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재창조 -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조직 재창조에 대한 이야기
프레데릭 라루 지음, 박래효 옮김 / 생각사랑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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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조직 프레임은 낡은 조직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조직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다. 자기경영조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자기경영조직은 어쩌면 가장 생명체와 닮은 모습일지도. 그래서 가장 자연스러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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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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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믿는 나는 유시민의 글쓰기가 참 좋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 “정당하지만 절제되지 않은 요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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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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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쯤 연락을 했다. 성의가 없다기보다 그저 우리끼리의 룰이라고 해야 하나. 언제부터 이런 심드렁한 룰을 정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고등학교 졸업 이후였던 것 같고, 그렇게 비슷한 성정의 아이들이 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그렇게 일 년에 한 번 연락을 주고 받는 것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걱정했다. 그러니까 P의 전화는 정기적으로 걸려오던 전화가 아니었다. 연말도 연초도 아니었으니.

 

P는 C의 남편 소식을 전했다. 부음이었다.

 

무척 바쁜 하루였다. 학교에서 그리고 또 다른 장소에서 회의가 있었다. 마지막 회의는 대충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 택시에서 열차표를 예매했다.

 

목포로 가는 열차는 평일인데도 승객이 많았다. 심지어 기차표 예매를 잘못해서 유아동반실에 자리를 잡았다. 용산역에서 출발한 지 10분이 지났을까. 나는 생기 넘치는 아이들을 견딜 수가 없어 열차 승무원에게 요금을 더 지불하고 특실로 자리를 옮겼다. 특실은 승객이 많지 않았다.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

 

C의 남편을 몇 번 만났을까. 십 년 동안 다섯 번이 넘지 않는다. 나는 그를 잘 모른다.

 

C를 생각했다. 그 녀석의 마음을 가늠할 길이 없다.

 

열차에서 자리를 옮기고 얼마가 지났을까 배가 고팠다. 그래서 생수를 마시고, 가방을 뒤졌다. 물렁한 초콜렛이 손에 잡혀 입에 넣었다. 이상하게 더는 슬프지가 않았다. 다시 가방을 뒤져 옷을 갈아 입을 때 찔러 넣은 시집을 꺼냈다. 이런 시간에 시집이라니.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상강

 

허은실

 

 

마지막일 것이다

한쪽 날개가 찢겨 있었다

북한산 비봉 능선

나비 한 쌍

서로 희롱하며

춤추고 있다

 

그 높고 아득한 공중을 나는

시기하였다

 

길바닥에는

가을 사마귀

풀빛이 갈색으로

그을렸다

가늘은 다리가

어디로 갈지를 몰라 하여

나는 잠깐 설웁다

 

곧 서리가 내릴 것이다

구애가 전 생애인

몸들 위로

 

 

장례식장에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도 있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나를 알아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알아볼 수 있는 C가 있었다. 무슨 말을 하나. 나는 말을 찾지 못했고, 말을 하고 싶은 의지도 없었다. C의 손을 잡았고 그게 다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그곳에 앉아 있었고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그곳을 나왔다. 오후에 서울에서 회의가 잡혀 있었다. 다시 첫 기차를 타야했다.

 

장례식장을 나서며 자주 연락하겠다는 내 말에 C는 하던 대로 하자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알았다고 했다.

 

피곤한 눈은 뜨거웠고 렌즈는 뻑뻑했다. 그래, 우리 하던 대로 하자.

 

 

마흔

 

허은실

 

 

니코틴 때문이 아닐지 몰라

내가 재떨이를 헤집는 이유

 

뜨겁다 몸들

퀴퀴하다

 

생살에 비벼 끄던

간절한 말들

 

나는 마지막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인다

 

입술까지 닿는 꽁초의

뜨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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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 김상혁 시집 민음의 시 192
김상혁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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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마주치는 게 싫을 때가 있다. 어떤 상처들을 들킬 것 같아서. 그런데 너무 익숙해진 상처들은 들키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지루해서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어떤 시들도 그렇다.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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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낙서와 형광펜 자국이 수두룩하다. 도서관에 가서 대출이력을 요청했다.  대출자를 확인하고 하나하나 연락을 해서, 이런 빌어먹을 짓을 저지른 사람을 찾아야 이 모든 분노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만나서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 공공재와 같은 성격임을 모르고 했다면 일단 알려주고 망신을 줄 생각이었고, 알고도 그랬다면 한 대 후려칠 생각이었다. 이건 요즘 시절과도 맞물린 분풀이인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담당자는 이력을 알려줄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난감할 이유가 없다. 원칙이 그렇다면 내가 포기하면 그만. 도서를 반납하기 전 연필로된 낙서와 지저분한 선을 지웠다. 그래도 그 망할놈의 인간이 책장에 쏟아부은 힘의 흔적과 역한 형광펜 흔적은 그대로 남았다.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은 떠올리기도 싫었다.

 

공공의 것과 사적인 것의 차이를 인식하는게 그리 어려운가. 아니면 알고 또 알고 너무 잘 알지만 알기만 하는가. 아니면  알지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내 것만 내 것이면 그만인 것을 싶은가.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마음껏 욕심껏 흠집을 내고 납기일에 맞춰 반납한 사람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찾지 못했다. 그러니 그 또는 그녀를 한 대 갈기지도 못했고, 힘껏 망신을 주지도 못했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쨍한 트라우마를 남겨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정신이 지금처럼 혼미하고 매일매일 가슴이 벌렁이는 상태에서 그 또는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필시 나는 내가 사용한 폭력 때문에 아주 오래 스스로의 심신을 괴롭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나에게 허락한 수치의 범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럴싸한 명분을 두르고 개인적인 응징의 형태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굳이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옳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 시험공부하다가 문자를 보낸다며 내 사랑하는 조카가 물었다. 이모, 상식이 뭘까요. 질문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지만 모른 척 했다.

 

늦은 저녁 알라딘에서 도착한 택배 상자에는 반가운 시집이 있었다. 허수경 시인의 신간이다.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 멈춘 어느 지면의 시를 먼저 읽는다. 내 조카가 조금 더 세월의 내공이 붙었다면 어쩌면 문자의 답으로 이 시의 한 구절을 보냈을 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여기 대신 짧게 옳긴다.  그리고 오늘 이른 아침 학교 도서관 앞을 지나며 잠시 휘파람을 불었다. 은행나무 잎이 거짓말처럼 떨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 광장에서도 어쩌면 나는 휘파람을 불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거짓말처럼 은행잎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 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허수경, 이국의 호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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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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