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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 ㅣ 문예단행본 도마뱀 5
이병철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1.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에는 또한 실제 삶의 공간으로서 무인도의 현실, 무인도에 관련된 다양한 예술작품, 무인도라는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의 이모저모, 인문학적인 시ᅟᅥᆫ으로 바라본 무인도 등 다채로운 얘기가 있다. 그중에는 틀림없이 여러분이 머물고 싶은 무인도도 있을 것이다. - p.7
무인도에 머물고 싶었던 적이 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무인도는 내게 무척이나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는, 무인도에서 어떻게 먹고 살아가느냐였다.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는 무인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무인도의 느낌, 무인도에 관련하여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어떤 이야기들다. 내가 만약 무인도에 있다면, 또는 무인도에 있는 어떤 느낌들. 그 느낌들의 이야기가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에 펼쳐진다. 15인의 이야기. 15인이 이야기하는 무인도 에세이다.
2.
할머니는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집을 나섰다. 예촌논인장에나 가시겠지, 했다. 그런데 날이 늦도록 집에 오시지 않는 것이었다. 걱정이 됐다. 저녁 밥때가 한창 지나서야 할머니는 집에 오셨다. “어디갔다 오셔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말 그 종이 한 장만 들고 할아버지한테 가려 했던 것이었다. - p.17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루려고 노력하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찾아가려 했다.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로. 우리 삶의 어느 순간에, 이런 마음이 들 때, 간절함은 그것을 이루게 해준다. 그 이룸의 순간이 올 때, 우리는 반드시 그래야만 했던 이유, 내가 여태까지 이렇게 산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은 그렇게 흘러흘러 여유의 냇물로 흐른다.
3.
“누구든 그 사람의 주변에는 열 명의 사람들이 있어. 그중에 세명은 늘 옆에서 관심과 사랑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고, 다른 세 명은 시기와 질투로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아무 관심도 없고 아무런 관계도 아닌 사람들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살면서 시기와 질투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세 명을 위해 허비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 자신에게 적이 있다는 현실을 용납하지 못해서일까? 그 세 명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비위를 맞추고 변명하고 포장하는 거지. 하지만 안타까운 건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편이었던 사람들에게 무심해지는 거야. 마치 언제나 옆에 있어줄 거라고 착각하면서….” - p.21
누군가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험담하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인 것처럼, 누군가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그 사실은 험담의 저편에서 나를 즐겁게 한다. 이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이 헐뜯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하겠다는 다짐. 시기와 질투도 마음 속 저편에 묻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3.
하늘을 보니 까만 구름이 가득하다. 아마도 오늘 내가 날궂이 하려나 보다. 밥풀 붙은 그릇도, 냄새나는 빨래도 없는 곳으로 달아나고 싶은 날이다. 거기에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라면 좋겠다. 잠깐 가서 눈 붙이고 오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 곳이 현실에 존재하기나 할까. 아마도 있다면 그곳은 무인도의 섬 어디쯤, 판에 박힌 말이라도 할 수 없다. 엄마에게는 나만의 무인도가 필요하다. - p.36
아마도 이 부분이 이 책의 주제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무인도는 필요하다. 나만의 섬이 있어야 가끔 내가 쉴 공간이 있어 세상을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는 그렇게 무인도의 어딘가에 내 마음을 갖다놓는다. 15인의 이야기에서 나만의 무인도는 어디에 있을까. 15인의 무인도는 어디쯤에서 머물고 있을까.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는 정말로 혼자인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러면서 또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에세이다.
4.
그래서…
혼자만의 섬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 무인도에서 상상해 나가나는 작은 꿈, 작은 소망, 작은 성공.
그 끝으로 내가 향해가고 있다는 그 사실로 나는 지금 행복하다.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아』를 계기로 나만의 독서열풍이 다시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 도마뱀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