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항상 즐거움을 던져주는 공간인 '숨어있는 책' 건물 전면에
1층과 지하를 세놓는다는 광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몇일 전에 그 길을 지나시던 분이 문자로 알려와서 설마 했지만
오늘 외근 중에 땡땡이 치고 가서 확인했지요
순간 가슴이 덜컥 했답니다.
아~ 내가 아끼고 내게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이 공간도 사라지는가?

지하의 조까치박사님과 여사장님께 사연을 들어보니, 책방을 아주
접는건 아니고 근처로 이전한다고 하는군요
근처 건물 지하에 좀 큰 평수가 있어서, 지금 1층과 지하로 나뉘어 판매하던
책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간간히 들르는 손님들 모두 한결같이 물어봅니다.
무슨일 있냐고? 책방 접는거냐고?
웃으면서 대답하지만... 사실 신촌일대의 임대료 상승이 이전을 결심하게
만든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임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든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쉽지만... 그래도 없어지는 것보다
이전하는 것이니 만큼 안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을... 아무리 가까운 곳으로 이전한다고 하지만
어찌하려고 하실지...
이전이야 그냥 옮기면 되지만, 배치하고 분류하는 일은 정말 고되고
힘든 일일텐데... 괜히 걱정부터 됩니다.
기간이 좀 많이 남아 있지만, 이전하게 되면 새롭게 익혀야 될 것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 보니 이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라도 좀 남겨 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억은 희미해져도 사진은 지금의 숨책을 그대로
보존시켜 줄테니까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0-03-0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어 있는 책 이사간다고 하니 서운하네요.
그래도 책방을 다른 곳에서 연다니 다행입니다.
사진 찍어서 올려 주세요.^^

머큐리 2010-03-09 00:05   좋아요 0 | URL
후애님 꼭 사진 찍어서 올릴께요... 사진 솜씨는 형편없지만..헤~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 붕어빵아저씨 고(故) 이근재 선생님 영전에
 
 


어떤 그럴듯한 표현으로 그려줄까

13년 동안 밀가루값 가스값 빼면

100원을 벌었고 200원 벌었고 300원 벌었고를 헤아리면

변함없이 붕어빵만 구웠을 당신의 무미건조한 삶을

당신 옆에서 또 그렇게 순대를 썰고 떡볶이를 팔던

당신의 아내를
 


어떤 그럴듯한 은유로 보여줄까

2007년 10월 11일 오후 2시 일산 주엽역 태영프라자 앞

트럭을 타고 갑자기 들이닥친 300여명의 용역깡패들과 구청직원들에게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조각나 리어카라도 지키려다

부부가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던 날을
 


어떤 아름다운 수사로 그 밤을 형상화해줄까

잘난 것 없는 죄, 못 배운 죄 억울해

붕어빵 순대 떡볶이 팔아 대학 보낸

자식들 마음 아플까봐 몰래 숨죽여 울던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부르튼 아내 손 꼭 잡은 채 잠들지 못했다는 그 밤을
 


어떤 상징으로 그 아침을 새겨줄까

뜬눈으로 새웠을 새벽 4시 30분

일용일이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나간 아침

일은 잡지 못하고 낙엽처럼 떠돌다

길거리 나무에 목을 매단 당신
 


당신의 죽음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시로 이 세상을 노래해줄까

어떤 그럴듯한 비유와 분석으로

이 세상의 구체적인 불의와

은유적으로 상징적으로

구조적으로 덮어줄까
 


500여 노점상들을 거리에서조차 몰아내기 위해

3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는 고양시청

30명도 채 되지 않는 양민들의 생존권을 빼앗기 위해

150명의 폭력재를 고용한 일산구청

저항하면 공무수행 위반으로 구속하겠다는 경찰

폭력배를 고용한 관공서를 경찰이 보호하며

서민을 향한 사제 폭력이 공무로 수행되는 나라
 


이런 민주주의가 판치는 세상을

어떻게 그럴듯하게 문학적으로 미학적으로 그려줄까

바람에 지는 풀잎으로 읊어줄까

국화꽃 같은 누이로 그려줄까

어떤 존엄한 시어를 찾아줄까

그러면 나도 시도 어느 연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그러면 나도 시도 평론가들로부터 상찬받을 수 있을까

그 애매함으로, 그 모호함으로, 그 규정되지 않음으로

그 깊은 서정성으로, 그 새로운 해석과 역사성으로

어떤 문학사의 말석에나마 기록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이 더러운 세상

이 엿 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저들이 당신들의 생존권과 터전을

가진 자들을 위한 법으로 들어엎듯

당신들 또한 이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없는 자들의 새 법으로 엎어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무슨 시를 쓸까
 


여보, 미안해

여보, 미안해

붕어빵틀을 잃어버려 미안해

당신의 순대를

당신의 떡볶이를

당신의 도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보다 잔인하진 않았으리

이렇게 일상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았으리

이렇게 평범하지는 않았으리 

------------------------------------------------------------------------------ 

  

거리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송경동 시인의 시다.
시라기 보다 고발이고 분노이다.
용산참사 집회 현장에서 언제나 앞장서 싸우다 연행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거리의 시인에게 현실의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상처였던 것으로 보인다.  


친하게(?) 지내고픈 후배가 이 시를 보고 눈물지었다는 말을 들었다.
한 발 떨어져 냉철하기를 원하지만 부대끼는 현실에 슬픔을 가눌 수 없다는 후배의 말은 항상 관념적이기만 한 내게 무언가를 던져준다.

계절은 봄으로 바뀌고... 후배여! 
새 봄에는 슬픔보다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나날이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겨레 정치성향 자가진단 결과

 아프님과 비연님을 따라 정치성향을 자가진단 해봤다. 





에이 관념적 왼쪽 같으니라구....


댓글(7)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10-03-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상당히 급진적이십니다. ^^거의 권영길, 노회찬 정도인데요.

머큐리 2010-03-05 18:38   좋아요 0 | URL
아~ 그냥 관념적이에요...관념적...

비연 2010-03-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정말 급진적인 결과가! ^^

머큐리 2010-03-05 18:39   좋아요 0 | URL
저도 놀라고 있어요...허걱 --;

L.SHIN 2010-03-0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는 단어만 봐도 눈길 돌려버리는 나라서...애써 외면했는데,
도대체 '좌파'와 '우파'의 차이점이 뭐죠?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나요? -_- (긁적)
테스트를 해보려고 해도 당췌 저게 뭔 뜻인지 알아야지 말이죠.

머큐리 2010-03-05 18:42   좋아요 0 | URL
아마 모르시고 하셔야 진짜 정치 성향이 나오실 것 같은데요..ㅎㅎ
좌와 우, 보수와 진보...이 차이를 설명하려면 저의 짧은 지식으론 어림도 없구요.. 다만, 현실의 모순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태도와 실천의 차이인것 같아요.. 원래 잘 모르면 이렇게 추상적인 말만 하는 거랍니다.. --;

L.SHIN 2010-03-05 21:30   좋아요 0 | URL
시장 자유 : -4.5
개인적 자유 : -1.96

이렇게 나왔습니다. 그럼 뭔가요? (긁적)
모르는 문제는 찍었어요.ㅎㅎㅎ
 

 저도 지역도서관에 신청할까 해요... 혹 주변 도서관 이용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10-03-0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충성!

머큐리 2010-03-04 19:29   좋아요 0 | URL
헉! 충성까지...하실 필요가... 있을 수도 있군요...

후애(厚愛) 2010-03-0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고싶은데... 못해요.ㅜ.ㅜ
 
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아직도 광장은 열릴 기미가 안보이고, 그저 기만(?)적인 행사의 진행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광장을 찾기 위한 청원서명은 어찌되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87년이 내 젊은 시절에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면, 2008년은 청춘의 빛을 잃어버리고
사회에 찌들어 산 중년에 다시 한번의 각성을 던져 주었다.
20년 이상 벌어진 그 세월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난 이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촛불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서는 무수한 담론이 오고갔고, 거기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그것이 미친 사회적 여파는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촛불집회 이후에 벌어진 폭력에 관한 성찰,
용산사태 이후의 대응, 4대장과 복지문제, 공공서비스의 사영화 반대, 민주주의와 헌법, 언론 
장악문제, 냉전적 이념문제 등...촛불의 이 사회에 던져준 의미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현재 진행형인 이 초유의 사건에 대한 직접적 문학적 형상화가 본격적
으로 등장했다. '캔들 플라워'는 이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시인이다. 시를 모든 문학 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개인적 편향때문에
그리고 시인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무관심한 둔한 신경때문에 '김선우'란 시인에 대해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그녀는 시외에도 소설을 쓴 경력이 있고 이 소설은 그녀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쓴 소설이고 소재 자체가 현실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필연이었다.  

촛불은 통해서 나는 청소년을 20대의 청춘들을 새롭게 인식했으며, 이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
역시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더불어 내가 거쳐온 인생의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하
지 못하는 삶들이었다. 물론 우석훈을 비롯한 사회학자들이 설명해 놓은 세대론으로 어느정도
이해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의 민중문학 또는 민족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다. 현실의 삶에 대해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민중들의 삶을 그대로 문학속에 녹여야 한다는
문학이론이었고,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사회주의
몰락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발흥으로 점차 사라져 가고, 문학을 통해 무언가 사회적 진실을
외친다는 이론은 점차 사그러져 가고, 추상화되었고 이젠 구식으로 변형되어 버렸다.
물론 여전히 그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어느 순간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촛불이 그 격동의 시간에 표현된 모든 촛불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전형화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촛불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이 외친 몇가지 문제점과 그 해결에 대한 서사는 적지 않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촛불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 황당하다
생각되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있다. 그러나 그건 개개인의 경험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이 경험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출간되고 공유되고 토론되고 공감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거기에 첫발을 디디며 사그라져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만 있던 그때의 경험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 다시 이야기 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그래야 문학이
의미있는건 아닐런지...
물론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도 이 소설이 80년대식의 민중문학과 동일하지 않다.
세월은 문학적 참여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이건 그냥 느낌!)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것인까?? 아직까지 젊은 작가들의 상상을 따라가기 버겁다.
아직까지 민중문학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년의 푸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