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은 찾아온다는 모자를 벗기는 바람
성 미정
그 바람은 불꽃처럼 뜨겁고
회오리처럼 난폭할 거라고
순식간에 모자를 불태우거나 날려버릴 거라고
늘 상상했는데
바람이 내게로 왔을 때
바람은 숨소리처럼 작았고
봄볕처럼 부드러웠는데
그래서 바람을 알아볼 수 없었는데
바람은 모자 속에 스며들어
서서히 머리를 따스하게 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바람이 찾아온 걸 알고
모자를 벗었는데
내 늙고 지친 모자를 쉬게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모자를 벗기는 바람
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시 속의 바람의 의미를 생각하자니,
그것은 사랑을 뜻하는 것도 같고,
자꾸 읽다보니 생을 마치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도 같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경의를 표하며 맞을 수 있기 위해
나는 그저
늙고 지치도록
정성과 눈물을 다하는
삶이어야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