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는 해야 하고... 준비한 건 없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일단 무사히 끝났습니다.
이번 이사는 그야말로 같은 아파트 건물 22층에서 8층으로 옮기는 거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구조가 같으니 사실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 보다야 훨씬 수월할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사할 때마다, 생기는 욕심이 하나 있습니다.
우선 집에 있는 책들을 분야별, 위치별로 정리하고 그것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해 봅니다. 몇번 이사를 하면서 꼭 이번엔 정리를 한 번 해보자고
하면서도 이사 일정에 쫒기다 보면 항상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이게 필요한 이유는 무리한 욕심으로 책만 사놓고, 읽지 않은 채 구석에 쳐박아 놓고
그 책을 샀는지 안 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또 다시 구입하는 경우들이 몇 번이나
있기 때문이지요... 이게 평상시에는 잘 모르다가 이사 한다고 책장을 뒤집으면 꼭 튀어
나와 사람 참 난감하게 합니다.
가끔 포장이사를 하면서도 아쉬운 것이 다른 건 몰라도 책은 포장이사를 해도 결국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에 필요한 집기들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옮기고 정리하면 되는데.... 책은 일하는 분이 일단 정리한다고 마구잡이고 책장에 넣어
놓는 것으로 정리를 하니 결국 다시 손을 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요
그래서 결국 여기 저기 다시 손대다 보면, 실질적 정리가 되는 기간은 한 달이 훌쩍 넘어
버리는 수도 있지요... 문제는 시간을 들여 정리라도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일하는 분들이 마구잡이로 정리한 상태 그대로 다음 이사때까지 그대로 가는 경우 입니다.
이럴때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모르니 겹치는 책들이 마구 발생하는 것이지요.
부천으로 이사왔을 때는 그나마 조금 넓은 공간으로 이사와서 나름 정리를 한 상태임에도
2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니 역시 많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내친 김에 리스트까지 함
만들어서 정리를 하려고 하지만... 아마도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욕심이 될 듯 합니다.
머 끈질지게 주말에 몇시간씩 시간 내서 하면, 될지도 모르지요...그러나 지금까지 내
행동의 패턴으로 봤을땐, 아마도 실패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더구나, 이젠 책정리를 하고자 하는 욕구 마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어쩌면 체념 비슷한
것이지요...어차피 못할 것을 고민하지 말자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분 말대로 다 읽은 책은 그저 종이 뭉치에 불과한데... 왜 이리 끌어 안고 있는 것은
그저 욕심이자, 읽는 것에 비해 과다하게 사기만 하는 행위에 대한 벌인것 같습니다.
결국 주말을 몽땅 책더미와 씨름하다...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이사하면서 좀 뻘쭘한건 책이 조금 있다보니, 포장이사 직원분들이 꼭 묻는 말이 있습니다.
" 이 책들 다 읽으신 거에요?" 와 " 혹시 직업이 교수나 목사 아니신가요?"
이 책들을 다 읽었냐는 질문에는 얼굴만 붉힐뿐입니다. 대답하기 ~팔리기 때문이지요
이 질문은 직업상 이사짐을 나르다 보니 목사와 교수의 집에 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교수는 몰라도 목사는 참 의외였지요... 목사는 성경만 읽는 줄 알았거든요...
같은 동의 아파트에서 이사하기에 구조나 높이등이 똑 같을 것이라는 편견도 이번 이사로
왕창 깨져 버렸습니다. 구조는 같으나 넓이나 높이는 미묘한 차이들이 많더군요
덕분에 계획한 것과 다르게 배치할 수 밖에 없어서 의외로 생각보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렸
습니다. 덕분에 이사한 티가 좀 나긴 나더군요.
이사 한다고 미뤄둔 일이 산더미 입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정리해야 하는데...
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절반 먹고 들어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