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밤 나는 봄밤을 꿈꾸오,라고 했더니 친구는 대뜸 표절이오,라고 답한다. 루시도폴이라는 친구가 어느 노래의 시작을 그리했다오,라고 덧붙인다. 나는 젠장이오,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친구는 사실을 말하는데 화를 내다니 촌스럽소,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나는 말한다,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운치있는 것이오,라고.
일주일동안 잠을 잤고 약을 먹었고 책을 읽었고 음악을 들었고 간혹 통화를 했다.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다르게 그 걱정들을 액면가로 받아들였다. 뭐랄까, 이것 역시 다 지나가리라, 뭐 그런 마음이랄까. 아니면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에 좀 더 세련되졌다고나 할까, 뭐 그런.
일주일동안 읽은 책들 중 몇 권의 책은 감상을 남기도 싶은데 단어와 문장의 섬세한 규칙들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저자나 작품을 욕보일까봐 망설이고 있다. 물론 뻔뻔하게 나는 리뷰를 남길 지도 모른다. 그리되면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좋았으니까. 그리고 그 처음은 한강의 소설 <희랍어시간>이 될 것 같다.
쌩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펼쳤는데 번쩍하며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Return here impossible.Storm."
에이-그럴리가. 나는 어찌되었건 돌아갈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좀 민망하거나 아찔하더라도.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