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17쪽)
저런 환장할 문장을 보았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소리내어 읽기 참 좋은 문장임에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부카우스키의 어떤 면들은 내가 살면서 피하고자 하는 혹은 혐오하는 것들과 나란히 놓여있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매번 사서 읽는 것은 그가 무례할지언정 둘러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딱히 정직하고자 하는 강박도 아니고, 스타일에 대한 집착도 아닌 것 같다. 애쓰지 않겠다는 그래서 정말 애쓰지 않는 삶. 아무렇게와는 또다른 그저 애쓰지 않는 삶이 나는 부럽다. 더 정확히 그렇게 살아지는 삶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홀연 살아가는 작가가 부럽다.
늘 뭔가 탐나고 부럽고 열등해서 애만 쓰다 끝나버린 그 동안의 시간들을 위무할 방법은 없지만, 어떻게 좀 남은 시간들은 애쓰지 말고 살았으면 싶다. 어느 주머니에 죽음을 넣고 다니는지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