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루티는 아주아주 가난하게 자랐고 부모님은 딸의 공부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 루티는 기어코 공부를 했고 대학에 진학을 했고 그리고 지금은 토론토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해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절망을 가져왔을테지만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것은 어느 순간마다 성취감을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머리가 좋다든가 하는 가지고 태어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마리 루티는 노력했고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학자가 생기고 자신만의 이론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성차별적인 세상의 부조리함을 모두 깨달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그러나 내게는 그녀의 '행동' 자체는 다소 온건하게 보였는데, 그러나 그녀가 어떤 지원도 없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나에게 온건하게 보이는 행동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여진다. 아니, 그래야만 했겠구나. 과격한 행동이 나는 조금 더 앞으로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나 사람들 모두가 다같이 과격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전선의 최전방의 있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이야기가 좀 다른 쪽으로 새려고 하니까 다시 정신 단단히 붙들고 얘기하자면, 마리 루티는 이 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의 처음 부분에 이런 얘기를 한다.



난 오랫동안 최고의 이론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넬슨은 시인인 아일린 마일스Eileen Myles의 말을 인용한다. "나의 더럽고 사소한 비밀은 늘 당연히 나에 대한 것(이야기)이다."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마리 루티, p.38



정말이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 아닌가. 최고의 이론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생겨나다니!


나는 얼마전에 무지와 게으름 그리고 악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페이퍼를 썼는데, 그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현실과 실제 사건들이 있었다. 작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회사 생활이 있었고 그리고 크게는 뉴스에서 매일마다 보도되는 여성대상 범죄에 대한 것이었다. 작게는 개인대 개인의 일이지만 크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것.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끔찍한 범죄소식을 맞닥뜨리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를까'를 생각하게 됐고 '이런 범죄가 상대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생각을 '못하는' 거구나','생각을 '안하는' 거구나', '그럴 필요조차 못느끼는 거구나' 라고 거듭되다보니 어느 순간 게으름과 무식함 그리고 악으로 이어졌던 거다. 이건 사소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불편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하게 되는 사소한 일들 앞에서, '이걸 이대로 내버려두면 어떻게 상황이 개선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누가 할거라고 생각한걸까' 를 생각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것도 작은 게으름과 무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까지 생각에 미치게 된거다.



마리 루티의 저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만들어가는 이론이야말로 정말로 나의 경험으로부터 생겨난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최고의 이론이라는 말도 그래, 틀리지 않겠어. 그렇다면, 사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론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각자가 만드는 이론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또한 타인과 나의 이론은 어느 면에서 완전히 반대되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우리는 나름의 이론을 만들 수 있겠어. 


마리 루티의 책을 다 읽은 후 최재천의 책을 읽었다. 최재천은 이런 얘기를 한다.



평소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요. 자꾸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공부와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 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위정자들이 힘써 노력해야 하지요. 갈등의 골이 깊으면 진영 논리로 사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39



알면 사랑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그것이 최재천이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진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나름 최재천의 이론일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낸 혹은 정립하게 된 최고의 이론이라는 것은, 새로운 발견인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 아주 없던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이미 어딘가에서 숱하게 말해왔던 것,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의 이론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다른 식으로 접하기 전에 내가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깨닫고 정립하게 된 이론은, 그 후에 세상을 둘러보면 여러가지 방식으로 마주치게 된다. 나는 게으름과 무식 그리고 악에 대해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얼라리여~ 최재천의 책에서도 만나는거다. 




저는 2020년 내내 미국 동료들과 이메일로 논쟁하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툭하면 우리가 마스크를 잘 쓰는 모습을 빈정거리더라고요. 한국인은 너무도 순종적이라면서요.

존스홉킨스대학교에 있는 친구는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공권력의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반박했습니다. 한국인은 경찰이 내 목을 무릎으로 누를까봐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라고요. 덧붙여 미국 정부가 방역을 위해 집에 머물라고 했을 때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이 있었는데, 이는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어요. 문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왜 내 자유를 구속하느냐'라고 외치며 총을 들었다고요.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18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내가 협조해야 방역이 완성된다'라는 생각과 판단에 따라 행동했기에 서로를 지켜낼 수 있다고 최재천 교수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방역에 협조한 것에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다는 친구의 말에 반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 때 최재천 교수는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을 향해 '무식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나는 총을 들고나온 미국인이 무식했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총을 들고나와서 그가 얻게 된 결과는 무엇일까? 무엇을 얻기 위해 그는 총을 들고나왔나? 게으름은 무식을 가져오고 무식은 아차하는 순간 범죄가 된다. 



마리 루티가 공부하는 이야기를 읽는 것도 너무 좋았는데, 최재천 교수가 미국에 가 공부할 때 수학도 전공하라는 제안을 재차 받는 것, 자신은 수학을 못한다 그리고 싫어한다고 생각했다가 수학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말을 교수들로부터 듣는 부분의 이야기가 진짜 너무 좋았다. 결국 하버드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아 수학도 필요하겠구나 싶어 수학 강의도 듣게 되는데, 그 때 교수님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업을 들어도 되는데 강의실 뒤편에 앉아 팔짱 끼고 있으면 안 되고, 무조건 맨 앞줄 가운데에 앉아야 한다. 시험도 봐야 하고 숙제도 전부 해야 한다. 학점을 받지 않는 학생의 시험지를 내 손으로 채점해야 하는데 누가 손해일까?" 그러면서 "수학은 관조하는 학문이 아니다. 직접 풀고 이해해야 하는 학문이다"라고 하시더군요.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p.59



아 너무 재미있는 일화 아닌가.

물론 최재천은 너무 천재되시고 서울대 나오고 하버드대 나오고.. 그런 사람이긴 하지만, 최재천의 이 책을 읽다보니, 아니 어쩌면 나도.. 사실은 수학 감각 있는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걸 미처 모르고 여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해괴망측한 생각이 들어버린다. 대한민국의 수학교육이 나랑 안맞았기 때문에... 내가 수학점수 개똥같이 나온 건 아닐까. 만약 내가 미국에서 수학 수업을 받았다면 나의 미래 수학교수.. 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고 인생을 되돌릴 수 없는 걸 뻔히 알면서 한 번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길을 후회하고 아쉬워하기 마련인데, 어쩌면 수학천재일지도 모르는데 발견되지 못했던 나의 또다른 과거 혹은 미래.. 아쉽구먼.. 그렇다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를 수학적 재능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공부해서 수학과에 다시 들어가 ...볼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는 걸로 하자. 

나중에 늙으면 젊은 조카들 붙들고 얘기해야겠다. 어쩌면 너네 이모(혹은 고모)는 수학 천재였을지도 모른단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재능은 발견되진 못했지.. 삶이 아쉽구나. 다시 한 번 살고 싶구나.... 다시 태어나야지.. 수학 천재로 살게 될 미래를 위해....



내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남들 열심히 공부한 얘기 들으면 진짜 너무 재미있고 좋다. 나는 고삼시절에도 밤 한 번 샌 적이 없어.. 하아- 졸리면 어김없이 잤는데 고3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내가 왜 공부 때문에 잠을 포기해야 해? 날 그렇게 살게 두지 않겠어' 라고 잤다가 지금 이모양 이 꼴...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니, 그러면 깨어 있는 동안에 공부했냐 하면, 할리퀸 읽고 소설 책 읽고 그랬다. 영어 수업 시간에 할리퀸 읽다가 선생님한테 걸려가지고 큰 쪽팔림을 무릅쓴 적도 있다. 그 때 읽다 걸린 할리퀸은 <개구리 연가> .. 진짜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하아- 다시 태어나면 그 때는 열심히 공부해라, 나여...




오늘 아침 트윗을 통해 오은영 쌤이 공감에 대해 한 말을 알게 됐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그렇구나 라고 알게되는 것이지, 그것을 내가 똑같이 느껴야 하는게 아니라는 거다. 혹시 궁금해할 사람을 위해 영상을 첨부한다.






아이돌 가수인 '츄'는(이 영상으로 처음 알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까 걱정하고 또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본인의 불편함이나 힘든 감정에 대해 절대 들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무리의 일원일 때도 다른 누군가의 불편함에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그 때 오은영 박사가 공감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면서 이야기 해주는 거다. 타인의 감정을 내가 똑같이 느껴서 흡수하는 게 공감인 게 아니라고. 그리고는 요즘 청년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혹시 본인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아닌지 테스트하는 일곱 문항을 보여준다. 이 중에 네 개 이상 해당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내가 캡쳐해왔다.




나도 테스트 해보았는데 나는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그러니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과는 상관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텐데, 그런데 나는 공감에 대한 오은영 박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자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내가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흡수해버리는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도 하는데, 소설에서는 거의 매번 그래버리는 거다. 그래서 힘든 소설을 읽고 나면 녹초가 되어버리고 사랑에 빠지는 소설을 읽으면 같이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다. 이게, 잘못된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 그러면 안되는건데 나는 그러고 있는걸까? 휴.. 현실에서 타인을 만나고 오면 녹초가 되지는 않는데(물론 어쩌다 그럴 때도 있다.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을 때.), 왜 책 읽고 나면 녹초가 되는가.. 왜.. 이건 내가 등장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흡수해버린 게 아닌가. 이 사람은 이런 감정이구나 하고 한걸음 떨어지는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이 내가 되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버렸... 그런데 이 세상에, 그러니까 현실이든 소설이든 나랑 같은 생각, 같은 행동, 같은 감정, 같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지구상에 나는 유일한데. 소설속의 등장인물이라고 나랑 같은 생각이나 행동을 당연히 하지 않는 바, 그래서 등장인물이 나쁜 사랑을 하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어긋나면 개슬프고, 그래서 해리 포터가 재미가 없어버려...... 왜냐면 나는 아무리 아무리 애를 써도 해리 포터 책 속의 인물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한걸음 떨어져서 읽어야 되는데 이게 안되네. 에휴... 이걸 .. 도대체 어째야 하나...



오은영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건 아니지만, 타인의 감정을 완전히 흡수해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통제욕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거지만, 나의 스트레스의 많은 부분은 이 통제 욕망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그걸 깨닫고 나서는 그것을 덜어내고자 애를 쓰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완전하진 않고, 요즘에도 통제 욕망이 차오를라 치면 내가 나를 인지하려고 애쓰면서 다독인다.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야, 라고 내가 내게 말한다. 내 통제 욕망은 현실에서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 내가 통제 욕망이 생겼다면, 그것은 상대가 문제를 해결하기를,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러나 이 생각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는 데에 있다. 반다나 시바와 마리아 미즈의 <에코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그 때 나는 내 통제 욕망에 대해 깨달았고 마찬가지로 잘못된 욕망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 후에 통제 욕망이 찾아들라치면 나를 다스리면서 내가 생각하는 건 나에게만 최선이다, 라고 재차 되새기고 있다. 내 스스로의 분석에 의하면, 그러나 소설속에 들어가 내가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흡수해버리는 것은,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내가 알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좀 더 연구해볼 문제다. 아무튼, 통제 욕망을 버려야지.


오은영 선생님은 이 영상 속에서 '강박의 뒤에는 언제나 불안이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일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몇 개의 강박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 뒤에는 분명 불안이 존재했다. 이건 내가 자라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주 많이 극복했지만, 그러나 어김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건 사라지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다는 것,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것보다 도움이 된다. 나는 잠들기 전에 나를 다독이고 다스릴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지금보다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내가 나에게 얘기해준다.




아무튼 소설 읽는 나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이대로 괜찮은가... 그런데 뭐, 나쁠 건 없지 않나..... 내가 사랑하고 내가 헤어지고 혼자 다 하는데 뭐. 아, 섹스도.... 흠흠.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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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4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2-10-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구와 통제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 다락방님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군요?
사유라는게 그래서 중요한가봐요. 제 친구도 저도 스스로의 통제욕망에 대해 어느정도는
인지하는데 제어하지 못하는 통제욕망과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통제 욕망도 있어서 뒤에것들이
괴로움을 안겨주곤 한다고요. 저도 마리루티가 넘 좋아지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본인의
타고난 성질. 즉 기질을 수용해야 한다는 말에서 위로와 치유받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런 측면에서 통제욕망도 기질의 한 측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 통제 욕망에 불안감이 많이
내재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통재하는 거라고, 그래서 독재자들이
타인을 억압하고 구속해도 늘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결국 사유를 계속하는것만이 스스로 만든 통제 욕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길인가 싶고요.
기질적 측면에서 그 과정을 너무 혹독하게 생각하진 말자 어느정도 받아들이자 하고 있어요.
아무튼 다락방님의 연구를 응원합니다. 다락방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다락방 2022-10-14 14:18   좋아요 1 | URL
저는 제 통제욕을 인지하고나니 다른 사람의 통제욕도 보이더라고요. 제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그것에 대해 정확히 어떤 것이다 짚어낼 수 없었던 부분이 일정부분 통제욕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통제욕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통제욕 강한 사람을 보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부딪치게 되는 거예요. 나도 통제하려고 하고 상대도 통제하려고 하고. 저는 이제 그걸 놓고 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통제욕망을 맞닥뜨리면 갑자기 또 훅 올라옵니다. 삶이란 것은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과정인가 봅니다.
통제욕망을 인지하면 그것을 다스리려는 노력을 할 수가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인지하지도 못하면 다스릴 수가 없죠. 그저 ‘이게 더 나은길인데 왜 다른데로 가는거야!‘하고 답답할 뿐이죠. 저는 정말 저 잘난줄로만 알다가 <에코 페미니즘> 읽을 때 뒷통수를 너무 세게 맞았어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누구의 기준인가. 이래서 책이 중요한가 봅니다.

제 글이 미미님을 사유하게 했다면, 그건 미미님이 사유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미미님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후훗.

2022-10-14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0-14 1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글 너무 좋아요! 마리 루티 이야기도 좋고 공부 이야기도 좋고, 방역 이야기도, 통제욕망 이야기도 좋구요. 이번주에는 오래 기다렸는데, 다락방님 글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마리 루티 신간을 읽고 있는 저로서는 (흠흠) 마리 루티의 그런 어린 시절의 환경과 그의 노력이 그의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어메리칸 드림을 결국, 이뤄낸 사람으로서요. 핀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마리 루티가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그리고 캐나다의 교수가 되는 그 모든 과정이 그걸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무지와 게으름, 그리고 악에 대한 다락방님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에 대한 대답이 그 속에 숨어있다고도 생각하고요. 또 개인으로서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사유를 불러오는 좋은 질문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다락방 2022-10-14 14:2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 님께 이 글 너무 좋아요! 라는 댓글을 받으니 오늘은 특히 더 행복해집니다. 글 쓰는 제 스스로가 막 좋고 자랑스러워지고 그래요. 오늘은 유독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사람은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해, 특히나 나는 더 글을 쓰면서 살아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님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다락방은...음, 춤 말고 뭐하지? 여튼 다락방에게도 뭔가 하게 하시는 분... 음..... 책장 정리를 할까요? (아니라고 이내 고개를 젓는다)

저는 마리 루티 신간을 사두었고 그걸 읽기 전에 사두고 안읽은 책을 읽으려고 남근선망 읽었는데요 아 너무 좋았어요. 제목만 보고 남근선망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글만 잔뜩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그런 얘기 나와서 진짜 너무 좋고 이 사람 너무 대단하네, 이런 글을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이 더 읽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습니다. 단발머리 님이 이 책 너무 좋아서 두 번 읽었다고 하신게 막 이해됐어요. 아아,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막 이렇게 마음속으로 단발머리님께 텔레파시 보냈는데 혹시 받으셨어요?


저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대학 졸업할 때 진짜 점수도 엉망진창이었고 논문도 쓰레기였고.. 그러니까 제 이십대는 정말 그냥 엉망진창 그 자체의 시간이었는데요, 지금이라면 잘 준비해서 논문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그건 어느 순간까지는 성폭력에 대한 것이었거든요. 제가 여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계속 생각하고 또 책도 읽고 그러다보니 성폭력이 인생의 풀어야 할 숙제, 과제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것을 포함하는 게 바로 게으름과 무지 그리고 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성폭력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거든요. 내가 너랑 섹스하고 싶고 너에게 욕망을 느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계를 시작하고 또 유지하고 서로에게 끌려야 한다 라는 과정까지 나아가지 않고 그 모든 과정을 싹둑 잘라버린 채, 너는 내 욕망의 대상이고 나는 해소하겠다, 로 가버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의 애쓰지 않음(게으름), 생각하지 않음(무식), 그렇게 오는 악(성폭력) 에 대해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 이번주말까지는 생각을 그만하자고 생각했는데 댓글 쓰다가 또 생각을 하고 있네요....

건수하 2022-10-14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인의 감정이 이해가 안되면 괴로워하다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편이에요.
통제 욕망은 이해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생기는 것일까요? 그래도 타인의 감정을 흡수한다는 건 공감능력이 뛰어날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락방 2022-10-14 14:34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 타인의 감정이 다 이해될거라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아 저 사람은 저게 좋구나, 저게 싫구나, 저기에 열등감을 느끼는구나.. 이 모든 걸 다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는 한데요, 그게 막힐 때가 남자들의 여성대상 성폭력이었어요. 도대체 왜 불법촬영을 해서 여성의 신체를 봐야하는지, 왜 여성들의 얼굴을 합성해서 음란물을 제작하는건지 거기엔 뭐가 있길래 그러는건지, 여자들 화장실 간 걸 몰래 봐서 뭐하려는건지, 그걸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애를 쓰다 보니 이해가 되는게 아니라 그것은 악이고 게으름과 무지에서 비롯됐다, 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아, 통제 욕망으로 돌아가야지

제가 통제욕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오만함도 한몫한다고 보여집니다. 아니 사실 그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 내가 생각하는 정답이 있는데 상대가 어긋난 길로 가는듯 보일 때, 내 통제욕망이 발휘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분명 ‘선의‘에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라고 보면 늘 그런 것도 아니고요, 사실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선의 보다는 내 기준의 강요가 아닐까 합니다.


잠자냥 2022-10-14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 정말 자뻑이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최재천 교수 책 읽다가도 내가 혹시 수학천재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 1도 안 들던데 그런 생각이 들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내 땡투 잘 받아여, 미래의 대 수학천재여~

다락방 2022-10-14 14:35   좋아요 1 | URL
저는 초조합니다. 몹시 초조합니다. 내 안의 수학천재가 제대로 발견되지 못하고 있을까봐 초조하고 또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잠자냥 님의 땡투 잘 받아서 책 살게요, 또!!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4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잠자냥님, 저도 사실 살짝 수학천재 다락방 고모님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지만, 잠자냥님처럼 대놓고 ˝ㅈㅃ˝이라고 쓰지는 못했는데 ㅎㅎㅎ두 분의 캐미는 질투나게 강력합니다요!!! 훈훈~~땡투까지 날려주시는 더욱 훈훈한 마무리!! 부러워요. 두분 우정 ㅎ

다락방 2022-10-14 14:36   좋아요 1 | URL
제 안에는 수학천재를 열망하는 부분이 일정부분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수학천재 보면 좀 반해요...(응? 이게 아닌가? ㅋㅋㅋㅋㅋ)
잠자냥 님과 저는 땡투로 서로 돕고 삽니다. 이것이 서민이 사는 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14 15:04   좋아요 1 | URL
웬만한 갈굼도 무너뜨릴 수 없는 땡투로 맺어진 사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10-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0-14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천재일 수도 있었을 것!!!
저는 그 부분 빵~ 터지면서도 어느 정도는 무척 일리있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고개 끄덕끄덕!!!
그럴 수 있죠!! 맞아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자랐다면 우린 어떤 재능이 간택당하여 내적으로 폭발? 했을지도 모를 일이죠!!ㅋㅋㅋ
이런 부분들 유쾌해서 좋아요^^
근데 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에 4 개나 해당되어 깜놀했는데, 영상을 보고 또 좀 놀랐네요. 며칠 전, 지인과 우울증에 관한 대화를 했었어요. 지인은 늘 긍정적인 사람이고, 씩씩한 사람이라 늘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몇 년 전 우울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본인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상담 받으라는 진단을 받았었다더군요. 지인은 먹고 살기가 바빠 무시했었는데 얼마 전, 갑자기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다가 순간 이게 우울증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본인이 너무 가엾어서 한참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는데...집에 돌아와 며칠동안 든 생각이 본인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마음을 회피하고 부정하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도 약간 일맥상통하는 것도 같고, 통제욕망이란 단어도 다른 듯, 비슷한 듯...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네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다스리는 것! 그게 쉬운 듯 하지만, 때론 가장 어려운 일인 것도 같아요. 에혀~
근데 지금 이게 일맥상통하는 얘기가 맞는 건가요?ㅋㅋㅋ

다락방 2022-10-17 09:51   좋아요 1 | URL
이게 단순히 많이 웃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내면이나 정신 상태가 건강한건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표정을 잘은 아니더라도 감출 수도 있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일일이 말하며 사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감정에 솔직하게 표정을 짓고 말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나을 것이라는게 지금 저의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상처 입히지 않으려면 거기에 생각하고 사유하고 성실해지기가 있을 테고요.

얼마전에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고 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크게 보면 악으로 가지 않는 길이고 작게 보면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한 길이고요. 책나무 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앗차 하는 순간 손에서 놓게 되기도 하는 것일테죠. 저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스스로를 향해 ‘자, 이런 감정이 찾아들 때 나는 어떡하면 좋은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 같아요. 자, 좋은 그림을 볼래? 좋은 글을 읽을까? 햇볕을 보면 어떨까, 사람을 만나볼까? 등등 끊임없이 물어보고 시도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맞는 어떤 방법이 찾아지는 것 같아요. 운동이나 공부도 그중 하나가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저는요 책나무님, 기분이 아주 다운되는 어떤 날에는, 아주 잘 쓴 글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냥 나아져요. 그런걸 찾아가면서 살도록 합시다, 책나무 님!!

독서괭 2022-10-18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고 어른 되어 공부 안 하고 게으르고 편협하게 사는 사람이 많잖아요. 지금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다락방님이 훨씬 멋진 거 아닐까요?^^
아니, 나 자뻑 천재 다락방님, 어쩌면 수학 천재일지도 모르는 분에게 불필요한 말씀을 드리고 있군요.. 이미 나는 멋져 하고 계신 분에게 ㅎㅎㅎ
공감에 대한 오은영 선생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저는 양희은 선생님의 ˝그럴 수 있어~˝가 공감의 마인드라고 생각하거든요. 흠.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완전히 빠져서 읽는 게 더 재미있지 않나요? 근데 저는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피곤해서 그런가 ㅋㅋ
아무튼 수학천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 수학자 허준씨도 학교다닐 때 특별히 잘하지 못했다잖아요? 우리나라 교육이 워낙 학문의 본질과 어긋나 있으니, 다음 생애엔 수학자의 길에 도전하시는 걸로..

다락방 2022-10-19 10:17   좋아요 1 | URL
아니 독서괭 님, 그렇지만 허준이 교수와 제가 수학을 못했다고 하는 것은 그 기준치가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말씀하신 뜻은 제가 잘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제 안에 수학천재 있는 걸로.. 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공부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있는 한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학창 시절에 대해 곧잘 후회하거든요. 그런 후회 앞에 제 친구중 한 명도 독서괭 님처럼 제게 말해주곤 했어요. 학교 때 공부 잘했던 애들이 지금 좋은 직장에 들어가긴 했지만 너무 편협한 인간이 되어 있다고요. 어쩌면 저의 자뻑 기질은 어릴 때 공부 잘했다면 지금의 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두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저 잘난맛에 사는데 심지어 공부까지 잘했으면..와우- 어마어마한 빌런이 됐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나마 신이 저를 사랑해서 어어~~ 얘 공부까지 잘하게 만들어놓으면 하염없이 질주한다, 공부는 빼, 라고 하신게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소설 이렇게 읽는 저를.. 어쩔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소설의 바다에 나를 맡겨 둠칫 두둠칫..
 
남근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 ‘명색이 페미니스트’ 마리 루티의 신랄하고 유쾌한 젠더 정신분석
마리 루티 지음, 정소망 옮김 / 앨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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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지원이 전무한 환경에서 토론토대학의 교수가 된 마리 루티의 삶을 읽노라면 격려와 희망과 절망과 낙담과 용기까지 모든 감정이 복합적으로 찾아온다. 이론적으로는 모든걸 깨달았지만 그러나 행동적으로는 온건할 수밖에 없는 지점도 안타깝지만 이해 못할 바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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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겨진 눈 아래에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정도경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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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로지는 읽고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앤솔로지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건 쓰고 싶어서 쓴 게 아니라 써야 되니까 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잘 안읽는데 이 책의 단편 하나가 궁금해 읽었고 그 단편도 별로였고 역시 앤솔로지는 앞으로도 나는 좀..
앤솔로지 좀 싫어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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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0-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엔솔로지 싫어합니다. 절대 내돈내산 안 합니다. 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다락방 2022-10-14 14:09   좋아요 0 | URL
아 저 앞으로도 안읽게 될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골드문트 님, 반갑습니다!!(손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난티나무 2022-10-15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사놓고 안 읽었는데 별로군요.ㅠ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ㅎㅎㅎ

다락방 2022-10-17 09:46   좋아요 0 | URL
어느 순간 작가들이 다들 자기만의 82년생 김지영 쓰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제가 문학에 기대하는 것은 그 이상인데 말입니다.
 
죽어야 사는 여자 - [할인행사]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 브루스 윌리스 외 출연 / 소니뮤직(DVD)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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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연속성이라는 것은 어느날 나의 어린 조카들을 보고 깨달았더랬다. 한쪽이 늙어가고 그러나 한쪽은 태어나 성장하고 그렇게 삶은 연속되는 거라고. 영화속에서도 결국은 그걸 말해주지만, 그런데 어휴 영화 너무 무섭고 밥 먹을 때 보면 밥맛 떨어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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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두 번의 큰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 아빠의 입원도 그리고 수술도 처음은 아닌 터라 그렇게 걱정되거나 긴장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아빠를 두고 돌아다오는데에는 눈물이 나더라. 게다가 전신마취와 극도의 고통으로 인해 일시적 치매가 찾아올 거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얘기도 들은 터라 걱정은 더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는 내내 우셨다. 우리는 모두 남동생네 집으로 갔는데 남동생네 집에 가니 지난번과는 또 다르게 훌쩍 성장한 아가 조카가 방긋 웃으면서 제 할머니를 할미 할미 따라다녔다. 우리는 또 모두 함께 웃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누군가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은데 또 어느 누군가의 존재는 점점 커진다. 아빠가 수술을 무사히 받고 나오시길 바라고 회복되길 바라면서 그간 아빠에게 내가 너무 못된 딸이었던 것 같은 생각에 괴로워졌다. 그런 한편 내내 울던 엄마가 아가 조카의 존재에 웃는 걸 보면서 시간이 흐른다는 단일한 진실 앞에 오직 인간만이 저마다의 이유로 상실과 고통 그리고 행복과 축복을 느끼는구나 했다. 그리고 여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윌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런 윌을 지켜보는 루이자의 이야기를 읽는다.



지난주 우리가 읽어야 할 분량에서 드디어 루이자가 윌의 안락사 결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루이자의 마음은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찾아오며 괴로워진다. 영어로 천천히 읽었기 때문일까. 그간 나는 윌에게 정이 들어버려서, 이 결정을 알게 되는 루이자 때문에 울고 싶어졌다. 이제 어떡하지. 나보다 더 윌에게 정들었을 루이자를 어떡하지. 그런 한편, 오늘 출근하면서는 번역본으로 이번주 할당량을 시작했다. 윌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자식의 사고와 그리고 안락사 결정을 마주하는 엄마의 마음.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지점이었다. 그러니까 자식의 죽음이 고통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 자식이 나에게 그저 지금의 어른 윌로서만 보이는게 아니라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순간들과 그 순간들이 가져온 그 수많은 감정들, 그 모두가 윌이었던 거다. 윌의 엄마에게는. 그런 엄마가 윌의 안락사 결정을 듣고 그 결정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때, 그 때는 어째야 하나. 나는 오늘 이어폰을 통해 이 책을 들으면서 또 울고 싶어졌다.




몇해 전 처음 읽었을 때는 이 책이 잘 쓰여진 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재독을 하면서 '잘 썼구나' 했다. 무엇보다 내 팔과 다리를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과 불편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다. 당사자가 아니면 이렇게나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구나. 루이자는 윌을 지켜보면서 윌의 불면에 대한 걸 알게 된다. 다음날 피로가 겹겹이 쌓인 눈을 보며 루이자는 생각한다. 밤에 잠이 안와도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그저 누운 그대로 그 밤을 지새야 하는 것에 대해서. 불면은 그 자체로도 불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인데, 그런데 오로지 뜬 눈으로 그리고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불면을 맞이하는 것은 얼마만큼의 불편일까. 그러게, 미처 생각도 못했어.


어제 친구는 이 영화의 어느 한 클립을 보내주었다. 영상 속에서 루이자는 슬픔과 서운함으로 윌을 두고 돌아서고 있었다. 나는 남겨진 윌을 생각했다. 저기에 저렇게 저 사람 두고 가면 어쩌라는건가. 오늘 아침 읽은 책의 분량에서도 엄마가 윌을 두고 나오면서 자신은 자신의 마음대로 윌을 두고 나올 수 있음에 대해 언급한다. 그저 돌아서 나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조조 모예스가 보여주고 있다. 조조 모예스, 잘 썼구나.



이 책을 같이 읽는 친구와 윌의 선택에 대해 얘기 했었다. 윌의 입장에서는 안락사가 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우리 둘다 뜻을 같이했지만, 그리고난 후 뻗어나가는 생각들은 다른 방향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윌의 선택을 이해하고 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장 아메리의 자유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만약에 나라면? 을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바로 단호하게, 고민 없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택할 거야' 라는 답이 나왔다. 그러나 이 답은 나온 후에 그대로 머물지는 못했다. 그 다음에 대해서는 윌과 나의 상황이 달랐으니까.


윌은 부자였다. 자신이 일을 잘 해서 벌어들인 돈도 있지만 애초에 부자였다. 돈을 많이 가진 그리고 사회적 지위도 가진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윌이 치료받고자 한다면 그 모든 지원을 해줄 부모가 윌에게는 있었다. 지금도 윌의 부모는 간호사를 고용하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눌 정신적 파트너인 루이자도 고용한다. 윌의 부모는 윌을 위해서 병원비도 대줄 수 있고 집에 별채를 마련할 수도 있고 윌을 위해서라면 최상의 도움을 줄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윌이 삶을 선택한다해도, 윌의 마음만 아니라면, 문제될 게 없는 거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달랐다. 내가 윌과 같은 상황에서 삶을 선택한다면, '그 다음은?'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나는 윌의 부모와 같은 부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윌만큼의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쉽게 말해, 나는 돈이 없다. 윌이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지원을 나는 받을 수 없다. 나는 좋은 병원에 들어갈 수도 없고 나를 위해 일해줄 좋은 간호사나 보호사를 고용할 수도 없다. 설사 고용할 수 있다 해도 어느 순간 그만둬야 할 것이다. 내가 가진 돈은 윌만큼이 아니니까 윌만큼의 질적으로 좋은 간호나 케어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 주변 그러니까 가족 구성원중에 누군가가 나를 케어해야 할 것이다. 나를 케어할 돈도 나 대신 누군가가 벌어야 할 것이고. 내가 선택한 삶은 나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의 돌봄 노동과 경제 노동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다. 그것도 보통의 경우보다 더 심하게, 더 많이.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삶은, 그것이 더 나은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살고자 함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 더 고통스러운 삶을 준 것은 아닌가. 아니 그래도 사랑하는 네가 살아있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해, 그렇게라도 살아줘, 라고 언제까지나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하다 보면, 내가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나는 나 아닌 사람들의 힘든 시간들을 지켜보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내 결정에 후회하게 되진 않을까?

막상 다른 가족을 놓고 본다면 나는 기꺼이 돌봄노동과 경제노동을 자처하겠지만, 그러나 내가 돌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마음이 몹시 불편해진다.

아 몹시 괴로워지는 것이다. 



예전에 원수연의 만화 <풀하우스>에서 여자주인공 '엘리'가 자신의 집에 이미 살고 있는 '라이더'(주인공들 이름 정확히 기억 안남)를 보며 이렇게 생각하는 장면이 있었다. '내 것을 찾는게 당신 것을 빼앗는 것이 되었네' 라고. 내 삶이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버리게 되는 거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은 소중하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 몹시 괴로워진다.



책 산 얘기나 해보자.

책을 샀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일전에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평이 별로 좋지 않았던 걸 기억해 제껴두고 있었는데 최근에 이 책이 소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오, 소설이었어? 흐음 그렇다면 읽어보자. 내가 생각하기에 내 독후감도 그 분과 별다를 바 없을 것 같지만(보면 소설 읽은 감상이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도 히틀러 관련 해서 하나씩 뽀개보자.


《가치 있는 삶》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마리 루티'의 책이다. 마리 루티의 책이라면 그간 두 권을 읽었고 지금은 마리 루티의 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을 읽고 있는데 정말 너무너무 좋다. 다만, 다소 온건한 것 같아.. 그 점이 살짝 아쉽지만...


《오늘을 잡아라》는 장바구니를 결제하기 바로 직전, 짧게 이 책을 읽다 감상을 남기신 알라디너 b 님 덕에 부랴부랴 구매하게 됐다. 평소 신뢰하는 리뷰어분이라 뭐 고민할 게 없었다. 


《정치적 올바름》은 강준만의 책. 그간 읽어본 강준만의 책들이 나는 좋았고 이번 책도 어쩐지 그럴 것 같다. 아직 읽어본 것도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나 짜증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러나 '이렇게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나'에 취하는 건 너무 싫은데, 바로 그 지점을 얘기해주지 않을까 싶다. 나는 행동에서 보여지는 그 사람을 신뢰한다, 그렇게 '보여지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피씨한 나, 에 취한 인간들이 너무 싫다.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는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뭐, 다른 책은 안그랬냐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일전에 읽고 아마도 뭔가 감상을 남겼을텐데, 내가 그 때 놓친게 있었던 것 같아서 다시 읽어볼라고 다시 샀다. 제기랄..


《숭배와 혐오》도 읽어보고 싶어서 샀다. 물론 다른 책들도 읽기 싫지만 산 건 아니다.


《어두운 시대의 삶》은 한나 아렌트 라서 샀다. 한나 아렌트 일단 닥치고 사고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도서관엘 갔다. 내가 사려고 한 책들이 이미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는 이런 책들을 빌렸다.


















《감겨진 눈 아래에》는 여자가 군대에 가는 단편이 있다고 해 어떤 이야기를 하나 싶어 빌려왔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짐작하건대, 내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악과 게으름 그리고 멍청함과 연관된 글일 것 같아서 빌려왔다.


《중독 사회》와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는 둘다 구매할 의사가 이천프로 였는데 품절이어서 빌려왔다.




그리고 또, 다른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나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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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0-12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수술 잘 받으시고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바래요!

다락방 2022-10-14 10:01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그레이스 님. 첫번째 수술 잘 마치셨고 두번째도 잘 이겨내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따라쟁이 2022-10-13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도할게요.

다락방 2022-10-14 10:01   좋아요 3 | URL
여러분들이 기도해주신 덕분에 첫번째 수술 잘 마치신 것 같아요. 두번째도 잘 이겨내시라고 기도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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