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
-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평점 :
오연호씨는 냉정하고 뼈아픈 질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왜 우리는 2007년 수구·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을까요?라는 질문을 조국교수에게 던진다. 조국교수가 대답하기 전 나는 초조해졌다.
내가 초조해진 이유는 적지 않은 선거를 경험하며 얻은 학습효과가 발동한 것이겠지만 여튼,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 제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앞으로 진보세력이 정치권력을 다시 획득할 수 있는 플랜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실가능한 플랜임을 믿기 위해서라도 진보세력 스스로 그들이 정치권력을 잃은 연유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따라서 이 물음에 대한 조국교수의 답은 그가 앞으로 제시할 플랜의 성패를 점쳐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조국교수의 대답. "그들도 이제 '영주'가 됐기 때문이죠"
긴 설명이 필요없이 나는 그의 현실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온전한 대답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 역시 여과지로 한 번 걸러진 분석일 수 있다. 현실 정치에는 실로 많은 내·외적변수와 각 개인들의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날것을 더 들여다 봐야한다. 그럼에도 납득이 가고 수긍이 된다. 이어서 조국교수는 우리나라의 진보가 이렇게 빨리 겉늙은 연유를 민주화운동 세력간 연대의 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끄럽고 뼈아프지만 옳다.
그러나, 연대의 끈이 어찌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였겠는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생활의 현장에서는 '나' 역시 보수적인 성향으로 똘똘뭉쳐 '생활이기주의'전선에 포섭되었으니, 누가 누구의 뒤태를 보고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책임은 일개의 범부인 나보다 크다. 그것은 영향력의 문제이고 더불어 무능의 문제이며 또한 그들을 향한 신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보자. 내가 아끼는 후배는 그것이 치기였는지, 오기였는지, 자포자기였는지 언젠가 맛있는 밥을 앞에 두고, 계산도 선배인 내가 하는 그런 훌륭한 밥상을 앞에 두고 망언을 했다. " 저는 정치에 관심없어요, 다 모리배잖아요." 다 틀린 말이었으면, 순전히 밥값이 아까워 때렸을 수도 있겠으나, 반이라도 맞는 말이라서 온전히 돌려보냈다.
모리배, 사실관계를 확인한 적 없어 단언할 수는 없으나, 발표되거나 고발당하거나 폭로되는 정보들을 훑어보면 대충 정치판의 반 수 이상은 모리배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의 금배지는 문방구에서 직접 사서 단 것이 아니다. 우리가,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생활보수로서 모리배인 우리가 달아준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 사실은 그들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실제 상황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도무지 살 수가 없다. 뭔가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 아름다운 이 강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각 개인이 무한경쟁의 싸움판으로 내몰리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불필요한 공포를 경험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억울하고 분해서 스스로 삶을 끊지 않는 풍토 조성. 그럼 과연 진보는 그런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일까. 의심하고 회의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능성도 있다. 아니 일단 믿어라도 보고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참고로, 지불능력이 없는 나는 이 나라를 뜰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믿고 붙잡아야 할 동아줄이 썩지 않았다고 자기암시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권]과 [불공정]이 도를 넘은 시대는, 초등학생인 내 조카로부터 칠순을 넘긴 내 부모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먹고, 입고, 자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삐걱이는데 누가 이 시절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동의할 수 없지만 여튼 모기업 총수를 부모나 조부로 둔 왕자님과 공주님을 제외하고 나는 밥과, 주택과, 교육과, 의료와, 일터에서 노예가 아닌 이를 본 적이 없다. 있다면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조직이나,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혹은 최대치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는 자, 그들의 이름이 진보라면, 그들이 다시 정치권력을 획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조국교수가 제시한 플랜들은 책을 읽어보면 더 잘 알 수 있는 일이니, 굳이 내 짧은 혀와 글로 반복할 이유가 없겠다. 그 중 마지막 플랜으로 소개된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라는 부분만 복기해 볼까한다. 잔치는, 잔치를 기획하는 사람과 잔치를 진행하는 사람 그리고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필요한, 말 그대로 사람들이 서로 흥겹게 즐기기 위해 사람을 필요로 하는 판이다. 또한 그날의 주인공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함께 박수치고 배불리 먹고 웃고 떠들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에서는 모두가 주인인 셈이다. 자, 조국교수와 오연호씨가 말할 것 처럼, 잔치는 다시 시작이라고 했으니, 누가 빼앗긴 신명을 찾아 줄 잔치를 기획할 것이며, 마이크를 잡을 것이며, 광대짓을 할 것인가. 누가 초대장을 돌려야 우리는 기꺼이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잔치에 달려갈 것인가.
나는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오연호씨는 [조국을 찜했다]라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여튼, 조국교수는 진보 집권 플랜으로 [진보·개혁 진형의 드림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의 심중을 가늠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늠할 수도 없는 나는 일단 박수쳤다. 이것이 다음 대선에서 쓰일 수 있는 카드인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주위를 환기시킬 만한 사람들로 이 드림팀을 짤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그가 실명을 거론하며 지적한 몇 몇 정치인사들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한, 즉, 마키아벨리적 재능(동물적 권력의지?)과 진정성 그리고 대중의 욕망을 조율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바지런하고 낮은 자세를 소유한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조건이 만족된다면, 정치불감증에 빠졌다고 욕먹는 불행한 세대를 비롯해, 생활보수로 전락했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세대를 넘어, 정치적으로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세대까지 이 잔치에 스스로 찾아들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말이다. 한 번 더 믿어볼까 한다. 이왕 믿을 거 확실히 믿어줄까 한다. 확실히 믿을꺼 '대못'정도가 아니라 '말뚝'을 박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까 한다. 앞으로 10년. 말로는 다 할 수 없이 중요한 시절이다.
누군가 "우리 제대로 한 번 해봅시다."라고 손 내밀면 나는 그 손 꼭 잡을 것이다.
차마 강요할 수는 없지만,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