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타 악티바 : 개념사 10
장귀연 지음 / 책세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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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사실 그리 오래 된 것 같지 않다. 그야말로 어느날 아침에 눈을 뜨니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사회에 통용되기 시작하고, 이제는 익숙한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일자리와 노동문제만 불거지면 항상 나오는 단어...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사이다.  

사실 비정규직이란 말 자체가 엄밀하지 않다.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를 뭉뚱그려 표현한 말이
비정규직이다. 개념 자체를 보면 그저 정규직이 아닌 상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말이
고 결국 일자리의 문제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비정규직을 우리는 너무 친숙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에 있다. 이 사회는 이제 비정규
직이 불가피한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고, 사회적 의식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했다는데 있다. 그리고 그 의식의 변화는 급격하고 가파르다. 사실상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확산되기 전 부터 비정규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사회가 된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형태는 여러가지다. 흔히 계약직, 임시직, 파트타임, 파견직, 용역직...이라 불리는
일자리를 비정규직이라 한다. 이 비정규직의 확산은 IMF체제 이후 보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혀왔고, 이 관계는 사실상 자본가와 노동자와의 힘의 역관계가 전체적으로 역전되어 나타난
현상을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이 자본을 압도한 적도 없거니와 노동을
강조하면, 빨간색으로 덧칠하는 경우 자본의 공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이전의 자본은 그래도 '평생직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을 사회적 이념으로 통용시켰고
경제발전과 더불어 중산층이라는 애매한 계층을 탄생시켰다. 이젠 그러한 이유도 원인도
찾지 못한다. 다만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외칠뿐이다.  

비정규직에게 안정이란 환상일 뿐이다. 언제 어느때 자신의 일자리에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정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불안정을 예외적으로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항시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비정규직의 핵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 소속감 없는 노동자에게 생산성이란 말이 통용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러면
자본은 왜 생산성없는 이 체계를 유지하려 할까? 생산성이 떨어지더라도 해고의 자유가
주는 자본사용의 유용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윤의 문제가 대두하자 생존과 인권의 문
제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사실 어울릴 수 없는 대립관계이다.
다만, 자유주의적 외피 속에 발전한 자본은 그 자유를 이제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모두 살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한국에서의 자본의 발전은 지역적 내부의 경쟁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자본의 경쟁력은 노동을 희생으로 강화시킨다.
이것이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다. 이런 대자본의 파렴치한 행위는
중소자본을 직접적으로 착취하는 것과 더불어 골치아픈 노사 문제를 자신의 의지대로
처리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이제 사회에 발디디는 20대는 정규직 채용보다 비정규직 채용으
로 몰리고 있다. 비상상적인 고용관계가 양적으로는 정상적 고용관계를 압도하고 결국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명확함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쉽지않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이미 법적, 제도적 측면과
실질적 노동의 결집을 통한 해결의 문제가 겹쳐져 진행되고 있다. 동희오토 노조의 투쟁과
같이 실질적 투쟁은 거칠고 험하며, 제도적 변혁은 막강한 대자본의 로비와 지배층의 오도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같다. 다만 이대로 진행된다면 빈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질 것이고
사회의 분열과 이제 변두리로 몰려나갈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누가 이 흐름을 멈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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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8-15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공감..하고 갑니닷!!

머큐리 2010-08-16 07:55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양철나무꾼 2010-08-15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노동이 자본을 압도한 적도 없거니와 노동을
강조하면, 빨간색으로 덧칠하는 경우 자본의 공격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전 이 구절이 빨갛게 돌출되어 동동 떠다니네요.
저도 깊은 공감~^^

머큐리 2010-08-16 07:5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 빨간색으로 덧칠해주시는군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08-15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읽는 책에 조선은 모내기를 500년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모내기가 이모작 등의 효과로 엄청난 생산량을 낼 수 있지만,
대신 일손이 덜 필요해져서, 실업자 양산이 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양민 보호 차원으로
그랬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욕심많은 양반이나 지주들은 몰래 모내기를 했구요.

적어도 조선에서는 법제적이라도 <모내기> 금지를 했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법에서 더욱 앞서나가네요.... 꼬인 실타래 같습니다.

머큐리 2010-08-16 07:58   좋아요 0 | URL
제도와 법률이 정비되어 있어도 사람의 탐욕 앞에서는 종종 무력화되지요..그래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고,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정말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고 봅니다...이게 관건이자 문제이자 어려움이지요..

카스피 2010-08-1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생산지 노조원들 빼고 안정적인 직장인이 어디 있을까요.대기업의 경우도 알게 모르게 사람을 자르며 상황이 좀 어렵다 싶으면 부서 전체를 날리는 편이니까요.
대기업은 이익을 내겠다고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고 중소기업을 살아남겠다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니....참으로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머큐리 2010-08-16 07:58   좋아요 0 | URL
살기 힘드니 바꿔야지요...방법을 찾지 않으면 더욱 더 살기 힘들어질텐데요..

Paparazzi 2014-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성노조에 대한 비판 없이 자본가만 비판한다면 균형이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