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은 찾아온다는 모자를 벗기는 바람 

   

                                                    성  미정

 

그 바람은 불꽃처럼 뜨겁고
회오리처럼 난폭할 거라고
순식간에 모자를 불태우거나 날려버릴 거라고
늘 상상했는데 

 

바람이 내게로 왔을 때
바람은 숨소리처럼 작았고
봄볕처럼 부드러웠는데
그래서 바람을 알아볼 수 없었는데 

 

바람은 모자 속에 스며들어
서서히 머리를 따스하게 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바람이 찾아온 걸 알고
모자를 벗었는데 

 

내 늙고 지친 모자를 쉬게 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모자를 벗기는 바람
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시 속의 바람의 의미를 생각하자니,
그것은 사랑을 뜻하는 것도 같고,
자꾸 읽다보니 생을 마치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도 같았다.
그것이 무엇이든
경의를 표하며 맞을 수 있기 위해
나는 그저
늙고 지치도록
정성과 눈물을 다하는
삶이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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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3-2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부리지 않고 따스한 싯구네요.
나인님의 글귀는 더욱이요.^^

hnine 2010-03-28 09:40   좋아요 0 | URL
마침 프레이야님의 서재에서 언젠가 본 것 같은 어떤 구절을 찾아 헤매다 온 참이어요. 그게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
멋부리지 않고 따스한 것들이 그리운 일요일 아침입니다.

프레이야 2010-03-28 19:11   좋아요 0 | URL
오홋~ 그게 어떤 구절이었을까나요?
궁금ㅎㅎ 그나저나 찾으셨어요?
전 홍차 한 잔 해요.^^

hnine 2010-03-29 07:59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