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충남 서천군으로 새를 보러 갔다. 집에서 1시간 정도 거리. 
서천군은 충남에서도 아래쪽. 조금만 더 가면 익산, 군산이 나온다.  

새 보러 가자고 남편이 먼저 제안(만) 했고, 검색, 투어 예약, 식당에 대한 검색 등은 내 담당.
그래도 남편이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기회이니 고맙게 생각하고 추위를 떨치고 집을 나섰다.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번씩 투어 버스가 운행된다. 2시간 여 동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설명도 듣고 내려서 망원경으로 새도 보고,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곳에 내려서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갈대밭도 걸어보고 가까운 한산 모시 기념관에도 들려보고 돌아오게 되는 코스이다. 

투어버스 출발 장소인 조류생태전시관을 예쁘게 잘 꾸며놓아서 물어보니 지은지 1년 되었다고 하는데 새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고 알기 쉽게 잘 전시해 놓았다. 투어를 마친 후 여기서 새 도감을 한권 구입하기도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에서부터 날아온다는 새들. 우리 나라를 거쳐 호주까지 가는 새들도 있단다. 그 엄청난 거리를 비행한다는 것이 놀라운 뿐이다. 서천군 일대는 강 (금강)과 바다 (서해)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새들이 겨울을 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바다를 자꾸 메워가면 새들이 그 먼거리를 날아 왔다가 작년에 머물던 곳을 찾아 헤맨다고.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화도 나려고 했다.

검은머리물떼새, 개리, 왜가리, 큰고니, 검은머리갈매기, 쇠머리갈매기, 청둥오리 등등. 이중에서 직접 관찰한 것은 검은머리갈매기, 쇠머리갈매기, 왜가리, 청둥오리, 큰고니 정도이지만 책에서만 볼때와 분명 다른 느낌이 왔다. 책은 여러번 보아도 새에 대한 지식은 넓혀질 지언정 새에 대한 애정까지 생기진 않는다. 직접 새들이 나는 모습, 앉아서 쉬는 모습 (가만히 갯벌에 앉아서 쉰다), 무리 지어 함께  있는 모습 등을 보고, 새들이 놀라니까 말소리도 줄이라는 지시사항을 들으면서, '아, 살아있는 귀한 생명이구나. 아끼고 보호해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많은 철새들이 이미 이름 옆에 멸종 위기 1단계, 멸종 위기 2단계 등의 꼬리표를 붙이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개발의 이름으로 새들의 보금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고, 함께 지구를 나눠쓰고 있으면서 인간은 무슨 권리로 이 땅에 대해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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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12-1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이랑 가족분들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저도 철새들이랑 시간 보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맘대로 되질 않네요.
러시아에서 호주까지라니.. 정말 놀라운 능력을 가진 애들이군요!

hnine 2010-12-19 16:06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서재에 매일 들어오긴 했지만 글 올릴 기분도 아니고 해서 그냥 묵혀두고 있다가, 오늘 사진 몇장 정리해서 올렸어요.
무스탕님께서 요즘 많이 바쁘시니 시간 내시기가 더 어려우시죠. 바쁠때 건강 주의하시고요. 저희 집은 요즘 제가 독감으로 드러누워있으니 집안 꼴이 많이 아니랍니다. 없던 병도 걸릴 것 같은 상황...그려지시지요? ^^

sangmee 2010-12-19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갈대 사이에 새초롬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새색시같고 이쁘다.ㅎㅎ

hnine 2010-12-19 16:08   좋아요 0 | URL
앗, 윗분 글에 댓글 달고 있는 동안 왔었네?
새초롬이 아니라 사실은 다린이가 저 갈대밭에서 안나오고 계속 있으려고 하는 통에 '냅두고' 그냥 혼자 걸어나오는 중이란다 ㅋㅋ

혜덕화 2010-12-1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드셨군요.
저는 나이들수록 점점 건강해져간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다행히 올 가을, 겨울엔 감기 안하고 지나갔거든요.
비타민 c 많이 든 차 드시고 얼른 나으세요.
빨간 옷이 잘 어울리시는군요. 예뻐요.^^

hnine 2010-12-19 17:37   좋아요 0 | URL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들림없는 것 같아요.
올해 처음으로 유자청을 담궜는데 아마 제가 먹으려고 그랬나봐요 ^^
따뜻한 유자차 많이 마시고 얼른 일어나겠습니다. 마음도 함께 으라차차~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

마노아 2010-12-1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추억 한자락 보태셨어요. 파란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강렬해요.
사진과 글 너머에서 야생의 냄새가 막 느껴져요. 숨이 뻥 뚫리는 느낌이에요.^^

hnine 2010-12-19 17:44   좋아요 0 | URL
네, 태그에 썼듯이 좋았던 일도 끄집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자꾸 후회스런 일들이 먼저 머리 내밀고 튀어나오길래...^^
자주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니까요. 제 경우엔 바빠서라기 보다 귀찮아서 안 나가게 될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저 날은 야생의 냄새라고 하기엔 좀 처연했어요. 우리 나라를 찾는 새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자꾸 줄어든다네요.

비로그인 2010-12-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하늘, 갈대밭, 그리고 나무로 된 이동로를 보니 저도 마노아님처럼 가슴이 뻥 뚫리는 군요. 다린이 냅두고 나오시는 맨 아래 사진, 그래도 너무 분위기 있어요..

독감이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요.

hnine 2010-12-19 17:48   좋아요 0 | URL
대전으로 와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우리 나라 중앙에 있다보니 어딜 가든 서울에 있을 때에 비해 시간이 덜 걸린다는 점이더라고요. 3년 전인가, 천수만에 가서 새를 보고 왔는데 올해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독감 덕분에 목요일, 금요일, 아이 학교에서 하는 발표회, 방학식을 겸한 파티, 모두 불참했고, 어제 토요일 서울에 참석해야할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불참했고, 손해가 막심합니다 ㅠㅠ 얼른 낫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비로그인 2010-12-1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독감..
hnine님 이제 좀 많이 나아지셨을까요?

^^.. 근데 이 여행기 덕분에 사진도 보고.. 한때의 그 누구랑 많이 닮으셔서 좀 놀랬습니다.
맨 마지막에 홀로 약간 바랜듯한 사진이지만 잘 보고 갑니다. ㅎ

hnine 2010-12-20 08:54   좋아요 0 | URL
독감은 어제밤이 피크여서 날 밝기 기다리지도 못하고 응급실까지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주사도 맞고, 지금은 그 몇 시간 새에 많이 나아졌네요.
바람결님도 독감 조심하세요.

누구 닮았다는 소리를 제가 자주 듣는 편이랍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

순오기 2010-12-20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아이패드로 접속했어요
처음으로 쓰는 댓글이라 헤매고 있어요
철새보러 가고 싶네요

hnine 2010-12-20 08:5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로 댓글을!! 와~ 너무 멋지잖아요.
아이패드 구경도 못해봤는데...ㅠㅠ

어제 TV에서 보니 한강에서도 운이 좋으면 철새를 볼 수 있다는군요. 새에 별 관심 없었는데 직접 보고 오니 달라지더라고요.

세실 2010-12-20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잠깐 시내 나갔더니 온통 검은색 점퍼들.....
빨강과 파랑의 산뜻함이 참 좋은데요.
님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트이는 기분입니다.
지난 주말엔 참 포근했어요.

hnine 2010-12-20 08:58   좋아요 0 | URL
저 빨강 점퍼는 언젠가 제 생일에 남편이 사준 것인데 따뜻해서 저의 겨울 애용품이 되었습니다.
주말엔 집에서 꼼짝도 안했는데 날이 포근했군요. 오늘 아침은 안개가 잔뜩 꼈어요. 운전 조심하셔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12-2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가 정말 좋네요.. (저건 갈대 맞겠죠? 헛갈려요.. ㅠㅠ)

추워서, 정말 꿈쩍도 하기 싫은데
동시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욕망도 가득한 날들 이예요.
참, 좋은 여행이셨겠어요.

hnine 2010-12-20 14:51   좋아요 0 | URL
갈대 맞습니다~ ^^
추위에 약하시죠, 마녀고양이님?
그래도 한번 떠나보시죠.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휴일에 하루 종일 집에 데리고 있는 것이 전 더 힘들던데요. 차라리 온 식구 저렇게 나가서 구경하다 오는 것이 더 좋아요 (편해요 ^^).

섬사이 2010-12-2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에서 호주까지 날아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고단한 날개 쉴 곳이 사라져버리면 무척 당황스럽겠어요.
오래전에 주남저수지에 갔었는데
철새,떠남,가을,갈색풍경 등등이 어우러져 무척 쓸쓸한 느낌이었어요.
hnine님 페이퍼를 보니까
저도 훌쩍 떠나서 철새들 만나고 돌아왔으면 싶네요. ^^

hnine 2010-12-20 14:5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말 듣고 놀랐습니다. 러시아에서 호주까지라면 비행기를 타도 한참 걸릴 거리, 연료를 얼마나 소모해야 할 거리인데, 그 먼 거리를 날다니...살고자 하는 의지이구나...하고 느꼈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쓸쓸한 철새의 느낌이 강인한 의지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요.
저 혼자라면 아마 저렇게 새를 보러 길을 나서진 않았겠지요. 아이가 있으면 아이 때문에 저도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요.
(그나 저나 지금 막 섬사이님 서재가서 페이퍼 보고는 왕감동 받았습니다~)

하늘바람 2010-12-20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옷이 님?
와 날씬하고 예쁘시네요

hnine 2010-12-20 20:09   좋아요 0 | URL
ㅋㅋ 안 날씬해요. 키마저 작고요 ^^

울보 2010-12-2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했던 님이랑 조금은 다르시네요,,ㅎㅎ
전 왜있잖아요,그,,
참 단아해보이세요,,
좋은 여행하셨네요,
옆지기랑 그러지 않아도 어디 갈까 생각중인데 옆지기가 워낙에 시끄럽고 북적거리는것을 싫어해서 그래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밖으로 나가보려고요,ㅎㅎㅎ

hnine 2010-12-20 21:58   좋아요 0 | URL
어떻게 상상하셨더랬나요? 저 저렇게 생겼어요. ^^
크리스마스에 밖으로 나가보는 것 좋지요. 크리스마스니까 좀 북적거리는 곳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작년에 저희도 북적거리는데 피한다고 집 가까운 곳 공연장에서 합창단 공연 보고 왔는데 아이는 그게 영 시시했나봐요.
그러고보니 정말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안남았어요, 허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