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황군이 2박3일 교육을 마치고 돌아왔다. <세련되고 멋진 팀장으로 거듭나기>가 주제였던 모양이다. 여튼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자꾸 이상한 미소를 짓는다. 자연스러운 미소짓기를 배웠다고 하는데 교육을 가기 전 보다 더 이상해진 것 같다. 볼근육과 눈근육 그리고 입꼬리 올리기 방법까지 내게 보여주며 열심히 연습을 한다. 황군의 노력을 팀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놀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지만 황군은 말한다. "나는 팀장이다."  

Two.
후배 J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월의 신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살림을 장만하지 못했다는 후배는 물건 사는 일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안계시고 형제도 없는 관계로 좀 막막했던 모양이었다. 리스트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고 후배의 예산을 감안해 살림살이 목록을 만들었다.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J가 운다. 나는 울지말라고 했다. 언니들은 그럴 때 쓰라고 있는 거라고. 큰 도움은 안되도 자잘하게 아쉬울 때 그렇게 손 내밀라고 언니들은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나는 언니다."  

Three.  
우리 예쁜 조카 귀연양이 말한다. 5월은 어린이 세상이니까, 어린이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배려가 권리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귀연양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다시 말한다. 그러면 부탁을 하겠단다. 아무래도 나는 귀연이를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부탁할 것이 뭐냐고 물었더니, 5월 한 달 동안 같은 책을 읽고 그 감상을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 이모가 아무리 만만해도 참.... 여튼 어떤 책을 읽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귀연이가 제안한 책의 제목을 듣고 나는 거의 동시에 "네 요년~!"하고 소리를 질렀다. 귀연이는 키득거린다. 그러나 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모다."  

Four.  
이렇게 봄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The Four tops의 I Can't Help Myself (Sugar Pie, Honey Bunch)를 듣는다. 단언하건데 나는 저 시절에 태어났어야 했다. 그러니까 "나는 모타운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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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정체성들이에요. 나는 언니다에서 살짝 뭉클~!
귀여운 조카가 부탁한 책 제목은 뭔가요?
배려가 권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명언이에요!

굿바이 2011-04-26 09:48   좋아요 0 | URL
우리 귀연양이 같이 읽자고 한 책은, 그러니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입니다.
제 책꽂이에 있는 책을 몇 번 만지작거리는 것은 봤지만, 설마 저 책을 읽자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ㅜㅜ

웽스북스 2011-04-26 10:09   좋아요 0 | URL
강귀연 짱이네요 ㅋㅋㅋㅋ 후기도 꼭 들려주세요~

굿바이 2011-04-26 11:24   좋아요 0 | URL
나는 가끔 귀연이가 걱정이야, 뭐랄까 저러다 빨리 지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어쩌면 내 유년시절이 자꾸 어른거려서 그럴 수도 있고.
물론 우리 귀연이는 나와 다른 아주 다른 아이고, 또 매우 다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기도가 있지만 그래도 불안한 순간이 많아.

그렇지만 귀연이는 짱이야!!! 후기는 5월 말에 올릴께. 개.봉.박.두. :)

치니 2011-04-2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려가 권리가 될 수는 없다 - 반드시 외워 두었다가 써먹을 겁니다! ㅇㅎㅎ

굿바이 2011-04-26 14:56   좋아요 0 | URL
언젠가 금요일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배려를 권리로 착각하고 더욱 당당해지는 사람들의 행동이 마음에 걸린다구요.그러면서 생각했는데, 저는 아무래도 생활우파가 아닌가 싶어요 ㅜㅜ

다락방 2011-04-2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무래도 나는 귀연이를 이길 수 없는 모양이다' 라는 문장이 좋아요. 히히.

굿바이 2011-04-26 09:53   좋아요 0 | URL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다락방님의 천사같은 조카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나요?

paviana 2011-04-2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굿바이님
저렇게 귀여운 조카라면 <존재의 삼십가지 거짓말>이라도 같이 읽을 거 같아요.
제 조카는 뽀뽀하려고 다가가면 제 머리채를 확 낚아쳐서 바로 입으로 가져가 버린답니다.
언제쯤 저런 대화가 가능할지....

굿바이 2011-04-27 11: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aviana님 ^^

우리 조카들도 말을 배우기 전에는 지금보다 신체적인 접촉을 훨씬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뽀뽀도 자주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하고. 이제는 제법 커서 의사를 꼭 물어봐야 해요.
대화가 가능해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지만 뭐랄까, 원초적인 재미를 잃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

風流男兒 2011-04-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팀장의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셨군요. 멋지신데요 ㅋㅋ

굿바이 2011-04-27 11:05   좋아요 0 | URL
지켜보는 나는 어처구니없소. 이번 달도 어김없이 숙제는 내가 하오 ㅜㅜ

흰그늘 2011-04-2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서 낙관할 수 있다..' 이 말을..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지만.. 오늘은 또 하나.. '배려가 권리일 수는 없다.' 는 말을 곱씹고.. 곱씹어 봅니다..

삶의 여유로움이 없고.. 게을러.. 책을 읽지 않는 요즘.. 저로서는 생각을 해 볼수 있는
말들에.. 참.. 고마움을 배우는 나날들입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영어공부 한지가 오래 되어서 그럽니다..
한영사전도 집에 없군요.. 흰 그늘 을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런지요
.. 제.. 기초적인 단어로는.. white... shade..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어떤 좋은.. 단어가 없을까 해서요..^^

굿바이 2011-05-02 13:08   좋아요 0 | URL
흰그늘길님, 영어라 하시면 저는 아는 바가 없는지라...ㅜ.ㅜ

혹시, '흰 그늘'이 김지하의 <흰 그늘의 미학을 찾아서>에서 의미를 빌려오신 건지요? 그렇다면, 흰 그늘,은 주몽신화에 나오는 유화를 따라다닌 빛을 의미할 수도 있겠고, 더 나아가 김지하씨의 '빛을 품은 어둠'을 반영하는 의미일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white shade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의미를 정확히 알면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죄송해요.

2011-05-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3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