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잃었다. 정확히 도둑맞았다. 신고를 했다. 지구대에서 순경이 왔다. 진술서를 쓰기 위해 지구대에 갔다. 경찰차를 탔다. 경찰차는 안에서 열 수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자가 열어주는 차에서 내렸다. 좋아할 것이 없는 순간 나는 이런 것을 위로라 생각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기인지, 강도인지 경찰관들끼리 잠깐 옥신각신하는 것을 보았다. 상부에 전화를 해서 무슨 코드같은 것을 받아적고 진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묻는다. 답했다. 사건의 정황을 묻는다. 되도록 시간과 사건을 정확히 전달하려고 애썼다. 지갑의 상표를 묻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용물을 묻는다. 돈과 상품권, 카드와 쿠폰, 그리고 사진.... 나는 사진이라고 말하는 대목부터 목이 메인다. 유일한 사진, 엄마와 아빠와 내가 부산에서 찍은, 아주 어린 굿바이가 빨간 털모자를 쓰고 찍은 유일하게 행복해 보이는 사진인데, 나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세례성사때 받은 성모상 팬던트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또 나는 울컥거렸다. 그 팬던트는 참 오랜 시간 나를 위무했던, 내 유년시절 갑자기 집안에 노란 딱지가 붙거나, 밤기차를 타거나, 학교를 휴학해야 하는 기간동안 나를 달랬던 것이었다고 하려니 기가 막힌다. 

황군에게서 받은 10년이 된 쪽지가 있다고 하려니 다리가 휘청인다. 황군이 준 쪽지가 내게 얼마나 대단했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거나, 의심을 당하거나, 억울한 순간, 무슨 타이레놀처럼 나를 진정시켰던 것이었다고 말하려니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저세상으로 떠난 친구가 건네준 외국 화폐가 들어 있다고, 살아보겠다고 태평양 건넜던 친구랑 반씩 나눠가졌던 2달러 화폐가 있다고, 조카가 글씨를 배워 처음 써준 메모지가 있고, 부도난 회사의 명함이 있고, 외국으로 도망간 선배의 연락처가 있고, 이혼하고 잠수 탄 친구의 주소가 있고, 함께 좋은 세상 만들자며 건낸 카드가 있고...... 

그러나 진술서에는 현금과 상품권의 액수만 기입되었다. 명품이 아닌 지갑은 그저 빨간 지갑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갖고도 허기져했다. 복수는 늘 이런 식이다.
아니 깨달음은 또 늘 이런 식이다.
바람 좋은 날, 바람 빠진 마음으로 더듬는다. 잃어버린 것들과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세속은 늘 이렇다. 어긋나는 모든 것들이 물결치는,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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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5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6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리 2010-10-15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니... 지갑에 그 많은 추억들을 담고 다니셨군요.
그래도 그래도 말이죠, 마음 속에는, 기억 속에는 살아 있잖아요.
그러니까... '다시는' 못보더라도 '언제나' 함께 하는 것들이니까요.
이게 위로가 될까 싶지만, 잃은 만큼 분명 얻는 것도 있을 거예요. 힘내요.

굿바이 2010-10-16 01:03   좋아요 0 | URL
고마워,블리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참 많이 놀랐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 이번 기회에 좀 더 반성하고,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그러니,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정말, 이렇게 깨닫는 나는 참....무능하다.

멜라니아 2010-10-16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 어떻게요?

등 쓰다듬어 드릴 뿐....

굿바이 2010-10-18 00:21   좋아요 0 | URL
잘 내려가셨죠? 먼 길 다녀가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제 사정이 좀 어수선해서 서울 오셨는데, 해드린게 없네요. 천천히 하겠습니다. 뭐든 천천히 하겠습니다^^

2010-10-16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8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8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우 2010-10-20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 진작에 읽어 굿바이님 지갑을 잃어버린걸 알고 있었지요.

읽으면서 생각하였었는데, 굿바이님의 지갑에는 참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는.
그리고 내 지갑을 펼처보았습니다.
오로지 가득한 물질주의.
그나마 가난하기 짝이 없는.
내게 굿바이님의 지갑속 저 무형이 것들은 어디에 보관되어 있을까.
예제 흩어져 있을 그것들.
어디에 있는지 까맣게 잊기 전에 먼저 찾아 버려야 할 많은 것들.
언감생심 굿바이님은 아직 멀었고, 내 낫살쯤 되어야 중얼거릴 대사랍니다. 하하하

굿바이 2010-10-20 22:37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걸 손에 쥐고 항상 모자라다고 툴툴거렸더니 벌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동우님의 가난한(?) 지갑을 자꾸 축내서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언제 초라한 밥상이라도 한 번 대접해 드려야할텐데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기대하고 옹호하는 일은 매번 어렵고 조심스럽다.
특히, 혼자만의 호감이 아닌 좀 더 여러 사람의 호감을 기대하며 누군가를 옹호하는 일은 더 까다롭고 심지어 정치적이다. 그럼에도 여느 때와 다르게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운 이유는 내가 주목하는 책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깃털만큼의 무게감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때문이다.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서글프기도 하지만 자유롭기도 한 일이다.  

10월, 누군가와 함께 읽을 수도 있고, 언제나처럼 혼자 읽을 수도 있는 책들의 목록이다.   

 : 책은 개화기 광고부터 아파트 이름의 사회적 의미까지 다루고 있다. 광고에 사용되는 언어와 이미지만큼 시대의 욕망을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코드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이 시대의 천박함을, 이 시대의 욕망을 읽는데 광고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책이 어디까지 몰두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심 궁금하다.  

 

 

 

 

: 배타적 대중화주의에 대한 학문적 반격.
중국이 저지르는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또 얼마나 다른 지 모를 일이다. 위치우위의 글이 현재 중국을 사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경계해야 할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기 때문이다.  

 

 

 

 

: 공간과 시간이라는 주제, 할말이 많을 것 같지만 대답해야 할 사람을 순식간에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 수 있는 주제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어느 공간 어느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역사에 의해 이미 규정된 시공간을 의심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름만으로도 기죽이는 철학자들의 시공간에 대한 사유가 적혀있다고 하니 아니 반가울 수가 없다. 

 

 

 

 : 강준만교수의 책이다. 나는 언제나 그의 다작이 안쓰럽고 존경스러웠다. 팍스아메리카나와 글로벌미디어를 다룬 이 책은, 보지 않고도 순도 100%의 신뢰를 보낼 수 있다. 이 주제에 관해서라면 강교수의 심지를 나는 믿는다. 그의 오랜 독자로서 이 분야와 관련해 그가 허튼소리를 하지 않을 거라는 무서운 믿음이 있다. 그렇다고 광적인 믿음은 아니다.  

 

 

 

                                         

: 댄 쾌펠의 신작은 특별히 사랑스럽다. 아마 마이클 폴란의 책들을 좋아하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이것도 트랜드가 되는 것 같아 어딘지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먹고 쓰는 모든 것, 특히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물은 이미지로서의 존재와 다른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기 쉽다. 바나나라면 그 음모의 규모가 더 클 것 같다. 달콤하니까.  

 

 

 

: 불법으로 도굴된 고미술품의 행방을 보여주는 책이다. 돈이 되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돈이 되는 것, 그것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지상의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려고 하는 인간의 욕심이 또 그렇게 죽어서도 편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죽은 자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My Money, My Soul, 돈과 영혼이라니! 지은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고, 제목이나 표지에 홀려 책을 집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목차를 보건데 어떤 부분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이 시절, 돈이라는 화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내게 요긴한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우연히 만난 그대가 내 삶을 요동치게 했던 것 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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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0-10-0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썼어야 하는데! (제가 쓴 거랑 완전 비교되지 말입니다. 흑)
멋진 굿바이님.

굿바이 2010-10-08 15:32   좋아요 0 | URL
치니님! 인문도서에는 장미인애의 화보집같은 책이 없어요 T.T ㅋㅋㅋ (울다가 웃었어요! 헉! 큭^^)

風流男兒 2010-10-0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서평단의 나름 새 임무인가효. 흠 멋진데요 ㅎㅎ

굿바이 2010-10-09 10:35   좋아요 0 | URL
새로운 임무는 언제나 조마조마 떨려^^ 특히 트랜드를 아주 많이 놓치는 나는 정말 그래!

cyrus 2010-10-0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강준만 교수가 신작을 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강준만 교수의 저작도 나름 읽어볼만한데^^;;
좋은 신간도서 페이지 잘 읽었습니다^^ㅋ

굿바이 2010-10-09 10:37   좋아요 0 | URL
강준만교수님이 워낙 부지런하셔서 ^^

저도 다른 분들의 주목신간을 구경갈까 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멜라니아 2010-10-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나나는 샀고, 광고 이름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요

제가 읽을 책을 고르는 일도 책을 기대하는 기분이 좋은데
남이 골라 놓은 책을 보면서
그 사람이 가진 현재의 관심을 엿보는 것도 재밌어요


굿바이 2010-10-11 09:31   좋아요 0 | URL
현재의 제 관심은....다이어트????? 마음도 몸도 감량할 것들이 참 많네요.

아참! 바나나는 어떠셨나요? 불편한 이야기일 것 같으나, 그래도 확인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2010-10-12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k 2010-10-1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같은 날엔 향이 좋은 커피 한잔과 같이.. ~~
멋진 굿바이님이 생각나서..




굿바이 2010-10-12 16:53   좋아요 0 | URL
짐작은 하지만, 당신이 누구이건, 이 음악을 제게 보내주셨다면,
저 역시 당신이 사랑이었고, 또 사랑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진에 관한 단상이다. 말 그대로 짧은 생각, 더 나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의 헛소리이며 두서도 없다. 이렇게 낮은 자세로 임하는 이유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냐? 내 오라비는 책도 내고 초대전도 치르는 사진 작가이며, 나의 형부는 패션쇼 사진으로 투잡을 뛰는 분이다. 그러니 괜한 소리 했다가는 식구들에 의해 암매장 당할 수도 있다. 식구들 성격이 까칠하다.

에피소드 하나.

그릇을 좀 살까해서 인사동과 삼청동을 들렀다. 어느 가게였나. 눈을 시원하게 하는 물건이 있어 들어가 살피던 중이었다. 디자이너로 보이는 여자 분의 얼굴이 시무룩하다. 뭔 일인가 보고 있으니 쇼윈도에 딱 들러붙은 부부인지 연인이지, 남녀 한 쌍이 희죽거리며 사진을 연신 찍고 있었다.

디자이너는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들은 끊임없이 찰칵 거린다.

나는 진열된 상품들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창작품인 듯 싶다. 디자인도 색상도 참신한 것들이었다. 나는 디자이너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하고, 타인의 심사를 이유없이 긁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사진을 찍지 말라는 주인의 목소리가 안들리나 싶어 그들에게 디자이너의 말을 전했다.

나 : 저... 사진을 찍지 말라는데요.

부부인지 불륜인지 연인인지 알 수 없는 둘 : 네?

나 :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 달래요.

부부인지 불륜인지 연인인지 점점 알 수 없는 둘 : 뭐 좀 찍으면 어때서요? 사람을 찍는것도 아니잖아요?

나 : ........

부부인지 불륜인지 연인인지 이제는 갑자기 미워지기 시작한 둘 : 이거 창작품 맞아? 그러면 또 어때?

나 : ......... 


에피소드 둘.

운이 좋아 커피가 아주 참말로 맛나는 다방을 알고 있다. 사람이 많은 게 흠이지만 그 정도는 참아 줄 정도로 다방의 커피는 쏴하고 상큼하며 무겁지만 혀 끝을 누르지는 않는다. 뭐 한마디로 좋은 콩을 잘 볶아 얼른 사용한다고 할까.

나는 언제나 마시던 걸 주문해 달무리지는 밤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 앉은 부부인지 연인인지 불륜인지 모를 커플이 연신 셔터를 누른다. 밤이라서 그런지 플래쉬도 번쩍번쩍. 눈이 부시다. 집중할 수가 없다. '그래, 기억하고 싶겠지. 행복한 순간이겠지.' 나는 참았다.

내가 다방에 앉아 커피를 주문 해 자리에 앉고 또 마시는 동안, 아니 다 마실 때까지 그들의 셔터는 쉬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야외 좌석이긴 하지만 별로 경관이 훌륭한 건 아닌데, 아! 선선한 나무가 있구나. 그래도.......

남자의 얼굴을 봤다. 성형외과를 뛰쳐나온 듯 그의 코는 불안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욕했다. '험프리 보가트는 아무나 하냐?' 여자의 얼굴을 봤다. 부창부수!  나는 또 속으로 욕했다. '오드리는 아무나 되냐?' 아무리 돈 주고 고생해서 얻은 몰골이라지만 그렇게 꼭 찍어야 쓰나. 이리 웃고 저리 웃고, 고개를 들고 고개를 틀고, 광대들도 아니고 저게 뭔 짓인지. 카메라는 얼뜻 보아도 전문가용이다. 더 우습고 안쓰러운 것은, 그들은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카메라에 집중할 뿐. 그럼 그들의 관계는. 누구냐 니들?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 눈과 마음에 거슬릴 뿐이지.

내가 태어나기도 전, 어느 봄날, 엄마와 아빠가 동산에 앉아 찍은 사진을 나는 좋아한다.
곱게 단장을 한 엄마는 참 곱다. 잘 차려입은 아빠도 참 점잖다. 누가 찍은 사진일까? 또 그 사진을 얻기 위해, 그 날 하루 두 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 작은 사진 속에 두 분은...이럴 때 어려운 말 한 마디 해줘야 하는데, 음........아우라! 그래 아우라가 있었다. 물론 벤야민은 사진에는 아우라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그 작은 사진 속에서 고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 귀하던 시절의 사진들, 나는 그것들이 좋다. 천 번을 똑같은 웃음을 지어 잘 나온 한 장을 고르는 사진 말고, '하나! 둘! 셋!'에 운명을 거는 사진이 나는 좋다. 

나는 디지털 카메라가 없다. 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내가 간 장소들, 내가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사진을 찍기 위해 경치 좋은 장소를 찾지도 않는다.
사진이 잘 나오는 각도를 찾기 위해 삐뚜룸하게 자세를 취할 줄도 모른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타인을 보지 않는다. 내 눈으로 그들을 보는 것이 나는 즐겁다.
그렇다고 내가 사진을 싫어한다거나 혹은 사진 찍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정도면 공해다 싶을 정도로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넘쳐나기에 하는 소리일 뿐이다. 

꽃 앞에서, 바다 앞에서, 연인 앞에서, 가족 앞에서, 자신 앞에서, 그 무엇 앞에서 

카메라를 잠시 꺼두자. 이것이 21세기 디지털족이 지켜야 할 새로운 예절이 아닐까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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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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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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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1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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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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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0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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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8-31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전 새 휴대폰이 왔는데, 카메라 사용을 잘 못하겠어요 엉엉엉 자동 동방예의지국국민이될 것 같아요. 제가 좀 매사에 총체적으루다가 예의바르긴하지만.

굿바이 2010-08-31 18:46   좋아요 0 | URL
앗싸!!!!!!! 좀 경망스럽군 헤헤헤

암만 웬디는 총체적으로 예의바르지, 너무 예의바르지, 그러니까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이라고.....나는 생각하지, 그러면서 나도 또 그러네, 라고 이야기하지.

카메라 2010-08-3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먹고 살아야죠 ㅜ.ㅜ

웽스북스 2010-09-01 01:28   좋아요 0 | URL
요즘 너무 혹사당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흑흑

굿바이 2010-09-01 20:18   좋아요 0 | URL
밥벌이의 고통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T.T

동우 2010-09-01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 공감.

굿바이님.
요는 말입니다.
사진이란게 예전에는 그래도 애써 얻어야 하는 경제재로서의 물건이었었는데, 요즘은 공기와 같은 자유재가 되어 버렸지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카메라는 감각기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하
음식의 맛을 보고, 사물을 보는 망막이 되고, 느끼는 감촉이 되고...
과정의 진지함은 증발되어 너무나 가벼워 졌지요.
사진가를 가까운 사람으로 두신 굿바이님은 더욱 느끼실듯.

그보다 커피광이신 굿바이님.
"쏴하고 상큼하며 무겁지만 혀 끝을 누르지는 않는" 커피의 맛이란 어떠 것인지..도무지 커피를 마실줄 모르는 비문화인으로서는 굿바이님 언어 맛이 추상의 입맛 다시어 부르르 떱니다. ㅎㅎㅎ

굿바이 2010-09-01 20:27   좋아요 0 | URL
어쩌면 세상의 속도를 따라갈 수도 없고, 따라가기도 싫은 마음이 괜한 투정을 부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왕 이렇게 생겼으니, 그저 이대로 쭉 살다가 북망산으로 떠날까 합니다^^

커피를 마실줄 모르시다니요? 괜한 말씀이십니다~
아참, 혹시 그거 기억하시나요? 예전에는 다방에 남자 요리사같은 분들이 커피를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저는 남비에 볶아서 끓인 그 커피를 한 번 마셔봤으면 합니다. 명동 어디쯤에서 팔았다는....

BRINY 2010-09-0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로 안내하시는 노인이 서너번 찍지말라고 저지해도, 옆에서 초등학생 아이가 '엄마! 찍지 말래잖아! 창피해!'하고 소리질러도 '네네'하면서 플래쉬까지 터트리며 끝까지 셔터를 눌러대던 어느 엄마가 생각납니다. 그걸 찍어서 뭐하려는 걸까요?

터칭풀이 있는 수족관에서 살아있는 어린 물고기를 자녀의 손위에 얹어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부모도 많이 봤습니다. 수족관 위에는 이미 배를 뒤집어 둥둥 떠있는 작은 물고기들이 있었구요. 무슨 생각으로 수족관을 방문할 걸까요? 그게 좋은 추억이, 좋은 교육이 될까요?

굿바이 2010-09-01 20:36   좋아요 0 | URL
BRINY님, 참.... 그렇지요.
글쎄, 정말 다들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올라가지 말라는 동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는 모녀를 보았습니다. 전시품이라고 쓰여 있는 조각품이었는데, 두 분이 나무를 타는 영장류처럼 동상에 매달려 포즈를 취하더군요. 그곳 자원봉사하는 분이 뭐라고 주의를 주던데...보기 민망했습니다.
사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이고, 특별하게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면 뭐라 말할 문제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피혜가 되지 않는 범위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수족관은 좀 끔직하네요.

멜라니아 2010-09-0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랑 제 동생들은 어릴 적 사진이 없어요
그 옛날, 아니 조금 전 옛날 돈이 없는 부모님께서는( 아니 절약하는 부모님께서는)
사진을 찍을까 예방 주사를 맞힐까 에서 예방 주사로 결정을 했다네요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소아마비 예방 주사 때문에 병에 안 걸리고 건강했는데
우리 동생 친구들 67년생 아이들은 그때 유행한 소아마비에 한 마을에 서넛이 걸려 버렸어요.
그랬더니 아부지 왈,'그 집엔 돌사진은 찍어 주었지만 예방 주사는 안 해 주서 그런 거란다.

어찌 항변해 볼 수 없이, 어릴 적 사진 하나 없음에 대한 원망 해 보지 못하게 하던
그 합리적인 선택.
그만큼 사진은 귀하고 돈들고 사치이기도 했었던..

그러나 지금은 그리고 나는 어디 가면서 카메라 안 들고 가면
돌아와서 기억도 못한다는.

조금 젊은 것들의 뻗어나는 자유로움이 가끔은 칼과 같아서
저는 피해 다녀요 젊은 것들을.

굿바이 2010-09-06 10:33   좋아요 0 | URL
젊은 것들의 뻗어나는 자유로움이 가끔은 칼과 같다,는 느낌 저도 알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그랬겠지만 말이죠^^

예방접종과 사진을 바꾸신거군요. 저는 더 슬픈 사연으로다가 유년시절 사진이 없습니다. 언제 얼굴 뵈면 그 슬픈 넋두리를 좀 흘려볼까 합니다.ㅎㅎ

2010-09-03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6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깽이민정 2010-09-03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 잘못만나 고생하고 욕먹는 카메라 많네요.
저도 신랑이랑 연애할때 아무 생각없이 전철에서 사진 찍다가 옆자리의 아주머니한테 혼난적 있어요. 플래시가 연신 팡팡 터지니까 얼마나 신경쓰이셨겠어요. (또 생각해보면 플래시 터트리면서 사진찍어대는 촌스러운 짓을!) 정말 아무생각없이 행동하면 그렇게 남들한테 피해를 주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카메라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공공예절이 그냥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카메라는 결국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거니까요. 창작품에 대해서 예의를 지켜줄 생각도 별로 없고, 남들이 피해를 입건말건 내가 즐거우면 되지 하는 태도를 아무데서나 보이니까 그게 문제인거구요. 요새 젊은 것들중의 하나인 입장에서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ㅎㅎㅎ (저도 젊은 것에 낄수 있나요? 근데?)

굿바이 2010-09-06 10:38   좋아요 0 | URL
그렇지, 카메라가 문제가 아닌거야. 핸드폰은 어떻구! 사용자의 태도가 문제인거지.

그렇지만 또 한 편, 기계들의 속성도 한 몫을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아~~ 이제야 좀 시간이 나는 것 같아. 기대하여라!!!!! 손으로 편지를, 그것도 바다를 건너는 편지를 쓰기 위해, 몸과 마음을 정화중이야~ㅎㅎ

hohoya 2010-09-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에 굿바이님 만나게 되면 카메라는 놓고 가야겠다는.......
그러나 절대 포기 못하는,오로지 사진으로 추억을 만들려는 나는 아무래도
동방사진지국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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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27일 | 굿바이님을 위한 추천 상품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 반대자의 초상 이성적 낙관주의자 지의 정원 정의란 무엇인가

 

깜찍발랄,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조큼 말 안듣는 웬디의 페이퍼를 보다가, 나도 급 궁금해져서, 나를 위해 알라딘의 마법사는 무엇을 추천해 주었는지 알아보았다. 

이런~ 왠지 괜찮은 오빠들은 누군가에게 다 뺏긴 기분이랄까. 웬디에게는 고종석도 보이던데, 괜히 심통이 났다고!!!!! 음....그렇지만, 마이클 샌델과 테리 이글턴이 서로 째려보는 것 같은 구도, 그러니까 마이클 샌델이 생명의 윤리를 말하자, 반대자인 누군가가 노려보는 형세라, <반대자의 초상> 표지를 잘 보면 누군가의 이니셜이 보이기도 하는데, 물론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아~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 책의 제목으로 쓰인 ‘반대자(Dissent)’는 영국에 살면서 영국에 속하지 않는, 또는 주류이면서 비주류의 감성을 품은 사람들, 예컨대 아일랜드 출신자나 좌파, 이민자 등 소수자적 기반을 가진 지식인들을 지칭합니다요~ 여하간 좀 재미있다고 또 금새 좋아졌다. 기분이 딱 오늘 하늘이로세~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는 안그래도 사려고 한 책이었고, 테리 이글턴의 <반대자의 초상>도 읽으려고 하던 참이니까, 마법사가 제법 제 마음을 알아주네요. 마이클 샌델이 나 좀 읽어라,라고 들이대는 것 같아, 그러니까 두 권씩 책 싸들고 와서 제발 나 좀 읽지? 뭐 이러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이 책들도 읽어야 할 것 같다는.....역시, 나는 심지가 곧지 않아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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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노트 2010-08-2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평소 이런 책만 읽으세요?

굿바이 2010-08-28 13:01   좋아요 0 | URL
아....이런,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추측하건데, 네, 번역된 책만 읽습니다. 원서를 읽지 못해서요^^

2010-08-28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9 0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8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8-2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비교되잖아요! 전 심하게 재미만을 추구하는게 많이 켕기는데요^^;

굿바이 2010-08-30 11:08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뭐든 재미있는게 장땡입니다^^

멜라니아 2010-08-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사려고 하는 책을 굿바이님도 찜해 놓으신 거 보고 기쁨.
사려고 하지, 아직 읽을 준비는 아니되었삼.
제가 요새 옷집을 차려가지고 줄창 바늘과실의 먼지 속에 빠져있어서.

그나저나 웬디방에서 보긴 했는데
이건 젊은사람들의 성향에나 맞겠다 하고는 넘어갔는데
굿바이님이 하신 거 보면 제가 해 봐도 되겠네요.

그러나, 알라딘 방은 열어놓고 들다 보지를 않으니,
두 집 살림 못하는 여자라서 그래요 ..

민정이가 뭐라뭐라 해 놨는데 그 방에 가 보세요
알라딘 사람들은, 다음부족민 방을 들다보셤.
웬디, 차조아 모두 해당됨 ^^

굿바이 2010-08-30 11:12   좋아요 0 | URL
두 집 살림 잘 하면 큰일나요 ㅋㅋㅋㅋ

어떤 책 사려고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아참! 일전에 선물해주신 가방 너무 잘들고 다녀요. 다들 예쁘데요~

동우 2010-08-3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부족네 댁 들를때마다.
엄습하는 열등감이여.
저토록 왕성한 독서력(讀書力)이라니.
나로서는 책부족 9월 과제도 만만치 않은터인데.
게다가 이번에는 두권이구랴? 어이쿠. 하하

굿바이 2010-08-31 11:49   좋아요 0 | URL
두 권이었습니까? 어맛! 이를 어째ㅜ.ㅜ

동우님의 독서를 제가 어디 흉내라도 내겠습니까? 그저, 마음이 둥둥 떠나녀서 어디라도 붙들어 놓고 싶은 심정에, 또 그렇게 그저 아무 책이라도 붙잡고 있습니다.
 

 

 

I promise to stop loving you tomorrow
today can be your last day in my arms again
I promise to stop thinking of you constantly
and wishing i could wake up every morning next to you
darling yes its true
but today can we pretend its not too late

I promise to stop dreaming about you
promise to stop waiting for your calls
cos i dont wanna care at all
but maybe just tonight we should
forget about whats right one last time
because

I promise to stop loving you tomorrow
today will be your last day in my arms again
I promise to stop thinking of you constantly
and wishing i could wake up every morning next to you
darling yes its true
but today can we pretend its not too late
today can we pret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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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8-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에 아이스크림 사서 들어가야겠다 :)

굿바이 2010-08-18 16:58   좋아요 0 | URL
영광입니다. 아가씨^^

2010-08-17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9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7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8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