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밤 나는 봄밤을 꿈꾸오,라고 했더니 친구는 대뜸 표절이오,라고 답한다. 루시도폴이라는 친구가 어느 노래의 시작을 그리했다오,라고 덧붙인다. 나는 젠장이오,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친구는 사실을 말하는데 화를 내다니 촌스럽소,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나는 말한다,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운치있는 것이오,라고.  

일주일동안 잠을 잤고 약을 먹었고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간혹 통화를 했다.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다르게 그 걱정들을 액면가로 받아들였다. 뭐랄까,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뭐 그런 마음이랄까. 아니면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에 좀 더 세련되졌다고나 할까, 뭐 그런.   

일주일동안 읽은 책들 중 몇 권의 책은 감상을 남기도 싶은데 단어와 문장의 섬세한 규칙들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저자나 작품을 욕보일까봐 망설이고 있다. 물론 뻔뻔하게 나는 리뷰를 남길 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좋았으니까. 그리고 그 처음은 한강의 소설 <희랍어시간>이 될 것 같다.  

쌩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펼쳤는데 번쩍하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Return here impossible.Storm."   
에이-그럴리가. 나는 어찌되었건 돌아갈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좀 민망하거나 아찔하더라도.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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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11-2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남겨주세요!! 기대기대

그나저나, 언니 저는 바로 저 문장 때문에 오늘 매우 오랜만에 루시드폴의 노래를 들었단 말이죠. 페이스북에 정확히 이렇게 썼단 말이죠. 그러니까, 짝퉁찌찌뽕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ㅋㅋㅋ

---------------------------------------------

아침에 문득 듣고 싶어진 노래.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날을 꿈꾸네.

http://www.youtube.com/watch?v=SL157XCQJBQ

굿바이 2011-11-26 23:18   좋아요 0 | URL
급하게 좌절했소.
그렇지만 노래는 좋구려 ㅜㅜ

風流男兒 2011-11-29 15:26   좋아요 0 | URL
이 노래, 언젠가는 기타로 한번 쳐보고 싶어요 ㅋ
일단 많이 들어야지 ㅎㅎ

風流男兒 2011-11-29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먹고 많이 주무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곧 뵙날을 소원합니다 후훗.

굿바이 2011-12-01 13:45   좋아요 0 | URL
12월 중순에 뵈어요. 후훗훗-
 

그러니까 벌써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각자 회사에 비슷한 거짓말을 했다. 월차라든가 휴가라든가 뭐 그런 것들을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 이유없이 하루 쉬겠다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 그래서 없는 병을 만들어 만났다. 물론 아프기는 했다. 봄인데 멀쩡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그 중 나이 어린, 물론 그렇다고 해도 서른 중반인, P가 싱글벙글이다. 우리는 P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런 광채는 볼터치나 하이빔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빛이라는 것을 너무 잘~아니까. 그래도 짐짓 모르는 척 P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며 근자에 읽은 책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정유정의 소설과 신형철의 산문집이 대세인 것 같았다. 다들 <7년의 밤>에 대해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소감을 말하고 <느낌의 공동체>을 복기하면서 낄낄거리거나 가끔 멍해지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P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지.  

물론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잘해라, 열심히 해라, 뭐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P는 뭘 잘해야 하나요, 뭘 열심히 해야 하나요, 등등의 말도 안되는 질문을 속눈썹 끔벅거리며 제법 진지하게 물었다. 모르지, 낸들 아냐, 뭘 잘해야 하는지, 뭘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냥 힘껏 해라, 라고 얼버무렸는데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창피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P는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나름 실용적인 질문을 했다.
"언니, 주말에 만나기로 했는데, 뭘 입을까요?"
물어보기는 앉아있는 언니 세 명에게 했건만, 다들 나만 바라보니 참! 
"그러게....."
옆에 있던 K가 진짜 의뭉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야~야~ 그러지 말고 도움을 좀 줘라. P가 연애한다잖냐"
"P가 연애하면 나한테 떡이 생기냐, 아님 연봉이 오르냐, 아님 뱃살이 주냐?"
옆에 있던 L이 말한다.
"배가 아파서 뱃살이 줄지 않을까?" 
우리는 웃기지 않는 농담을 하고도 뻔뻔하게 웃고 있는 L을 약속이나 한 듯 쏘아 보았다.  

여튼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복장규정,이라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더 중요한 건 내 조언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제법 심각하게 고민하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흰 블라우스에 검은 치마!"
K와 L은 동시에 나를 보고 합창하듯이 따진다.
"아야~ 왜 고무신도 신으라고 하지?"
이런 무식한 인간들하고 내가 입을 섞고 있다니...다행히 P는 뭔가 느낌이 온 모양이었다.
"언니? 어떤 블라우스 어떤 스타일의 치마?"
나는 K와 L의 구겨진 얼굴은 무시하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블라우스는 일단 단추부터 중요한데, 진주모양 단추가 좋아, 소재는 실크면 좋고, 되도록 몸에 잘 맞지만 부드러워야 하고, 중요한 건 긴팔이어야 한다. 락스를 쓴 것 처럼 하얀 것 말고 크림빛이 살짝 도는 것으로. 치마는 검은 쉬폰이나 실크로 주름이 있는 플레어가 좋고 정강이 중간에서 끊어지는 그래서 발목이 나와야 하지, 블라우스를 치마 속으로 넣어 입고, 신발은 발가락이 보이는 샌들이 좋겠다. 요즘 유행하는 검투사들이 신는 것 같은 그런 징박힌 거 신으면 안되고, 킬힐이니 그런 것도 안된단다. 자연스럽고 조용해 보이는 것으로 신으렴."
말이 끝나기도 전에 K가 나를 흘겨보며 말한다. 
"야~야~ 도인 나셨네, 야! 그러고보니 너 그런 옷 많지? 다 작업용이었냐?"
"나는 한평생 작.업.을 한 적이 없다. 이 무식한 것들아!" 

그러니까 벌써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아끼던 동생의 결혼식이었다. 학교 후배도 아니고 직장 후배도 아니니 결혼식장에서 내가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얼마나 좋은지. 여튼 꼭 그럴 때면 그동안 입지 못하고 고이 모셔둔 옷들을 죄다 꺼내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게 되는데, 나는 무려 일곱 벌의 원피스를 입어보고 도로 벗었다. 어떤 건 이제 나이와 어울리지 않고, 어떤 건 시상식에나 입고 갈 만 하고, 어떤 건 지퍼가 안올라가고, 어떤 건 장만옥언니나 입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걸 내가 왜 샀을까나. 그래서 그냥 늘 입는대로 바지를 입었다.

결혼식장에서 만나기로 한 이제는 식구같은 J는 푸른 원피스를 입고 왔다. 바삐 왔는지 볼이 붉다. 아~ 이쁘다. 나는 J에게 손짓을 해 위치를 알려주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금요일에 만난 P에게 문자를 보냈다. 
"데이트 장소에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나가라. 그리고 약속장소까지 뛰어라!" 
P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니, 미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워하지 마라. 흰색이건 푸른색이건 이제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나를 너까지 미워하면 우짜겠냐. 더군다나 나는 지금 예식장에서 갈비 한 점 못 먹었다!!!! 

예식장에 함께 있었던 H, L, J 그리고 나는 예술의 전당으로 향해 커피를 마시고, 약속이나 한 듯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다름아닌 매화반점! 다른 동네 사는 사람들도 한 번씩은 왔다 간다는 맛집이라는데 정작 동네 주민인 나는 가보지 못했다고 투덜거렸더니 모두 매화반점에 가는 것에 동의했다. 예상했듯이 거의 사십분 가량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칭따오 맥주와 무려 다섯 가지의 요리를 시켜 기다렸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오래오래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기에 좋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지튀김을 먹을 수 있어 매우 흡족하였더라는.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 어디로 갈 지 고민했다. 그런데 어디면 또 어떠냐. 물론 이성복의 시를 운운하며 남해로 갈까 싶었는데, H가 이성복시인과 이승복어린이를 헷갈려하는 통에 남해는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H에게 보낸 연서에 분명 이성복시인의 시를 적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H는 그때도 이성복과 이승복을 헷갈려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기형도는 또 어찌 기억할는지. 수학이나 건축에 나오는 명칭으로 알려나. 아이구나.   

* 이 글을 계속 쓰려고 했으나, 오늘 점심 식당에서 밥을 먹더가 돌을 씹었는데 하필이면 치료받은 치아에 걸렸다. 그리고 정말 어이없지만 떼웠던 치아의 부속물이 빠졌다. 그래서 나는 지금 치과에 가야한다. 식당 아주머니는 계속 쌀에 돌이 있을 리 없다고 하시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돌을 씹었고 치아에 끼워둔 금은 빠졌는데.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다. 살다보면. 돌이 씹히고, 떼워놓았던 치아의 금이 빠지고, 바람은 불고, 날은 째지고, 점심을 못 먹어 배는 고프고. 아주머니는 그럴 리 없다고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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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5-1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소리 나게 재미진 페이퍼입니다. 으흐, 굿바이 님, 제 옷도 좀 골라주심 안 될까여?
마지막은 이 무슨 시트콤스런 일이랍니까. 에혀. 부디 돈은 그다지 많이 안 들기만을 바랄 뿐.

굿바이 2011-05-17 09:58   좋아요 0 | URL
허접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치니님이 저는 꺅 소리가 나게 좋아요:)
그나저나 옷을 골라달라구요? 에에~ 뵌 적은 없지만 스타일이 무척 좋으실 것 같은데 이 무슨 망언이십니까!!!ㅋㅋㅋ
그리고 저는 삶이 그냥 시트콤이랍니다. 아~ 정말~

마노아 2011-05-1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 극장 한 편을 본 느낌이에요. 이렇게 드라마틱하다니! 치과 다녀오시고 위로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것 드셔요. 저는 봄날의 수다 2편을 기다리겠습니다.^^

굿바이 2011-05-17 10:02   좋아요 0 | URL
덕분에 치과는 잘 다녀왔습니다. 견적이 생각보다 많아서...ㅜㅜ 에잇!
그나저나 봄날의 수다 2편을 기다리신다니, 참으로 은혜가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하늘을 가립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

웽스북스 2011-05-1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J의 볼이 붉었던 건 뛰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포지틴트의 도움이었다는 것을 아뢰옵니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치아는 이를 우째요 -_-

굿바이 2011-05-17 10:06   좋아요 0 | URL
엄훠!~ 포지틴트!!!! 당분간 P는 피해다녀야겠다 ㅋㅋㅋ

치아는...망했어. 치아가 깨지면서 부속물이 빠진거라 공사가 크네. 엉엉~

웽스북스 2011-05-17 15:52   좋아요 0 | URL
ㅎㅎ 어쨌든 볼터치도 하이빔도 아니긴 하니까. ㅋㅋㅋ

pjy 2011-05-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회에 홈쇼핑이지만 치아보험을 심각하게 고려보셔야될듯 ^^;
굿바이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주 일욜에 친구? 결혼식장에 가야합니다..저는 신랑쪽인데 들리는 풍문으로는 그 아이의 친구들이 꽤 건질만 하답니다.. 해서......바람불면 날아가는 소녀가 꼭 붙잡고 매달리면 좋은 그런,안습몸매의 소유자로 큰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크림색의 진주단추 블라우스가 없답니다 ㅠ.ㅠ 물론 파란원피스도 없고, 뛰면 사우나댕겨온만큼 급 땀흘립니다ㅋㅋㅋ

굿바이 2011-05-20 11: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안습몸매가 아니라 볼륨이 좋은거겠죠.
아무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제 생각으로는 말이죠 체격이 좀 있는 분들은 당당하게 입을 때 가장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아참 신랑쪽 친구들이 꽤 건질만 하다구요? 눈 밝은 친구들이라면 pjy님의 매력을 금방 알겁니다. 그러니 씩씩하게 다녀오세요^^

pjy 2011-05-20 16:29   좋아요 0 | URL
네, 저 볼륨 죽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날씬한것들은 거적대기를 걸쳐도 미모가 돋보이는법이고~
볼륨몸매는 혼자 멀리 있으면 티 덜 납니다ㅋㅋ; 이래서 제가 왕따를 자초하나봐요~~ 청초하게는 무리군요! 역시 씩씩하게-_-;

굿바이 2011-05-20 18:01   좋아요 0 | URL
저와 함께 씩씩하고 쉬크한 동지들의 모임, 뭐 이런 거 하나 결성하실래요? :)
부디 신나는 주말 보내세요~

잘잘라 2011-05-2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아주머니는 그럴리 없다 하시고'
마지막 문장이 콱- 와서 박힙니다.

굿바이 2011-05-20 18:02   좋아요 0 | URL
정말 자해공갈단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억울해요, 사는 일이 ㅜㅡ

風流男兒 2011-05-3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잘 다녀왔습니다 ㅎㅎ
 

One.  
황군이 2박3일 교육을 마치고 돌아왔다. <세련되고 멋진 팀장으로 거듭나기>가 주제였던 모양이다. 여튼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자꾸 이상한 미소를 짓는다. 자연스러운 미소짓기를 배웠다고 하는데 교육을 가기 전 보다 더 이상해진 것 같다. 볼근육과 눈근육 그리고 입꼬리 올리기 방법까지 내게 보여주며 열심히 연습을 한다. 황군의 노력을 팀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지만 황군은 말한다. "나는 팀장이다."  

Two.
후배 J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월의 신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살림을 장만하지 못했다는 후배는 물건 사는 일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안계시고 형제도 없는 관계로 좀 막막했던 모양이었다. 리스트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고 후배의 예산을 감안해 살림살이 목록을 만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J가 운다. 나는 울지말라고 했다. 언니들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거라고. 큰 도움은 안되도 자잘하게 아쉬울 때 그렇게 손 내밀라고 언니들은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언니다."  

Three.  
우리 예쁜 조카 귀연양이 말한다. 5월은 어린이 세상이니까, 어린이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배려가 권리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귀연양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말한다. 그러면 부탁을 하겠단다. 아무래도 나는 귀연이를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부탁할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5월 한 달 동안 같은 책을 읽고 그 감상을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 이모가 아무리 만만해도 참.... 여튼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귀연이가 제안한 책의 제목을 듣고 나는 거의 동시에 "네 요년~!"하고 소리를 질렀다. 귀연이는 키득거린다. 그러나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모다."  

Four.  
이렇게 봄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The Four tops의 I Can't Help Myself (Sugar Pie, Honey Bunch)를 듣는다. 단언하건데 나는 저 시절에 태어났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모타운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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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정체성들이에요. 나는 언니다에서 살짝 뭉클~!
귀여운 조카가 부탁한 책 제목은 뭔가요?
배려가 권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명언이에요!

굿바이 2011-04-26 09:48   좋아요 0 | URL
우리 귀연양이 같이 읽자고 한 책은, 그러니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입니다.
제 책꽂이에 있는 책을 몇 번 만지작거리는 것은 봤지만, 설마 저 책을 읽자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ㅜㅜ

웽스북스 2011-04-26 10:09   좋아요 0 | URL
강귀연 짱이네요 ㅋㅋㅋㅋ 후기도 꼭 들려주세요~

굿바이 2011-04-26 11:24   좋아요 0 | URL
나는 가끔 귀연이가 걱정이야, 뭐랄까 저러다 빨리 지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어쩌면 내 유년시절이 자꾸 어른거려서 그럴 수도 있고.
물론 우리 귀연이는 나와 다른 아주 다른 아이고, 또 매우 다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기도가 있지만 그래도 불안한 순간이 많아.

그렇지만 귀연이는 짱이야!!! 후기는 5월 말에 올릴께. 개.봉.박.두. :)

치니 2011-04-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려가 권리가 될 수는 없다 - 반드시 외워 두었다가 써먹을 겁니다! ㅇㅎㅎ

굿바이 2011-04-26 14:56   좋아요 0 | URL
언젠가 금요일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고 더욱 당당해지는 사람들의 행동이 마음에 걸린다구요.그러면서 생각했는데, 저는 아무래도 생활우파가 아닌가 싶어요 ㅜㅜ

다락방 2011-04-2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래도 나는 귀연이를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라는 문장이 좋아요. 히히.

굿바이 2011-04-26 09:53   좋아요 0 | URL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다락방님의 천사같은 조카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나요?

paviana 2011-04-2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굿바이님
저렇게 귀여운 조카라면 <존재의 삼십가지 거짓말>이라도 같이 읽을 거 같아요.
제 조카는 뽀뽀하려고 다가가면 제 머리채를 확 낚아쳐서 바로 입으로 가져가 버린답니다.
언제쯤 저런 대화가 가능할지....

굿바이 2011-04-27 11: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aviana님 ^^

우리 조카들도 말을 배우기 전에는 지금보다 신체적인 접촉을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뽀뽀도 자주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하고. 이제는 제법 커서 의사를 꼭 물어봐야 해요.
대화가 가능해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만 뭐랄까, 원초적인 재미를 잃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

風流男兒 2011-04-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팀장의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셨군요. 멋지신데요 ㅋㅋ

굿바이 2011-04-27 11:05   좋아요 0 | URL
지켜보는 나는 어처구니없소. 이번 달도 어김없이 숙제는 내가 하오 ㅜㅜ

흰그늘 2011-04-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서 낙관할 수 있다..' 이 말을..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지만.. 오늘은 또 하나.. '배려가 권리일 수는 없다.' 는 말을 곱씹고.. 곱씹어 봅니다..

삶의 여유로움이 없고.. 게을러..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저로서는 생각을 해 볼수 있는
말들에.. 참.. 고마움을 배우는 나날들입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영어공부 한지가 오래 되어서 그럽니다..
한영사전도 집에 없군요.. 흰 그늘 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요
.. 제.. 기초적인 단어로는.. white... shade..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어떤 좋은.. 단어가 없을까 해서요..^^

굿바이 2011-05-02 13:08   좋아요 0 | URL
흰그늘길님, 영어라 하시면 저는 아는 바가 없는지라...ㅜ.ㅜ

혹시, '흰 그늘'이 김지하의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에서 의미를 빌려오신 건지요? 그렇다면, 흰 그늘,은 주몽신화에 나오는 유화를 따라다닌 빛을 의미할 수도 있겠고, 더 나아가 김지하씨의 '빛을 품은 어둠'을 반영하는 의미일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white shade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의미를 정확히 알면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해요.

2011-05-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 성당의 주임신부님은 멕시코에서 오셨다. 한국에 오신 지 약 7년 정도 지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기간에 비하면 참으로 한국어가 자연스럽다. 물론 가끔 단어 선택이 부적절하여 큰 기쁨(^^) 주시기도 하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를 제외하고는 의사전달에 전혀 무리가 없다. 특히 신부님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쓰시는데, 그 억양이나 속도에서 느껴지는 명랑함과 경쾌함이 나는 참 좋더라. 여하간, 그래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신부님처럼 발랄하게 쓰고 싶다는, 좀 더 나아가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부러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것도 명랑하게! 

그런 나에게, 한 번의 시련 닥쳤으니, 다름아닌 [000 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노?]라는 회장님의 물음이시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혹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것에 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였는데, 그렇게 말했다가는 하루 종일 시달릴 것 같기도 하고, 어디 구해놓은 일자리도 없는데 갑자기 짤리면 대출금은 어찌 갚나,하는 생계형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또한, 매사에 감사하기로 작정한 결심에 실금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 [일단 상황을 잘 모르니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로 타협을 보고, 어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기사는 찾기 쉬었다. 클릭만 하면 되니까. 이것만으로도 일단 감사합니다~!, 여하간 상황을 쭉 보았는데 웃기도 그렇고, 화를 내기도 그렇고, 그러니까 매우 거시기한 상황인 것 같았다. 물론 내가 분노할 사건이 아님에 또 한 번 감사합니다~!,였지만, 그러나, 사건의 본질이 뭣이건, 이 여인은 뭐하라 요맘때 책을 출간해서 나를 수고스럽게 하는 것인가, 뭐 이런 맥락없는 짜증이 3초에 다섯 번 얻어맞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속도로 몰려왔다. 역시나 매사에 감사하기는 참으로 피나는 연습이 필요한 일인가 보다.   

회장님은 점심시간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밥도 마음 편하게 먹지 못하는 나는야 노예,라는 신분을 잊은 건 아니지만, 먹을 때 건드리면 우리 강아지도 싫어했었는데, 어디 한 군데 확 물어버릴까 하는 빙의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저 밥을 사먹을 수 있도록 급여를 지급하시는 회장님께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선선히 답변을 하였다.     

나 : 저는 그것의 사실관계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회장 : 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을 것 아닌가?

나 : 다들 돈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회장 : 누가? 그사람?

나 : 그분과 그분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그리고 이런 일은 꼭 보도하고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한 언론과 언론사에 기생하는 기자들이 아니겠습니까?

회장 : 음모陰謀가 아닐까? 

나 : 음모陰毛가 있겠죠. 그분이나, 그분의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나, 이런 일은 꼭 보도하고 말겠다는 굳은 각오를 한 언론과, 그런 언론사에 기생하는 기자들의 신체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음모陰毛가 있을 것입니다.

회장 : ....................

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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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3-2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 ! 굿바이 님, 오늘 울적한 저를 웃게 해주셨어요.

굿바이 2011-03-23 18: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런 경험을 하사하신 회장님께 감사합니다~!
이런 경험이 치니님을 웃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울적하셨나요? 울적한 사람들 어디 모여 감사합니다~! 합창대회라도 열어야 겠습니다. 치니님은 혼자가 아닙니다. 저 역시 울적합니다. 그래서 또 감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2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과 저도 이 책 출간 뉴스를 보고 얘기를 했어요.
저는 무신 예술책 내는 출판사 같던데 이런 걸 내냐.. 우습다 이리 말했더니,
신랑은 신작가님이 약자(?)라면서 약자들이 책을 많이 내야한다고 문자로 일단 떡하니 박아놓으면 절대 없앨 수 없는 법이라며 기뻐하더라구요.
신작가님이 약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구경거리기는 한듯 합니다.
룸싸롱에 대해 쓴 강준만선생 책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강준만선생도 신작가처럼 쓰셨으면 잘 나갔을텐데...

여하간 굿바이님이 오래오래 회사에 다녔으면 좋겠어요.

굿바이 2011-03-24 09:33   좋아요 0 | URL
아~ 약자! :)
정글의 법칙을 잘 아는 분들이 가끔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강준만교수의 부지런하고 용기있는 글쓰기에 합당한 대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네요, 얼마나 책이 팔리는지....

저는 오래오래 회사를 다닐 수 없을 것 같지만ㅜㅜ, 그래도 이렇게 마음을 써 주셔서 무한 감사합니다~!

흰그늘 2011-03-2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굿바이님.. 성당 다니시는가 보군요..?( 아닌가?)..
저는 성당을 다녀 본적은 없는데... 신부님 하시니.. 돌아가신.. '예수원' 의
대천덕 신부님 생각이 나네요..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가보질 못했었거던요..

회장님.. 하시니 '욕망의 불꽃의' 그 회장님이 떠오르네요.. '뭐라카노~~'
음모에 대한 말들에 조금 웃었습니다..^^

굿바이 2011-03-24 09:40   좋아요 0 | URL
네, 성당을 다니기만 한답니다^^! 아주 날라리 신자라고 할 수 있죠~
'예수원'은 저도 듣기만 했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또 들키네요. 날라리 신자~ ㅋㅋ

'욕망의 불꽃'을 검색해봤더니 드라마군요. 음....내용을 몰라서 뭐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여튼 우리 회장님은 세상사에 관심이 많으시답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 뭐 그런! ㅋㅋ 좋은 분인데, 그저 절 조금 귀찮게 할 뿐이죠 ㅜㅜ

어찌되었건, 제 글을 읽고 흰그늘길님이 조금이라도 웃으셨다니 역시나 감사합니다~!



風流男兒 2011-03-2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감사하며 살아야죠 ㅋㅋㅋㅋ 센스 역시 돋으시는 우리 누나!! ㅎㅎ

굿바이 2011-03-24 15:02   좋아요 0 | URL
풍류 따블로 돋아주시는 남아님,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누나라고 불러주신 불망지은 감사합니다~!

에디 2011-03-2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모> 말씀을 하실 때 분명히, 꼭, 외국인처럼 두손으로 귀엽게 쿼테이션 마크를 그려주셨겠죠?

저도 아주 큰 범주에선 날라리 신자인데요. 어머니는 저를 냉담자 - 제가 너무 재밌어하는 단어입니다 - 로 생각하시고 저는 스스로를 불신자로 생각하지만 가끔 성당에 갈 때가 있어요. 멕시코 신부님이 계시다면 좀 더 자주 갈 것 같은데...

굿바이 2011-03-29 10:46   좋아요 0 | URL
넵! 그런 즐거운 동작으로 회장님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답니다 ㅜㅜ

봄이 오면, 진짜 봄이 오면, 멕시코 신부님의 '스페인어 강좌'를 수강할까 생각 중입니다. 짱! 재미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
 
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3월 마지막 주목신간을 옮겨 적는다. 매번 좋은 책들은 많은 것 같은데 어두운 눈이 늘 말썽이다.
그럼에도, 이 어두운 눈에도 보이는 책이 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처음 주목하는 신간은
최정우<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이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는 하이브리드 총서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이 하이브리드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하이브리드 총서는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로만 구성된다고 하는데,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곡가, 비평가, 기타리스트라는 이력이 최정우를 소개하는 단어들이다. '람혼'이라는 필명으로 쓰여진 그의 글들을 읽었었는데, 내가 그것을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독특한 사유를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했던 경험이 있다.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되는 책이며, 근대와 근대 이후, 그리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에세이라고 하니 읽어보기도 전에 두근두근하다. 
 


두 번째 주목신간은
네스토르 가르시아 칸클리니<혼종문화-근대성 넘나들기 전략>이다. 몇 편의 리포트에서 그의 주장들이 인용된 것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고맙게도 출판사 그린비가 트랜스라틴 총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출간하였다.(나는 이렇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출판사가 너무 고마운 것이라~) 
이 책에서의 혼종성은 라틴아메리카 근대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는 전통과 근대, 민족과 민족, 계급과 계급이 뒤섞이며 복합적인 문화현실을 만든다. 이 복합적 현실을 지시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개념이 ‘혼종성’이다. 여튼 서구와 다른 근대를 경험했던 우리의 기억과 그 기억이 만들어낸 현재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비교문헌이 되리라 짐작된다.
  


세 번째 주목신간은
폴 호큰,에이머리 로빈스,헌터 로빈스가 공저한 <자연자본주의>다. 저자들이 워낙 유명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여튼 내용이 알찬(?)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소개된 책의 내용을 옮겨보면_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전망과 그 미래로 가는 노정의 시나리오를 이 책에 엮었다. 자연자본주의’의 원칙은 네 가지다. 첫째, 자원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것. 둘째,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닫음으로써 쓰레기(낭비)가 아예 생기지 않게 만들되, 그 모범을 생물계에서 찾을 것(생물모방). 셋째, 재화의 제조와 소비에 집중하는 경제를 넘어 소비자들이 실제 원하는 서비스 자체를 공급하는 경제를 구축할 것. 넷째, 자연 자본을 덜 파괴하는 것을 넘어 복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지속가능한 발전이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으나 여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 주목신간은 
조슈어 아바바넬, 제프 스위머가 쓴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원제: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다.
가정용 곤충이라니! 짐작할 수 있고, 짐작 이상의 내용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아 혼자 신났다. 책에 소개된 제프와 조시의 말을 전하자면 이렇다.  "우리 베개와 이불에도, 속눈썹에도, 소파와 마루청에도, 부엌 찬장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바지 안에도 벌레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글쎄 그것은 우리가 그저 참아 넘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우리는 이런 불길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갖고 있기보다는 이 책에 넘기는 게 더 편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짐을 벗은 것에 감사하고, 또 그 짐을 여러분에게 넘긴 것을 미리 사죄한다"
어쩐지 혼자 있어도 늘 누군가 함께 있는 것처럼 찝찝하더라니~
 


마지막 주목신간이다.
정민,이종묵선생님을 비롯한 인문학자 27인의 글을 엮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다.
'문헌과해석'이라는 공부모임에서 전공과 관련없이 함께 공부하는 분들의 글이 이렇게 책으로 엮인 것이라 알고 있다. 좋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여하간, 눈도 즐겁고 마음도 풀어질 글 들이 눈에 띈다. 김동준,윤진영,사진실,정병설의 글이 궁금하고, '성학십도'와 관련한 글도 개인적으로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주목하는 신간이 신간평가단에게 읽혀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혹은 그래서 오히려 얼마나 주목하는 일이 자유로운가! :) 여하간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 놓으면 언제든 사서 볼 수 있으니 이래저래 내게는 유익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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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3-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자본주의』담아갑니다. ^ ^

굿바이 2011-03-15 09:57   좋아요 0 | URL
그러셨어요~ 유용했으면 좋겠어요^^

rainmaker_1201 2011-03-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결국 최정우씨의 비평집이 추천되는군요.. ^^; 사실 저도 사지 않았다면 당연히 추천했겠지요.ㅎㅎ 이분 블로그를 간혹 기웃거리긴 했지만, 내공은 참 대단하신 분인듯.

굿바이 2011-03-15 10:01   좋아요 0 | URL
사셨군요 :) 저도 서점에서 책 앞부분만 살펴봤는데, 음.... 제대로 읽어낼 자신은 없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공력이 참 무섭기도 하구요.

맥거핀 2011-03-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유의 악보> 같은 경우는 서점에서 보고 헉..한 책이네요. 잠깐 읽었었는데, 왠지 다른 계로 살짝 정신이 이행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혹 만약 이 책이 선정된다면, 도대체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이번달에는 왠지 좀 쎈 책(?)이 선정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굿바이 2011-03-15 10:18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 책이 선정될 확률은...거의 없지 않을까요? :) 저도 서점에서 보고 좀 엄훠!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 무모한 도전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맥거핀님 추천도서가 궁금해요.

cyrus 2011-03-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유의 악보>가 끌리지만,, 제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빡쎈 책일거 같아서
제껴두고요,,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

굿바이 2011-03-15 10:06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다들 <사유의 악보>에 침만 바르시고 있군요. cyrus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뭐 못 알아듣는 건 패스하면 되구요~:) 마지막 선정이라 그런지 저도 고민을 좀 했었는데, 쓰고나니 후련합니다!

람혼 2011-03-1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책에 과분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 선사해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날카로운 질정 또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굿바이 2011-03-16 09:43   좋아요 0 | URL
엄훠, 람혼님 안녕하세요?^^
네, 흥미로운 독서가 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꽃도둑 2011-03-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사유의 악보> 저자께서 직접 오시고...^^
저는 신간들 죽 훑어보면서 건성으로 봤나봐요. 처음보는 책들이 더러더러 있네요.
특별히 내치고 싶은 책은 없는데 이번에 받은 대칭은 으~~~~~~~~~~~~~~~~~~~~
그림만 보고도 질려버렸네요...ㅡ.ㅡ
잘 읽혀지던가요?....(다른 분들은 어쩐지 모르겠네요..)

굿바이 2011-03-21 09:24   좋아요 0 | URL
<대칭>이 잘 읽혀지냐구요? 그럴리가 있습니까 ㅜㅜ

8기 신간평가단 하면서 읽은 책들은 다 좋았습니다. 다음 번에 어떤 분들이 또 즐거운 평가단이 되실 지 모르겠지만, 다들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herenow 2011-03-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굿바이님다운 선택이십니다. ^ ^
허걱, 람혼님도 직접 왔다 가셨군요.
신간평가단 서평용으론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서(람혼님 오해마시길 ^^;)
차마 언급을 못했지만, 인문학 내공이 깊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람혼 2011-03-21 01:38   좋아요 0 | URL
오해라뇨, 별말씀을요. 오히려 깊은 관심 가져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굿바이 2011-03-21 09:26   좋아요 0 | URL
herenow님이 추천하신 책들은 조만간 개인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 다 흥미로운 책들이더군요^^

그나저나 람혼님이 오해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
저는 이해가 안되도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모래알 하나라도 내것이 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