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곤은 죽어서야 황제의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 몇년 동안뿐이었다. 여섯 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순치는 스무 살에 이르러 친정을 선포했는데, 명실상부 황제가 된 순치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이미 죽은 도르곤의 완전한 제거였다. 도르곤이 생전에 역모를 꾀했다는 고변이 올라왔고, 순치는 기다렸다는 듯 그 고변을 받아들였다. 고변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올라왔으나, 뜻은 순치의 것이었다.순치는 죽은 지 오래된 도르곤의 시체를 파헤쳐 뼈와 문드러진 살에 가죽 채찍을 내리치게 하고, 모가지를 자르게 했다. 부관참시였다. 시체의 모가지는 저잣거리에 매달렸다. 그에게 바쳐졌던 모든 존호는 사라졌고, 가산은 적몰되었고, 가솔도 죽거나 유배에 처해졌다. (p.330)















삼국지에서도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그들이 자신의 적을 처벌할 때, 그 당사자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적의 '삼대를 멸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삼대를 멸하다니. 그게 할 짓인가? 당사자만 처벌하면 그의 자식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더라도 '삼대를 멸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 책, 『소현』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를 파헤쳐 때리고 모가지를 자르다니. 게다가 이미 죽은 사람인데 그의 가솔마저 죽이다니. 대체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아주 오래전의 일이니 그저 그때 당시에 내가 그곳에 살지 않음을 다행이라 여겨야만 하는걸까.

물론 이것이 비단 청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조선의 일이기도 했다.

세자가 세상을 뜨고 한 해 후에는 세자빈 강빈이 임금을 저주했다는 혐의를 입어 사약을 받았다. 이때에 세자의 세 아들도 모두 유배형에 처해졌다. 한때는 원손이었고, 아비가 살아 있기만 했다면 세손이 되었을 것이며 임금의 자리에도 올랐을 석철은 그의 동생 석견과 함께 제주에서 굶어 죽었다. 그때 석철의 나이 겨우 열두 살이었다. (p.332)

무려 임금의 손자인데 '굶어' 죽었단다. 열두 살의 나이에. 이 아이가 큰 범죄를 저지른게 아니라, 이 아이의 아버지가 '반청'이라는 임금 자신의 의지에 반하였기 때문에.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으며 억울한 마음 한 번 품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있을까마는, 소현 세자에 있어서만큼은 그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간을 머물러야 했고 그 사이에 조선에는 단 두 번 다녀갔을 뿐이다. 게다가 조선에 다녀갈 동안에는 자신의 볼모자리에 고작 열 살도 안된 자신의 아들이 대신 와 있어야 했다. 묵묵히 그 시간들을 참고 억누르고 견디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환국하게 되었지만, 조선에 돌아간지 2개월후에 죽고만다. 삼십대 중반이었다.

후아- 이게 조선의 일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작가가 거기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꾸며냈을지언정, 소현 세자가 볼모로 잡혀갔던 일, 8년을 거기에 머물렀던 일, 조선으로 돌아오자마자 죽어버린 일, 이 모두는 거짓이 아니란 말이다. 



















이 책의 배경은 스탈린 체제의 구소련이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했는데, 이제 막 스탈린이 죽었는데, 아, 정말 미치겠다. 이 책은 초반부터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읽다가 중단하는 상황이 몹시 짜증난다. 출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딘가로 도망가서 조용히 앉아 이 책을 읽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고작 내가 말할 수 있는 감상이란 것이


'내가 스탈린 체제의 구소련에 살고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것 뿐이다. 아, 한심해, 정말. 그런데 진짜 이렇게밖에 말을 못하겠다.


이 책은 엄청나게 재미있다.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았으니 그 분량들이 재미를 더할지 혹은 실망을 줄 지는 알 수 없지만, 절반만 읽은 지금으로서도 다른 모든 미스터리 책들을 압도한다. 그래, 스노우맨도 이 책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따위는 오, 어림도 없다. 



게다가 남자주인공인 레오(레오 레오)의 갈등과 고민을 보는 것이 좋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그는 현 체제에 충실하지만, 자꾸만 의심이 든다, 아니지 않나,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혹시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닐까. 그 누구보다 국가에 충실해서 국가요원으로 빠른 승진을 하는 그이기에 더더욱이 이런 의심은 그에게 위험하다. 아, 흥미진진해. ㅠㅠ




지난 주말에는 영화를 봤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이 영화가 딱히 '좋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왜? 임수정이 미인이라서. 그러니까 무슨 얘긴고 하니,


영화속에서 여자에게 남자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는 이유는 여자가 '예뻐서'였기 때문이다. 제가 밥 사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미인을 만나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죠." (당연히 정확한 문구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런 뉘앙스다. 뭐 다른 뉘앙스일수가 없잖은가!)


이 여자는 결혼 후 7년이 지났는데, 옆집에 사는 남자로부터 또(!!) 이런 말을 듣는다.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미인을 만나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나도 미남을 만나면 기쁘다. 좋다. 웃게 된다. 심한 경우엔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남이 아닌 남자에게


"당신 같은 미남을 만나다니 제가 운이 좋죠" 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뭐, 자만할까봐 미남에게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빈말로 '미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예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예쁜 여자에게 그것은 빈말이 아니고 당연히 찬사가 되지 않는가. 임수정이 미인인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내 남동생도 아는 것. 예쁜 여자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터, 실제의 상황에서 누군가 아름답다고 말하면, 그들은 이미 '내가 좀 그렇지'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영화는 터프한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녀를 사모해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까지 만드는 순수한 남자가 등장한다. 동시에 그녀는 두 남자로부터 사랑받게 되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를 남몰래 짝사랑해오던 여자의 '친구'는 이 상황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하는건 짝사랑에 불과하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은 다른 남자로부터 또 사랑을 받고.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몰표의 부당함."







영화 『사과』에서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의 끈질긴 구애를 받는다. 같은 빌딩내의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남자가 바로 그인데, 그녀는 한 날, 그렇게 물어본다. 대체 나한테 왜이러느냐고. 나 남자친구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그러자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빌딩에서 당신이 제일 예쁘잖아요."







그러니까 내 말은 예쁜 여자에게 당연히 몰표가 가고, 그 몰표는 부당하다....뭐.............그런거? ( ") 나는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여자주인공에게는 전혀 감정 이입을 하지 못했지만, 여자의 친구에게는 감정이입이 오만프로 됐다. 몰표의 부당함.



『내 아내의 모든것』을 보고나서 나와 친구들은 임수정의 피부에 대해 말했다. 피부 봤냐고, 광채가 난다고. 나는 말했다. 옥을 으깨서 광대뼈에 바른 것 같다고. 어쩌면 피부 빛깔이 그렇게 예쁘고 또 빛날 수 있는거냐고. 정말 그랬다. 영화 보는 내내 임수정의 피부가 반짝거리는거다. 에스케이투....를 써서 그런건가? 나도 이제 내 화장품을 에스케이투..로 바꿔버리면 옥을 깨부셔서 광대뼈에 바른 듯..하게 될 수 있을까? 에스케이투..로 모든 화장품을 바꾸면 화장품 사는데 카드를 긁고 할부를 한 이십 개월..해야 하는걸까? 그렇게 한 번 해볼까? 그러면 '당신이 이 빌딩에서 제일 예뻐요'란 말을 들을 수 있게될까? 후아- 난 지금 화장품이 다 떨어졌고, 화장품 살 돈은 없어서, 샘플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데.....orz




조퇴하고 『차일드 44』 읽고싶다.





우앗. 방금 친구가 알려준 오늘 하루 알라딘 특가상품, 사이드 테이블!!


침대에 앉아서 넷북 하거나 책 볼 때 완전 유용하겠다 싶어서 당장 결제했다. 캬 >.<

그동안은 침대에 앉아서 책 볼 때 자꾸 졸았는데, 책을 이 테이블 위에 두고 보면 안졸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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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을수가 없잖아!
    from 마지막 키스 2012-05-24 23:58 
    김인숙의 『소현』에서도 몇 개 오타가 있었지만 책 한 권에 몇 개의 오타쯤이야 그냥 넘기는 편이기는 하다. 나는 (내 생각에) 그리 까다로운 독자는 아니다. ( ") 방금전까지 『차일드 44』를 읽고 있었다. 이 책에도 오타가 한 두개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전에 읽은 소현에 대한 것인지 이 책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정말이지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 321 페이지에서 나는 이런 오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그
 
 
야클 2012-05-2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레오'라는 남자주인공 이름에 참으로 약하시군요. '새벽 세시, 배가 고픈가요?'라는 소설의 남자주인공 이름도 아마 '레오'였지요?
2. 사이드테이블은 책 읽을때 맥주나 과자 올려 놓고 먹기 좋겠군요.
3.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에스케이원 화장품도 있나요?

다락방 2012-05-24 13:32   좋아요 0 | URL
1. 그러게나 말입니다, 야클님. '새벽 세시, 어김없이 배가 고파요'라는 소설속의 레오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진 모두를 사랑하는가봐요.
2. 사이드테이블이 오고난 후의 제 생활이 기대되요. 머그컵에 와인을 가득 따라두고 책을 읽어도 좋을것 같아요. 우하하하.
3. 글쎄요, 투가 있으니 원이나 쓰리도 있지 않을까요? ( ")

레와 2012-05-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잘생기면 모든게 용서(?)되는 세상. 쳇. 흥.


술 마시자!!

다락방 2012-05-24 16:04   좋아요 0 | URL
술!!

네꼬 2012-05-24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님, 하하하. 테이블 말이에요. 지금 이거 하루 특가라는 거 보고, 어? 이거 다락님 좋아하겠다! 하고 상품 상세 설명 봤는데 맨끝에 다락방님 페이퍼 달려 있는 거 있죠. ㅎㅎㅎㅎㅎ (나 진짜 네꼬임)

다락방 2012-05-24 16:17   좋아요 0 | URL
난 왜이렇게 파악이 쉬운 여자지? 하루특가보고 말해준 이가 울 회사 동룐데 보자마자 지르면서 나한테 말해준거거든요. ㅋㅋㅋㅋ 옛날에 퍼실세제 하루특가할때도 울 회사 동료가 이거 엄마 사다드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살만한것만 말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왜 뻔질나게 알라딘을 드나들면서 하루특가 뭐하는지 쳐다보지도 않지? 왜 다른 사람이 말해줘야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aviana 2012-05-2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케이원을 써도 절대 안돼요 . 흑흑. 그냥 맛난 돼지껍데기 사 드세요.

다락방 2012-05-25 10:00   좋아요 0 | URL
돼지껍데기라면 이미 충분히 먹고 있는데.........돼지살까지도..........어제도 먹었는데........................근데 전 왜이래요? orz

가연 2012-05-2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님은 화장품만 바꾸시면 이 빌딩에서 가장 아름다우세요, 라는 말씀을 들으실 수 있는 거군요.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느...ㄴ 그러니까 제 상상속의 다락방님은 미, 미녀로... 아휴, 정말 다락방님 같은 미인 서재 이웃을 둬서 정말 운이 좋네요ㅎ

다락방 2012-05-25 10: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 교묘하게 제가 은근한 미인이라고 밝힌......꼴인가요? (라고 쓰면 정말 은근한 미인같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가연님과 온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결코 얼굴 보는 일은 없어야 겠어요. 환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아름답죠. 가연님 상상속의 다락방이 미녀라면.........그게.............음............그걸 부수고 싶질 않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가연님 처럼 멋진 남자사람을 서재 이웃으로 둬서 울트라캡숑나이스짱르로 기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05-28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28 22:07   좋아요 0 | URL
줄게요 줄게요 가스라기 줄게요!!

2012-05-28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2-05-2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저두 야클님 1번과 같은 생각^*^ 참고로 울 아들 성당 세례명도 레오예요~~
에스케이투. 요즘 피부도 안좋은데 면세점에서 젤 인기 있는 그거 하나라도 바꿀까봐요.

다락방 2012-05-25 10:02   좋아요 0 | URL
우앗. 세례명이 레오라니~ 앞으로 자라서 멋진 에미를 만나겠어요! >.<

에스케이투 안사셔도 되요, 세실님은. 이미 충분한 미인이시라 말이죠.

프레이야 2012-05-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터졌어요. 에스케이투 때문에요.ㅎㅎ
에스케이투 저도 하나 써요. 티페라 에센스 ㅋㅋ 그래도 임수정표 피부는 안 된다능 ㅎㅎ
임수정이 스스로 그랬다잖아요. 피부에 돈 엄청 들인다고.. ㅠㅠ 세수 하기도 귀찮은데요..흑..
저는저는 류승용이 넘 좋아요. 히힛~~ 다락방님^^

다락방 2012-05-28 19:26   좋아요 0 | URL
네,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임수정은 피부에 돈 엄청들인다고. 돈 엄청 들이기도 해야겠지만 타고나기도 해야하는 것 같아요. 전 타고나지도 못했지만 돈도 엄청 안들여서. 흑흑. 피부가 예쁘면 얼굴이 더 예뻐보이는데 말입니다. 흑흑 ㅜㅜ
 
욕조가 놓인 방 작가정신 소설향 23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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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처속으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변명을 만들어 내는 나라는 인간, 약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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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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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도 있구나, 인내하고 아프고 그리워만 하다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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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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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흥분되고 흥미롭지만 무슨말인지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아서 머리가 팽팽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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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2-05-2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이런 책도 읽는 거야? 으와아아아아아아...

다락방 2012-05-21 13:15   좋아요 0 | URL
책의 첫장부터 끝장까지 다 넘기기는 했지만 '읽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 부끄러워요. 팽팽- orz

Arch 2012-05-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다락방. 저도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그래서 막 리뷰를 팍 ^^

다락방 2012-05-21 15:32   좋아요 0 | URL
네, 이거 몇 번 다시 읽어볼까 해요. 그러면 수학의 천재가 될 수 있을까? ㅋㅋㅋㅋㅋ

근데요 아치, 주말 만남에 대한 후기는요? 응? 나 기다리고 있는데?

2012-05-27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30 17:00   좋아요 0 | URL
이 여자는 왜 문자엔 답장을 안하고 댓글만 다는거람. 나 방금 당신한테 문자 보냈다고!! ㅎㅎ

하루 2012-05-22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정말 별로였어요 완전 실망했다구요 이 책 ㅠㅠ

다락방 2012-05-22 10:08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전 처음에 러셀이 유클리드를 배우면서 그게 왜그런지 고민하는 그 부분부터 마구 흥분이 되더라구요. 으앗, 이렇게 해서 수학의 원리를 알아내다니, 대단해! 하면서요.

moonnight 2012-05-2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왘!!! 러셀님을 멋지다하시더니, 이런 (무지막지하게 어려워보이는;) 책도 읽으셨어요? +_+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좌절감만 남을 거 같아서. ㅠ_ㅠ;;;;;;

다락방 2012-05-22 13:44   좋아요 0 | URL
저보다 문나잇님이 훨씬 더 이해를 잘하실거에요. 그리고 이해하시는 만큼 훨씬 더 재미있으실 거구요. 읽어보세요, 문나잇님. 문나잇님의 이과 뇌는(응?) 완전 쫙쫙 흡수할거에요. 저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고..그렇지만 엄청 흥분되더라구요!! >.<

머큐리 2012-05-22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잘 이해가 안가지만...그림은 너무 좋더라는...( ")

다락방 2012-05-22 18:58   좋아요 0 | URL
전 글씨도.....( ")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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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p.127)

 

나에겐 최근까지도 부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다. 그것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을 가져다주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잊을만하면 가끔씩 툭 튀어나오곤 했다. 남동생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닐때면 왜 우리 아빠는 당신의 아들을 아무 직장에나 툭 꽂아줄만큼 사회적 위치가 단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부모가 사회적으로 단단한 위치에 있는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에는 우리 부모님은 그만큼 배우지 못해서 문화적 차이가 있을테니 저 남자와는 금세 끝내버려야겠군,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대학교육까지 받았다는 것, 내가 알파벳을 알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들으면서 이러저러한 의견과 생각을 보탤 수 있다는 것, 그것들을 글로 써낼 수 있다는 것, 그 교육의 과정 모두는 영어단어를 읽을 줄 모르고 사회적으로도 소시민의 위치에 놓인 우리 부모가 한 일이라는 것. 그런 부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 거라는 것을 아주 늦게야 알게됐다.

 

한때는 그런 원망도 했다. 나의 부모가 조금 더 잘났다면 그러니까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부자였다면 어릴때 내게 어떠한 능력이 있는 줄 미리 발견하고 더 큰 사람으로 키울 수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 가족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빠는 '김연아 부모는 좋겠다, 김연아가 잘나서'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남동생은 아빠께 이렇게 대꾸했다. '김연아가 우리집에서 태어났으면 어차피 우리가 다닌 회사에 다녔을걸' 이라고.

 

그 말은 그때 우리 부모님의 가슴을 찢어 놓았을까? 우린 모두 그 때 웃었지만 그 말은 부모에게 상처였을까? 나는 종종 엄마에게 왜 우리는 잘난 친척조차 없어서 내가 고작 이정도의 사람밖에 되지 못하게 한거냐고, 왜 엄마는 엄마와 똑같은 처지의 남자와 결혼했느냐고 내뱉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러게 말이다, 내가 좀 더 잘난 사람과 결혼했다면 너가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라고 하셨더랬다.

 

 

작년에 사주를 보았을 때, 사주를 보아주셨던 분이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 부모가 참 좋다고, 부모자리를 정말 잘 만났다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부모한테 크게 위로 받은 기억도 없는 것 같고 그저 나는 부모를 원망했던 순간들만이 떠오르는데, 그런데 내가 부모를 잘만났다고?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잘난 엄마의 글을 읽게 됐다. 본인이 많이 배우고 본인이 이미 돈이 많았던 엄마. 그런 엄마의 일상이었는데 나는 갑자기 내가 그런 부모를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거다. 내 성격에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부모를 만났다면 나는 자식이지만 늘 기가 죽었을 것 같은거다. 우리 부모는 이만큼인데 나는 왜이렇게 못난 딸로 태어났을까 하는 자책에 시달릴 것만 같은거다. 실제 그런 환경이 된다면 내가 어떤 성격을 형성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나에게는 우리 부모가 최상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 것이다. 나를 이만큼 키워내기 위해서는 우리 부모가 존재해야 했다. 더 거만해지지 않기 위해서, 더 비약하지 않기 위해서, 더 모나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내 부모는 나에게 필요한 최상의 보호자였던 거구나. 내게는 정말이지 이런 부모여야 했구나, 하고. 그래서 친구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때 사주 보시는 분이 내게 부모를 잘 만났다고 했는데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내가 정말 최상의 부모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그러자 내 말을 들었던 친구는 너는 정말 최상의 부모를 두었는데 너가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나는 너를 보고 너와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좋은 부모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 친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오히려 내가 모르고 있었던거다.

 

 

내가 부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겐 '내 아이의 아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 남편'에의 로망이 아니라 '내 아이의 아빠'에 대한 로망. 그는 양복을 멋드러지게 차려입고 출퇴근을 해야할 것, 단단한 어깨와 팔로 아이를 한 손에 안고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교과서나 참고서 혹은 소설책을 내게 들고와서 '이건 왜 그런거에요?' 라고 물었을 때 "네 아빠에게 물어보렴" 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그게 내가 내 아이의 아빠에 대해 요구한 것이었다. 내가 그런 아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아빠를 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그 로망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 로망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나는 바뀌어가고 깨달아가고 있다.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일전에 읽어본 적이 있다. 그 소설은 남자와의 연애를 풀어 쓴 것이었는데 너무나도 솔직해서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알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더이상 아니 에르노를 읽고 싶어지지 않아졌다. 그래서 이 책이 아니 에르노의 책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다른분의 리뷰에서 위에 인용한 저 문장을 보았다. 아, 그녀도 그녀를 이만큼 키워내준 아버지가 가난했구나, 소시민이었구나, 배움에 대해 일종의 경외감마저 가진 사람이었구나, 하는걸 깨닫는 순간 그녀가 지독하게 솔직히 써냈을것이 분명한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써낸 글은 내가 읽기에 적절했다.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솔직히 말해준것이 내게는 무척 유용했고 고마웠다. 그녀같은 여자가-내게는 꽤 큰 위치에 있다고 느껴지는-, 나와 같은 아버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자라는 동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내게는 위안이되었고 또 문제의 해결로까지 느껴졌다.

 

별것도 아닌 일들을 가지고 식탁에서 입씨름이 벌어지곤 했다. 그는 토론할 줄을 몰랐기 때문에, 난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또 그가 먹고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것저것을 지적했다. (p.91)

 

나도 나의 부모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 얼마나 많이 내가 옳다고 생각했는지, 얼마나 많이 '그들은 몰라' 라고 생각했던지. 위 문장을 읽다가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지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을 받게끔한게, 누가 한 일이란 말인가.

 

그는 덮고 있던 이불을 잡아당겨 내가 매트리스를 볼 수 있게끔 해주었다. 쓰러지고 나서 처음으로 주위에 있는 무언가에 관심을 보인 거였다. 돌이켜보면 그때 난 아직 모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병세가 그렇게 깊지 않다는 걸 보여 주려고 그렇게 말한 거였지만, 이렇게 어떻게 해서든 세상에 달라붙으려는 노력 자체가 거기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p.121)

 

내가 나의 부모의 죽음의 시간을 늦출 수 있을까? 그 시간이 닥쳤을 때 내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그들이 편히 눈감을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나에겐 어떤 식으로든 많은 후회가 존재하겠지. 앞으로도 또 후회할 일을 만들겠지.

 

 

마지막 페이지들을 늦추고 싶다. 그것들이 항상 내 앞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p.114)

 

 

 

 

 

나도 마지막 페이지들을 늦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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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2-05-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친구분처럼 늘 다락방 님은 부모 복 있구나 하고 느꼈던 걸 보면, 안 그랬다 하시지만 그 좋은 점 잘 아셔서 글에 나타난 것 같아요. :)

다락방 2012-05-21 13:14   좋아요 0 | URL
앗,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제가 뭔가 잘한것 같아서 뿌듯해져요, 치니님. 힛.
:)

2012-05-21 0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5-20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년쯤 전엔가 <아버지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읽었더랬는데, 제목이 바뀌었군요. 당시 박일문이라는 젊은 작가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자신의 소설에서 거론하는 바람에 찾아 읽었더랬죠. <남자의 자리>라. 영 다른 소설을 대하듯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2-05-21 13:12   좋아요 0 | URL
책의 분량으로 보면 얇은데 내용까지 가볍진 않더라구요. 간혹 들춰보게 될 것 같아요, 후와님. 아니 에르노를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 거부감이 좀 옅어졌어요. :)

당고 2012-05-2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에르노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해서 쓴 일기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도 좋았어요.

다락방님의 부모님이 좋은 분들이라는 거, 전 알고 있었는걸요 :) 치니님 말씀처럼 글에 나타남 :)

다락방 2012-05-21 13:0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 책의 책날개에 어머니에 대해 쓴 책이 근간으로 나온다고 되어있더라구요. 말씀하신 책이 개정판으로 나오려는가봐요. 저는 당연히, 그 책도 읽기로 불끈 결심했어요!

그런데 우리 당고님은 오와- 그 책도 벌써 읽으셨군요!

프레이야 2012-05-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수록 부모님 자리에 대해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봐요. 제가요.
오랜 애증의 세월을 지나 이젠 인간적으로 애잔하고 연민이 드니까요.
부모 덕(물질적인 게 모두가 아니라요) 있는 다락방님은 복덩이에요^^
저도 부모 덕 없지는 않다 생각해요. 히히~ 그냥 그렇게 맺어진 인연이라 생각하면 더 바랄 게 없어요.

다락방 2012-05-21 13:08   좋아요 0 | URL
요즘에는요, 프레이야님.
나를 어떻게 이만큼 키워낼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키워오면서 얼마나 많이 마음을 졸였을까 속을 태웠을까 싶더라구요. 어린 조카를 볼때마다 저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까 상처입진 않을까 아프진 않을까, 이모인 제가 그렇게 걱정을 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우리 삼남매를 이렇게 어른이 되도록 키워왔을까요. 그 속을 제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을것 같아요.

네, 이렇게 된건, 프레이야님도 저도, 부모덕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레와 2012-05-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 만큼 우리 부모님한테 하면, 엄마 아빠 얼굴에 웃음이 떠날날이 없을텐데.
왜 그렇게 모질게 대할까.. 반성하는 아침.


다락방 2012-05-21 13:07   좋아요 0 | URL
그러게말예요. 친구들한테는 간혹 하루에도 수차례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왜 아빠 엄마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할까요? 저 역시도 잘한게 하나도 없어요, 레와님.

blanca 2012-05-2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것을 극복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면에서 다락방님을 다시 한번 부러워하게 됩니다. 저도 요새 부모님의 죽음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불가능해, 하며 괴로워하는 중이랍니다. 그런 면에서 나이드는 게 참 무서워요. 어제 최근 어머니를 잃은 지인을 만났는데 그 어떤 적절한 위로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자꾸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행복해하던 그 분 모습이 떠올라서. 상실에 결핍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는 것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다락방 2012-05-21 13:06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아픔이라고 말할만큼 대단한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간혹 터져나오는 원망 같은것이었죠. 부모에 대한 원망은 누구든 어떤 형태로든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돈이 많든 적든 학벌이 높든 낮든 그것들과는 별개로 가지지 못한 다른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블랑카님 덕에, 정확히는 블랑카님이 이 책의 인용을 아주 적절하게 해주신덕에 제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블랑카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숱한 리뷰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거에요. 고마워요, 블랑카님.

테레사 2012-05-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이 책을 어제 읽었어요. 다락방님과 똑같이 아니 에르노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지라 큰 기대 없었는데, 읽고 나서 참, 마음이 떨렸어요. 무어라 말할 수 없는..정말이지 이 세상의 언어는 몸짓과 느낌에 한참 못미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어요.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너무 적어요. 그것들에 비해..

다락방 2012-05-21 13:0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테레사님의 [브로덱의 보고서] 리뷰를 보고 [남자의 자리]는 어떻게 읽으셨을까 궁금했어요. 주말에 읽은 두 권의 책 모두 테레사님께 특별했군요. 좋은 경험이었겠어요.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가끔 꺼내 읽고 싶어요. 그런 책이 되고 말았어요.

네꼬 2012-05-2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자체가, 다락님한테 좋은 부모님이 계시다는 증거예요.

다락방 2012-05-21 13:04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참...부끄럽게..... ( '')

마노아 2012-05-2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볼 때마다 가족들 부럽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런 가족과 어우러진 다락님 자체가 부러워요. 아주 아주 따뜻하거든요. 그래서 반짝반짝 빛나요!!

다락방 2012-05-22 13:54   좋아요 0 | URL
언젠가 제가 사랑하는 친구가 제게 "부모에 대한 컴플렉스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너는 그걸 극복할 나이가 됐다"고 말한적이 있어요. 그게 벌써 몇년전인데, 저는 남들보다 좀 늦된가봐요.

2012-05-2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2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댈러웨이 2012-05-2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제 부모님을 또는 현재의 제 자신을 부정하지도 않고,
환경탓 부모탓 하는 이들을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1인이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제가 태어나고 자랐더라면 분명 지금보다는 다른 인성과 재주를 지니고 다르게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다를 수 있는 또 다른 나를 생각하는 거겠지만요.

밝고 건강한 웃음을 지닌 10대, 20대의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그 아이들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남 얘기가 아니라 가슴 한 번 쓸어보고 가요. ^^

다락방 2012-05-22 13:58   좋아요 0 | URL
김연아에겐 김연아의 재주를 알아봐주는 부모가 있었다, 부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자식의 재주를 알아봐주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부모지만 내가 아무런 능력도 가지고 있질 않다면 나는 또 어디에 서있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면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부모를 가지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약간은 환상이 가미된 생각이요. 그러나 이것도 그때뿐, 또 어떤일로 부모님한테 툴툴거릴지 알 수 없죠.

그런데 이런 생각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것 같아요. 누가 알려줘봤자 잘 받아들여지질 않으니까요.

moonnight 2012-05-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전에 읽으신 작가의 책을 저도 읽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니 에르노는 이제 그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문에 실린 신간서평을 읽고 읽어볼까 어쩔까 망설이던 차였어요. 다락방님 리뷰에 의심없이 보관함으로 넣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제 느낌은, 많은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애증'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없이 안스럽고 미안하고 가슴아프게 생각되다가도 왜 나를 태어나게 한 건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_-;에 대한 원망 같은 게 있어요. 성인이 되고 제가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가장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 원망이 조금은 덜해졌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술 한 잔 하고 나면-_-;;) 그 원망이 다시 고개를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는 내가 또 더 싫어져서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고. 좌우지간 풀 수 없는 매듭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쨌든, 이 책을 꼭 읽겠습니다. 고마워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2-05-22 14: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인가봐요. 어느날은 한없이 원망스럽고 어느날은 한없이 안타깝고 그래요. 나는 스마트폰을 쓰고 레스토랑을 가고 와인을 마시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데 이 모든걸 누리게 된게 누구덕인가, 그런데 그들은 정작 그것들을 왜 누리지 못하는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저도 이제 원망을 덜하게 됐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내 부모도 누리고 살게 해주자 싶지만, 이게 늘 생각뿐이네요.

이 책은 못난 제가 쓴 것 같아요, 문나잇님. 읽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