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라온 문자 ...  

"ㅅㅂ이가 손뼈가 부러져 수술 중입니다. 철심을 삽입해서 고정해야 하는 수술인데 일주일 입원해야 합니다" 

무슨 사연인가 했다. 싸웠나? 그 나이대의 사내녀석이면 싸움질하다 뼈가 부러질 수 있는거지...
그래서 답문을 보냈다.  

" 다른데 부러지거나 다친 곳은 없나요" 

다시 온 답문 

"다른 데는 멀쩡합니다. 체육시간에 장난으로 담벼락를 쳐서 부러진거랍니다" 

아... 그 나이는 싸움질하다 뼈가 부러질 수도 있지만.... 끓어 오르는 혈기를 분출할데라곤 담벼락 밖에 없어서 주먹질을 해대는....엥? 뭐야 이거 제정신인거야?  

하여튼 세대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상상력이 빈곤한 나로서는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었다.  

퇴근 후 후다다닥~~ 달려간 병원에서 사건사고의 유발자께서는 쑥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진짜 싸움 안했냐"
"응"
"그럼 정말 담벼락을 쳐서 그리 된거냐?"
"응"
"담벼락은 왜 치는데.... 너 사회에 불만있냐?" 
"그냥 장난하다가..."
"장난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냐?"
"아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담벼락을 쳤겠어?" 

흠... 대화 결과 이성이 무너지거나 정신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냥 사고인 것이다. 장난으로 담벼락과 맞짱뜨다... 전치 6주 이상의 부상을 입은 사고.... 

결국 주말은 병원에서 아들과 보내야 했다.
좋은 점은 그래도 간만에 아들과 오붓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이고 나쁜점은 병원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고 오랜만에 사춘기 아들과 대화를 하려는 그 순간 아들은... 만화책이나 빌려 달란다...에효~~ (아빠의 도덕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지 않다 이거지...)

신기한건 부분 마취하고 뼈에 드릴를 들이대는 대(?)수술을 멀쩡한 정신으로 감내했다는데 울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의 간호사는 신기한지 애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그러면서 어제 똑같은 수술을 한 23살짜리 청년은 수술 중 울.었.단.다...... 근데 중학생 아이가 울지 않는거 보고 많이 대견했다고.... 

그때 드는 생각.... 저건 누굴 닮아 저리 독한거야

그때 간호사가 넌즈시 한 마디 건넨다....
"아드님이 순하게 생겼는데.. 독한 구석이 있어요... 호호호"
내 대답은...
"아하하 좀 그렇죠... 엄마를 닮아서요...."  

대답을 하고 나니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다.... 기온 차가 참으로 심한 늦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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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5-16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큰일이었는데 우스개처럼 말씀하시니 같이 웃게 되잖아요. 등골이 서늘해지는 알딸딸한 기분을 또 만끽하시면 아니됩니다.^^;;;
그나저나 어느 쪽 손이에요? 주로 쓰는 손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6주는 12주처럼 느껴질 거예요. 한참 자랄 나이니까 뼈도 금방 붙을 테지요? 아주 더울 때가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이에요.

머큐리 2011-05-17 21: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ㅎㅎ 머 사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마녀고양이 2011-05-1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큰일 치루셨군요.
아드님 고생했겠어요.. 병원 쪽잠도 엄청 힘든데
머큐리님 안 그래도 마르셨던데, 더 살 빠지게 생기셨어요.. ㅠㅠ

그런데 누굴 닮아서 독할까요? 어째 심증이 어머님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른 완쾌 바랍니다.

머큐리 2011-05-17 21:13   좋아요 0 | URL
그 아드님이 고생은 커녕 벌써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다가 엄마한테 무진장 혼났답니다... 고생은 커녕 학교도 안가고 휴가를 즐기는 분위기에요..흠

비로그인 2011-05-1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드님이 다친건 좀 걱정스러운데 마지막이 좀 재밌어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진짜 요즘 일교차가 심한지 저도 감기기운이 며칠째 계속 붙어 다니고 있는데요.

환절기, 몸 건강히 잘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머큐리 2011-05-20 18:18   좋아요 0 | URL
저런... 감기기운 잘 다스리시고 건강하셔야죠..

그런데..감수성이 풍부한 바람결님이 아프시면 더 멋진 글이 나올것 같기도 해서 은근 기대가....^^;

라주미힌 2011-05-1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머큐리님 닮아서 인거 같아용 ㅠㅠ;;; 대단합니다~!! 드릴과 뼈.. 으스스

머큐리 2011-05-20 18:19   좋아요 0 | URL
라님...이런걸 배신..이라고 하는 거에요..ㅋㅋ

pjy 2011-05-19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은 어릴때 숨바꼭질 비슷한 놀이를 하다가 급한마음과 따로노는 몸때문에 전봇대에 손바닥대신 안면으로 터치를 했었습니다~ 앞니를 수습하는데 엄마가 참 기막혀했었습니다~ 꼼꼼한척 하면서 덜렁대는 것이 아빠랑 판박이랍니다~ 그 뒤에도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엄마말씀이 정답입니다^^

우연치않게 뒷짐지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아빠랑 남동생이랑 도플갱어처럼 닮았습니다!
아드님은 머큐리님을 닮아서 순하게 생긴게? 분명합니다ㅋㅋ

머큐리 2011-05-20 18:20   좋아요 0 | URL
생긴건 분명...엄마쪽입니다...저는 한번도 순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ㅠㅠ
놀다가 '이'를 부러뜨린건 이미 둘째놈이 보여줬답니다..ㅎㅎ

순오기 2011-05-1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없는 담벼락을 쳤다니...빠른 쾌유를 빕니다.
누굴 닮았겠어요? 속일 수없는 유전자 영향인걸요~~~^^

머큐리 2011-05-20 18:20   좋아요 0 | URL
누님..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ㅎㅎ

어딜 피해가겠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