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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 바레카이
나타샤 아틀라스 (Natacha Atlas) 노래, 비올렌느 꼬라디 (Violaine Co / 유니버설(Universal)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서커스의 밤,을 말을 잊어버린 밤이라 부르고 싶었다.
줄 하나에 의지해 추락하거나 비상하는 인간, 인간의 몸, 몸이 뿜는 에너지, 그리고 에너지들의 균형은 내가 속한 세상이 아닌 절대적으로 다른 매끈하고 신비한 세상,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듯 싶었다. 그리고 그 풍경을 두고 나는 말을 잊었다. 다만, 나도 그들처럼 몸으로, 몸이 뿜는 에너지로 발화하고 싶었다. 아름답소, 그대들,이라고.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은 또다시 나를 언어에 그리고 그들과 다른 풍경에 기대게 한다. 그것은 일종의 형벌이었다.
바레카이는 짚시들의 언어로 어디든지,라는 뜻이다.
어디든지! 어디든지,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바람처럼 가벼워야할 마음이 이내 출구없는 자유를 떠올리며 움츠려들었다. 그렇게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그들이 2시간 동안 연출한 신비한 숲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랑과 종교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음을 근거로 여전히 흔적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인간의 실존이 어디든지,라는 환상의 연료가 되는 것인가.
말에 기대는 밤, 그 밤에 쏟아내는 불평들은 도착적이다.
나는 늘 서커스를 모든 예술의 피날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무조건 탄성이 나오고 눈물이 흐르고 이내 다른 영감으로 이어져야 할 만큼 기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장 강한 뼈와 근육이 외피없는 생명보다 유연하고, 날 수 없는 팔이 날개가 되고, 솟구쳐 오를 수 없는 다리가 지느러미가 되어 소리와 빛과 긴장 사이를 유유히 떠도는 것. 종교가 할 수 없는 다독거려진 죽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묘한 빛을 발산하는 창 앞에서 세속의 두 시간은 짧고 아쉽다.
이카루스가 추락한 어디든지 있거나 어디에도 없는 숲은 철거당한 그대와 나의 꿈과 닮았다.
잠시나마 어디선가 썩지도 못하고 뒹구는 꿈들이 기묘한 모양으로 나뒹군다.
서커스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