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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것들 

  

흰 목련꽃을 
엄마, 여기 조개꽃이 피었어!
밥물이 끓어 넘친 자국을
엄마, 여기 눈이 내렸어!
벚꽃이 지는걸
엄마, 바람이 꽃을 아프게 하는 거야?
좋은 냄새를
엄마, 이게 꽃이 피는 냄새야? 

겁도 없이 

5년
10년
일생이 걸려도
내가 못 가는 거리를 

단숨에! 

  

-양 선희 詩集 <그 인연에 울다> 중에서-  

 

 

 

 

 

 

 

 

 

 

 

 

그렇지,
우리는  한 마디 말이 곧 시어가 되는 저 어리고 순수한 마음에서 얼마나 멀리 지나온 것인지.
5년, 10년이 걸려도 다시 못돌아갈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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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2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숨에 어딜 간다는 거지요?^^
아~
정말
이 시는 정말 아이가 한 말을 옮긴 거 아닐까요?
귀엽고 이쁘고 순수하고 그래서 짠합니다

hnine 2009-03-23 10:4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도 귀담아 잘 들어봐야겠어요.
태은이 어휘가 막 늘어갈 무렵,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요 ^^

바람돌이 2009-03-23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감성대신에 다른 뭔가를 우리가 가지고 있게 된거겠지요. 잃은게 있으면 얻은것도 분명 있을거다 아마도 꼭.... 그렇게 믿자구요. ^^

hnine 2009-03-23 10:4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의 댓글이 제 맘에 쏙 들어오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

프레이야 2009-03-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눈맑은 시인이에요.
험악한 말을 스스럼 없이 하고 사는 사람(저를 포함해 아이들도)들이 많지만
문득 내뱉는 아이의 말에서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해요.
꽃이 피는 냄새! 아, 목련꽃이 지는 냄새는 참 지독하다고 하죠.


hnine 2009-03-24 05:33   좋아요 0 | URL
일부러 시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아이들의 빈 마음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나봐요. 그래서 감동을 받게 되고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귀라도 계속 열려있기를 바란답니다.
 

   

 

 

 

 

 

 



 

 

 

 

 

 

 

 

 

 

 

 

 

내마음 꽃나무에서는 연신 꽃이 피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사랑때문에, 햇살때문에. 

'웃다 울다' 가 아니라 '웃어진다 울어진다' 라고 했다.

 

어제 산에 가면서, 산 초입에 걸려 있는 시를 데리고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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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9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9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평생 (평생) 

 

 

저녁이 다 오고
강아지들이 어미의 젖을 찾는 것을 본다
어미는 저녁처럼 젖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고
눈을 못다 뜬 다섯의 강아지들은
머리통을 서로 밀고 찧으며
저녁밥을 찾는다
어디 다른 데에서 목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저것이 평생이다 

 

 

- 문 태준 -

 
   

나 자신을 또 하나의 존재로 보고, 그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기다리는 듯한 표현이 눈에 읽혔다. 

   
 

추운 저녁만 있으나 야위고 맑은 얼굴로
마음아, 너 갈 데라도 있니?
살얼음 아래 같은 데
흰 매화 핀 살얼음 아래 같은 데 

- '살얼음 같은 데 1' 부분 - 

 
   

 

   
 

우리는 이 화분을 들고
서로에게 구름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애인
나는 나로부터 변심하는 애인 

- '화분'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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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10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프레이야 2009-02-10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시인이야요^^
나는 나로부터 변심하는 애인...

hnine 2009-02-11 04:4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혜경님

이 시인을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네요.
나이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 정적이고 내면적인 시들을 많이 쓴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09-02-1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아, 너 갈 데라도 있니?

몰랐던 시인인데요.
괜히 울컥해지며 위로도 되네요

hnine 2009-02-11 11:51   좋아요 0 | URL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셨다면 다행이어요.
그리고 활짝 웃으세요 ^^
 


휴대폰 





창조는 자유에서 오고
자유는 고독에서 오고,
고독은 비밀에서 오는 것,
사랑하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일은
모두 숨어 하는 일인데
어디에도 비밀이 쉴 곳은 없다.


이제 거대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되었구나.
각기 주어진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부르면 즉시
알몸으로 서야 하는 삶.


혹시 가스실에 실려가지 않을까,
혹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까,
혹시 인터넷에 띄워지지 않을까,
네가 너의 비밀을 지키고 싶은 것처럼
아, 나도 보석 같은 나의 비밀 하나를
갖고 싶다.


사랑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벨이 울리면
지체없이 달려가야 할 나의 수용소 번호는
016-909-3562.  

 

 오 세영(1942∼ ) 

--------------------------------------------------- 

 

어디 휴대폰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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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무슨
소리라도 한번 들려라
살포시라도 

외롭구나
무슨
벌레라도 한 마리
나를 물어라
너무 외롭구나 

생각하고 생각하다
생각이 막힌 곳
문득 생각하니 

내 삶이란 게 간단치 않아
온갖 소리 갖은 벌레 다 살아 뜀뛰는
무슨 허허한 우주 

쓴웃음이
한번 

뒤이어
미소가 한번 

창밖의 마른 나무에
공손히 절 한번 

가랑잎 하나
무슨 종교처럼 진다.
 

 

김 지 하 

 

 

친정에 가면 아직도 여기 저기 결혼 전 나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이번 설에 가서 집어온 시집, 김 지하 시인의 중심의 괴로움, 1994년에 나온 시집이다.
책 겉장을 들춰보니 이 시집을 구입한 날짜와 장소가 쓰여 있다.
대학로에도 종로서적이 있었던가?
김 지하 시인의 <새벽 네시>라는 시를 시작으로 그의 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오늘, 오랜만에 그의 시를 다시 읽는다.

 

 

 



 

 

 

 

 

 

 

 

 

 

 



 

 

 

 

 

 

 

 

  

 

 

 

새봄 9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김 지 하 

 

새봄, 새봄!
오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자동차 안의 히터를 키지 않고 올수 있을 만큼 날이 많이 풀려 있었다.
봄이란 말에는 어떤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봄!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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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1-27 23:52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 ^^
종로에 있던 종로 서적이면 저렇게 대학로 종로 서적이라고 쓰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자기가 써놓고 이렇게 추리를 하고 있자니 웃기네요 ㅋㅋ

하양물감 2009-01-28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흔적들을 하나둘 발견하다보면, 정말 이랬던가 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인간의 기억력이란 믿을게 못되는건지도요~

hnine 2009-01-28 11:10   좋아요 0 | URL
기록이 없으면 그냥 묻혀버릴 추억들이 참 많지요 ^^

상미 2009-01-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지하님 <새봄> 시는 요새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와.

hnine 2009-01-29 22:1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네 덕분에 알았네 ^^

상미 2009-01-31 01: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네가 쓴 거 처럼<봄>이 주는 그런 느낌을 알면 된다고 생각 하는
우리 병규한테 학교는 비유가 어떻고 댓구가 어떻고 하는걸 알 길 원하니... 우리도 그렇게 배웠지만..
나중에 시험 때문에 배우는 시가 아닌 시를 만나면, 느낌을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