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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벌써 2년이 지나간다.
아직도 광장은 열릴 기미가 안보이고, 그저 기만(?)적인 행사의 진행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광장을 찾기 위한 청원서명은 어찌되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87년이 내 젊은 시절에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면, 2008년은 청춘의 빛을 잃어버리고
사회에 찌들어 산 중년에 다시 한번의 각성을 던져 주었다.
20년 이상 벌어진 그 세월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난 이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촛불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서는 무수한 담론이 오고갔고, 거기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그것이 미친 사회적 여파는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촛불집회 이후에 벌어진 폭력에 관한 성찰,
용산사태 이후의 대응, 4대장과 복지문제, 공공서비스의 사영화 반대, 민주주의와 헌법, 언론
장악문제, 냉전적 이념문제 등...촛불의 이 사회에 던져준 의미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현재 진행형인 이 초유의 사건에 대한 직접적 문학적 형상화가 본격적
으로 등장했다. '캔들 플라워'는 이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시인이다. 시를 모든 문학 중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개인적 편향때문에
그리고 시인에 대해서라면 여전히 무관심한 둔한 신경때문에 '김선우'란 시인에 대해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그녀는 시외에도 소설을 쓴 경력이 있고 이 소설은 그녀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시인이 쓴 소설이고 소재 자체가 현실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게는 필연이었다.
촛불은 통해서 나는 청소년을 20대의 청춘들을 새롭게 인식했으며, 이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
역시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이다. 더불어 내가 거쳐온 인생의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잘 이해하
지 못하는 삶들이었다. 물론 우석훈을 비롯한 사회학자들이 설명해 놓은 세대론으로 어느정도
이해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예전의 민중문학 또는 민족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다. 현실의 삶에 대해 문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으로 현실 속에서 투쟁하는 민중들의 삶을 그대로 문학속에 녹여야 한다는
문학이론이었고,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사회주의
몰락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발흥으로 점차 사라져 가고, 문학을 통해 무언가 사회적 진실을
외친다는 이론은 점차 사그러져 가고, 추상화되었고 이젠 구식으로 변형되어 버렸다.
물론 여전히 그러한 전통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어느 순간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촛불이 그 격동의 시간에 표현된 모든 촛불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전형화된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촛불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촛불이 외친 몇가지 문제점과 그 해결에 대한 서사는 적지 않은 공감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촛불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 황당하다
생각되는 부분들도 분명하게 있다. 그러나 그건 개개인의 경험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이 경험들이 다양한 형식으로 출간되고 공유되고 토론되고 공감되어야 한다는 것
이다. 거기에 첫발을 디디며 사그라져 이제는 사람들의 뇌리 속에만 있던 그때의 경험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제 다시 이야기 해야 한다. 이론이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그래야 문학이
의미있는건 아닐런지...
물론 현실을 반영했다고 해도 이 소설이 80년대식의 민중문학과 동일하지 않다.
세월은 문학적 참여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이건 그냥 느낌!)
그래서 조금 아쉬웠던 것인까?? 아직까지 젊은 작가들의 상상을 따라가기 버겁다.
아직까지 민중문학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년의 푸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