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사회에서 난 도덕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좀 헐렁한 잣대를 대도 그렇다.
그런 내가 심정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알라딘에 대한 잠정 구매중단(불매?)를 얘기한 건
나의 변덕(?)일 뿐이다. 그냥 그러고 싶은거 있지 않은가 말이다.
편가르기 하는 것도 아니고 불매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분을 비난하지도 않을
것이며, 불매를 한다고 내 스스로가 뭔가 자랑스럽지 않다. 사실 몇번이고 구매하고 싶은
책이 알라딘 중고 서적에 나왔을때.... 힘들었다. 그래서 아예 여기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 (견물생심이라 하지 않는가)
이 불매운동이 실패(?)한다고 해도 상처 받지 않을 것이고. 다른 분들도 이런 일로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한다. 또 여기서 오간 논의들로 서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
불매를 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되는 것이고...그렇다고 그 분들이
일부러 더 많은 구매를 하지 않을 것 아닌가?
불매를 하는 사람들은 그저 불매를 하면 된다. 더불어 자신이 불매를 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한다면 철회하면 그만이다. 난 이렇게 쉽게 생각한다.
참여하면 양심적 도덕적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솔직하게 얘기하면웃기는 얘기다. 전체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여기에 윤리의 문제가 등장한다면 그것 자체가 또다른 폭력일 뿐이다.
처음부터 알라딘에게 품은 기대가 없기에 그들이 어떠한 개선책을 내 놓던간에 그리 감동
할 이유도 없다. 더불어 이 조그만 실천으로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는다면....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대답
하련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알라딘에 그리 큰 불만이 없다. 혁명을 하지 않는 이상 자본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없고, 이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 크게 부도덕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냥 불매에 동참했다. 계기가 되었고 이런거 저런거 따지기 전에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알라딘과 나의 문제이기 여기저기 서재를 꾸리는
사람들과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초기부터 불매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들이 쏟아진다.
논리적 이유에서 감정적 이유까지... 그냥 놔두면 안될까? 불매를 하던 말던 불매가 필요하다
고 느끼는 사람은 불매하고, 아닌 사람은 그냥 하던대로하면 된다. 다만, 여기서도 비정규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식만 해줘도 안될까? 알라딘이 지금의 법제도에서 잘못하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주면 안될까?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식으로든 연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일들을 찿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주면 안될까하는 생각이 든다. (꼴보기 싫어도 같이 사는 사회에서
이런저런 사람들 만나는거야 당연한거 아닌가? 여기라고 다른데와 다르겠는가?)
알라딘은 이 사건에서 강자다. 나머지들은 솔직하게 약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불매한다고
알라딘이 무너지나? 내가 거리에 나간다고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똑같다.
약자들이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함 저항해 본 것 뿐이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쌓여 무언가 인식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고 제도가 바뀌길 바랄뿐이다.
불매하면서 참~ 책욕심만 많고...있는 책도 제대로 읽지 않는 나를 발견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일까? 꼭 필요한 책 몇권을 교보까지 가서 구입하면서... 나도 빨리 불매가 끝났으면
하고 소망한다. 알라딘이 여러번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뭔가 빠져있다.
그게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자꾸 답답하게 한다. 어쩌면 그 가시는 나도 모르게 알라딘에
걸고 있는 희망사항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