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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마술 

 

                     성  미정 

 

미녀의 나신 절단하기
손수건으로 비둘기 만들기
신문지를 지폐로 만드는 마술은
질릴 만큼 했다 

 

이젠 좀 더 실용적인 마술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의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안마해 주기
배추로 김치 만들기
오천 원으로 푸짐한 밥상 차리기 

 

실용적인 마술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눈속임이 아니라 사랑의 힘 

 

실패했다고 야유할 사람은 없지만
한달간 맛없는 김치를 먹을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할 것
그렇다고 실용적인 마술을 겁낼 필요는 없다
김치를 씻어 쌈을 싸 먹거나 전을 해먹는
마술에 도전해 보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오늘도 무궁무진한
실용적인 마술의 세계에 빠져 있다
실용적인 마술이 손에 익어
마술이 아니라 생활이 될 때까지
그녀의 실용적인 마술은 계속될 것이다 

 

 


매일 벌어지는 일상사에 리듬을 실을 수 있는

이런 시인을 친구로 두고 있으면 참 좋겠다 

적어도 이 시인의 시를 가까이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내 생활에도 그 리듬이 흘러들어오길 

마술이 생활이 될 때까지 

마술사가 되는 그 날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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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8 0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3-28 06:48   좋아요 0 | URL
하루 종일 흐리긴 했지만 그래도 바람타고 산책이 그리워지는 날씨였어요. 인사동, 좋았겠네요. 청와대 길은 아직 한번도 걸어보질 못했는데...
이 시인의 시는 아마 제가 이렇게 생활의 한복판을 살아보지 않고 오직 한가지 제 일에만 매달리는 삶을 살고 있다면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매일 해치워야 하는 일거리 앞에서 '마술'을 떠올리는 시인의 마음이 애틋하기도 하고 귀여운 구석도 있고, 그랬네요.
 

 

언젠가 한번은 찾아온다는 모자를 벗기는 바람 

   

                                                    성  미정

 

그 바람은 불꽃처럼 뜨겁고
회오리처럼 난폭할 거라고
순식간에 모자를 불태우거나 날려버릴 거라고
늘 상상했는데 

 

바람이 내게로 왔을 때
바람은 숨소리처럼 작았고
봄볕처럼 부드러웠는데
그래서 바람을 알아볼 수 없었는데 

 

바람은 모자 속에 스며들어
서서히 머리를 따스하게 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바람이 찾아온 걸 알고
모자를 벗었는데 

 

내 늙고 지친 모자를 쉬게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모자를 벗기는 바람
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시 속의 바람의 의미를 생각하자니,
그것은 사랑을 뜻하는 것도 같고,
자꾸 읽다보니 생을 마치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도 같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경의를 표하며 맞을 수 있기 위해
나는 그저
늙고 지치도록
정성과 눈물을 다하는
삶이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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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2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부리지 않고 따스한 싯구네요.
나인님의 글귀는 더욱이요.^^

hnine 2010-03-28 09:40   좋아요 0 | URL
마침 프레이야님의 서재에서 언젠가 본 것 같은 어떤 구절을 찾아 헤매다 온 참이어요. 그게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
멋부리지 않고 따스한 것들이 그리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프레이야 2010-03-28 19:11   좋아요 0 | URL
오홋~ 그게 어떤 구절이었을까나요?
궁금ㅎㅎ 그나저나 찾으셨어요?
전 홍차 한 잔 해요.^^

hnine 2010-03-29 07:59   좋아요 0 | URL
^^
 

 

자기 자신을 알면
도대체 인생이 진행이 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군말이여
내가 살기 위해서
나는
나를
결단코 알지 않겠습니다.) 

 

정 현종 시인의 '걸음걸이3' 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뭐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읽는 순간 감히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는게 아니다. 나는 계속 변하는 실체. 계속 변하고 있는 '나'라는 실체의 선입견에 얽매여, 즉 자기 생각에 갖혀서 더 큰 걸음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외에 집착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툭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이것은 같은 시인의 '안부'라는 시 전문.
뒤돌아보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옮겨 적어 보았다.  

아래 시에 나타난 마음과 위의 시의 마음은 서로 통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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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2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마음 모두 공감되네요. 통하는 건지 반대되는 마음인지는 글쎄요. 글적^^
오늘 여긴 봄비 내리다 그치고 촉촉해요.
도서관 입구에 목련이 반쯤 피었더군요.
화사했어요, 나인님^^

hnine 2010-03-25 21:47   좋아요 0 | URL
여기도 오늘 하루 종일 하늘이 심통이 났었어요. 금방 비가 올듯 말듯 했지요. 저도 아이 데리고 도서관 다녀왔는데 있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할까봐 불안불안했답니다.

다락방 2010-03-2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깨물었더니

-정현종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hnine 2010-03-25 21:48   좋아요 0 | URL
와, 외우고 계신 시인가요?
정 현종 시인의 시 중에는 이렇게 짧은 화두 같은 시가 많더라고요.
결국 나를 젖게 만든 건 나 자신이군요.

세실 2010-03-2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을 보고 간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뒤는 내가 걸어온 길이지요..
반대인듯 통하는듯 아리송송 합니다.
산책삼아 걸어서 점심 먹고 오는 길에 비가 후두둑 내려 마구 뛰어왔습니다.
한치 앞을 모를 하늘이더군요^*^

hnine 2010-03-26 05:35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앞과 뒤가 서로 다르지 않듯 무관심과 관심은 어쩌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일주일이 후딱 후딱 지나는 요즘입니다. 3월 한달 내내 날씨가 자리를 못잡고 방황하는 것 같지요.
 

 

가끔 내가 쓰는 모든 시들이 유서같다가 그것들이 모두 연서임을 깨닫는 새벽
아직은 조금 더 실패해도 좋다고
네가 켜든 슬픔 한 덩어리의 시도 시들고 시들면 알뜰히 썩을 운명이라고
크나큰 실패마저도 그렇게 잘 썩어갈 거라고
모든 연서는 죽음과 함께 동봉되어오는 유서라고
외롬이라고
음악이라고
왜 음악은
항상 고장난 심장에도 누군가와 함께 도착하고
이미 죽어버린 자들을 느닷없이 호출하는 것인지 

작년에 구입하여 늘 책상 옆에 두고 있는 안현미 시인의 시집 <이별의 재구성>에 손을 뻗는 날이 있다. 그녀의 시 '불멸의 뒤란'에서 밑줄 그은 부분만 다시 재구성하여 올려 보았다. 시인 허락도 없이 그래도 되는지 3초 쯤 망설이다가 결국 바로 옆 페이지의 시 '리라들'까지 비슷한방식으로 올려 보기로 한다. 

녹슨 호미를 들고 뒤란 꽃밭의 잡초를 솎아낼 때, 슬픔은 슬픔의 얼굴을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마루 기둥의 자명종 새로 두시를 알리고 녹슨 리라의 현을 뜯듯 한때의 소나기가 다녀가는 마당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시 쓴다 개미처럼 쓴다 까맣게 까맣게 쓴다 까맣게 까맣게
언어는 언어를 버려두고 아리랑을 부른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일곱 개의 낮과 일곱 개의 밤이 매일매일 공평하게 배달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마무리도 그녀의 싯구절을 재구성하여. 

겨울이 지나간다 
비가 지나간다
내 슬픔에 접붙이고
그 속의 돌덩이를 다 헤집고
겨울이 지나가고
비가 지나간다

 

그녀 시집 '이별의 재구성'을 또 재구성하고 있는 저녁.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들으며 이 페이퍼를 쓰고 있던 중, 지금 무슨 일을 하며 음악을 듣고 계신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진행자의 멘트에 #9310누르고, 마음 달랠 목적으로 안현미 시인의 시를 베껴 쓰고 있다고 적어 보냈더니 소개가 되었다. 마음을 달래야 할 무슨 일이 있으셨냐면서.
'무슨 일이 있기는요, 저녁 상 차리다가 양념 담긴 유리병 떨어뜨려 박살 낸 것 밖엔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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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9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9 17:38   좋아요 0 | URL
수첩에 고이고이 잘 적어놓았습니다, 보라색 펜으로 ^^

프레이야 2010-02-18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양념유리병 떨어뜨렸다구요?
안 다치셨나요? 마음까지 박살나지 않기 바래요.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참, 안현미의 시, 참 좋군요.

hnine 2010-02-18 22:15   좋아요 0 | URL
마늘 한 봉지를 겨우 다 씻고 다져서 유리병에 잘 담아서는, 냉장고로 가져가다가 그만 떨어뜨려가지고는 유리병 박살나고 마늘도 다 버리고 흑흑...
제 마음은 박살도 잘 나지만 또 금방 붙기도 잘 붙어요 ^^
안현미 시인의 시집은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비로그인 2010-02-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 산책 일까요? 아니면 세상의 모든음악 일까요?? ㅎ 다시듣기로 꼭 확인해보겠습니다. hnine님 '_' ㅎ

hnine 2010-02-19 06:40   좋아요 0 | URL
클래식 산책이었어요 바람결님 ^^

2010-02-2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21 07:05   좋아요 0 | URL
아, 김 경란 아나운서가 이번 주 출장 관계로 대신 김 윤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답니다~ ^^

하늘바람 2010-02-1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념통 박살! 큰일인걸요. 아 님의 페이퍼 읽으면 다시 시를 쓰고픈 따라쟁이가 된답니다.

hnine 2010-02-19 17:39   좋아요 0 | URL
그럼 제가 자주 올려야겠네요, 하늘바람님 자극시키게요 ^^
 

 

눈이 말을 한다
중얼중얼
나 이렇게
지상으로 내려오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노라고
말을 한다 
중얼중얼


말을 하다가 눈이
눈물을 흘린다
헤어지고 온 하늘
자기 힘으로는 이제 도저히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이 서러워
꿀꺽꿀꺽
흐느낀다 


네가 땅에 떨어져
물이 되어 흐르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고여있다가
햇빛이 너를 말려 주면
너는 작은 물방울이 되어
다시 너의 하늘 가까이 돌아갈 수 있다고
내가 눈에게 말을 한다
중얼중얼 


눈은 눈물을 그친다


햇빛으로도
물방울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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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1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음악 들으면 진짜 눈물 나오는데... (^^)
음악도 아름답고, 몰입하고 있는 연주자의 모습도 아름답네요.
한밤의 선물, 감사합니다.

L.SHIN 2010-02-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네요...^^

hnine 2010-02-13 04:2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꿈꾸는섬 2010-02-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눈이 참 많이 내려요. 귀성 행렬 차들은 얼마나 고생들이 많을까 싶어요.
나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0-02-13 09:10   좋아요 0 | URL
여기도요...
오늘 일찍부터 들러주셨네요. 새해 인사도 주시고, 감사합니다.
꿈꾸는 섬님, 복 많이 받으세요.

비로그인 2010-02-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고 마음에 새겨갑니다~

hnine 2010-02-13 13:12   좋아요 0 | URL
지난 밤 혼자 깨어있다가 그냥 끄적거려본 건데...(머쓱~ ^^)

세실 2010-02-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아름다운 시네요. 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에..울컥.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해 되시길 기도드려요^*^

hnine 2010-02-13 13:15   좋아요 0 | URL
눈이 참 많이 오는 겨울로 기억될 것 같아요 이번 겨울은요.
어제 밤에 식혜 만드는 중 기다리는 시간에 떠오른 생각을 끄적거려보았어요.
이번 설 준비 혼자 하시는건가요 정말? 에효...너무 잘 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잘 하시면 계속 시키시는 수가 있을까봐...쉬~).

이매지 2010-02-1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흐르는 건지 눈물이 흐르는 건지. :)
나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0-02-13 21:05   좋아요 0 | URL
저는 영어로 tear의 뜻의 '눈물'을 생각하고 썼는데 이매지님 말씀 듣고 보니 정말 눈(snow)이 녹아내리는 물의 '눈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저보다 한 수 위이십니다 ^^
이매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늘바람님 케이프 하고서 올리신 사진 보니 기억 속에 있는 예전에 올리신 사진보다 더 앳되보이시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