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17쪽)

 

저런 환장할 문장을 보았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소리내어 읽기 참 좋은 문장임에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부카우스키의 어떤 면들은 내가 살면서 피하고자 하는 혹은 혐오하는 것들과 나란히 놓여있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매번 사서 읽는 것은 그가 무례할지언정 둘러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딱히 정직하고자 하는 강박도 아니고, 스타일에 대한 집착도 아닌 것 같다. 애쓰지 않겠다는 그래서 정말 애쓰지 않는 삶. 아무렇게와는 또다른 그저 애쓰지 않는 삶이 나는 부럽다. 더 정확히 그렇게 살아지는 삶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홀연 살아가는 작가가 부럽다.

 

늘 뭔가 탐나고 부럽고 열등해서 애만 쓰다 끝나버린 그 동안의 시간들을 위무할 방법은 없지만, 어떻게 좀 남은 시간들은 애쓰지 말고 살았으면 싶다. 어느 주머니에 죽음을 넣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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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6-01-05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 전 죽음 후의 세상을 믿지 않거든요. 사는 과정이 힘들고 고단해서 그렇지 죽음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 싶어요.

굿바이 2016-01-06 23:40   좋아요 0 | URL
저도 사후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참 새해 좋은 일만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아무개 2016-01-06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지 않는 삶....을 살려고 애쓰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참....

우체국을 읽고 찰스 아저씨에게 완전 반해버렸어요.
이 책도 보관함에 있는데
조만간 꼭 읽고 싶네요.

아침부터 마음이 뭔가 울컥울컥하네요...

굿바이 2016-01-06 23:41   좋아요 0 | URL
저도 우체국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은 일기라서 그런지 소설보다는 부카우스키가 좀 처량하기도 해요 :)

어찌되었건 새해인데, 건강하시고 신나는 일들 많으셨으면 좋겠습니다!

W 2016-01-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이번 생은 틀렸어요. 언니는 매사에 모든 걸 다 엄청 열심히하고 잘해서 큰일입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6-01-06 23:40   좋아요 0 | URL
일단 이번 생은 틀렸다에 완전 동의해!!!!!!ㅜㅜ
뭘 잘하면 애쓰겠니? 그저 허우적거리는 그런 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