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였다.
남자들만 있는 학교가 다 그렇듯이 뭔가 조숙한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아이들의 성에 대한 지식은 나름 권위가 있는 것이다. 청춘의 심벌인 여드름도 나지 않았던 나는 성에 대해 잘 몰랐고 이른바 '섹스'가 성기결합이라는 친구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좀 모자란 사춘기였다.
이런 나에게 결정적인 증거물이 나왔으니... 바로 일명 빨간책이라 불리는 만화였다. 쉬는 시간에 선생 몰래 쉬쉬하면서 돌려보던 그 조악하고 허접한 만화가 준 충격은 대단했다. 요즘이야 성교육도 많이 시행하고 (어떻게 시행하는지는 몰라도...) 과거보다 성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시기라 지금보면 정말 별 볼일 없는 만화였을지는 몰라도 당시에는 어떤 정보매체보다 성에 대해 전달하는 과정이 노골적이었기에 어린 마음에 결정적 한방(?)을 주었던 것이다. 더불어 섹스가 성기결합이라 주장했던 친구에게 강력하게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던 나는 바로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중3이 된 큰 놈이 인터넷에서 성인동영상(그 수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다)을 검색하다 엄마에게 걸렸다. 걸린 시점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중에 이전저런 잔소리를 듣다가 성인동영상이나 보면서 공부도 안하고 게으름핀다고 꾸중하는 얘길 듣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 드디어 걸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간 터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리 빨리 터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애들의 성교육은 결국 아버지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야 아버지에게 한번도 구체적인 성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세대니 그저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와 당시에 돌아다니던 '플레이보이'나 '헉슬러'를 보고 대충 짐작이나 하는 수준이지 어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볼 수 있었을까?
여성들은 일단 남성들과 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틀리니 자기 자식이 성인 동영상을 본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으리라. 더불어 그 사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터... 일단 좀 혐오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긴... 고등학교 때 나도...'플레이보지'잡지를 책장에 몰래 숨겨 놓았다가 어머니에게 걸려 등짝 좀 두들겨 맞고 천하의 패륜아 취급을 받았던 적이 있는지라....아들놈의 그 심사는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성인동영상을 보기 위해 내 주민등록으로 성인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냥 한 대 쥐어박었다. (짜식이...애비를 팔아도 그런데다 팔면 안되지...)
솔직히 말해서... 성인동영상을 찾아서 본 아들이 고맙다. 머 좀 발육이 늦는건 아닌가 걱정했더만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듯해서...그런데 고민이 하나 생겼다. 이런 유해한 자료화면이 끼칠 영향으로 부터 어떻게 좀 올바르게 보호할 것인지....그래서 타협적으로 이렇게 정리햇다.
첫째, 니가 뭘 보던 성인용 동영상에서 나오는 그런 관계는 허구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것. 보더라도 개뻥인건 좀 알고 보라고...
둘째, 여친을 사귀는 건 좋지만...부모한테 공개하면서 사귈 것...(뭐 별로 기대는 안한다만..)
세째, 여친과 육체적인 접촉을 하더라도 여자가 조금이라고 거부하거나 싫다고 하면 접촉 행위는 즉시 중단할 것....
네째, (나 닮아 소심해서)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 여친과 섹스를 하더라도... 피임기구는 꼭 챙길것..
이런 말을 주저리 주저리 하다가... 아들 둔 부모도 이렇게 성에 대해서는 갑갑한데... 따님 두신 분들은 어떻게 교육하는지 궁금해졌다.
하나 더... 성인동영상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문학 작품들 중 매우 애로틱한 작품이 많으니 좀 찾아서 읽어보라고... 그러니까 책 좀 읽으란 얘기다...뭐 귓등으로 흘리는게 명백하지만...
암튼 남성들의 시각적 탐욕... 이건 본성이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