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
마이클 샌델 지음, 강명신 옮김 / 동녘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많이 읽힌, 아니, 제일 많이 팔린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 꼭 그의 저서라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긴 했다. 원제는 The case against perfection.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에 대한 반론'이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강화 (enhancement) 란 용어가 나오는데 근육, 기억, 키, 성감별, 주로 이 네가지 분야를 향상시키기 위해 유전 공학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것은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가. 반대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하는 문제가 이 책의 1장의 내용이다. 저자는 뚜렷하게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찬성자들의 의견과 반대자들의 의견을 골고루 소개하는 쪽을 택하고 있었다. 2장생체공학적 운동 선수에서는 경기 성적의 향상을 위해 생체공학적 시도를 하는 운동선수들은 정당한가의 문제, 3장자녀를 디자인하는 부모, 즉 자기가 원하는 자녀를 얻기 위해 계획된 정자 혹은 난자를 공여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데,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정당할까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부모가 원하는 자식을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그럼 정당할까 묻고 있다. 4장 우생학의 어제와 오늘에서는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특성을 가진 인간들에게는 자손을 낳을 기회를 박탈하고 우수한 형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출산을 장려하는 등 우생학에 근거를 둔 여러가지 시도들의 정당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요즘 여러 철학자들 사이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자유주의 우생학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5장 정복과 선물에서는 생명이 존귀한 것은 우리가 맘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것, 선물로 주어진 것이라는 점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을 계획하고 조작하다 보면 인간의 겸손함은 줄어들 것이고 대신 생명이 선물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나하나 원하는 대로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에 책임감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견을 하고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담고 있다. 이것이 왜 에필로그로 실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 모두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우선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저자는 생명의 윤리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점이었다. 현재 생명 공학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예로 들자면 이제 줄기 세포, 유전자 치료 등의 기술은 누가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것이 아니다. 차라리 구체적이고 철저한 규칙 조항을 만들어 '함부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옳지, 배아도 생명이다 아니다 같은, 아무리 싸워도 해결이 나지 않을 문제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왜 앞으로 질병 치료나 예방은 줄기 세포나 유전자 치료로 갈 수 밖에 없는지 정치철학자인 그가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군데서 과학과 비과학이 혼동되면서 비교, 비유되는 것이 보였다. 자녀를 유전 공학적으로 디자인하여 맞춤 아이를 생산해내는 것과, 부모가 자녀를 부모가 원하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부나 운동 등을 과도하게 시키는 것. 이것이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이렇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결론은 어디로 갈까. 
모순인 것 같지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긍정적인 측면이 바로 그런 점이기도 하다. 비록 부적절해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 말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핵심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이런 저런 사례들을 제시하고, 또 일어날지 모르는 사례들을 제시해주는 것, 그것 나름의 의의는 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줄기 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이 책 전체에서 저자의 입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생명의 윤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지적 유희'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말이나 논리의 향연에 적합한 주제도 아니다. 과학적 지식과 근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거기서 출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명'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색변화 띠를 본 적이 있는가? 정확히 어느 지점까지가 흰색이고 어느 지점부터 검은 색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그것보다 더 의미있는 것은, 검은 색에 가까와 갈 수록 흰색에서는 멀어지고 흰색에 가까와져 갈수록 검은 색에서는 멀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술을 이용하던지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닌, 강화, 취향, 효율성 등의 목적으로 인간이 생명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만큼 생명에 대한 존엄성, 존귀함은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옳고 그르고, 정당하고 부당하고의 문제로 기준을 삼자면 끝이 없을 문제. 현실적이고 당장 적용 가능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깨알같은 항목이 아주 아주 많은 그런 가이드 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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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2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질려버렸는데 말이죠.
님이 이렇게 가뿐히 요약해주시니...읽어볼 욕심이 생기는 걸요~

저도 생명에 관한 건, 지적유희여서는 안된다고 봐요.
많은 생각의 꺼리들을 제공해 주시는 페이퍼네요.
안 되겠어요, 저 읽어봐야 겠어요~^^

hnine 2010-12-23 13:02   좋아요 0 | URL
별 세개, 점수 후한 hnine이 겨우 별 세개!
번역, 더 좋을 수 있었음.

(소심해서 이렇게 밖에 말 못합니다요...ㅋㅋ)

마녀고양이 2010-12-24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 책은 안 읽었지만 비슷한 맥락을 읽으며 생각해본 주제입니다.
저는 생명 윤리의 측면 뿐 아니라 인간의 오만함에 대해서도 생각했었습니다.
유전자란 수천만년 동안 진화해 온 것이고,
그만큼 시행착오를 거쳐 살아남고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 1만년도 안 되는 인류의 지성으로
인위적으로 삶의 방향을 바꾸고 그것이 옳다고 굳게 믿는 자체가
얼마나 오만하고 안이하고 멍청한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좀 더 겸손해야 합니다.

제가 관심있는 분야라, 열변을... ^^. 나인 언니 메리 크리스마스!

hnine 2010-12-24 11:4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군요. 주어진 유전자를 내려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라니, 엄청난 발전이지요. 인간의 모든 사고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이미 우리가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그야말로 다른 기술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서 그치지 않을테니 경계를 해야겠지요. 저는 이런 기술을 반대하지만은 않아요.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이미 이런 혜택 속에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기술보다 이 기술을 잘 조절하고 다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그에 못미칠까 그게 두렵다고 해야겠지요.
마녀고양이님, 코알라표 케잌과 함께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실거예요~ ^^

2010-12-2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12-2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세개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번역이라든지, 구성이라든지 왠지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기대어 판매해보려 급조한 느낌이 있더라구요.

hnine 2010-12-24 22:59   좋아요 0 | URL
saint님, 번역이 저도 참...맘에 안들었습니다.
saint님께서 별 세개 적당하다고 하시니 저는 점수를 아주 잘못 매긴건 아니라고 안심하겠습니다~ ^^
 

지난 주, 충남 서천군으로 새를 보러 갔다. 집에서 1시간 정도 거리. 
서천군은 충남에서도 아래쪽. 조금만 더 가면 익산, 군산이 나온다.  

새 보러 가자고 남편이 먼저 제안(만) 했고, 검색, 투어 예약, 식당에 대한 검색 등은 내 담당.
그래도 남편이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기회이니 고맙게 생각하고 추위를 떨치고 집을 나섰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번씩 투어 버스가 운행된다. 2시간 여 동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설명도 듣고 내려서 망원경으로 새도 보고,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곳에 내려서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갈대밭도 걸어보고 가까운 한산 모시 기념관에도 들려보고 돌아오게 되는 코스이다. 

투어버스 출발 장소인 조류생태전시관을 예쁘게 잘 꾸며놓아서 물어보니 지은지 1년 되었다고 하는데 새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잘 전시해 놓았다. 투어를 마친 후 여기서 새 도감을 한권 구입하기도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에서부터 날아온다는 새들. 우리 나라를 거쳐 호주까지 가는 새들도 있단다. 그 엄청난 거리를 비행한다는 것이 놀라운 뿐이다. 서천군 일대는 강 (금강)과 바다 (서해)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새들이 겨울을 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바다를 자꾸 메워가면 새들이 그 먼거리를 날아 왔다가 작년에 머물던 곳을 찾아 헤맨다고.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나려고 했다.

검은머리물떼새, 개리, 왜가리,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쇠머리갈매기, 청둥오리 등등. 이중에서 직접 관찰한 것은 검은머리갈매기, 쇠머리갈매기, 왜가리, 청둥오리, 큰고니 정도이지만 책에서만 볼때와 분명 다른 느낌이 왔다. 책은 여러번 보아도 새에 대한 지식은 넓혀질 지언정 새에 대한 애정까지 생기진 않는다. 직접 새들이 나는 모습, 앉아서 쉬는 모습 (가만히 갯벌에 앉아서 쉰다), 무리 지어 함께  있는 모습 등을 보고, 새들이 놀라니까 말소리도 줄이라는 지시사항을 들으면서, '아, 살아있는 귀한 생명이구나. 아끼고 보호해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많은 철새들이 이미 이름 옆에 멸종 위기 1단계, 멸종 위기 2단계 등의 꼬리표를 붙이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개발의 이름으로 새들의 보금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고, 함께 지구를 나눠쓰고 있으면서 인간은 무슨 권리로 이 땅에 대해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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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12-1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랑 가족분들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저도 철새들이랑 시간 보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질 않네요.
러시아에서 호주까지라니..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가진 애들이군요!

hnine 2010-12-19 16:06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서재에 매일 들어오긴 했지만 글 올릴 기분도 아니고 해서 그냥 묵혀두고 있다가, 오늘 사진 몇장 정리해서 올렸어요.
무스탕님께서 요즘 많이 바쁘시니 시간 내시기가 더 어려우시죠. 바쁠때 건강 주의하시고요. 저희 집은 요즘 제가 독감으로 드러누워있으니 집안 꼴이 많이 아니랍니다. 없던 병도 걸릴 것 같은 상황...그려지시지요? ^^

sangmee 2010-12-1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갈대 사이에 새초롬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새색시같고 이쁘다.ㅎㅎ

hnine 2010-12-19 16:08   좋아요 0 | URL
앗, 윗분 글에 댓글 달고 있는 동안 왔었네?
새초롬이 아니라 사실은 다린이가 저 갈대밭에서 안나오고 계속 있으려고 하는 통에 '냅두고' 그냥 혼자 걸어나오는 중이란다 ㅋㅋ

혜덕화 2010-12-1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드셨군요.
저는 나이들수록 점점 건강해져간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다행히 올 가을, 겨울엔 감기 안하고 지나갔거든요.
비타민 c 많이 든 차 드시고 얼른 나으세요.
빨간 옷이 잘 어울리시는군요. 예뻐요.^^

hnine 2010-12-19 17:37   좋아요 0 | URL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들림없는 것 같아요.
올해 처음으로 유자청을 담궜는데 아마 제가 먹으려고 그랬나봐요 ^^
따뜻한 유자차 많이 마시고 얼른 일어나겠습니다. 마음도 함께 으라차차~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

마노아 2010-12-1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추억 한자락 보태셨어요. 파란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강렬해요.
사진과 글 너머에서 야생의 냄새가 막 느껴져요. 숨이 뻥 뚫리는 느낌이에요.^^

hnine 2010-12-19 17:44   좋아요 0 | URL
네, 태그에 썼듯이 좋았던 일도 끄집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자꾸 후회스런 일들이 먼저 머리 내밀고 튀어나오길래...^^
자주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니까요. 제 경우엔 바빠서라기 보다 귀찮아서 안 나가게 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 날은 야생의 냄새라고 하기엔 좀 처연했어요. 우리 나라를 찾는 새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자꾸 줄어든다네요.

비로그인 2010-12-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하늘, 갈대밭, 그리고 나무로 된 이동로를 보니 저도 마노아님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군요. 다린이 냅두고 나오시는 맨 아래 사진, 그래도 너무 분위기 있어요..

독감이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요.

hnine 2010-12-19 17:48   좋아요 0 | URL
대전으로 와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우리 나라 중앙에 있다보니 어딜 가든 서울에 있을 때에 비해 시간이 덜 걸린다는 점이더라고요. 3년 전인가, 천수만에 가서 새를 보고 왔는데 올해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독감 덕분에 목요일, 금요일, 아이 학교에서 하는 발표회, 방학식을 겸한 파티, 모두 불참했고, 어제 토요일 서울에 참석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불참했고, 손해가 막심합니다 ㅠㅠ 얼른 낫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비로그인 2010-12-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독감..
hnine님 이제 좀 많이 나아지셨을까요?

^^.. 근데 이 여행기 덕분에 사진도 보고.. 한때의 그 누구랑 많이 닮으셔서 좀 놀랬습니다.
맨 마지막에 홀로 약간 바랜듯한 사진이지만 잘 보고 갑니다. ㅎ

hnine 2010-12-20 08:54   좋아요 0 | URL
독감은 어제밤이 피크여서 날 밝기 기다리지도 못하고 응급실까지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주사도 맞고, 지금은 그 몇 시간 새에 많이 나아졌네요.
바람결님도 독감 조심하세요.

누구 닮았다는 소리를 제가 자주 듣는 편이랍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

순오기 2010-12-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아이패드로 접속했어요
처음으로 쓰는 댓글이라 헤매고 있어요
철새보러 가고 싶네요

hnine 2010-12-20 08:5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로 댓글을!! 와~ 너무 멋지잖아요.
아이패드 구경도 못해봤는데...ㅠㅠ

어제 TV에서 보니 한강에서도 운이 좋으면 철새를 볼 수 있다는군요. 새에 별 관심 없었는데 직접 보고 오니 달라지더라고요.

세실 2010-12-20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잠깐 시내 나갔더니 온통 검은색 점퍼들.....
빨강과 파랑의 산뜻함이 참 좋은데요.
님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트이는 기분입니다.
지난 주말엔 참 포근했어요.

hnine 2010-12-20 08:58   좋아요 0 | URL
저 빨강 점퍼는 언젠가 제 생일에 남편이 사준 것인데 따뜻해서 저의 겨울 애용품이 되었습니다.
주말엔 집에서 꼼짝도 안했는데 날이 포근했군요. 오늘 아침은 안개가 잔뜩 꼈어요. 운전 조심하셔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12-2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가 정말 좋네요.. (저건 갈대 맞겠죠? 헛갈려요.. ㅠㅠ)

추워서, 정말 꿈쩍도 하기 싫은데
동시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욕망도 가득한 날들 이예요.
참, 좋은 여행이셨겠어요.

hnine 2010-12-20 14:51   좋아요 0 | URL
갈대 맞습니다~ ^^
추위에 약하시죠, 마녀고양이님?
그래도 한번 떠나보시죠.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휴일에 하루 종일 집에 데리고 있는 것이 전 더 힘들던데요. 차라리 온 식구 저렇게 나가서 구경하다 오는 것이 더 좋아요 (편해요 ^^).

섬사이 2010-12-2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서 호주까지 날아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고단한 날개 쉴 곳이 사라져버리면 무척 당황스럽겠어요.
오래전에 주남저수지에 갔었는데
철새,떠남,가을,갈색풍경 등등이 어우러져 무척 쓸쓸한 느낌이었어요.
hnine님 페이퍼를 보니까
저도 훌쩍 떠나서 철새들 만나고 돌아왔으면 싶네요. ^^

hnine 2010-12-20 14:5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말 듣고 놀랐습니다. 러시아에서 호주까지라면 비행기를 타도 한참 걸릴 거리, 연료를 얼마나 소모해야 할 거리인데, 그 먼 거리를 날다니...살고자 하는 의지이구나...하고 느꼈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쓸쓸한 철새의 느낌이 강인한 의지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요.
저 혼자라면 아마 저렇게 새를 보러 길을 나서진 않았겠지요. 아이가 있으면 아이 때문에 저도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요.
(그나 저나 지금 막 섬사이님 서재가서 페이퍼 보고는 왕감동 받았습니다~)

하늘바람 2010-12-20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옷이 님?
와 날씬하고 예쁘시네요

hnine 2010-12-20 20:09   좋아요 0 | URL
ㅋㅋ 안 날씬해요. 키마저 작고요 ^^

울보 2010-12-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했던 님이랑 조금은 다르시네요,,ㅎㅎ
전 왜있잖아요,그,,
참 단아해보이세요,,
좋은 여행하셨네요,
옆지기랑 그러지 않아도 어디 갈까 생각중인데 옆지기가 워낙에 시끄럽고 북적거리는것을 싫어해서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밖으로 나가보려고요,ㅎㅎㅎ

hnine 2010-12-20 21:58   좋아요 0 | URL
어떻게 상상하셨더랬나요? 저 저렇게 생겼어요. ^^
크리스마스에 밖으로 나가보는 것 좋지요. 크리스마스니까 좀 북적거리는 곳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작년에 저희도 북적거리는데 피한다고 집 가까운 곳 공연장에서 합창단 공연 보고 왔는데 아이는 그게 영 시시했나봐요.
그러고보니 정말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안남았어요, 허걱~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올레 - 행복한 동행
임후남 지음, 이재영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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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기 전에 아이가 있으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을 꼽아 보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그랬는데 그 중 하나가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비행기 타고 멀리 가는 그런 여행보다 함께 걷는 여행. 아이가 너무 어리면 무리이기 때문에 열살은 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러면서 나는 나이가 들어가 체력이 자꾸 떨어지는 것은 생각을 못했다. 조만간 한번 시도해봐야 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이 책으로 만들어져 나오기 전, 저자가 일부 내용을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부분 부분 올리던 때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아이이니 부모가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쏟을지는 역시 아이 하나만 낳아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알리라. 저자 역시 남들보다 늦게 가진 아이를 잘 키워보자고 나름 이런 저런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어디 자식 키우는게 내 맘 같은가.  더구나 일하는 엄마에게 아이는 늘 아쉽고 미안한 존재이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그 아쉽고 미안함이 일방적인 애정 공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갈등이 서서히 두드러져 갈 무렵인 아이가 열 세살, 초등학교 6학년 되던 해에 저자는 아이를 데리고 제주 올레 길 여행에 나선다. 다행히 걷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이미 아빠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경험한 상태. 제주 올레 길 걷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제주 올레길을 걸은 처음 4박 5일과 두 번째 3박 4일 동안의 여정의 기록이다. 제주의 모든 올레를 걸은 것도 아니고, 그리 오랜 기간의 여정도 아니다. 그럼에도 감동이 있다. 엄마가 모르던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모르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기쁨보다는 울음이 치솟는 과정이다.
'내가 열달 동안 배 불러 낳은 아이, 내 손으로 키운 아이, 내가 좀 잘 알아?' 어미로서의 이 본성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아이는 내 손을 떠나야 한다. 떠나고 싶어 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것은 어미로서의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에 어렵다.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렇게 우리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오지 않았던가.

언젠가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부모로 기억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시골의사 박 경철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운' 부모가 되고 싶다고. 나는 어떤 엄마로 기억되고 싶은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잘 모르겠다. 나를 끝까지 믿어주고 사랑해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만족을 위한 것. 아이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이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러질 못하고 있다.
이 책의 글은 엄마가, 사진은 모두 열세살 아들이 찍었다. 사진을 찍는 아들을 뒤에서 보는 엄마는 무엇을 느꼈을까.
자식과 함께 할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함께 걸으며 여행할 기회는 맘 잡고 만들지 않는 한 저절로 생기긴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제주 여행 책이라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커가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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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2-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전 제주도에 한번도 안가봤어요,,ㅎㅎ 가보고 싶고 내아이랑 저렇게 걷는여행을 하고 싶은데 요즘 아이들이 너무 걷기를 싫어해서요,,
저도 요즘 저의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데,,
더 나이들기전에 많이 걷고 놀아야 하는데 ,,

hnine 2010-12-16 22:54   좋아요 0 | URL
울보님은 그래도 류 데리고 여기 저기 많이 다니신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걷는 것 싫어하지요. ^^ 저도 그래요. 걷기는 몸으로 하는 참선이라고 했던가...서명숙님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나네요.

웽스북스 2010-12-1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제주에 다녀왔어요. 택시를 탔는데요. 택시 아저씨가, 어떤 부모는 애들을 데리고, 코스 정복에 눈멀어(?) 강행군을 하다가, 결국 아이의 인대가 끊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콘도에서 아침을 먹는데, 옆 테이블 아이는 막 아빠에게 "아빠 제주올레 말고 다른 거 하면 안돼?" 라면서 찡찡대더라고요.

함께 걷는 좋은 시간을 계획하고도, 속도와, 마음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낭패를 겪는 부모님들도 있나봐요. 물론 hnine님은 안그러실 것 같지만요

hnine 2010-12-16 22:47   좋아요 0 | URL
좋은 점을 알려주셨네요. 저 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와요. 완주가 목적이 아니니 걷다가 아이가 힘들어하면 버스를 타기도 하고 잘못 길을 들어서도 어차피 걸으려 온건데 잘못 된 길이면 어떠랴 마음을 고쳐 먹고 그냥 걸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첫날은 안그래도 아이가 일기를 안쓰고 미적미적하길래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쫓아다니며 야단을 쳤대요. 그러다가 곧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고.
코스 정복에 눈멀어 강행군 하는 일은, 웬디양님의 댓글 덕분에 절대 안할 자신 있습니다. ^^

마녀고양이 2010-12-1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주도 자전거 여행하고 싶어요.
신랑이랑 딸아이랑 일주하고픈데, 그게 안 된다면, 하루라도 빌려서
해안가를 주욱 돌고 싶어요. 그리고 제주도를 한달 정도 살다오고 싶어요.
제주도 방갈로(?) 비슷한거 한달에 50-60만원 월세로 빌릴 수 있대요.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아하하.

꼭 갈거예요, 몇 년 내에.
혹시 비슷한 때 가게 되면, 제주도에서 점심 한번 먹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hnine 2010-12-17 13:00   좋아요 0 | URL
와, 벌써 알아보셨군요? 저도 정보 얻어갑니다. ^^
제주도가 아니라도 집을 떠나 보는 것,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위의 저자도 한번에 그리 오랜 기간을 잡고 떠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또가고 싶은 곳이라고 하네요.

2010-12-17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 한해,  

속상한 일도 많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으며 

그냥 흘려보낸 시간도 많았다.  

희망보다 절망을 생각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으며 

감사하기 보다는 원망을 더 쉽게 했다. 

 

하지만,  

아직 혼자 움직이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강이 있고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있고 

하고 싶고 되고 싶은게 있고 

울수 있는 감정이 살아 있고 

이렇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이성이 있으니 

웃기로 한다 

울음 끝에 마무리는 웃음으로. 

 

지금도 내 인생은 진행중

내년에도 내 인생은 진행중일 것이므로. 

 

욕심과 기대가 있는 그 자리에 

감사하는 마음을 대신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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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0-12-1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좋을까요
이밤 아이에게 너무 느리다고 또 소리지르고
내몸이 아프다고 아이 숙제도 안 봐주고
혼자 책상에 앉아 손톱이랑 씨름 하는 딸을 보며
또 한번 소리지르는 나를 발견하고
난 또 한번 속으로 웁니다
내가 왜 이런 엄마로 자꾸 변해가고 있는지
그러지 말자 노상 반성하는 나쁜 엄마가 되어가는지를요,,

hnine 2010-12-16 22:50   좋아요 0 | URL
내 몸이 아플 때에는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게 되지요.
아이들은 화내는 엄마보다 소리지르는 엄마를 더 싫어한다네요. 저 그 소리 듣고 얼마나 뜨끔했던지요. 매일 반성하면서 조금씩 우리도 커가고 있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울보님 건강부터 회복하셔야지요.

2010-12-1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gmee 2010-12-17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울기도 많이 울었다니까, 맘이 아프다....
내 친구 내년엔 방긋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hnine 2010-12-17 13:01   좋아요 0 | URL
그러면서 나도 좀 크지 않았을까? ^^
내년에는 네 말처럼 방긋 웃는 날이 많도록 노력해야지. 나에게 달린 것이니까. 고마워~

2010-12-17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2-17 13:0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여기가 저는 마음의 고향같아요. 말뿐 아니라 정말로요. ^^

섬사이 2010-12-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왔어요. hnine님.
온 세상이 환해요.
hnine님도 '해는 져서 어두운' 거 말고,
밝고 환한 나날들을 보내길 바라요.

hnine 2010-12-17 13:03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밖이 환해서 보니까 눈이 하얗게 왔네요.
밝고 환한 날들을 바래주신 섬사이님, 감사드려요. 제가 많이 모자라서요. ^^

마녀고양이 2010-12-17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인생은 진행 중...

오늘 제 색깔이 다시 블루예요. 겨울에는 잘 이래요.
추운거 잘 못 참아서,, 몸이 오그라드나봐요. 그래도
나인 언니 말씀대로 '일어설 수 있는 의지'가 있으니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기분을 좀 바꿔야겠습니다. 좋은 날 되셔요,,, 쪽!

hnine 2010-12-17 13:05   좋아요 0 | URL

'내 인생은 진행중' 저 서재 타이틀은 언제 왜 저렇게 정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이제. ^^
따뜻한 커피도 좋고, 따뜻한 영화도 좋고, 따뜻한 글도 좋고...
마녀고양이님 몸도 마음도 좀 데피셔야겠어요. 저도 같이~ ^^

담쟁이 2010-12-1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벌써 올 한해를 정리하셨군여~
연말이라 거리는 흥청흥청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맘은 더 차분해지는듯 싶어요.
새해엔 웃는 나날이 더 많으시길..^^

hnine 2010-12-17 23:37   좋아요 0 | URL
정작 정리는 하기도 전에 그냥 회한이 밀려와서요.
새해엔 웃는 나날 많도록 노력할께요. 가슴뭉클님 서재에서 슬며시 미소짓는 날이 많았어요. 올리신 사진이랑 노래 들으면서요. 이참에 감사드립니다.

2010-12-17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2-1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nine 2010-12-20 08: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또 뭡니까, 그 웃음은!!
 


커가느라 그런다지만 갈수록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아이와 요즘 자주 부딪힌다.
며칠 전엔 학교 다녀오더니 그런다. 아무래도 xx 선생님께서 자기가 글 쓰는 방식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xx선생님은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특수 과목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선생님이 쓰라는 식으로 쓰지 않는다고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써도 잘했다는 말씀을 안하신다는 것이다.
"왜 선생님께서 쓰라고 하는 대로 쓰지 않았는데?" 
물었더니, 세상에나, 아이 하는 말, 자기는 선생님이 쓰라고 하는 그 방식이 마음에 안든단다. 아니, 선생님이 시키시는 것에 마음에 들고 안들고가 어디있어? 학생이??

어제는 오전에 아이가 일주일에 한번 축구 교실에 가는 날이다. 나는 집에 있었고 남편이 데리고 갔다 온 후 점심을 먹는데, 아까 축구 끝나고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배가 아팠었다는 것이다.
"그래? 그런데 왜 아빠한테 말을 안했어?"
내가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 하는 말,
아빠한테 얘기해도 그때 차 안에서 아빠가 자기한테 해 줄 수 있는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아이라면 일단 어디가 아프면 옆에 엄마나 아빠한테 아프다고 말하게 되지 않나? 

이렇게 아이는 커가고 있는데 나는 자꾸 아이를 아이로 보려 한다. 아이의 생각보다는 내가 생각하는게 더 나을거라고 보고 지시하고 따를 것을 요구한다. 거부하면 화가 난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아들과 길을 걷다 제주 올레> 

벌써 언제부터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제주 올레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제 열 세살 된 아들을 데리고 걸으며 저자인 엄마가 풀어낸 생각에 너무나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이제사 이 책을 읽고 있다.
자꾸 읽고 싶어지는 대목이 몇 군데 있다. 잠도 안오고 그 일부분을 베껴쓰는 것 부터 하고 다른 일 좀 하다 자야겠다. 

 

 

 

 

  

-아이 키우기, 때때로 밀려드는 그 막막함- 

제주 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이 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을 읽다가 눈물을 콱 쏟은 대목이 있다. 바로 큰아들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모 속을 어지간히 썩인 놈이었다. 기자 노릇 하느라고 엄마 노릇 못한 죄값을 이자까지 보태서 치르게 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노상 선생님께 불려 다녔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유리창을 깼다,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안 가져왔다, 선생님에게 말대꾸하고 반항했다 등등.
중학교 3학년 때는 기술 선생님에게 혼이 난 뒤 사흘을 가출해서 애간장을 다 녹였다. 아파트 경내의 정자에서 휴지처럼 구겨져 자는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 엄습한 감정은, 반가움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막막함뿐이었다. 이 질풍노도의 계절이 끝이 날까, 대체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를 가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남편은 그동안 나돌아다니느라고 애들도 못 돌봤으니 이제부터 집에 들어앉아 살림이나 제대로 하라고, 어머니는 다 늙은 여자가 무슨 배낭여행이냐고 펄쩍 뛰었단다.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하면서 휴가도 변변히 못 써본 서명숙 이사장이 '분하고 서러워 거실에서 어린애처럼 대성통곡'할 때 그 '애간장을 다 녹인' 큰 아이가 어린애 달래듯이 등을 토닥그리며 속삭이더란다.
"엄마 걱정 마요. 엄마는 여행갈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엄마학교'를 만든 서형숙씨는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기만 하면 된단다. 일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집에 들어오는 아이를 맞이할 수 없다는 것. (중략)
"스스로 해야지, 스스로! 대체 언제까지 엄마가 도와줘야 하지?"
아마 우리 아이는 기어다닐 때부터 듣지 않았을까 싶다. 
(86, 87쪽 중에서)

 아이를 야단친 날은 일찍 잠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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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3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군요~ ㅜㅜ
아이가 저절로 크면 재미없지요, 우리도 부모님께 그런 자식들이었으니까요.^^
이제는 잠이 들었을려나~ 좋은 꿈 꾸세요.
나는 이제 일어났으니 서재질 좀 해야지요.^^

hnine 2010-12-13 07:05   좋아요 0 | URL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드셨었나봐요. 그런데 이 시간에 일어나시다니...
하나 키우면서 이러니 셋 키우신 저희 부모님, 그리고 순오기님께서는 얼마나 사연이 많으실까요. ^^

LAYLA 2010-12-13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애가 똑똑한 아이이고 나중에 더 잘 될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정말 똑소리 나는데요

hnine 2010-12-13 07:07   좋아요 0 | URL
에궁~ 똑똑한 거라기보다 좀 튀지요? ^^ 전 저 얘기 듣고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제가 선생님이라면 예쁘게 안보였을 것 같아요. 제가 좀 모자라서 그런지.

프레이야 2010-12-13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다린이가 전 참 대견하게 보여요.
저도 참 그랬거든요. 부딪힌 사건도 몇 있었구요.
열세 살 아들, 그리고 고민하는 엄마...
엄마랑 저런 소통하는 모습도 바람직하네요.
늦게나마 좀 곤히 주무셨기 바래요.
오늘아침 여긴 비가 오고 있어요. 밤새 왔나봐요.^^

hnine 2010-12-13 14:19   좋아요 0 | URL
여기도 새벽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가 오고 있어요.
일 보고 들어왔더니 물만두님 소식에, 지금 마음이 심난하고 이상합니다.
저 책 리뷰도 올려야 하는데 마음 좀 가라앉히고 해야겠어요.

상미 2010-12-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애들 다 키운건 아니지만,
때론 <남의 아이 보듯 하자>가 필요하더라.
그런 날도 있는거지뭐.
야단도 맞고, 칭찬도 받고,기쁜 날도 ,내 맘 몰라 억울한 날도, 맘 아픈날도...

hnine 2010-12-13 16:30   좋아요 0 | URL
'그런 날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이 그런 날이야.
아이 팟 사달라고 지금 한달이 넘게 조르고 있단다. 다른 어떤 것도 이렇게 오래 졸라본 적이 없는데...휴~

2010-12-13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3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2-13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린이 멋진걸요.
부당한 권위 앞에서는 굽히지 말아야죠. 저도 선생이지만 아이들이 내 스타일에 맞춰주고 따라왔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아요. 다린이 같은 아이는 그런 저를 긴장시키고 불편하게 하면서도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 고심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주기도 해요. 결국 교사 자신한테도 도움이 되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그나저나 아픈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은 살짝 놀라운 걸요. 그 나이에 그 정도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다니. 서른 넘은 저도 허구언날 엄살인데 말예요.

hnine 2010-12-13 16:15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걱정되던 마음이 좀 덜하긴 하지만 제가 보기엔 선생님께서 부당한 권위를 세우신 것 같지 않아서요. 부모 입장에서는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나 마음이 덜컥 하는게 먼저인가봐요.
아무튼 저렇게 아이가 자기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을 때 부모도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깐따삐야님은 어디 엄살이었겠어요? 그럴만 하시니 그러셨겠지요. 아픈 것 혼자 참고 있는 것 안 좋대요~ ^^

비로그인 2010-12-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쑥쑥 커가지요?

물만두님 소식에 심란해서 통 일이 안 손에 안잡혀요..

hnine 2010-12-13 16:20   좋아요 0 | URL
Manci님, 오랜만이어요.
저도 집에 들어와 서재 열어봤다가 갑작스런 소식에 아직도 정신이 멍한데, Manci님 오랜만의 소식에 위로가 되네요. 많이 바쁘시지요? 그런 줄 알면서도 궁금하더라고요. 자주 뵙던 분의 소식이 잠시만 뜸해도 이렇게 생각나고 궁금해지는데, ......물만두님때문에 참...마음이 아픕니다. 저랑 비슷한 연배인데 말이지요.

섬사이 2010-12-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 닦는 심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도
한순간 울컥!!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다린이는 소신이 분명하고 생각이 확실한 아이란 느낌이 들어요.
푹 주무세요.
내 몸 피곤하면 아이를 향해 활짝 웃어주기가 더 힘들잖아요.

hnine 2010-12-13 16:28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도 닦는게 다른게 아니었어요. 그렇지요?
매일 하는 징징거리는 얘기인줄 알면서도 서로 위안을 주고 받고 싶어서 이렇게 주절주절 글을 올려요.
소신이라면 바른 소신이어야 할텐데, 부모 입장에서는 자꾸 걱정의 눈으로만 보게 되네요, 그냥 믿어주기 보다는요. ^^

마녀고양이 2010-12-1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말씀하시듯이,
저 역시 다린이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옳고 그른지, 또는 부모나 세상의 생각과 일치하는지를 떠나서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자체가 너무 멋져요.
그렇게 살기가 얼마나 힘들고 귀한건지요.

나인언니, 오늘 심란하시죠. 편안한 저녁되셔요.

hnine 2010-12-13 19:4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드려요.

예, 오늘 좀 심난합니다. 저녁도 안 했어요. 아이랑 나가서 간단히 사먹고 들어왔네요.
마녀고양이님도 평안하세요.

비로그인 2010-12-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오랜만에 서재 나들이를 했습니다.

잠은 좀 주무셨는지.. 궁금하네요.
이번주는 꽤 바쁠듯한데,, 그래도 시간 내어서 뭔가 어딘가에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일상, 사람들, 하는 일, 마음이 시키는 일..

오늘은 편히 주무시길 빌겠습니다.


hnine 2010-12-14 00:1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오늘 올려주신 음악 듣고 있어요.
고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