㅋ
학원도 아니고 교습소라기도 그렇고 그 시절엔 다들 피아노집이라 불렀던 ...

우리 애들은 엄마가 의대를 안간거에 대해 일생 일대 잘못된 선택이라 하지만,
난 아마도 지금이랑 똑같은 선택을 했을거 같아.
어쩜 한의학을 했을것도 같고.

hnine 2010-03-06 10:5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예전에는 어떤 직업에 붙은 이미지에 많이 좌우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게 제일 맞는 것 위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stella.K 2010-03-0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가 갈수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죠.
마지막 문단의 말 참 곱씹을 말이네요.^^

hnine 2010-03-06 12:14   좋아요 0 | URL
stella님,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조용한 아침 시간이면 평소에 안하던 생각들이 머리 속에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가 많더라고요 ^^

비로그인 2010-03-0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은 최소한 자로 손가락을 때리지는 않으실듯 합니다. ^^
어릴때 그걸로 손가락 맞으면 얼마나 아프던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신나하시는 hnine님은 어떤 이미지일지? 궁금해집니다. ㅋ

hnine 2010-03-06 21:26   좋아요 0 | URL
자로 맞으면 정말 아픈데...손바닥보다 손등이 더 아프지 않나요?
신나서 배웠다는 것은, 음...제가 부모님을 졸라서 뭘 배우겠다고 한 적이 그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아서요. 몇 년을 졸라서 드디어 배우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이 났었겠어요 ^^

꿈꾸는섬 2010-03-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직업이 가장 잘 어울릴까 생각했어요. 근데 모두 잘 어울리셔요.^^

hnine 2010-03-06 21:29   좋아요 0 | URL
제가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에만 전념하려 한다고 장남 섞어 제 후배에게 얘기했더니 누나한테 어울린다는 말도 들은 적 있어요. 반면 너는 집에 못 있을 타입이야, 라는 말은 아직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ㅋㅋ

세실 2010-03-06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어떤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학창시절에 글 쓰는 실력을 좀 키웠더라면 중학교 국어선생님 했음 좋았을듯 해요.
도서관도 담당하면서...ㅎㅎ
아니면 목소리가 좀 더 좋았다면 아나운서도 괜찮을듯.
지금 이대로도 좋긴 합니다.

hnine 2010-03-06 21:29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세실님은 지금 하시는 일이 참 잘 어울리세요.
선생님도 하시면 잘 하셨을 것 같고, 목소리는 제가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 모르겠고...^^

혜덕화 2010-03-0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1학년을 담임하는 데 아가들이 오늘 아가들이 그러더군요.
선생님 학교가 쉬워요, 학교가 즐거워요......
요즘은 1학년도 바로 4교시 하고 밥 먹여 보내니 토요일 4교시쯤 되니 거의 탈진 상태가 되던데, 그래도 아이들의 예쁜 볼과 눈을 보고 있으면 웃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저는 다시 생각해봐도 초등학교 선생님 할 것 같아요.^^

hnine 2010-03-07 19:50   좋아요 0 | URL
1학년을 맡으셨군요. 예전에 어머님으로부터 담임 하기에 1학년과 6학년이 제일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도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읽어주시고 힘을 얻으시는 혜덕화님이 존경스러워요.
아이들이 학교가 쉽다, 즐겁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선생님의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지고요 ^^

순오기 2010-03-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 5년차에 이 다음 우리 애들 키우기 싫다고 할까봐 접었어요.
사실은 아이들보다 엄마들 때문에 질린 거지만...
교대 3년 우리딸, 적성에 안 맞는다고 휴학한다고 해서 한바탕 진통을 겪었어요. 개강하고 한 주일 늦게 올라갔지만 기숙사 등록 기간 놓쳐서 창문도 없는 고시원으로 갔어요.ㅜㅜ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지요. 언제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어요.

hnine 2010-03-08 14:34   좋아요 0 | URL
안가본 길에 대한 로망에는 그래서 아무래도 환상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듯이요.
따님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 교직도 적성이 많이 좌우하는 것 같기는 해요. 3학년이면 자기 전공에 대해 고민이 많을 때이기도 하고요.
제 남편의 경우에는 다른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하더군요. 단순해서 그런가봐요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