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나. 온수행 7호선 지하철, 휴가철이라서인지 아니면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빈자리가 있어 앉았다. 우리집에서 온수까지 대략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는 아주 좋은 시간이다. 특히 앉아서 갈 수 있으면 맘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목적지가 멀다고 투덜댈 일이 아니다.
오늘도 그렇게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더위 때문인지 연신 부채질을 하며 나를 흘끔거리시더니 이내 하시는 말씀. ˝학생이야?˝
참으로 난감할세. 반말로 물어서가 아니라 이 나이에 학생입니다,라고 대답하기가 참 민망하여 나는 할아버지를 찬찬히 봤다. 다시 할아버지 말씀하시길 ˝기집애들이 이런 시간에 앉아서 편하게 책이나 읽고, 시집이나 갔어?˝
음......일단 사실관계 정리 차원에서 나는 대답했다. ˝시집은 갔고, 지금은 학생입니다. 그런데.....왜 궁금하니? 그게?˝
내가 이 말을 함과 동시에 예상했던 건 할아버지의 욕설과 이에 맞서는 나의 집요한 비아냥이었는데, 할아버지는 내가 처음 그의 질문을 받았을 때 느낀 당혹감을 느끼셨는지, 아니면 내게서 살의를 느끼셨는지 잠깐 머뭇거렸다.
그리고 몇 초가 흐른 후 할아버지는 기대했던 욕설을 하더니 언능 지하철에서 하차하신다. 따라 내려서 끝장을 볼까 싶었으나, 나는 지금 예쁜 고등학생들에게 사회적 경제가 무엇인지, 우리는 왜 협동해야 하는지, 인간은 결코 이기적인 판단만을 하지 않는다 등을 이야기 하러 가야한다.
슬프다. 밥법이가. 슬프다. 아이들에게 거는 나의 희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