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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는 존재


언니는 동생보다 먼저 태어난다 언니는 동생보다 먼저 자란다 동생은 늘 언니의 뒤를 따라 자란다 언니의 옷을 물려 입고 언니의 신을 받아 신고 언니의 그늘에서 키가 큰다 언제부터인지 언니는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성장을 멈출 만큼 언니에겐 삶이 무거웠던 것이다 언니는 자기만의 방에서 색색의 구슬 같은 알약을 가지고 논다 무수한 진단서 속엔 언니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자라지 않는 언니 몫까지 동생은 열심히 자란다 성큼 자라서 언니가 된다 어느날 언니는 동생을 보고 언니라 부른다 업어달라고 조른다 언니가 된 동생은 언니였던 동생을 업고 끝없는 슬픔 속을 걷는다 결코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언니였던 동생이 죽어 살이 문드러지고 흰뼈만 남을 때까지 동생이였던 언니는 업고 걸을 것이다 그 무게 때문에 점점 허리가 굽을 것이다 빨리 늙을 것이다 

- 성 미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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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형식이 '이 상'의 시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훨씬 공감이 쉽게 된다. 

좋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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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0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자매들 이야기일까요?
짠한데요~

hnine 2009-11-05 05:1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위의 시가 실려 있는 시집은 시인의 첫시집인데 절판이라네요.

하늘바람 2009-11-0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해야지 라는 말이 귀엽고 예쁘세요.

hnine 2009-11-05 13:16   좋아요 0 | URL
ㅋㅋ..

2009-11-05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night has a thousand eyes,

The day but one;

Yet the light of the bright world dies

With the dying sun.

 

The mind has a thousand eyes,

And the heart but one;

Yet the light of a whole life dies

When its love is done.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영어 교과서에 나왔던 시. 

mind와 heart를 똑같이 '마음'이라고 해석하면 안된다고 설명하시던 선생님의 눈을 
말똥말똥 쳐다보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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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09-10-2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분명 같은 학교를 나왔는데,
난 왜 저 시가 기억이 안난다니.ㅋㅋ

hnine 2009-10-25 12:29   좋아요 0 | URL
내가 기억 못하고 네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도 많을테니까 ^^

프레이야 2009-10-2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네요.
mind와 heart가 저렇게 구분되군요.
동의되는걸요.^^
정말 20년 전의 친구를 만나, 내가 기억 못하는 걸 어찌나 다 기억하고
있던지 놀라고 재미있었어요.

hnine 2009-10-26 18:47   좋아요 0 | URL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떤 장면이나 상황이 그대로 머리에 각인되어서는 잘 안 잊혀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night과 day, mind와 heart가 댓구를 이룬다고, 시험 문제에도 몇번 나왔던 것 같아요.
예전 일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과거에 아쉬움이 많은 사람이라던데...^^
 

 

파드득 

파드득 

파르르 

파르르  

무슨 소리?

마루 창으로 파르르  

달려가보니 

흐린 하늘 

젖은 땅 

가 

을 

비  

 

 

위풍 당당  

눈치 안보던 

여름비

가만 가만  

조심 조심 

눈치보며  

오고 있는

가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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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0-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요.^^
비가 오네요 정말

hnine 2009-10-13 18:3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계신 곳도 비가 오나요?
비가 아주 소심하게 잠깐 오다가 지금은 그나마 그쳤어요 ^^

Kitty 2009-10-13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너무 대범하게 오는 비를 만나 쪼오올딱 젖었어요.
지금 들어와서 샤워하고 한 숨 돌렸어요. 진짜 초등학생 이후로 최고로 젖어본 듯 ㅠㅠ

hnine 2009-10-13 23:32   좋아요 0 | URL
에궁~ 띠용~~ ㅋㅋ
가을비 소심하게 내린다고 괜히 분위기 잡은 제가 머쓱해지네요 ^^
그건 그렇고 비를 많이 맞으셨다니 감기 안걸리게 조심하시길요.

프레이야 2009-10-1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긴 오늘 비 왔군요. 소심하게 ㅎㅎ
여긴 말짱했어요.

hnine 2009-10-14 00:25   좋아요 0 | URL
제가 소심하게 온다고 하는 걸 들었는지 지금은 아주 제법 팡팡 내리고 있어요. 부산도 내일 오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비가 오니 그리 나쁘지 않네요.

같은하늘 2009-10-16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이켜 생각해본건데 그날 저희 동네는 소심하게 오지않고 비바람이 몰아쳤는데...
저는 그 비바람속에서 애들 끌고 시아버님 병원에 다녀왔거든요. -.-;;

hnine 2009-10-16 13:31   좋아요 0 | URL
서울은 그랬나보더라구요. 여기 대전은 정말 비가 살살 왔거든요.
애들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시느라 힘드셨겠어요. 시아버님께서 편찮으신가봐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리란 것을 
뻔히 알면서 보란듯이
내가 당신에게 던졌던 독설들이


오랜 시간
당신 마음 속에서 용트림하고
당신 심장에서 피흘리게 하더니  


그 불덩이가 어느 날
나에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내 심장에 박혀버리더니
빼어서 던져 버리려 몸부림 칠수록
더 깊숙히 파고들어가
상처만 깊어집니다. 


당신이 겪었을
고통과 허무와
외로움의 시간이
이 정도 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냥 따끔하고 마는 
그 정도 아픔일 줄 알았단 말입니다. 


이제 어쩌란 말입니까. 


지금 흘리는 이 눈물조차
당신의 아픔때문이 아니라
나의 아픔때문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살아온 시간들을
이렇게 살아온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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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는 말 몇 개를 잘 이어 붙이면 딴 세상 여는 열쇠가 된다. 

 

굳이 유파를 들먹이자면
마음의 거리에 자우룩한 구름과 안개의 모양을 탐구하는 '흐린 날씨'파
고독이란 자고로 오직 자신에게만 아름다워 보이는 기괴함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 해도
나는 정확히 해석하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큰 소리로 웃어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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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그의 시집 중 몇 구절 구절을 이어 붙여 
딴 세상이 열리는지 보려했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을 말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다 거기가 거기지. 


내가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는 이 세상과 


발버둥 치며 가고 싶어하는 그 세상은 

 
어차피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몰라? 


언젠가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이 고리 위에서 숨쉬고 먹고 자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걸 모른단 말야?  

 

 

마지막에 큰 소리로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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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9-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 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