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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개청춘 - 대한민국 이십대 사회생활 초년병의 말단노동 잔혹사
유재인 지음 / 이순(웅진)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에 읽은 <프로의 남녀는 차별되지 않는다>라는, 카피라이터 최 인아의 책을 떠올렸다. 그 당시 카피라이터는 새로이 떠오르고 있던 직종 중의 하나였고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자는 방송국인지 아니면 신문사 시험 준비에 몇 년을 고군분투하다가 결국은 광고 회사에 취직이 되고, 거기서 겪는 여러 가지 사회 경험과, 20대 여성으로서 결혼, 직장 등의 문제를 자기는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나도 곧 닥칠 일이라 생각이 되어 그랬는지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여기 또 한 사람의 20대 대한민국 여성이 있다. 언론사 시험 공부에 맹렬히 돌입, 2년 연속 낙방하고 3년의 백수 생활을 거쳐 언론사가 아닌 다른 공사에 취업을 한다.
뻔한 얘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가 적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저자의 글 솜씨가 나름 흡인력이 있기 때문인가, 이 책 역시 재미있게 금방 읽었다.
책의 표지에 나와있듯이 '대한민국 20대 사회 초년병'의 생각이라고 하기엔 나의 20대를 돌이켜 볼때 많이 성숙된 결론을 내리기도 하는 그녀를 보고 역시 생물학적인 나이에 따라 철이 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취업이 안되고 있는 동안에는 스스로 '백수'라는 타이틀을 목에 걸고 괴로와 하고, 막상 취업이 되고 나면 나 자신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는 것만 같은 회의감에 괴로와 하는 우리. 그녀 말에 의하면 쇼펜하우어가 그랬단다.

인간의 감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뇌.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 인간은 괴로워한다. 다른 하나는 권태다. 원하던 걸 가지면 인간은 지루해한다.(43쪽)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때는 그것 때문에 불안해하며 어서 그 상황을 벗어나기를 갈망하다가도, 막상 어딘가에 소속되고 나면 어떻게 하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궁리한다. 과연 인간은 소속을 원하는 것인지,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그러면서 저자가 던지는 말, '이 세상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건 없다, 그러니 너무 장렬히 고민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이다. 아니, 이십대 사회 초년생이라면서 이런 결론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릴 수 있는것인가? 사십대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을. 
말도 잘하고 고집도 센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들은 나 같은 거랑 대화하면 쉽게 진실을 선점해버린다. 징그러울 정도로 탄탄한 논리로 거짓을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대화를 하고 나면 심신이 지친다. 언어같은 매개체 없이 진심이 직접 진심과 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나, 하고 나는 가끔 생각한다.(74쪽)

이렇게 자신의 어리숙한 면을 감추려 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성격도 작용하겠지만 그녀의 숙련된 글 쓰기 기술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취직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쏟아붓는 그 시간과 노력을, 자기만의 뭔가를 구축해보는데 투자해보면 취직이라는 결과물 대신 다른 어떤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안될까? 결국 어딘가 소속되기 위해 기를 쓰는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의 부족을 대신하려는 발버둥일까?
결혼을 하여 처음으로 설을 쇠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 같으면 같은 경험을 해도 이렇게 명쾌하게 언어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책의 제목과 표지가 조금 달랐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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